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lashing Genius At The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501)
마법학교 앞점멸 천재가 되었다 501
80. 흑마전쟁(2)
라이가데른 대교를 통과한 뒤, 마 지막까지 바래다준 타이델 팀장에게 인사를 건넨 뒤 다시금 갈 길을 향 했다.
그의 목적지는 라이가데른 절벽에 서도 가장 끝자락에 위치한 낭떠러 지. 그 끝에 피어 있는 한 송이의
자그마한 꽃이었다.
1년에 단 한 송이만 피어난다는 이 신비로운 흰색 꽃의 이름은 나인 서클 플라워. 매년 아홉 개의 꽃잎 으로 원을 그리면서 피어난다고 하 여 붙여진 이름이었다.
꽃을 조심스레 채집하는 백유설을 보며 자력일월이 급한 목소리로 물 었다.
-끝이야?
“아뇨. 아직 99년 묵은 구렁이의 비늘과 천사코뿔소의 쓸개, 태어난 지 하루 지난 고양이의 쌍란을 구해 야 해요 거기에……「
-그, 그만! 나는 들어도 잘 모르겠 으니까…….
자력일월의 미안하다는 표정을 보 며 백유설은 피식 웃었다.
저렇게만 들으면 구하기 어려운 재 료처럼 보이지만, 백유설에게는 그 다지 힘든 일도 아니다.
어차피 어디에 있는지 전부 다 알 고 있었으니까.
다만, 귀찮고 번거롭다는 게 문제 였을 뿐.
여정은 그리 길지 않았다.
하루가 지날 때마다 재료는 하나씩
차곡차곡 쌓여갔고, 일주일이 채 지 나지 않아서 모두 모을 수 있었다.
최종적으로는 여태 모았던 주술적 인 재료를 불태워서, 카야의 신체에 깃들어 있던 저주도 함께 소멸시키 는 과정을 진행하였는데 백유설은 주술사가 아니었기에 이와 관련된 전문가를 초빙하는 수밖에 없었다.
‘전문가라고 하면 역시 마녀밖에 없지.’
마녀는 마법과는 다른 신비로운 요 술 따위를 사용한다고 기록되어 있 는 만큼, 주술에도 능통하다.
때마침, 스텔라의 방학도 끝나서 개학식날이 되어 스칼렛이 학교로
돌아오는 날이었다.
개학식 전날.
스텔라 아카데미로 복귀한 백유설 은 가장 먼저 1학년 여학생 기숙사 를 찾았다.
본래는 남학생이 여학생 기숙사를, 그것도 선배가 후배 기숙사를 찾는 것은 엄격히 금지되어 있으나 하도 돌발행동을 많이 한 덕분일까 이제 는 백유설의 행동을 지적하는 사감 은 아무도 없었다.
“스칼렛. 먼저 돌아왔었네?”
예상대로 스칼렛은 제시간에 딱 맞 춰서 스텔라 아카데미로 복귀해 있
었다. 그녀의 신체에서 느껴지는 기 운부터가 벌써 심상치 않았는데, 방 학 동안에 정말 빡세게 수행하여 힘 을 조금이나마 더 되찾은 모양이었다.
스칼렛은 입술을 꾹 다문 채, 고요 한 표정으로 백유설을 바라보았다.
그에 무언가 심상치 않은 낌새를 느낀 백유설이 웃음기를 지우고서 물었다.
“무슨 일…… 있었구나?”
“……응.”
고개를 끄덕인 스칼렛은 숨을 작게 내쉬고서 고개를 숙였다.
“회공시월을 만났어. 내게 부탁을 하더 라고.”
“무슨 부탁?”
무언가 말을 하기 위해 입술을 떼 었던 스칼렛이었으나, 이내 다물고 서는 백유설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전에.”
“응?”
“하나만 말해줘.”
어느덧 자리에서 일어난 스칼렛은 백유설에게 한 발자국 더 가까이 다 가왔다. 숨결이 느껴질 정도로 가까
워진 거리에서, 스칼렛은 잔잔한 물 결과도 같은 목소리로 물었다.
“나는, 원래 죽을 운명이었니?”
쉬이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이었다.
우선, ‘원래’라는 단어가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원래. 원래라…….)
지구에는 없었으나, 아이테르 월드 에만 존재하는 기묘한 법칙.
원래 홍비연 아돌레비트는 죽었다.
원래의 마유성은 타락했으며.
원래의 알테리샤는 세계 제일의 연 금술사가 되지 못한 채, 흑마인 교 수에게 붙잡혀 영영 재능의 꽃을 피 우지도 못한 채 죽어간다.
원래의 꽃서린은 끝내 자신의 저주 를 원망하며 그 아름다운 외모를 꽃 피우지도 못한 채 시들어갔으며.
