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guitarist RAW novel - Chapter 124
김치 기타의 매운맛 (2)
우어어어어어엉-!
‘전교생’은, 뛰지 말라는 선생님들의 경고에도 절대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그냥 문으로 존나 뛰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학기 중 학습이니 뭐니 방학에도 불러내는 일이 많았다던데.
옆 동네 예고만 해도 그렇던데.
우리 학교는 그런 게 거의 없어서 참 다행이다.
“어 … 응?”
학생들이 순식간에 빠져나가고, 우리만 남았다.
혁오랑 최유진이 이리로 다가온다.
놀 생각에 신나 보이는 표정들이었다.
“쳐들어가자고!?”
“그렇지.”
“김수재 뭘 좀 아네.”
안 그래도 할 게 없었는데.
참 잘 됐다.
앨범 작업은 사전준비기간이 필요하다고 해서 시간이 남아돈다.
“… 예중 … 예고 … 으윽, 머리가.”
“데자뷰 개쩌네.”
예중이라 ….
예고는 가 본 적이 있어도 예중은 잘 모르겠다.
애초에 수 자체가 적지 않나?
서울에 다섯 개가 안 되는 걸로 아는데.
“지금 발표회 하고 있대?”
“음악과 애들은 1시 반부터래 … 근데 진짜 가게?”
“가도 돼!?”
“아, 응. 근데 너희한테 피해 갈까 봐….”
나는 소이의 표정을 살폈다.
걱정과 기대가 같이 섞여 있는 얼굴이다.
외국인 학생들이랑 시비가 붙었다니, 대체 무슨 상황일지 짐작이 잘 안 간다.
외국에서 한국 예중으로 유학 오는 경우가 흔한가?
보통 한국에서 영미권으로 가지 않나?
“에이~ 그런 게 어딨어!”
“괴롭힘 받는다는데 당연히 가야지.”
우리의 결심은 바뀌지 않았다.
소이 사촌 백윤서라서가 아니라.
그냥 대충 친구로서.
성깔이 좀 있긴 하긴 하던데 그렇다고 밉상은 아니고.
멋진 모습 좀 보여줘도 괜찮지 않을까?
“… 괴, 괴롭힘 받는 건 아닌데… 그래도 고마워.”
“오케이~”
“다 갈 거지?”
“가지 뭐.”
“으윽, 머리가.”
“언제까지 지랄할 거임.”
우리는 시시껄렁한 잡담을 나누며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목적지는 임화예중.
금수저 비율이 높은 학교다.
대충 예상은 하고 있었는데, 역시 금수저는 금수저 학교에 다니는구나.
“거기 예고랑 붙어있는데 아니냐?”
“그럴걸?”
“와우.”
다들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우리 학교 옆 예고도 입결이 만만찮은 곳인데, 거긴 더 심하단다.
애초에 실음 전공은 갈 수도 없는 곳이다.
“버스 왔다.”
여섯이서 소이네 리무진에 오를 수는 없었다.
그러므로, 그냥 버스를 타고 이동하기로 했다.
“김수재 이번 신곡 조회수 뭐임.”
“뭔데?”
“원래 조회수 높았잖아?”
“아니 … 봐봐. 강당에 있을 때보다 더 오름”
강당에서 봤을 때보다 더 올랐다고?
10분 지났는데?
나는 버스 손잡이를 잡고서 핸드폰을 켰다.
아침에 확인했을 때랑 지금이랑 조회수 차이가 꽤 난다.
한 세 배는 뻥튀기 되어버렸다.
조회수 하나하나가 다 돈이니까 마음이 든든하긴 한데 …
왜 갑자기 이렇게 …
– This is coldplay.
ㄴ Why is this Coldplay?
ㄴ it’s cold.
ㄴ Coldplay because it’s cold?
ㄴ fucking yeaaaa
ㄴ 뭐 하는 거임
ㄴ 차가운 곡을 연주하니까 콜드플레이임 엌ㅋㅋㅋㅋㅋㅋ
ㄴ 외국 아재 드립에 무릎을 탁 치고 갑니다.
뭔가 외국인들끼리 말장난을 하고 있었다.
그렇구나.
간택은 국내 간택이 아니라 해외 간택이었구나!
댓글창에는 여전히 한국인이 더 많았지만, 영어로 쓰인 댓글도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 띵곡이네요.
ㄴ 눈물 한 바가지 흘려서 집에 홍수 났습니다 …
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ㄹㅇ 녹음품질이 좀 아쉽네
ㄴ 이게다 빨기좌의 노림수입니다. 오디오 품질을 좋게 잡고 업로드하면 음원이 추출돼서 나돌 수도 있고 향후에 다시 좋은 음원으로 올리는 편이 금전적으로 이득인 게 당연 …
ㄴ 추리좌 등판 ㄷㄷㄷ
ㄴ 엔터좀 쳐주면 안돼요?
