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lashing Genius At The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76)
마법학교 앞점멸 천재가 되었다 076
20. 부조리(4)
제릴드 교수는 백유설의 시험지 를 들고서 곧장 교감 아키헤이든 을 찾아갔다.
훌륭한 논문을 작성한 학생을 가 르쳤다는 건, 스텔라의 명성이 드 높이기 이전에 자신의 명예와 성과 가 올라가는 일이기도 했기에 제릴
드는 자신의 일처럼 기뻐했다.
“……아슬란 세미나에, 백유설 학 생이 참석할 것을 추천하겠다고?”
“그렇습니다.”
물론, 될지 안 될지는 모른다.
아슬란 세미나에는 전 세계에서 수많은 초신성들이 모이기에, 그들 의 쟁쟁한 경쟁을 뚫어내기란 쉽 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백유설의 논문은 어지간 한 박사 수준이었기에 충분히 가 능성이 있다고 여겼다.
하지만 아키헤이든은 자신의 안 경을 천천히 내려놓더니, 이마에
주름을 잡았다.
“그건 곤란하네, 제릴드 교수.”
“…예?”
“현재 스텔라에는 그 학생 말고도 참석 후보자가 많아. 특히나 올해 의 신입생들은 어디에 내놓아도 손 색이 없는 유력 후보들이지.”
“그건, 그렇지만……
“한 학교에서 아슬란에 참석할 수 있는 최대 인원은 ‘고정 참석권을 가진 명문가를 제외하고, 최대 2 명이다.”
사실 최대 2명이라는 인원을 모 두 채우는 경우는 없다. 한 학교에
서 아슬란에 참석할 정도로 뛰어 난 학생이 두 명이나 배출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스텔라였기에, 아슬란 세 미나에 참석할 수 있을 정도로 뛰 어난 학생들이 굉장히 많았다.
“그런데…… 그런 자리에 백유설 을 추천하겠다?”
제릴드의 입장에서는 꽤 타당하 였다. 백유설은 비록 평민이었으나 그 능력으로 마법사로서의 기량을 증명해 나가는 중이었으니까.
“아니. 옳지 않아. 마법을 사용하
지 않는 마법 전사? 그건 스텔라 를 비롯하여 전 세계의 모든 마법 기관과 마법 학교, 그리고 모든 마 법사들을 모욕하는 행위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가?”
“……예.”
교감의 말이다. 부정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애초에 백유설의 입학은 교 장 엘트먼 엘트윈이 직접 허가해 주 었다. 그런데 거기에 교감이 불만을 가지고 있을 줄은, 전혀 몰랐다.
“알았으면, 썩 나가보게. 백유설 학생의 아슬란 참석은 절대로 허 락할 수 없으니.”
“…알겠습니다.”
뛰어난 학생이 꽉 막힌 꼰대 마 법사의 꼬장질에 날개를 펼쳐볼 기회조차 얻지 못한다니.
참으로 안타깝고 야속하였으나, 이게 현실인 걸 어떡하겠는가.
제릴드는 어깨를 굽힌 채 힘없이 교감실을 빠져나갔고 아키헤이든 은 쯧, 혀를 차며 백유설의 시험지 복사본을 찢어서 불태워 버렸다.
“어디서 되도않는 버러지 같은 놈 을 아슬란에 끼워 넣으려고…….”
하나부터 열까지, 스텔라의 마법사 놈들은 죄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
* * *
2차 시험이 끝난 이후에는 본격 적으로 ‘마법사 대인전 실전’을 교 육받는다.
사실 마법 전사는 대인전을 전문 적으로 배우지 않는다.
대인전은 마법 기사가, 대흑마전 은 마법 전사가 전문분야이기 때 문이다.
하지만 마법 전사라고 해서 사람 과 싸울 일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
고, 마법 기사들도 대흑마전에 대 한 기본적인 전술을 배우는 만큼, 마법 전사에게도 대인전은 빠질 수 없는 필수 과목이었다.
여기서 하고 싶은 말은, 그거다.
나는 아직 대인전을 제대로 교육 받지 못했다.
‘아니, 아직 배우지도 않은 걸로 이렇게 갈궈도 되는 거냐고.’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못 이긴다.
지금까지는 주인공들의 힘을 빌려 서 어찌어찌 사건을 잘 무마했다.
네크로맨서의 습격 때는 적의 주 력 기술인 스켈레톤을 주인공 일
행이 붙잡아주고 있었고, 괴수 모 의전 때는 솔직히 에이젤이 혼자 다 했다.
페르소나 게이트 역시 마찬가지로 여주인공 삼인방이 알아서 해결한 것이나 다름없는데, 어째서인지 그 대부분의 공적이 나한테 돌아왔다.
그래서 이상하리만치 과대평가를 받는 모양인데…….
솔직히, 나는 혼자 있으면 그냥 빠르게 움직이는 허수아비다. 검에 마력을 어느 정도 불어넣을 수 있 게는 되었다만, 결정적인 파괴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만약 결투가 2 대 2나, 3 대 3이 었다면 어찌어찌 이기는 게 가능했 을 것이다.