원래의 젤리엘은 금전욕에 눈이 멀 어 끊임없이 타인을 상처입히고 스 스로의 영혼을 더럽히다가 금전에 의해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백유설은 그 모든 ‘원래’를 기억하 고 있었고, 또 수없이 바꿔왔다.
그것이 현재의 아이테르 월드.
무수히 많은 불행한 ‘원래’가 모조 리 사라져 버린 세계.
그런데.
스칼렛이…… 원래부터 이 세계에 서 살아왔을 그녀가 그것을 어떻게 알고 있는가.
백유설의 ‘원래’는 오로지 아이테 르 월드 온라인에서의 지식이었는데 말이다.
‘말해도 될까.’
백유설이 가장 염려하는 것은 다른 무엇도 아닌 [서사력].
이 세계의 진실에 대해 이야기할
때에는 항상 서사력이라는 것이 발 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때때로, [콘스텔라티오 프로젝트]가 응답하여 어디까지 이야기해도 되는 지 알려주고는 했지만…….
‘……지금은 아무래도 상관없어.’
서사력이 부족하다며 콘스텔라티오 프로젝트가 말리더라도 상관없다.
스칼렛은 대답을 기다리며 백색의 머리카락을 빙글빙글 꼬았다.
지금 보니 헤어 스타일이 평소와는 다르다. 꽈배기처럼 땋아서 가지런 히 정돈해 놓은 게, 마치 누군가와 의 만남을 단정한 몸가짐으로 기다
리고 있는 것 같았다.
백유설은 그 누군가가 자신이라는 사실을 금방 눈치챌 수 있었다.
그렇기에 저 질문이 스칼렛에게 얼 마나 어려웠는지도 알 수 있다.
아마도, 지금 이 순간 이 질문을 하기 위해 수없이 고민하고 또 고민 했으리라.
그렇게 어려운 결정을 내린 그녀에 게 실망스러운 답을 돌려주고 싶지 는 않았기에 백유설은 천천히 입술 을 떼었다.
“원래의 너는…… 죽는 것보다도 더한 일을 당하게 되지.”
“죽는 것보다 더한 일……r
“응. 영영 그 세계에 갇혀서 빠져 나오지 못한 채, 자유를 갈망하며 죽지도 못하고서 영혼을 스스로 갉 아먹게 돼. 그 이후로…… 어떻게 됐는지는 나도 몰라.”
“그렇…구나…….”
스칼렛은 빙글빙글 꼬아대던 머리 카락을 툭 놓았다.
잠시간의 침묵.
백유설은 기다렸다.
질문을 했다는 것은, 어찌 되었든 어디에선가 진실을 듣고 왔다는 것
이고 어떠한 의도와 생각이 담겨 있 었을 테니, 그것을 정리할 시간을 주는 것이다.
“그렇다면 말이야……「
스칼렛은 백유설의 눈동자를 바라 보지 않고서 물었다.
“나를, 혹은 누군가를 구함에 있어 서… 어떠한 희생을 치러야만 했어?”
희생이라.
물리적으로도 인맥적으로도 사회적 으로도.
백유설은 여태 어떠한 희생도 치르 지 않고 이 세계의 중요한 인물들을 구해왔다.
여태까지는…… 그렇다고 생각했다.
‘내가 움직일 때마다, 세상의 멸망 이 앞당겨진다.’
지금은 확실하게 인지하고 있다.
자신의 행동이 세상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희생은 치렀지.”
”알고 있었구나……. 네가 그렇게 소 중한 사람들을 구함으로써 세상이 무 너져내리고 있는데도. 아무렇지 않은 거야?”
스칼렛이 원하는 대답은 알지 못한 다. 이건 게임에도 없던 선택지였기
에 정답이 없다. 게다가 백유설은 여자의 마음을, 그것도 천 년이나 살아온 마녀왕의 마음을 이해하지는 못한다.
그렇기에 그는 고민하지 않고 솔직 한 자신의 심정을 말했다.
“전혀 후회하지 않아. 세상이 멸망 한다 하더라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 을, 소중한 내 사람들을 구할 수만 있다면 나는 또다시 똑같은 선택을 할 거야.”
그 대답에 스칼렛은 어둡게 물들였 던 표정을 잠시 멍하니 풀었다.
그러더니 허탈하게 웃고서 말했다.
“……그래. 너라면 그렇겠지. 내가 뭘 고민했을까.”
자신은 원래 이런 사람이 아니다.
내가 살아날 수 있다면, 내가 이득 을 취할 수 있다면 다른 사람이 어 찌 되든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그런데 백유설과 어울리면서 이런 사사로운 것들에 자꾸만 신경이 쓰 이게 되었다.
자신이 살아남으로써, 세계의 멸망 이 앞당겨졌다는 사실을 견딜 수 없 던 것이다.
