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guitarist RAW novel - Chapter 160
164화. 태풍을 부리는 남자 (8)
아직 관객들이 전부 입장한 건 아니었다.
시작까지 시간이 꽤 많이 남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
좌아아앙-!
나는 곧바로 아무렇게나 코드를 긁었다.
한계까지 볼륨을 올린 마샬 jcm2000의 소리는, 클린톤임에도 반쯤 어그러져 있었다.
“^$%!”
“$^#@$”
홀딱 젖은 관객들의 시선이 나에게 쏠린다.
여기서 망치면 역적이 돼버리는 거고, 잘해도 중간밖에 못 갈 거다.
그러니, 아주 빡세게 잘해야 한다.
만약 흥미를 극적으로 끌어올리는 데 성공한다면, 내 이름을 관객들의 머릿속에 깊숙이 새겨넣을 수 있을 것이다!
“수재씨 화이팅!”
무대 뒤편에서 송아린이 소리쳤다.
나는 피식, 웃음을 돌려주며 원맨쇼에 들어갔다.
“[제가 빨기좝니다.]”
일본어는 못 하니, 간단한 영어로 멘트를 쳤다.
웅성 웅성 -!
관객들의 얼굴에 떠올라 있던 ‘짜증’은, 순식간에 ‘당황’으로 변해갔다.
“How are you?”
“어 으으으.”
다들 영어 울렁증이 있나 보다.
“I’m fine thank you!”
스탠딩 좌석의 구석에서 20대 청년이 목소리를 내질렀다.
일본에서도 저렇게 가르치나 보네.
뭔가 존나 반갑다.
“And you?”
마무리 서비스까지.
역시 외국어는 자신감이 중요하다니까.
“I’m good. Raining, soggy, It’s perfect sucks weather to playing guitar.”
기타 치기 딱 좆같은 날씨다.
그러니까 난, 기타를 칠 거다.
치이이이잉-!
나는 sd-1을 밟은 후, 간단한 펜타토닉 리프를 후렸다.
웅성거리던 볼륨이 줄어들고, 기타의 소리로 서서히 아레나가 메워졌다.
분위기가 딱히 좋지는 않았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내가 안 하면 누가 할까.
남이 나서기 전에, 내가 먼저 해야 한다.
지잉 징 -!
“마, 마리오다!”
나는 왠지 일본인들이 좋아할 거 같은 연주를 시작했다.
슈퍼마리오의 누구나 아는 그 BGM이다.
이거 일본 방송에서 오시오 코타로가 연주한 거 본 적이 있는데,
반응 꽤 괜찮더라.
남의 나라에 왔으니, 그 나라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노래가 잘 먹힐 것이다.
그리고 내 예상은 …
– 오오오오오오오!
– !%@!#!
정말 딱 맞아떨어졌다.
“흐흐흐.”
왜, 외국인이 우리나라 와서 버즈 노래하면 되게 재밌을 거 같잖아.
호응은 따놓은 당상이잖아.
서비스는 아주 중요하다.
친근감을 활용하는 것도, 아주 중요하다!
나는 계속해서 예전에 들어보았던 대중적인 일본 게임, 애니메이션 OST를 락버전으로 튕겨 나갔다.
대중성이 없는 음악은 철저히 배제했다.
최대한 사람들의 이목을 끌어야 하니, 당연한 선택이었다.
“Feel so good!”
“[되게 따끔해!]”
따끔하게 만들어 준다고 약속했으니까 말야.
펜더 기타 특유의 고음역대에서 터져 나오는 귀를 찌르는 듯한 소리.
나는 기타의 특성을 십분 활용했다.
약속한 대로, 눅눅함을 잊도록 관객들에게 ‘따끔함’을 선사해 준다!
“받아라아아아아앗!”
카아아아아앙-!
스티브 바이에 빙의해서 브릿지를 뽑아버릴 듯이 아밍을 해본다.
짜릿함이 뭉텅이로 더해졌다.
내가 신나게 어그로 탱킹을 하는 동안, 직원들은 넋 놓지 않고 준비와 정리를 척척 진행했다.
스윽, 무대 뒤쪽을 살펴보니, 후지와라와 세션 밴드멤버들이 멍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이렇게까지 용쓸 줄은 몰랐나 보다.
“[빨기좌?]”
“[응 빨기좌.]”
