I Became A Flashing Genius At The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500)
마법학교 앞점멸 천재가 되었다 500
80. 흑마전쟁(1)
카야에게 걸린 ‘잠자는 숲속의 엘 프라는 저주’를 해제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의 선행조건이 필요했다.
사실, 그다지 어려운 건 없었다.
정보가 없었을 때라면 발 빠르게 뛰어다녀야 했으나 지금은 모든 정 보를 알고 있으니 정해진 동선을 따
라다니기만 하면 그만이었으니까.
“이곳은 관계자 외 통행이 불가능 합니다.”
그렇게 생각했으나, 백유설은 생각 을 달리해야만 했다.
오염된 숲의 벌목을 젤리엘과 알테 리샤에게 맡긴 그는 카야의 저주를 해제할 물건을 세계 곳곳에서 구하 기 위해 잠시간 자력일월과 함께 여 행을 하게 되었는데, 현재 대륙의 상태가 생각보다도 꽤 심각했기 때 문이다.
“왜 출입 금지죠?”
“안쪽에서 언제 흑마인이 튀어나올 지 모릅니다. 이쪽 다리는 막혔으니, 절벽을 우회해서 돌아가시죠.”
전쟁. 전쟁이 문제였다.
흑마인 사이에서 발발한 대전쟁의 불꽃은 세계 곳곳으로 퍼져 나갔고 인간 사회에도 크나큰 영향을 끼치 기 시작한 것이다.
백유설도 소식은 듣고 있다.
어느 도시가 밤새 사라졌네, 어느 마을이 쥐도 새도 모르게 없어졌네.
아직 중앙 대륙까지 그 화마가 닥 치지는 않아서, 백유설이 어떻게 손 쓰지 못하고 있었을 뿐.
,……이렇게 방해를 받을 줄이야.’
백유설은 눈앞에 펼쳐진 풍경을 바 라보았다.
라이가데른 대절벽.
절벽과 절벽 사이의 거리가 수십 키로미터는 족히 되며, 절벽 아래쪽 으로는 구름이 끼어 있어 마치 바다 처럼 보이기도 한 이곳은 한때 유명 한 관광명소이기도 했다.
이곳에 올라오기 위해서는 평범한 체 력으로는 불가능하여 일반인들이 찾지 못한다는 게 결점이기는 하다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지.’
저 절벽은 고작 다리 하나를 통해 이어져 있다. 즉, 바로 앞의 저 다 리를 건너지 못하면 몇 시간이나 걸 리는 거리를 돌아서 가야 한다는 의 미가 되었다.
무작정 다리를 건넜다가 싸움에 휘 말리는 것도 썩 좋은 선택은 아니겠 지만, 돌아가는 길이 너무 먼데 어 떡 하겠는가.
선택지는 없다.
이 다리를 건너야 한다.
“어, 이게 누구야. 후배님이잖아?”
백유설이 뚱한 얼굴로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누군가 아
는 척을 해왔다.
얼굴이 알려져서 아는 척하는 사람 은 많았으나, 후배님이라고 부르는 사람이라면 그 부류가 정해져 있다.
백유설과 친한 사이인 척하면서 인 맥을 과시하려는, 스텔라 졸업생이 라든지.
“요 후배! 나 기억 안 나?”
‘모르는 얼굴인데.’
예상대로 백유설을 아는 척하면서 ‘나는 이런 대단한 사람과 친한 사 이다,라며 과시하려는 부류가 틀림 없었다.
백유설이 딱 질색하는 타입이지만,
이럴 땐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
“반갑습니다, 선배님.”
“그럼그럼.”
백유설이 선배라고 불러주자 만족 스러운 표정으로 대답한 이름 모를 선배는 가까이 다가오더니 물었다.
“무슨 곤란한 일이라도 있나봐?”
“아, 너L 저 다리를 건너고 싶거든요.”
“다리를……?”
선배님의 표정이 즉시 곤란해진다.
