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lashing Genius At The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508)
마법학교 앞점멸 천재가 되었다 508
81. 시조 마법사의 파편(1)
……한편.
빙백산맥 길로틴 고원으로부터 수 백km 떨어진 어느 깊은 숲속.
철그럭, 철걱!
짐승들이 풀을 뜯어 먹고, 새들이 지저귀는 이 평화로운 숲속에 웬 기
괴한 금속 마찰음이 들리기 시작하 였다. 토끼는 깜짝 놀라 줄행랑을 쳤고 나뭇가지에 앉아 노래 부르던 새들은 하늘 높이 날아올라 버렸다.
삽시간에 고요해져 버린 공간에서 도, 여전히 금속 마찰음은 계속해서 들려온다.
-꼬으…….
잠시 후, 풀숲이 갈라지며 모습을 드러낸 것의 정체는 다름 아닌…… 반쯤 녹아내린 갑옷.
하반신은 무릎 위쪽까지 녹아 없어 졌으며, 오른팔은 어깨까지 완전히 잘려 나갔고 그나마 간신히 왼손으
로 몸을 지탱하여 움직이는 꼴이, 상당히 기괴하기까지 하다.
-내가 이런 꼴을…….
그의 정체는 갑옷이 아니다.
이름은 블랙킹던이며.
이명은 흑마도왕의 우수(右手).
흑마인 제일가는 전략가이 スト, 세계 재패를 노리는 야망가!
……또한, 흑마도왕의 분신이자 자 식이었으니.
세계 최강의 사나이라 불리던 흑마 도왕의 오른팔이 이런 꼴이 되었다 고, 그 누구도 믿지 않을 것이다.
-회복, 회복을 해야 한다…….
블랙킹던은 왼손에 힘을 까드득 주 었다. 흙이 뭉치며 소멸되는 순간까 지도 경직된 힘은 풀리지 않았다.
분노.
그리고 의문.
흑마도왕이 마지막 순간 자폭하기 위해 사용했던 그 마법은, 블랙킹던 의 수준으로도 도무지 이해할 수 없 는 경지의 마법이었다.
인류의 성장 한계는 틀림없이 정해 져 있고, 그 정도 규모의 마법은 혹 마법사 따위가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런데 흑마도왕은 오래전 마법사 로서의 긍지를 포기했음에도 불구하 고, 세계 그 어떤 마법사보다도 뛰 어난 위력의 마법을 보였다.
도대체 그 마법의 정체는 무엇인 가.
– 제길…….
흑마도왕은 강하다.
그 사실을 알면서도, 블랙킹던은 그를 배반했다.
이길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9리스크의 흑마인은 일정 경지에 도달하면 그 승부를 알 수 없게 된
다. 서로 고만고만한 강함을 갖게 되는 것이다.
수백 년 전에 먼저 9클래스에 도 달한 마법사와 최근에 9클래스에 도 달한 마법사가 싸워도 승부가 쉽게 나지 않듯이, 결국 한계치에 도달하 면 승부는 비등해진다.
흑마도왕은 물론 그런 한계를 뛰어 넘는 특별한 노하우와 장비, 그리고 아티팩트와 흑마력과 백마력을 동시 에 운용하는 말도 안 되는 재능까지 보유하고 있었지만…….
9리스크의 흑마인 넷과 아틀락스의 갑주의 힘을 빌린다면.
반드시 패배하지 않는, 무조건적인 100%의 승리가 정상이었다.
어째서 그런 힘을 낼 수 있었던 것인가. 결국, 분신체일 뿐인 자신은 원본을 당해낼 수 없는 것인가?
살아남은 것은 자신이었음에도 불 구하고 블랙킹던은 패배감에 젖어서 아무런 의욕도, 의지도 내지 못하였 다.
“찾았군.”
그때, 그의 앞에 나타난, 회색빛깔 의 사내 한 명.
‘아.’
블랙킹던은 눈을 감았다.
애당초 눈동자라는 게 있지도 않았 지만, 안광이 스르르 불꽃을 꺼뜨렸 으니 눈을 감았다고 표현하는 게 옳 으리라.
,……망할.’
저벅
회공시월이 다가오는 소리를 들으 며 블랙킹던은 자조적인 웃음을 터 뜨렸다.
언제까지고, 흑마도왕의 자리를 차 지하기 위해 그에게 충성을 가장한 칼을 들이밀며 살아왔다.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며 언제든 그 를 죽일 수 있다면 단번에 칼을 꺼 내 들 자신이 있었다.
흑마도왕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자신을 수용했다.
자신이 언제 칼을 꺼내더라도 제압 하고 이겨낼 자신이 있었으니까.
