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guitarist RAW novel - Chapter 161
165화. 태풍을 부리는 남자 (9)
솔직히 폭죽 존나 재밌다.
돈만 있으면 한 50만 원어치 사다가 다 터트려버리고 싶은 게 남자의 마음 아니겠는가.
불꽃놀이 하다가 마지막 딱 한 개 남았을 때,
더 하고 싶은데 그 돈이면 국밥이나 한 그릇 더 말아먹지 싶어서 포기할 때.
엄청난 좌절감이 몰려오곤 한다.
“….”
이건, 솔직히 말해서 꿈이었다.
한 남자의 꿈.
내가 원하는 대로,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폭죽을 터뜨리고 싶은 꿈!
투다다다다다다당 -!
기관총을 쏘는 듯한 굉음 아레나에 울려 퍼졌다.
관객들을 향해서 쏠 수는 없으니 애꿎은 공기가 타겟이 됐다.
사정거리가 그리 길지는 않았지만 …
“[으아아아아아악!]”
“[진짜 총이야!?]”
“[미친놈이다아아아악!]”
50연발 폭죽을 다섯 개나 묶어버리니, 난사 속도는 오래된 기관총에 필적할만했다.
천정을 보라.
불꽃이 밤하늘의 별처럼 수를 놓는다.
관객들의 얼굴을 보라.
포격을 피해 참호에 숨은 병사들 같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불꽃 퍼포먼스다!
“[이, 이게 대체 무슨 …!]”
“Fuckin crazy guy…”
무대 앞 스탠딩석에서 영어가 들려왔다.
마크 메이어였다.
역시 저 양반도 왔구만.
그의 옆에는 아까 화장실에서 만났던 아재도 있었다.
행사 관계자가 맞는 거 같다.
카아아아앙-!
나는 페달 보드를 바닥에 내팽개치며 곧바로 연주를 시작했다.
물론, 기타 헤드가 아래쪽으로 향하는 일은 없도록 했다.
코앞에 손을 갖다 대지 않는 이상에야 따끔하고 말 화력이긴 하지만, 혹시 모르니까 말이다.
“아 ….”
“어 ….”
불에서 시작된 연주.
가느다란 쇠줄로부터 시작해 퍼져 나가는 일렉기타의 소리.
우선은 흥을 불어넣어야 한다.
불꽃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시선을 끌고, 그렇게 끌린 시선을 …
‘호응’으로 유도해야 한다!
내가 오늘 준비한 첫 번째 곡.
그것은 바로, ‘블루스’다.
고전적이면서도 처량한 블루스가 아닌,
뽕짝끼가 살짝 빠진, 가벼운 마음으로 듣기 좋은 블루스다!
– 지이이잉~
깍쟁이 같은 톤이었다.
게인이 그리 크게 걸리지 않은, 까랑까랑하면서도 쫄깃한 레스폴의 소리.
피슈욱-!
인스트루멘탈이 들어오자마자 헤드에 묶인 마지막 불꽃이 명을 달리했다.
고맙다.
너는 제 역할을 톡톡히 했어.
후지와라의 무대를 보고 나서 여운에 잠겨 있던 사람들의 정신을, 아주 잘 끌어올려 줬어!
나의 첫 번째 곡.
Dave meniketti의 just coastin는, 지체 없이 시작되었다.
동시에, 아레나를 덮고 있던 눅눅함이,
젖은 옷의 물기가 증발하며 생기는 미미한 곰팡이 냄새가,
태풍이 들이닥친 듯 씻겨나갔다.
“….”
난 일본에 태풍이 온다는 사실을 몰랐다.
우리나라 날씨도 다 기억을 못 하는데 남의 나라까지 어떻게 기억해.
그러니 이건 우연이었다.
기가 막힌 우연.
기가 막힌 선곡 센스다!
“[허 … 이거 … 뭐야?]”
“[왜 아까랑 소리가 달라?]”
일본에 온 지 이틀밖에 안 됐는데.
이유는 모르겠지만, 사람들이 목청껏 떠드는 소리가 어렴풋이 이해됐다.
이게 바로 귀가 트인다는 건가?
아니 근데 남의 나라에 온지 이틀 만에 귀가 트일 수도 있나?
옛날에 씹덕애니 본 게 도움이 된 건가?
잘 모르겠다.
나중에 일본에서 공연 뛰려면 배워두는 게 좋겠지.
카아앙-!
베이스맨 앰프에 연결된 페달보드.
그리고 아주 간결하기 그지없는 이펙팅 체인.
솔직히 말하자.
대충이다.
하지만 확실히 하자.
대충이 아니다.
지금 내가 만든 소리는,
내가 20년을 고민하며 얻어낸 결과는,
틀리지 않았다.
“[신난다!]”
사람들이 어깨를 들썩이기 시작했다.