ㄴ 추리좌는 원래 엔터 없어
ㄴ 얀데레좌는 엔터랑 스페이스바 둘 다 없어
– 외국인 갑자기 많아짐
ㄴ 근데 영상 저기 어디임?
ㄴ 그냥 건물 로비 아님?
ㄴ ?????? 곡 발표를 저기서 함? 무슨 근본임
ㄴ 빨기좌한테 근본을 찾는 경우는 또 처음 보네 ㅋㅋㅋ
– ‘내가 있는 곳이 곧 무대다.’ – 빨기좌, 세한일보 발췌.
ㄴ 출처 ㅇㄷ?
ㄴ 링크
ㄴ 진짜 한 말이네 시발 ㅋㅋㅋㅋㅋㅋ
ㄴ 이거지 ㅋㅋㅋㅋㅋㅋㅋㅋ
– 근데 기타 소리 뭔 짓 한거임? 왜 이렇게 좋음.
ㄴ ㄹㅇ 그냥 라이브 녹음이 이정도면 스튜디오판 더더더욱 기대할만하다.
ㄴ 퍼포먼스에 가려져서 그렇지 사실 빨기좌가 톤메이킹 장인임.
– 영화 ost가 아니라 영화가 빨기좌의 뮤직비디오인 거야. 그런 거야.
ㄴ 이게 무슨 소리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 유료 뮤직비디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댓글 반응은 아주 호조였다.
그리고 오늘도 어김없이
‘그녀’가 있었다.
-빨기좌너무잘됐다곡도너무좋아사랑해보고싶어ㅠㅠ나쪼끔혼났어.
얀데레좌의 댓글이 조금 짧다.
저번 일을 떠올리니 오소소 소름이 돋는다.
혼났다니, 무슨 의미일까.
애초에 어떻게 동생 친구네 무리에 섞일 수 있었던 걸까.
“와 김수재 이제 해외에서도 알아보는 거 아니야?”
“그러면 좋겠다야.”
“곡 녹음은 다함?”
“다했지.”
“왜 안 올려?”
“팔아야지!”
나는 콧김을 흡, 뿜었다.
앨범 발매가 얼마 남지 않았다.
유튜브 수입도 짭짤하게 들어오고 있고.
3월에는 돈이 없어서 걱정이었는데.
좋구나.
아주 좋아.
아주 …
“…와…”
“와우.”
우리는 입을 쩍 벌렸다.
백윤서가 다니는 임화예중에 도착했다.
근데 뭔가,
방금 전까지 낡은 강당에 있어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는데.
압도되는 느낌이 들었다.
우선, 학교 자체가 크고 넓다.
진짜 존나 넓다.
엄청나다.
우리 학교 옆 예고 시설도 충분히 좋다고 생각했는데 여긴 더하다.
만화 속에 나올 것 같이 생겼다.
“이쁘다 …”
“우리가 들어가도 되는 건가?”
“헤엑 … 동상 봐!”
방금까지만 해도 기세등등했던 윤수빈과 최유진이 약간 쫄은 듯한 표정을 내비쳤다.
그에 비해 나, 도현이, 혁오는 얼굴에서 당황감을 빠르게 지워낼 수 있었다.
예고쯤이야 이미 두 번이나 쳐들어가 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우선 윤서 부를게 …”
“응.”
“담벼락 안 넘어도 되네. 개꿀.”
우리는 약 5분간, 경비 아저씨와 눈싸움을 하다가, 백윤서가 오고 나서야 들어갈 수 있었다.
외국인 애들이랑 시비 붙었다길래 좀 걱정했었는데,
“우와! 많이도 왔다!”
그냥 평소대로의 텐션이었다.
여자애들은 자기들끼리 재잘재잘 떠들기 시작했다.
나와 도현이, 혁오는 주변을 살폈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다.
‘이방인’인 우리에게 쏟아지는 시선이 아주 따갑기 그지없었다.
그리고 …
“어… 어!?”
지나가던 남학생 한 명이 나를 가리킨다.
“우와 ….”
“와 …”
“홀리 …”
여기저기서,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오~ 너 알아보는 거 아님?”
“흐흐흐.”
외국 애들이 은근 많다.
비율이 한 3할은 되는 거 같은데.
뭔가 일이 쉽게 풀릴 거 같은 느낌이 든다.
왜, 그렇잖아.
고등학교 때는 한 학년 차가 엄청 커 보이고 괜히 위축되잖아.
여섯 명이나 왔는데
게임 끝난 거 아니야?
하지만 …
“쟤 뭐야?”
“ … 다른 학교 애들 데리고 왔어?”
이내 느껴진 ‘적대감’이, 일이 그리 쉽사리 풀리지 않을 거라는 걸 암시하는 듯했다.