그뿐만이 아니다. 흑마도왕의 곁에 있는 대부분의 흑마인들은 그에게 충성을 가장한 배신의 음모를 꾸미 고 있었다.
흑마도왕은 그 모든 사실을 알고 있었고, 모든 흑마인을 수용했다.
최강의 자리에서 나오는 자신감.
블랙킹던은 그 사실이 못내 분했 다.
‘어차피 죽을 운명이었다면.’
이토록 추하게 흙바닥을 질질 기며 꾸역꾸역 살아남는 게 아니라…….
차라리, 흑마도왕처럼.
세상 그 어떤 마법사보다도 화려하 고 위대한 마법을 펼친 뒤, 스스로 의 목숨을 끊는 편이 더 좋았을 텐 데.
콰드득!!
“멀리도 기어왔구나.”
블랙킹던의 머리(혹은 투구)를 갑 옷 몸체로부터 뜯어댄 회공시월은 무감정하게 그것을 바라보았다.
마치 물건을 바라보는 듯한 그 시 선 속에서도 블랙킹던은 그저 웃을 수밖에 없었다.
그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저항이 그것뿐이 었으니 까.
흑마도왕은 모든 부분에서 자신보 다 뛰어났다.
인간성과 힘, 권력과 지략.
그리고…… 죽음을 맞이하는 방법 조차도.
‘죽는 순간 마저도, 결국 나는 그 를 동경하게 되고야 마는가.’
그것이 블랙킹던의 마지막 생각이 었다.
콰직!
그의 투구를 주먹으로 뭉개버린 회 공시월은 무덤덤하게 그 안에서 새 하얀 파편을 꺼냈다.
“흑마도왕…… 설마 그런 식으로 죽음을 맞이할 줄이야.”
흑마도왕의 죽음 이후, 그의 체내 에서 ‘시조의 파편을 회수하려고 했었으나 온몸을 불살라서 소멸시키 는 바람에 그럴 수조차 없게 되었
다.
회공시월의 표정에 분노가 서려있 는 것만 보아도, 그의 의도대로 진 행되고 있지 않다는 뜻이나 다름없 었다.
“쓸데없이, 마지막까지 발악을 하 는군…….”
빠득!
블랙킹던의 투구를 떨어뜨린 회공 시월은 그의 갑주를 짓밟아 으깨버 렸다. 그럴 필요가 없었음에도 감정 을 이기지 못하고 저질러 버린 행위 였다.
감정, 그래, 그러니까, 분노였다.
회공시월은 분노라는 감정을 난생 처음 느껴보아서, 그것을 제대로 제 어하지 못하고 있었다.
회공시월은 블랙킹던으로부터 회수 한 자그마한 파편을 바라보았다.
본래였다면 이것보다 10배 이상 커다란 파편을 회수할 수 있었을 터 인데, 흑마도왕이 스스로의 시신마 저 완전히 불태우는 바람에 그것을 찾는 방법이 용이해졌다.
심지어.
‘쓸데없는 잔꾀를 부려놓았더군.’
길로틴 고원 상공에 떠 있는 아틀 락스의 갑주와 그것을 에워싼 결계 는 회공시월도 확인하였다.
분하게도, 그것은 공간의 지배자라 고도 불리는 회공시월조차 뚫을 수 없는 종류의 결계였다.
다른 누구도 아닌 ‘시조 마법사’가 직접 고안한 결계였기 때문이다.
흑마도왕의 의도는 뻔했다.
자신의 죽음 직후, 무언가를 남겨 두려는 것이 확실했다.
하지만 아무나 그것을 가져가지 못 하도록, 그 누구도 풀 수 없는 결계 를 설치해 두었다.
심지어 회공시월조차 함부로 할 수 없도록 말이다.
人ヨ5…
시조의 파편이 회색빛으로 물드는 것을 확인한 회공시월은 그것을 공 간의 저편에 보관하였다.
‘흑마도왕, 네 뜻대로 되지는 않을 거다.’
다소 황당한 제의를 받은 풀레임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서 ‘너 미쳤어?’
를 표정으로 리얼하게 표현하였다.
“……여태까지 네가 나한테 별 특 이한 부탁이나 이야기를 할 때도 이 렇게까지 놀라진 않았어. 근데…… 그게 지금 말이 된다고 생각해?”
그녀의 말에 백유설과 마유성은 납 득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 만 저 둘이 함께 찾아와서 말하고 있으니, 도저히 믿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었다.
“그러니까, 뭐? 심장을 찔러서 흑 마력을 완전히 없애겠다고?”