관객들이 하는 말을 전부 알아듣지는 못하겠는데, 문법이 비슷해서 그런가 내 이름이 퍼지고 있는 것만은 잘 알겠다.
나는 위기를 위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진짜 감당할 수 없는 위기라면 또 모르지만, 지금은 아니다.
충분히 감당이 가능하다!
-키이이이잉!
어느새 마이킹까지 됐다.
아레나 곳곳의 스피커에서 기타 소리가 터져 나왔다.
미완이었던 무대가, 완성되어 간다.
“수재씨!”
설하가 이리로 달려왔다.
완벽한 무대의상, 완벽한 메이크업.
준비가 다 됐나 보다.
“도와드려도 될까요?”
“환영합니다.”
나는 기타의 볼륨을 줄인 후, 백킹 포지션으로 전환했다.
이미 수년 전에 일본 진출을 이룬 설하가 등장하자마자,
– 설하!
– 설하 !!%$^
사람들의 호응은 조금 더 거세졌다.
“안녕하세요, !@^$.”
설하는 능숙한 일본어로 관객들과 대화를 시작했다.
무대 뒤에서는 한없이 인간적이지만, 무대 위의 그녀는 당당하기 그지없는 프로였다.
– @%$ !
– 갠차나요!
“뭐라셔요?”
“관객분들이 이젠 괜찮으시대요!”
아직 옷이 다 마르지도 않았을 텐데.
참 보람차다.
설하나 아이리즈, 포 데이지 멤버들이 눅눅하고 칙칙한 분위기 속에서 노래 부르지 않아도 되니까 말이다.
“정말 다행이네요.”
“다 빨기좌 덕분이죠! 저 노래 한 곡 부를까요?”
“… 괜찮으시겠어요?”
“괜찮아요!”
시간이 거의 다 됐다.
오프닝만 하고 끝낼 예정이었던 설하는, 얼떨결에 짧은 노래를 하나 더 하게 되었다.
나는 그녀의 뒤에서 간단한 코드로 무대를 도왔다.
그리고 …
두웅-!
마침내,
준비가 끝났다.
천장에 달려 있던 전등이 전부 꺼졌다.
예정대로 아레나는 어둠으로 물들었다.
– 아아, … !!#@
책임자는 사과하는 듯한 어투로 마이크를 잡았다.
근데,
– 와아아아아아아아!
사람들의 반응은 오히려 더 거세졌다.
– 빠르기좌 사란헤요~
– 사랑해애애애애액!
어색한 한국어와 좋은 발음의 한국어가 동시에 귀를 후벼 판다.
한국인도 섞여 있나 보다.
“[제 차례 기다려 주실 거죠?]”
-예에에에에엒!
고오맙습니다!
“… 설하씨.”
“네.”
“예술은 … 아시죠?”
“네!”
-짝!
나는 설하와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미미한 조명을 따라 무대 뒤로 빠져버렸다.
나무 의자와 기타, 설하만이
암전 속에 남았다.
그리고,
디리링~
연주가 시작되었다.
감미로우면서도 밝은 기타 소리가 아레나를 메웠다.
상쾌한 목소리는 박하처럼 공기를 코팅했다.
나는 홀린 듯,
무대 뒤에 차려진 간이대기실로 달려가
설하의 무대를 감상했다.
이제 시작이다.
이제 막 시작되었다.
이곳에 있는 좌석이 전부 다 채워질 거라는 게 도저히 믿기지가 않았었는데.
전부 채워졌다.
사람들로 꽉 들어찼다.
그리고 그 사람들은 …
“….”
각자 들고 온 경광봉 같은 것을 손에 쥐었다.
막대기.
푸른 막대기.
그리고 어둠 속에서 내려온 단 한줄기의 스팟라이트.
정말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수재씨 진짜 … 대단하세요.”
멤버들이 내게로 다가왔다.
“에이, 뭘요.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그래도 ….”
“다 여러분 잘되라고 그러는 겁니다. 암 그렇고 말고.”
“흐흐흐.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시네요. 얼굴 축축하시면서.”
“어?”
나는 급히 땀을 훔쳤다.
그리고 그사이, 두 그룹의 멤버들의 시선은 모두 설하의 등으로 향해 있었다.
“설마 저게 아까 말씀하셨던 그거예요?”
“폭… 죽?”
치이익-!