그냥 잘 쳐서 멍하니 구경하는 것이 아닌, 자연스레 몸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거다.
이게 바로 내가 원하던 모습이다.
사람들이 라이브를 왜 보러 오는 줄 아는가?
코앞에서 동경하는 사람을 지켜보기 위해?
마음을 담아 응원하기 위해?
그것도 맞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즐기고 싶어서다.
대형 우퍼에서 뿜어져 나오는, 가슴을 울리는 저음과 안면을 때리는 고음의 하모니.
음악에 퐁당 빠질 수밖에 없는 환경.
자신이 듣고 있는 ‘소리’가, 같은 공간에 있는 다른 사람의 입, 손, 발에서 만들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되게 감격스럽지 않은가?
그렇기에 소리는 생생해야 한다.
‘예쁜 소리’를 추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선은 살아있어야 한다!
“싸롸 있네!”
스탠딩석에는 일본인들이 대다수였지만, 일부 한국인도 있었다.
아마 나를 보러 온 사람들 같았다.
유튜브 커뮤니티란에 온다 온다 하길래 설마 싶었는데 …
진짜 왔네 …?
“불꽃빛깔 빨기좌!!”
“사랑해애애애애액!”
깜짝 놀랄 정도의 목청이었다.
살다 살다 다른 나라까지 쫓아올 줄이야.
보니까 한 20명은 되는 거 같은데.
좀, 많이 고마웠다.
“가즈아!”
나는 놀란 얼굴을 진정시키며, 연주를 이어나갔다.
Dave meniketti의 just coastin은 솔직히 말해 정통 블루스는 아니다.
90년대에 나온 놈이니까.
90년대가 블루스의 시대는 아니잖아.
Dave meniketti가 원래 블루스 하나만 죽어라 파던 사람도 아니고.
하지만, 이 특유의 흥은 블루노트를 아주 맛깔나게 활용했기에 나올 수 있는 것이었다.
언제 들어도 기분이 좋고, 푹푹 찌는 여름에 들으면 더 좋다.
숨이 턱턱 막히는 습도, 젖어서 찐득거리는 피부, 햇볕에 그을려서 아픈 살갗 등등.
여름이 가져다주는 ‘안 좋은 점’은 싸그리 망각시킨 후 ‘좋은 점’만을 세뇌하는 곡이니까.
그저, 시원한 맥주 한 잔이랑 지글지글 익어가는 고깃덩이를 앞에 둔…
풀 덮인 여름 저녁의 마당만을 그려주니까.
나는 연주에 힘을 실었다.
오늘 저녁.
눈앞에 있는 만 수천 명의 사람들이,
집에 돌아가 맥주를 탐하길 바라면서 말이다.
***
안도 사토시는 재일교포였다.
일본의 패전 이후 한국에 돌아가지 않고 남기로 한 사람의 아들의 아들의 아들이었다.
즉, 4세다.
증조할머니, 할아버지는 한국 사람이었지만, 할아버지, 아버지는 일본인과 결혼을 했다.
그렇기에 어머니도, 할머니도 일본인이었다.
한국 쪽 피보다 일본 쪽 피가 더 짙음에도, 그는 자신이 완전한 일본인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일본이 나고 자란 땅이고, 친구, 스승 모두 할 것 없이 일본인뿐이었지만 …
한국말을 쓰던 걸 들켜서 따돌림을 당할 때는 다 집어치우고 싶었지만,
그래도 인정했다.
생각해보면 언어를 자기 노력 없이 하나 더 할 수 있다는 건 축복받은 일이 아닌가.
따돌림은 잠깐이었고, 축구할 때 일본이 한국에 져도 딱히 기분이 안 나쁜 게 아주 좋지 않은가.
그래도 나고 자란 게 있었다.
그는, 성장해 나감에 따라 자연스레 일본 성향의 ‘귀’를 갖게 되었다.
“….”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간이 대기실의 한구석에서, 그저 멍한 표정을 짓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빨기좌.
아니, 김수재.
그의 연주를 듣고 있으니, 자연스레 이렇게 됐다.
“우와 … 역시 수재씨 진짜 잘 쳐요! 소리가 눈에 그려져요!”
한국 쪽 아이돌 멤버가 흥분하며 외쳤다.
소리가 눈에 그려진다라 …
매우 추상적이고 얼핏 들으면 바보 같은 표현이었다.
“[쟤네들 뭐래?]”
“[빨기좌의 연주가 좋다고 하네요. 소리가 눈에 그려진다고.]”
“[연주… 는 좋긴 한데 말이 돼? 소리가 어떻게 눈에 보여?]”
후지와라 미사키는 똥 씹은 듯한 얼굴로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그리고 그런 후지와라를 바라보며, 안도는 입을 다물 뿐이었다.
“[네 소리가 훨씬 깔끔하잖아?]”