이제 막 졸업해서 이곳에 파견을 나 온 그는 비록 스텔라의 졸업생이나 아직은 별다른 권력이 없기 때문이다.
썩어도 준치라고, 얼굴이 기억 안 나는 것으로 보아 아마도 저 선배님 은 3학년 E반 혹은 F반에서 머물렀 겠으나 스텔라의 이름을 가지고 있 으니 그럭저럭 입김이 있을 줄 알았 는데 그것도 아닌 모양이다.
‘도움이 안 되네.’
선배님은 자신을 물끄러미 바라보 는 백유설을 보며 당황스러운 표정 을 짓더니, 손뼉을 짝! 쳤다.
“아, 그렇ス]. 나보다 먼저 온 선배 가 있거든. 그 형은 벌써 팀장의 직 책이라서 도움이 될지도 몰라.”
그렇게 해서 데려온 선배 출신 팀
장님. 백유설은 부디 그 선배님에게 다리를 통과시켜 줄 정도의 권력이 있기를 바랐다.
“다리를 건너고 싶다고? 뭐…… 안 될 건 없지.”
다행스럽게도, 선배님에게는 그 정 도의 입김이 있나 보다.
“근데, 내가 왜? 예전부터 조금 유 명해졌다고 건방떠는 네가 뭐 마음 에 든다고 도와줘야 하지?”
그러나 안타깝게도 선배님의 선배 님은 백유설이 심히 마음에 들지 않 으신 모양이다.
“쯧, 1학년 때부터 여기저기 관심 이나 끌고 다니고. 네가 저지른 업 적의 대부분이 꾸며낸 사기라는 걸 모를 것 같아? 고작 10대에 그게 말이나 된다고…… 내 주변 동년배 들은 이미 너에 대해 다 알고 있어. 네 허세가 얼마나 지독하던지.”
에휴. 백유설은 작게 한숨을 내쉬 었다. 결국 도움 되는 선배라고는 한 명도 없다.
스텔라 아카데미를 졸업하면 마법 실력뿐 아니라 빵빵해진 인맥 덕분 에 미래가 창창하다던데 왜 이 모양 이 꼴일까.
*……생각해 보면, 나도 스텔라에 들어와서 인맥이 좋아진 건 사실이 기는 하지.’
엘프왕, 연금술 일인자, 세계 최고 의 사업가, 초강대국의 공주 등등….
“어쭈. 표정 보卜? 나 참. 아직 졸업 도 안 했으면서 조금 유명해졌다고 네가 뭐라도 되는 것 같아?”
이런 곳에서 붙잡혀 있는 시간도 아깝다. 앞에서 뭐라 칭얼대는 선배 님을 무시하고서 다른 사람을 찾아 보려는데, 때마침 근처를 지나가던 중년의 마법사 한 명이 백유설을 발 견하더니 허겁지겁 달려왔다.
“아니, 명예 마도사 아니십니까?”
처음 보는 얼굴은 아니다. 틀림없이 구면이었으나 워낙 많은 사람을 만 나왔기에 모두를 기억하지는 못한다.
[청탑 비상대책위원회 전투원 4팀 장 타이델]
그러나 직박구리 안경은 한 번 본 사람을 잊지 않았기에 백유설은 여유 롭게 웃으며 아는 체를 할 수 있었다.
“타이델 팀장님. 반갑습니다.”
“하하, 저를 기억해 주시다니. 기억 력이 놀랍군요.”
청탑에서도 전투 보직의 팀장급을
맡을 정도면 상당한 입김을 가졌다 는 뜻이 된다.
즉, 앞에서 백유설을 깔보던 선배 님은 알아서 쥐 죽은 듯 조용히 기 어야 한다는 의미.
선배님이 사색이 된 표정으로 머뭇 거리고 있는 모습을 보며 백유설은 고개를 저었다.
예전 같았으면 어떻게든 엿을 먹여 서 속이 시원해졌겠지만 지금은 아 니다. 그냥 저런 부류가 이제는 귀 찮아졌다.
“그나저나, 무슨 일이시죠?”