터벅 터벅-
노란 머리 하나
갈색 머리 하나
검은 머리 하나.
이름 모를 여자애 둘, 남자애 하나.
외국인 삼총사는 기세등등한 표정을 지으며 이쪽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우리는, 그들을 가로막았다.
“뭐야?”
“선배님들이다.”
“… 선배?”
“교복이 다른데?”
검은 머리 여자애가 인상을 찌푸린다.
뭔가 싸가지가 없어 보인다.
백윤서랑 동갑인가?
그러면 3학년인가?
검은 머리의 긴 생머리 여자애는 우리를 돌아 꾸역꾸역 백윤서에게 접근했다.
“엄청 많이 데려왔네? 쫄았어?”
“… 뭔 개소리야.”
“너랑 같이 다니던 애는?”
“먼저 이동했는데?”
“실력이 안 되니까 다른 학교 사람까지 부르네. 곡도 막 이상한 걸로 바꾸고~”
“배운 대로 하지 왜 나대?”
뭔 소릴 하는지 모르겠다.
상쾌하게 시비 거는 모습도 뭔가 데자뷰가 느껴진다.
으윽, 머리가.
“하민서 같네.”
“리얼.”
도현이와 혁오도 나랑 똑같이 느꼈나 보다.
“뭐가 나대? 곡 좀 바꾼 게 그렇게 아니꼽냐?”
“아니~ 그냥. 너 관종이잖아.”
“내가 관심받으려고 이러는 거라고?”
“어!”
“지랄.”
갈색 머리 남자애랑 노란 머리 여자애는 찐 외국인 같이 생겼는데 발음은 그냥 한국인이다.
오히려 검은 머리 여자애 쪽이 말투가 더 어색했다.
한국 학교에서 한국인이 외국인한테 시비 걸리는 상황이라니.
쉽게 볼 수 없는 광경이었다.
근데 그다지.
좋은 광경은 아니었다.
“니들 뭐 하냐?”
“… 뭐요?”
“왜 니들 끼리 싸우냐?”
“… 네?”
나는 숨을 가다듬었다.
딱 보니까 백윤서가 괴롭힘을 당하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시비 걸리면 걸리는 대로 가볍게 흘려넘기고 있다.
밀리지 않는다.
그럼 뭐,
문제없지.
“상황설명 좀.”
“아 그게~ 발표회 때 반주자 한 명 초청할 수 있거든? 그래서 허락받았는데 얘네가 괜히 막 꼬투리 잡고 나댄다잖아.”
“와, 백윤서 꼰지르는 거야? 이 사람들이 뭔데?”
백윤서는 눈빛을 흐렸다.
진짜 누군지 모르냐는 표정이었다.
“진짜 몰라? 이 오빠도?”
오빠라고 불리니까 기분이 이상하네.
“… 누군데?”
한 학년 아래의,
어린애들이,
나를 올려다본다.
상황 파악은 대충 다 했다.
피아노 전공생 백윤서는, 학기말 발표회를 앞두고 있었다.
반주자를 세울 수 있다고 해서 소이에게 부탁했다.
근데 보통 ‘예고’ 쪽 선배에게 부탁하는 게 관례라고 한다.
이해가 간다.
이 상황 자체가 말이다.
나는 백윤서에게 시선을 보냈다.
“너 설마….”
“아, 따라 해서 미안!”
그녀는 부끄러운 듯, 배시시, 미소를 흘렸다.
그렇구나.
원재선 리사이틀 보고 삘이 와서 비슷하게 해보려는 거구나.
은근 귀여운 구석이 있네.
나는 시선을 다시 이름 모를 외국인 3인조에게 돌렸다.
“너흰 뭔가 오해를 하고 있다.”
“… 뭐… 요.”
목소리를 깔자, 존댓말이 튀어나왔다.
외국인도 존댓말 잘하네.
“난 너희를 혼내주려고 온 게 아니야.”
“… 네?”
“그럼 왜 왔…”
“이 학교를 털러 온 거다…!”
나는 눈을 까뒤집었다.
날 지켜보고 있던 혁오와 도현이도 같은 표정을 지었다.
흐읍! 하며 숨을 크게 삼키는 세 사람.
그리고 …
“어… 어어! 빨기좌다!”
“뭐라고!?”
점잖게 정장을 차려입은 40대 남성 한 명이, 이리로 뛰어오기 시작했다.
그의 등에는, 기타가방이 자리 잡고 있었다.
“패, 팬입니다.”
내밀어지는 오른손.
나는, 이름 모를 중년남성의 손을
터억-!
맞잡았다.
“페스티벌 때부터 쭈욱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어제 발표된 곡 듣고서 꼭 얘기를 나눠보고 싶었… 아, 저는 클래식 기타를 가르치는 …”
“선생님.”
“예?”
“무대 좀 씁시다.”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