여태 그렇게 싸워왔기도 하고, 내 포지션은 사실 ‘탱커’가 아니라 ‘근 거리 딜러’에 가까웠으니까.
적의 빈틈을 노려 순간적으로 파 고들어 허점을 찌른 뒤, 뒤로 빠지 는 전투 타입.
하지만 1 대 1은 조금 힘들다.
경험이나 이론 면으로는 내가 2학 년보다 훨씬 나을 수는 있겠으나, 승부를 결정지을 수 있는 공격력이 낮았다.
뭐… 정말 내가 가진 모든 노하우 를 쏟아부어서 최대한 집중하여 짤 짤이 딜링을 넣어 대미지를 누적한 다면, 어찌어찌 이길 수는 있을 것 이다. 경험의 차이라는 건 무시할 게 못 되니까.
그런데,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솔직히 그렇게까지 쓸데없이 고생 을 해서 이기고 싶지는 않았다.
차라리…… ‘아이템’의 사용을 연습 한다면 모를까.
그거 괜찮네.
드넓은 평원을 필드로 한 결투장 의 한가운데에 서서, 나는 가만히 허공을 바라보았다.
스텔라 돔의 공간 변형으로 인해 결투장은 메마른 사막과 숲, 차디찬 얼음의 대지와 바위로 가득한 절벽 등의 필드가 생성되어 있었다. 넓이 는 대략 축구 경기장만 한 정도.
결투장의 결계 바깥으로는, 뭔 콘 서트장도 아니고 계단식 좌석이 쭈욱 배치되어 있었다.
후배 양성 특별 교육대는 선배들 은 물론 동급생들도 저곳에서 참 관할 수 있었다.
‘잘못을 저지르면 저렇게 교육받으 니, 너희들도 처신 잘해라’라는 의 미에서 그렇단다.
스텔라에 대대로 내려오는 악폐 습이었는데, 많은 것들이 사라졌지 만 아직까지도 남아있는 것 중 하 나였다.
명문 학교에 왜 이런 게 남아 있 냐고?
모두가 평등한 21세기 민주주의 한국 군대는 고작 몇 개월 먼저 입 대했다고 이것보다 더 심한 부조리 를 하기도 하는데, 귀족과 평민이 공존하는 아카데미에서 고작 이 정
도밖에 남지 않은 게 오히려 신기 한 게 아닐까 싶다.
그런데, 그건 그렇고…….
‘뭔 사람이 이렇게 많이 모였어?’
후배 양성 교육대는 원작 게임에 서 별도로 등장하는 에피소드가 아 니었다. 그래서 직박구리 안경으로 조금 검색을 해보긴 했는데, 암만 그래도 엑스트라 스토리 수준이었 기에 기껏해야 열댓 명 정도가 모 인다고 했다.
그런데 보라.
백 명은 거뜬히 넘어가는 인원을.
학생회장과 부회장을 비롯하여 온
갖 귀족 나으리들과 2학년, 3학년 선배들이 모여 있었고 애당초 어그 로를 끈 목적이었던 애드먼 아탈렉 또한 멀찍이서 자신의 파벌원들과 함께 나를 가만히 쳐다보고 있었다.
애드먼의 바로 옆에 앉아있는 흥 비연은 어쩐지 불편하다는 표정을 지은 채였고.
“이봐, 용감한 후배! 잘은 모르겠 지만 열심히 해라!”
독철광은 반디연과 함께 와서 나 를 향해 소리쳤다. 의욕 넘치는 건 좋은데, 나 지금 선배한테 털리는 입장 아니던가……? 그런 와중에 후배를 응원하다니.
몇몇 선배들이 독철광을 째려보았 으나, 그의 울끈불끈한 근육을 보 고서 다시 시선을 회피했다.
반디연은 말없이 나를 가만히 지 켜보고 있었는데, 무슨 생각을 하 는지 모르겠다.
그 외에도 일면식 있는 동급생들 이 꽤 많이 모여 있었다. 좋든, 나 쁘든 말이다.
“푸핫, 저 새끼 드디어 정신 차리 겠네.”
“아오. 그동안 저 평민 놈 깝치는 거 꼴도 보기 싫었는데 드디어 참 교육 하나.”
“선배들한테 찍혔으면 그걸로 땡 이지.”
나를 싫어하는 놈들은 내가 공개 적인 장소에서 탈탈 털릴 걸 기대 하며 저들끼리 시시덕대고 있었다.
저벅
결투장의 반대편 입구에서 누군 가가 들어섰다. 나보다 키가 살짝 큰 덩치에 팔뚝보다 기다란 회색 의 스태프를 장착한 2학년 선배.
이름이 뭐였더라.
[2-C 칼리반 카달룸]。칸이라.
우습게 보여도, 순위로 따지자면 300위대다. 그리고 내 순위는 1학 년 400위대. 내가 말이 S반이지, 그냥 C반과 다를 게 없다.
심지어 이마저도 필기 만점 치트 를 쓴 덕분이ス 1, 내 순수 전투력만 을 생각하면 아직 하위권에서 머 물 것이다.