“다리를 좀 건너고 싶습니다만.”
“아, 물론 가능하지요. 일반인은 본 래 출입이 금지되어 있습니다만, 그 이유가 쓸데없는 희생자가 나오지 않기 위함이거든요. 저희가 관리하 는 전투지역에서 누가 죽으면 전부 저희 책임이지 않습니까.”
“그렇죠. 제가 그걸 생각 못 했네 요.”
“하지만 백유설 마도사님이라면 문 제 없지요! 단칼에 8리스크 흑마인 도 썰어버리는데 뭐가 걱정이겠습니 까? スト, 이쪽으로 가시지요.”
고개를 끄덕이고서 잠자코 팀장을 따라가려는데, 뒤쪽에서 선배의 선배
님이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사기꾼 새끼……
그 즉시, 백유설은 그의 멱살을 붙 잡고서 바닥에 내리꽂고서 제압했다.
“크헉!”
“무, 무슨 일이십니까!”
그가 짜증 나서가 아니다.
저런 질투는 질릴 만큼 받아보았기 때문에 익숙하다.
다만, 그 ‘질투’의 감정에서 부정적 인 기운이 감지되었기 때문에 곧바 로 행동에 옮긴 것이다.
스멀스멀…….
선배의 선배님으로부터 피어오르는 혹색의 안개. 그것은 틀림없는 혹마 인화의 기운.
¹¹흐, 흑마력?!”
“이거 놔!! 제길……! 컥!”
퍽!
그의 뒷목을 쳐서 기절시킨 백유설 은 주머니에서 푸른색 주사기를 하 나 꺼냈다. 2년 전이었으면 모를까, 지금은 엘트먼 엘트윈이 흑마인화를 차단하는 기술을 개발하여 어느 정 도의 오염 정도는 치료가 가능하다.
“흑마인화가 되기 직전이군요. 빠 르게 조치했으니 본인이 감정을 잘 추스리면 돌아올 겁니다. 의지가 나 약하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그…렇군요. 다행입니다. 정신머리 하나는 튼튼한 아이이니 돌아올 거 라고 믿습니다.”
글쎄. 백유설은 조금 회의적이었다.
딱 보아하니 스텔라 출신으로서 자 만심과 허영심에 물들어 살아가던 사람이다. 자기 잘난 맛에 살아가던 사람이 주변에 흑마인화가 될 뻔했 다는 소문이 퍼진다면 어떨까?
흑마타락은 마법전사에게 가장 크 나큰 수치.
인간으로 되돌아오더라도, 결국 그 는 부정적인 감정을 이겨내지 못하 고 또다시 흑마타락을 할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 번 오염되면, 두 번째부터는 아주 쉬우니까.’
마음 같아서는 여기서 완전히 격리 하라고 말하고 싶으나 불가능하다.
흑마인과의 전쟁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마음이 타락해 버리는 아군.
흉흉한 분위기가 되어버리면 마법 전사들이 서서히 흑마력으로 타락해
버릴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곳은 아이테르 월드.
지구의 전쟁터와는 달리, 전장에서 항상 밝고 긍정적인 분위기를 유지 해야만 했다.
마법전사들의 긍지와 마음을 케어 하기 위해서.
이미 곳곳에서 혹마인의 씨앗은 발 아하고 있을 것이다. 아직, 스스로조 차 모르고 있을 뿐.
“이제 갑시다.”
“예, 그러지요.”
팀장은 걱정스럽다는 표정이었으
나, 이제 저들은 학교를 졸업하고 나온 성인이자 마법전사이다.
언제까지고 어린아이처럼 보살펴줄 수는 없는 노릇.
스스로 이겨내기를 바랄 수밖에 없 었다.
* * *
라이가데른 대절벽의 대교는 먼 거 리를 연결하기 위해서 복합적인 마 법구조를 이루고 있었다.
여타의 교량은 합금제의 기둥을 심
어서 다리 자체를 튼튼하게 지탱하 는 것을 기초로 하는 공법을 사용하 는데 이토록 높은 다리에서는 그런 것도 불가능하다.
