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guitarist RAW novel - Chapter 129
133화. 다시 돌아온 여름방학 (1)
백킹트랙 제작 완료.
멜로디 기타 녹음 완료.
‘1집 앨범’이라기에는 곡의 숫자가 조금 부족했지만, 요즘은 앨범의 정의가 상당히 모호해 졌기에 괜찮았다.
앨범 수록곡은 ‘겨울 숲의 노래’를 필두로 멜로디가 다듬어진 블루 퍼플 바, 어렵게 라이센스를 얻어낸 에릭 존슨의 커버곡, 그리고 간이 트랙을 이용한 즉석 잼으로 이루어졌다.
보컬이 들어간 곡은 없었다.
대중들이 알고 있는 ‘기타를 치는 사람’은, 대부분 노래도 겸한다는 것과 확연하게 대비되는 점이었다.
그의 앨범에는 오로지, 기타연주만이 존재했다.
“흠 …”
토요일 오후 8시.
평소 같았으면 업무효율이 절반으로 떨어지다 못해 인간이 가장 잔인해질 시간.
하지만 황민현은 딱히 컨디션이 나쁘다고 느끼지는 않았다.
주변을 둘러보아도, 피곤에 절은 듯한 직원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활기가 넘쳤다.
다 빨기좌 덕분이었다.
“잼 가공 끝났습니다!”
“오케이~ 쉬었다 갑시다.”
트랙 위에 기타를 얹는다고 곡 하나가 땡 하고 만들어지는 건 아니다.
후처리가 필요하다.
그렇기에 음반 제작부 직원들은, 일심으로 빨기좌앨범의 후처리 작업에 매달리고 있었다.
이 앨범은 과연 직원들의 인력 값만큼 성과를 낼수 있을까?
비관적인 시선들도 있었다.
회사 내부가 아닌, 외부에서 말이다.
“아이고 … 기사가 또 났네.”
“영화 효과 제대로네요.”
“그러게 …”
황민현은 태블릿 PC로 인터넷 기사를 뒤지며 캔커피를 홀짝였다.
‘기대된다’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었지만, 일부 2류 신문사의 비관적인 기사도 몇 개 나돌았다.
– 빨기좌라 불리는 17세 소년, 넓혀가는 인지도와 의문들 –
인터넷 신문사들의 살기 위한 발버둥 비슷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기사에, 팬들은 휘둘리지 않았다.
보아라!
이 화력을!
– 이 사람 빨기좌 연주 직접 들은 적은 있나? 아님 유튜브라도 본 적은 있나?
ㄴ 뇌피셜 기사 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 요즘 기자들은 상상으로 기사를 쓰나 보네요. 까일만한 곡이 절대 아닌데.
– 명곡이 아니라 하는 건 본인의 자유. 취향에 안 맞는 것도 본인의 자유. 근데 이건 딱 봐도 안 듣고 싸지른 기사가 분명함. 재즈풍은 뭔 재즈풍 ㅋㅋㅋㅋㅋㅋ
ㄴ ㄹㅇ ㅋㅋㅋ
ㄴ ㄹㅇ 대충 들어도 락블루스 색깔인데
– mya데일리어그로성공했네광고료많이받겠어축하해이상한기사쓰니까진짜없애버리고싶다짜증나서들어왔어원래다른곳에댓글안남기는데
ㄴ 와
ㄴ 와우
ㄴ 엔데레좌 여긴 아직도 애니프사네
ㄴ 지금 프사바뀜 ㅋㅋㅋㅋㅋㅋㅋㅋ
ㄴ 내가 그래서 애드블락 켰다 이말이야 ㅋㅋ
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빨기좌의 팬들은 댓글로 응징을 시작했다.
돈을 내주기 싫어 애드블락까지 켜고 댓글을 달다니, 이 얼마나 무서운 행동력인가.
팬덤은 알게 모르게 거대해지고 있었다.
한국 ‘락 기타’의 구심점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대박이네 ….”
“든든하네요. 팬카페라도 만들까요?”
“회사에서 직접? 만든다 해도 다른 부서 관할 아닌가?”
“에이, 부장님한테 직접 건의하면 되죠.”
“바로 보내게?”
부원들의 의욕은 아주 충만해 보였다.
일을 일로 여기지 않고 즐길 수 있는 것보다 좋은 게 어디 있을까?
황민현은 다시금 마우스를 잡았다.
앨범 커버나 발매 특전 준비는 며칠이면 완료될 거 같고, 영화 개봉 시기는 충분히 맞출 수 있 …
드르륵-!
절묘한 타이밍에 스튜디오의 문이 열렸다.
“… 아, 부장님!”
익숙한 얼굴의 음반제작부 부장과, 공연팀 부장이 들어왔다.
아니, 부장뿐만 아니라…
“… 아, 혹시 ….”
“아뇽하세요~”
“안녕하십니까~”
발음이 아주 어색한, 젊은 남성과 여성 또한 같이 들어왔다.