“[맞아요! 사토시 기타가 노이즈도 안 나고 훨씬 깔끔하고 … 예뻐요!]”
“[맞아맞아~ 천하의 빨기좌 별거 아니네~]”
“….”
“[사토시?]”
“[아,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깔끔하고, 예뻤다.
자신의 소리가 더 좋았다.
강조할 부분은 강조하고, 뭉갤 부분은 뭉갰으며, 그 과정 하나하나가 섬세하게 조정되어 있었다.
막 페달보드 갖다 던지면서 세팅도 1분 만에 끝낸 톤과는 들어간 노력 자체가 달랐다.
하지만 …
왜일까.
대체 왜?
“왜 … 저 소리가 ….”
자꾸 귀를 때리는가.
가슴을 울리는가.
의문이었다.
“[뭐라고 했어?]”
밴드 동료가 물었다.
“[아니 그냥, 소리가 특이해서.]”
“[특이… 한 건가? 평범하다면 평범한데.]”
“[평범?]”
확신할 수 있다.
도저히 평범하다고는 할 수 없는 소리다.
그런데 또 얼핏 들으면 평범하다.
만약 저 소리와 자신이 만든 소리. 두 개를 녹음한 후 사람들에게 무작위로 들려준다면, 자신의 톤이 더욱 선호 받을 게 확실했다.
“….”
“….”
후지와라와 밴드 동료들에게서 말이 없어졌다.
일본 팀들의 입에서, 잡담이 터져 나오지 않았다.
그저 모두가,
멍하니,
소년의 뒷모습을 응시할 뿐이었다.
머릿속에 강제로 무언가가 그려 지려 했다.
딱히 상상력을 발휘할 상황이 아님에도,
강제로.
그냥 강제로.
쑤셔박혔다.
“…!”
떠오른 것은 할아버지네 집이었다.
치바현의 한적한 마을에 있는, 좁지도 넓지도 않은 마당이 딸린 집.
초등학생 시절의 풍경이다.
그저 아무 생각 없이, 재미있는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때의 풍경이다.
거실 창에 걸린 풍경과, 마루에 앉아서 차게 식힌 수박을 입에 베어 무는 자신.
그리고 그것을 흐뭇한 얼굴로 쳐다보시는 할아버지, 할머니.
마당 구석에는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었다.
삼겹살이었다.
어머니는 물배 채우지 말라며 야단을 치셨지만, 그래도 자신은 수박을 먹었다.
그리고 삼겹살도 먹었다.
입에서 육즙이 퍼져 나가는 것만 같았다.
어른들이 맥주를 한 손에 쥐고, 왁자지껄 떠든다.
얼굴을 새까맣게 태워 먹은 사촌 동생이 덜 익은 고기를 마구마구 집어 먹는다.
질 세랴, 자신도 레어 돼지고기에 도전하려다가 어머니께 목덜미를 잡힌다.
“….”
조촐하지도, 화려하지도 않은 저녁.
고기 탄내가 너무나도 매력적인 저녁.
시원한 탄산을 목구멍에 쏟아붓고 싶은, 완벽한 여름 저녁.
“허억…!”
안도는 숨을 몰아쉬었다.
일순간 비틀, 몸이 흔들렸다.
“[왜, 왜 그래?]”
“[아…]”
충격적이었다.
타인에게 감정이 주물러진 것이 충격적이었고,
감정이 주물러질 정도로 흡입력이 강한 것도 충격적이었으며,
“[안리….]”
“[응?]”
“[지금까지 내 연주를 들었을 때, 이런 느낌 받은 적 있어?]”
자신이 지금까지, 이런 소리를 만들어내 본 적이 있었나, 의문이 든 것이
가장 충격적이었다.
“그건 ….”
연주가 거의 끝나갔다.
안도는 뚫어져라, 소년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음 하나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저 녀석과 자신의 차이점을 기필코 찾아내겠다는 듯이.
“생동 … 감?”
한국 여자 아이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동시에, 빨기좌가 자신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하지만 미처 생각이 이어지지는 않았다.
말도 안 되는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기 때문이다.
“뭐예요?!”
“언니 저게 뭐예요?!”
“나, 나도 못 들었는데 ….”
빨기좌가 메고 있는 레스폴과 스트렛,
두 기타 각각의 헤드에서,
또다시, 불꽃이 뿜어져 나왔다.
“[또 불꽃이야?]”
“….”
아니 설마.
저건 ….
저 모니터 스피커의 배치는 …?
“건곤감리?”
의문을 입에 담자마자 의문이 풀렸다.
무대 사이드에 설치된 모니터 스피커의 패턴.
그리고, 무대의 중앙에 위치한 빨기좌에게서 뿜어져 나오고 있는 …
‘빨갛고’ ‘푸른’
불꽃들.
“서, 설마 저건!”
“대한민국…?”
“펩ㅅ … 아니 대한민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