하여, 다리 위에 아주 튼튼한 아치 를 촘촘하게 연결하여 드높게 쌓아 올려서 마력으로 지탱하고, 다리 아 래쪽으로는 부유석을 박아놓았다.
그 수많은 마력석의 불빛이 어찌나 찬란한지 하늘이 새카맣게 물든 한 밤중에도 눈이 부실 정도였는데, 저 하늘의 별빛마저 바랠 지경이었다.
‘이렇게 보면 마법도 참 대단하기 는 하네…….’
순수하게 지구의 건축공학만으로는 이런 다리를 세울 수 없었을 것이 다.
“아름답지요? 이 다리.”
“멋지네요.”
다리는 워낙에 길었기에 걸어서 이 동할 수 없었다. 다리 위에서만 움 직이는 ‘호버싸이클’이라는 특이한 탈것에 탑승한 백유설은 팀장과 이 런저런 잡담을 나누었다.
“사실 이 다리를 인간들이 필사적 으로 지키려는 이유는, 다시는 세울 수 없기 때문이랍니다.”
“……음, 그렇군요.”
타이델 팀장은 씁쓸한 표정으로 말 했다.
“이 대교가 세워진 지도 벌써 100 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습니다. 참으 로 오래전에 세워졌지요.”
¹¹그런 것 치고는 튼튼하네요.”
“어떻게든 이 다리를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유지보수를 하고 있는 덕분이죠.”
“그런데 다시 세울 수 없다는 건 무슨 뜻이죠?”
“이 다리를 세울 때의 기술이 소실 되었습니다. 건축가가 기술을 껴안 고서 그대로 실종되었다는 소문이
돌기는 했는데, 정확한 이유는 아무 도 모릅니다.”
틀렸다. 저건 사실이 아니다.
백유설은 라이가데른 대절벽 대교 와 관련된 퀘스트 역시 미리 알아왔 기 때문에 이곳의 진실에 대해 알 수 있었다.
‘애초에 이 다리는 인간이 지은 게 아니야.’
인간들의 기술이 한때 이렇게나 위 대했다며, 일종의 상징으로 삼고 있 는 이 다리는 사실 인간이 아닌 흑 마법사들이 지은 것이다.
과거의 흑마법사들은 이면 세계의
기운이 하늘과 가까울수록 더욱 짙 다고 믿었기에, 세상에서 가장 높은 대지 중 하나인 이곳에다가 자신들 만의 마탑을 세우고자 하였다.
그때, 이면 세계에서 지식을 얻었노 라 주장하는 어떤 미치광이 흑마법 사가 다리를 건설하기 시작했으니.
장장 반세기에 걸친 그 대규모 프 로젝트는, 정말로 라이가데른 대절 벽 한가운데에 대교를 건설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인간이 어떤 존재인가.
때로는 흑마인보다 탐욕스럽고, 잔 인한 존재이다.
인간들은 이면 세계로부터 지식을 얻고자 했던 그 흑마법사를 살해한 뒤, 이것을 인간의 기술로 지었노라 역사를 포장하였다.
거기까지 생각이 든 백유설은, 퍼 뜩 고개를 치켜들고서 밤하늘을 바 라보았다.
“음? 무슨 일이십니까?”
“……아뇨. 아무것도.”
갑작스레 찾아온 이 허무한 감정 은, 회의감.
내가 지금 하는 일이 과연 정말로 옳은 일인지에 대한 의문이 한순간 폭풍처럼 가슴을 휩쓸고 지나치며
백유설의 심장을 무뎌지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는 애써 고개를 젓고서 마음을 다잡았다.
‘…갑자기 왜 이런 감정이 든 거지?’
스스로도 의문이 들 정도로 갑작스 레 찾아온 그 허무감은 어째서 느껴 진 것일까.
작은 의문을 가슴에 묻고서 백유설 은 잡념을 털어냈다.
이런 사소한 것에 정신을 쏟기에, 그는 해야 할 일이 너무나도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