이미 몇 번 얼굴을 본 사이였다.
일본 쪽 공연 기획사 사람과 통역사였다.
황 프로듀서는 대충 돌아가는 상황을 캐치했다.
“아직 작업 중이야? 시간 되지?”
“네. 물론입니다.”
“그… 이번에 아이리즈랑 포 데이지랑 일본에서 대관 준비하는 거 있잖아 그때 관련해서 물어볼 게 좀 있어서.”
“아~ 네 …”
다운 엔터테인먼트는 이미 일본 진출을 이룬 뮤지션들이 몇 있었다
포 데이지는 일본측 팬덤이 생성되어있는 상태고, 아이리즈는 간을 보고 있는 중이었다.
“빨기좌.”
“… 네?”
“수재씨 시간 되나? 다음 달에.”
빨기좌의 스케쥴을 자신에게 묻다니.
충분히 이해가 가긴 했다.
자신은 회사의 그 어떤 사람들보다도 그와 연락을 자주 주고받으니까.
“아, 이번달 스케쥴도 궁금하다네.”
“이번달은 대회 나간다고 들었는데요 …. 다음달은 저도 자세히는 모릅니다.”
“대회?”
“부산에서 국제 콩쿠르 열린답니다. 거기 참가한다고…”
인재 관리부 측에 이미 전달을 했다고 들었는데. 제대로 소통이 안 된 모양이었다.
“아~ 대회… 대회라 ….”
“!!@#@#!”
“*&^#.”
“!#@$.”
통역가와 이야기를 주고받는 젊은 일본 남성.
“국제대회라… 신기하다고 하시네요.”
“아… 네.”
앨범도 내고 방송에도 출연하고 프로 활동을 한다곤 하지만, 아직 17살이지 않은가.
전국대회 1등 출신이 국제 대회에 나간다는 게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일본 쪽 유망주들도 …… 아, 네.”
“뭐라셔요?”
“아는 분 자녀도 참가한다는데요? 부산 맞죠?”
“맞습니다.”
우연의 일치였다.
주변에 국제 대회에 나가는 사람이 있었구나.
뭐, 딱히 중요한 얘기는 아닌 듯했다.
“여튼, 다음 달 일정 좀 물어봐 줘.”
“네 알겠습니다. 그런데 무슨 이유로…”
“이번에 같이 일본 보내면 어떨까 싶어서. 왜, 유튜브 댓글에 일본어도 자주 달리잖아.”
“….”
황민현은 고개를 갸웃했다.
… 뭐지?
제정신인가?
빨기좌는 아직 국내 인지도가 충분한 상태는 아니다.
아니, 이미 이름이 널리 퍼지기는 했는데, 일반인 모두에게까지 퍼지지는 않았다.
근데 바로 해외진출이라고?
이런 경우가 있긴 한가?
“이번 공연이 단독공연은 아니잖아? 한두 곡 끼어들 자리는 충분할걸?”
“아 … 그 일본쪽 밴드도 나온다고… 설마…”
“그림이 재밌게 나오지 않겠어? 아직 확정된 건 아니고, 토의를 더 해야 돼.”
이야기는 그냥 둥그스름하게 넘어갔다.
입에서 입으로만 기획되는 단계인 듯했다.
국제 대회, 그리고 ‘간보기’ 해외진출.
어째, 스케일이 점점 커지는 것 같았다.
***
여름방학에 들어서는 순간 항상 느끼는 게 있다.
시간이 순삭당한다.
드러누워 있으면 한 시간밖에 안 된 거 같은데 세 시간이 지나 있고.
학원에서 기타 치고 있으면 시간이 더 빨리 가고.
몇 주 강의를 비웠던 윤대혁 선배도 오늘 돌아왔다.
오자마자 새 기타를 사 왔다고 자랑하는데…
헤드에 펜더 마크가 박혀있길래 ‘웬일이지?’ 싶었는데 …
“펜더 기타 사왔다.”
“이건 펜더가 아니야아아아악!”
짐 루트 스트라토캐스터였다.
나의 진심을 담은 샤우팅에, 윤대혁 선배가 깜짝 놀라 몸을 떤다.
이건 펜더가 아니야.
이 세상에 어떻게 emg 험험 픽업이 달린 펜더가 존재할 수 있는 거야?
말이 안 된다.
그 정도로 이건 중대한 논쟁 사항이다!
“기타 진짜 이쁘다~”
나는, 반짝반짝 눈을 빛내던 성예린을 쏘아보았다.
“펜더인데 노이즈가 아예 안 나. 꽤 괜찮은 기타야.”
“우와~”
나는 하라는 연습은 안 하고 학원 로비에서 열띤 토론을 시작했다.
어느새 학원 애들도 내 편과 윤대혁 선배 편으로 갈라졌다.
“Emg가 웬 말이냐!”
“재즈에서도 개 많이 쓰이는데? 좋잖아~ 어차피 데칼에서 소리 나오는 건데.”
“그래도 emg는 좀 ….”