직박구리 안경에 그에 대한 정보 는 전혀 기록되어 있지 않다. 당연 히, 원작 게임에 거의 등장하지 않 는 캐릭터까지 플레이어들이 확인
할 수는 없으니까.
다만, ‘카달룸’이라는 이름의 가문 은 기록되어 있다.
설정집의 바다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로 아이테르 월드에는 정말 많 은 설정이 존재했는데, ‘가문 계승 마법도 그중 하나였다.
각각의 마법사 가문은 고유의 마법 을 다룬다는 설정이었는데, 가문 명 을 알면 그 사람이 무슨 속성을 주 로 다루는지 추측하는 게 가능했다.
아돌레비트는 화염, 모르프는 얼 음인 것처럼.
[카달룸 자작가]
[듣도 보도 못한 가문 77번째.]
[지방 귀족 연회나 스텔라 교내 ‘너, 나와 친구해라!’ 이벤트를 한 참이나 진행해야 간신히 볼 수 있 을까 말까 한 이름인데, 배울 마법 도 없고 진짜 별 볼 일 없으니까 패스하는 걸 추천……(후략)]
[주속성 : 대지 계열]
[혈통마법 없음, 계승마법 없음]
10년 차 게임의 고인물들답게, 저 런 듣보 가문조차도 정리되어 있다.
설정만 읽으면 참으로 암울해 보일 지도 모르나, 사실 스텔라에서 저 정도는 평균이거나 그 이상이다.
혈통, 계승, 비전 등의 마법을 가 진 가문은 극히 희귀했으니까.
그런 와중에도 중상위권의 성적 을 유지하고 있는 건 썩 대단하다 고 말해줄 수 있겠다.
“이봐, 후배. 준비는 됐나?”
……그게 지금 내 상대라서 문제 였지만
하지만 괜찮다.
게임을 플레이하던 시절, 무수히 많은 마법사를 상대해왔던 그 경
험이 내게는 있으니까.
상대에게 혈통, 계승 마법이 없다 면 변수라고 할 만한 게 아예 존 재하지 않는다.
3클래스의 대지 계열 마법은 직 박구리 안경을 볼 것도 없이 전부 내 머릿속에 저장되어 있으니까.
“예, 뭐. 된 거 같네요.”
“……끝까지 건방지긴.”
나는 내 등허리 부위에 달린 힙 색을 어루만졌다.
언뜻 여행용 가방처럼 보이는 가 방은 ‘알케믹 백’이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각종 연금술 시약이나 마
도구들이 들어간다.
본래, 결투에서 연금술 물품을 비 롯하여 외부 물품 사용은 금지다.
하지만 예외는 있는 법.
완드나 스태프가 아닌 마법서를 통해 직접적으로 마법을 발현하는 마법사들이나 부적이나 마도구를 주로 다루는 부류는 특별한 도구 의 사용이 허용된다.
또한, 연금술 전공자의 경우에도 도구가 없으면 능력을 발휘할 수 없으므로 자신이 직접 개발했다는 전제하에 도구의 사용이 허용된다.
나는 공식적으로 마법학과 소속
이었으나 연금술이 부전공이었고, 덕분에 일부 연금술 도구의 사용 이 허락되었다.
그리고 이 가방 안에는, 내가 설 계하고 알테리샤가 제작한 신형 아 이템들이 가득하다.
나는 선배를 이길 생각도, 제대로 싸울 생각도 없다.
‘대충 소모형 아이템 사용해가면 서, PPL 영상이나 찍어야겠군.’
어차피 스폰서에게 홍보할 영상 도 필요했는데, 마침 잘됐다.
“지금부터 룰을 설명하겠다.”
결투 통제관 조교수가 말하였다.
“최소 결투 시간은 15분. 한쪽이 기절할 때까지 결투가 진행되며, 목 숨이 위험하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스텔라 돔의 공간 제어 마법이 알 아서 결투를 중단시킬 것이다. 또 한, 15분이 지나면 ‘기권’을 선언할 수 있으며 그 즉시 결투가 중단된 다. 양쪽, 준비됐나?”
우리 둘은 고개를 끄덕였다.
“곧바로 결투를 시작하겠다.”
그렇게, 우리 사이를 가로막던 조 교수가 뒤로 한 발자국 물러나 공 간을 내어주는 것으로 결투가 시 작되었고.
“오늘 제대로 정신 차리게 해주 마! 스톤 필드 메이킹…… 어, 어?”
[점멸]
[점멸]
[점멸]
즉시 뒤쪽을 향해 연달아 점멸하 여, 냅다 도주하였다.
“뭐, 뭐야! 이 새끼야, 당장 안 돌 아와?!”
뒤에서 칼리반이 소리치는 게 들려 왔으나, 나는 돌아보지 않고 달렸다.
‘그런다고 누가 돌아가겠냐고.’
나는 게이머 출신이다.
그렇기에 승부라는 것의 본질적 인 진리를 꿰뚫고 있었다.
‘게임은 이기려고 하는 게 아니다.’
‘상대방 빡치라고 하는 것이다.’
그렇다.
나는 오늘 승리하지는 못하되.
아이템을 이용하여, 선배를 개빡 치게 만들 생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