“뭔가 오해하고 있는데.”
“..?”
“내가 치른 희생과 대가는 세계의 멸망이 아니야. 나는 그것을 반드시 막을 테니까, 결과적으로 그건 대가 라고 할 수 없지.”
“그럼……T
백유설은 씨익 웃었다.
“네가 죄책감을 가지고 스스로를 자책하게 된 지금 이 모든 순간들이 내가 치러야 할 대가야.”
뒷말은 듣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너는 그저 그대로 행복하게 살아서
자유를 만끽하기만 해도 바쁠 텐데, 어째서 그런 불행한 사실을 알아버 려서 스스로 마음 졸이며 영혼을 갉 아먹고 있는가.
그 모든 것들을 백유설은 바라지 않고 있었다.
“차라리, 네가 알지 못했다면 좋았 을 텐데.”
”나는……
스칼렛은 황급히 말을 더듬으며 무 어라 변명하려고 했으나 백유설은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 그녀의 머 리 위에 손을 얹었다.
천 살이나 먹은 마녀왕에게 감히
할 만한 행위는 아니었으나, 스칼렛 은 이상하리만치 백유설로부터 든든 함을 느꼈다.
자신이 살아온 수명의 백 분의 일 만큼밖에 살지 못한 꼬맹이가, 너무 나도 믿음직스러워서 어떻게 행동하 든 납득이 가고 기대고 싶어지는 것 이다.
“알았어. 잊도록 노력해 볼게.”
스칼렛이 고개를 끄덕이자 백유설 은 황급히 머리를 쓰다듬던 손을 치 웠다. 뒤늦게 자신이 무슨 짓을 했 는지 깨달은 것이다. 정작 그녀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지만.
“나 때문에 많은 운명이 뒤틀렸다 는 건 알았지만, 어쨌든 전부 되돌 리면 된다는 거잖아? 그게 네가 앞 으로 가야만 하는 길이고. 그렇다 면…… 나도 도우면 되는 거야. 멸 망이 우리의 운명을 앗아가지 않도 록.”
백유설은 그녀의 말에 환하게 웃을 수 있었다.
참으로 기특하고, 또 대견하다.
그녀를 알기 이전의 스칼렛은 통제 불가능한 변수요인에 불과했다.
언제 갑자기 튀어나와서 계획을 망 쳐 버릴지 알 수 없는 위험요소.
제멋대로에 이기적인 주제에 또 자 유분방해서 마구잡이로 이야기의 흐 름을 해치고 다니는데, 심지어 악의 편에 설지 선의 편에 설지조차 알 수 없었다.
그런 그녀가 완전히 선으로 돌아서 서 함께하겠다고 맹세하는 이 순간이 백유설은 더할 나위 없이 행복했다.
“좋은 결심 했네. 이야기 나온 김 에 잘됐다. 사실은 십이신월이 아끼 는 엘프 한 명이 저주에 걸려서 앓 고 있거든. 그걸 치료하려면 주술에 능통한 사람이 필요해. 도와줄 수 있어?”
“주술……r
스칼렛은 고개를 끄덕였다.
마녀에게 있어서 주술이란 숨 쉬듯 당연하게 사용하는 것이었으니까.
“그런데 무슨 저주?”
“아, ‘잠자는 숲속의 엘프’라고…… 아마 너도 들어봐서 알겠지?”
그에 스칼렛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자, 잠자는 숲속의 엘프……?”
“어라. 처음 들어봐?”
“내가 어지간한 저주술에는 다 능 통한데, 그런 건 태어나서 생전 처
음 들어보는걸……r
“……뭐?”
그럴 리가 없다.
이건 틀림없는 저주였으니까.
“뭐어, 처음 보는 저주라도 상관은 없긴 해. 내 통찰력이면 금세 해석 하는 것도 쉬우니까. 그 엘프에게 안내해 줘.”
“응. 스텔라 의료실에 데려다 놨으 니까 곧바로 가면 될 거야.”
스칼렛의 실력은 의심의 여지가 없 다. 세상 그 어떤 저주라도 단박에 해석하고 퇴마하겠지.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백유설은 묘하게 불안한 기분을 느꼈다.
게임 내에서는 워낙에 유명한 주술 이라서 전혀 신경도 안 쓰고 있었는 데, 이게 스칼렛조차 모를 정도로 희귀한 주술이었던 걸까?
그렇다기엔 퇴마법이 상당히 쉬웠 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 대단한 저주는 아닌 것이다.
‘이거, 어쩌면……
어느 순간부터 느껴지던 현실과 게 임 속 지식과의 괴리감.
그것이 확실하게 현상으로 나타나
자 백유설은 어떤 가설이 하나 떠올 렸다가 금세 지웠다.
‘아니겠지.’
여전히 찝찝한 기분은 지울 수 없 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