“알못들이네.”
편이 갈라지는 걸 넘어 이젠 자기들끼리 싸워댄다.
무슨 전투민족 같다.
“후우 … 소리로 들려주마. 따라와.”
보다 못한 윤대혁 선배는 필살기를 꺼내 들었다.
우리는 그의 새 기타와 연주를 감상했다.
다들 입을 쩍 벌리기 바빴다.
나랑 소이도 눈을 크게 떴다.
진짜 잘 치네.
괜히 기타강사를 하는 게 아니다.
괜히 ‘실력 좋고 잘 가르친다’라며 소문이 나 있는 게 아니다.
“우와 …”
“김수재 밥이네.”
“….”
속주배틀 뜨면 아마 내가 그냥 쳐발릴 거다.
이건 인정해야지.
“테크닉 면에서는 아직 너도 배울 게 많이 남았어.”
인정, 또 인정이다.
난 아직 더 배워야 한다.
이곳에 남아, 학교에 남아.
그냥 다 빨아먹어야 한다.
윤대혁선배는 나를 천천히 훑었다.
그리고,
“기타 좀 줘 봐라.”
내 기타를 요구했다.
난 순순히 그의 요구를 따랐다.
모디된 나만의 펜더 기타가 윤대혁 선배의 손에 들렸다.
디리리리링-!
방금 전과 같은 리프가 앰프에서 흘러나왔다.
“우와….”
“소리가 완전 다르네.”
윤대혁 선배가 스트랫을 잡고 있는 모습이라니.
처음 보는 거 같은데.
이거 진짜 귀중한 광경이다.
그리고 …
피식,
윤대혁 선배는, 애매한 웃음을 흘렸다.
나는 그가 웃은 이유를 대강 알 것 같았다.
연주는, 의외로 ‘어색’했다.
“….”
이 사람한테서 어색함을 다 느껴보다니.
뭐랄까,
내가 실력이 좀 늘어서 그런가?
체감이 잘 안 된단 말이야.
회귀 전보다는 확실히 좋아지긴 했는데.
“기타에 따라서 뉘앙스가 아주 많이 바뀌지. 이런 싱글 코일 기타는 특히 예민해.”
“….”
사실이었다.
슈퍼스트랫으로 톤 좀 적당히 만지고 놀다가 싱글코일 기타를 잡으면 ‘이걸 어떻게 쓰지?’ 싶어진다.
진짜 너무 예민하게 군다.
‘기타는 펜더다’라는 말을 듣고 펜더 기타를 구입한 사람 중 일부는, 질겁하며 팔아버리곤 했다.
“그리고 이건 … 예전이랑 많이 달라졌군. 모디가 엄청 돼 있어. 안 그래도 예민한 기타를 더 예민하게 만들었네.”
“….”
프로 기타리스트는 그냥 척 보면 척이구나.
디럭스는 좀 덜 예민하긴 한데, 모디를 한번 거치니 다루기가 훨씬 힘들어졌다.
“어색한 게 티가 났나?”
“음 … 조금요?”
“이런 예민한 기타를 다루는 것 자체가 아주 대단한 거야. 네가 그만큼 섬세한 거기도 하고. 곡 잘 들었다.”
윤대혁 선배는 내게 기타를 되돌려 주었다.
그건 그렇고 이 양반 … 지금…
내 곡 잘 들었다고 …
‘애들 앞에서’ 칭찬을 한 건가…?
“오 ….”
“… 와 김수재가 섬세한 거야?”
“섬세한 애가 어떻게 기타로 불꽃 쏘냐?”
“….”
뭐.
나 섬세해.
난 섬세하다!
“오늘 출발하나?”
“아, 넵.”
“그래.”
윤대혁 선배는 바쁘다.
‘라비다’의 이름값이 쑥쑥 올라가고 있기 때문에, 여기저기서 무대에 세우려 안달인 난 상태다.
그런 윤대혁 선배가 … 일부러 우리를 위해 학원까지 와준 건가?
“너희 둘 다 대회 잘 치르고. 다른 나라 사람들 연주를 듣는 것만으로 좋은 공부가 될 테니까 집중 잘하고.”
“… 감사합니다!”
나와 소이는 윤대혁 선배에게 꾸벅, 고개를 숙였다.
“그래. 태현이는 먼저 출발했다더라.”
“준비가 철저한 놈이네요.”
“그러게 말이다.”
나는 고개를 돌려 창밖을 확인했다.
때가 거의 다 된 거 같았다.
7월 23일 토요일.
곡 녹음은 전부 끝마쳤다.
몇 번이나 회사에 불려가서 촬영 같은 것도 잔뜩 했다.
연습과 일을 반복하고 있자, 부산대회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실용음악’ 부문이 올해 처음 개설되는 국제 대회가 말이다.
나와 소이, 성예린은 시간에 맞춰 역으로 향했다.
“빨리 와!”
“개무겁네 진짜.”
그리고, 부산행 KTX에 몸을 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