“비슷해. 정확히는…… 심장에 뭉 쳐있는 흑마력 코어를 나의 자연진
기로 균열을 일으킨 다음 마유성의 백색의 마력을 희석시켜서 서서히 에너지를 중화 및 순환시키는…….”
“과정은 나도 이해했어! 그건 이론 이라는 거잖아. 실제로도 되는 거 정말로 확실하지?”
“응. 확실해.”
다른 사람도 아니고, 백유설의 말 이다. 제아무리 황당무계한 소리를 해도 믿을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백유설이 저토록 확신한다 는 건…… 어딘가, 다른 세계에서 실제로 경험해 보았기 때문이라는 의미 아니겠는가?
“내가…… 뭘 도우면 되는데?”
“마유성이 다치지 않도록 보호해 주면 돼. 그렇게 어려운 작업은 아 니야. 심장에 검을 꽂아넣는다고 표 현했지만, 실제로는 피 한 방울 흘 리지 않도록 세밀하게 조절할 자신 이 있거든.”
검이 가슴을 관통했음에도, 심장은 정상적으로 작동할 것이다. 아니, 애 당초 찔렸는지조차 모를 것이다.
백유설의 검술은 벌써 그런 경지에 도달해 있던 것이다.
본인이 칼에 베였는지조차 모른 채 죽음을 맞이하는 옛 칼잡이 영화 속
기술을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수준 이었으니까.
“……좋아. 내가 도울 수 있는 일 이라면, 얼마든지 도울 거야.”
풀레임이 결심한 듯 고개를 끄덕이 자 백유설은 마유성을 바라보았다.
“지금…… 바로 하면 되겠지?”
“응. 준비는 끝내뒀어. 따라와.”
백유설은 둘을 이끌고서 스텔라 정 원으로 나섰다. 굳이 본탑을 등지고 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백유설을 보며 살짝 의문이 생겼으나 이내 그 가 향하는 장소를 알게 되었다.
“제 24 별탑…….”
총 24개나 있는 별탑 중에서도 가 장 마지막에 지어진 별탑으로 현재 는 사용되지 않는 장소였다.
하지만 겉으로는 그렇게 알려져 있 을 뿐,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비밀리에 마법 연구가 진행되는 곳이었지…….’
풀레임은 원작의 기억을 떠올렸다.
한때, ‘원작 주인공 에이젤’이 이곳 에 들렀다가 마치 던전처럼 온갖 마 법 트랩과 기괴한 키메라가 습격을 해와서 위기를 맞이한 적이 있었다.
보면서 참으로 답답했던 내용이기 도 했다.
그냥 도망쳐 나오면 되는 부분을 친구가 이곳에 들어갔다며 어떻게든 구하고 싶다면서 꾸역꾸역 온갖 위 기를 헤치고 안쪽으로 들어간 것이 다.
그리고 드러난 진실은 원작의 에이 젤에게는 너무나도 가혹했다.
알고보니 친구인 줄 알았던 이가 스텔라 비밀 결사대 소속의 연구원 이었으며, 이제는 권력도 뭣도 남지 않게 된 에이젤의 특별한 핏줄을 실 험체로 사용하기 위해 그녀를 대상 으로 실험을 진행 중이었던 것이다.
어머, 실험체가 제 발로 찾아 들어
왔네? 라며 ‘유일한 친구’가 순식간 에 적으로 돌변하는 그 순간은 풀레 임이 생각하기에도 참으로 가슴 아 픈 장면 중 하나였다.
‘지금은 그럴 일이 없으니까……
친구를 가장하여 에이젤에게 들러 붙었던 그 연구원은 백유설과 에이 젤이 알지도 못하는 사이, 풀레임이 미리 처리해 두었다.
다시는 에이젤에게 접근하지 말라 며 결사대로부터 약속까지 받아낸 데다가, 지금은 이곳에서 끔찍한 연 구를 더 이상 진행하지도 않고 있었 다.
백유설이 열심히 활동하는 만큼, 풀레임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음?”
제24별탑의 문을 열고 들어선 백 유설은 묘하게 조용하고 아무것도 없는 공간을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미리 무장해 두었던 마법검이 뻘쭘 하리만치 쓸 일이 없었다.
“뭐지? 원래 이때쯤 뭐가 파바박 튀어나와야 하는데……
백유설이 자신의 기억과 맞지 않는
광경을 보며 당황하는 모습은 처음 보는 것 같다. 그런 그의 얼굴을 보 는 것만큼이나 즐거운 일은 없었기 에 풀레임은 입가에 미소를 만개한 채 굳이 그에게 이야기하지 않았다.
“아니, 진짜 이상하네……r
지금만큼은, 백유설보다 자신이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는 순간을 즐기고 싶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