설하는 노래가 끝나자마자 기타 헤드에 달아두었던 폭죽에 불을 붙였다.
오로라 분수가 기타에서 뿜어져 나온다.
밖에는 태풍이 불고 있지만, 눈앞에는 무지개가 그려졌다.
“[요코하마 여름 대 합동 콘서트 시작합니다!]”
피유유우우우웅-!
기타에서 뿜어져 나간 폭죽들이,
파앙-!
일순간 어둠을 밝혔다.
그리고,
– 시작이다아아아아아아아!
– 오오오오오오오!
사람들의 비명 같은 함성이 밀려들며,
화악-!
무대가 밝아졌다.
이어서 등장하는 일본 쪽 아이돌 팀들.
그들은 나에게,
“감사함니다!”
“감사하므니다!”
꾸벅꾸벅 다 같이 고개를 숙이며 지나갔다.
시작도 안 했는데 벌써부터 금의환향을 한 느낌이다.
나는 코를 슥, 닦은 뒤,
눈앞에서 벌어지는 무대들을 집중하며 감상했다.
아이돌… 은 솔직히 우리나라 쪽이 훨씬 내 취향이다.
하지만, 밴드 사운드는 이쪽도 진짜 좋았다.
“….”
일본 밴드맨들의 실력은 장난이 아니구나.
하긴 뭐 우리나라 광역시급 도시에도 라이브 하우스가 지천으로 깔려 있는 나라인데.
환경을 절대 무시 못 할 거다.
“[고맙다. 언제 시간 되면 거하게 쏘지.]”
기다란 머리의 일본 리드기타 아재는 척, 나에게 엄지를 올렸다.
나는 계속해서 일본 팀들의 공연을 감상했다.
등밖에 안 보이는데 시간 가는 줄 모르겠다.
정신을 차려보니 내 차례까지 20분 정도밖에 남아있질 않았다.
“화장실 다녀올게요.”
기타 두 대를 들고서 무대 뒷문으로 빠져나간다.
간이 대기실은 좁아서 뭘 하기가 좀 그렇다.
마지막으로 기타를 정비하고, 나는 화장실에 들어갔다.
“….”
흠칫.
숨이 절로 삼켜진다.
3개밖에 없는 소변기 중간에 중년 백인이 당당히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외국인’이 있어서 놀란 건 아니다.
그가 남자들의 국룰을 저버린 탓이었다.
“[연주가 훌륭하더군.]”
오줌싸는데 말까지 거네.
남자로서의 신의가 없는 외국인인가?
서양에서는 함부로 이래도 되는 건가?
“[고맙습니다.]”
“[그건 아직인가? 빨모닉스 말이야.]”
“[스테이크가 에피타이저로 나오지는 않죠.]”
“[흐흐흐흐. 그렇지.]”
아무래도 행사 관계자인 듯싶은데, 선글라스 때문에 얼굴을 확인하기가 힘들었다.
“[나도 요즘 연습 중인데, 어렵더라고. 팁 같은 게 있나?]”
기타를 치는 사람인 모양이다.
딱히 비밀 기술은 아니기에, 나는 개인적인 팁을 주저 없이 내어주었다.
“[피크랑 두 손가락을 하나의 활로 만들어서 다룬다는 느낌으로 연주해보세요.]”
“[활이라 … 클래식 좋아하나 보지?]”
“[좋아하는 편이죠.]”
“[나도 좋아해. 그게 내 음악의 정체성이니까.]”
“….”
우리는 어색하고 사이좋게 손을 씻었다.
“It’s Good day, maybe in the after. May God bless the wolf.”
“…!”
나는 화장실에서 나오며 급히 고개를 돌렸다.
이 양반 …
분명 방금 늑대라고 했지?
“How…”
백인 중년 아재는 뒤도 돌아보지도 않고서 내게서 멀어져 갔다.
질문할 틈조차 주지 않았다.
….
대체 뭐 하는 양반일까.
후지와라나 마크 메이어랑 연이 있는 사람인가?
분위기에 타서 한 말이 벌써 다른 사람의 귀에까지 들어가다니.
일순간 어마무시한 쪽팔림이 몰려왔지만, 시간은 더 이상 남아있지 않았다.
나는 울렁이는 감정을 참아내며 간이 대기실로 돌아갔다.
그리고서, 후지와라의 무대를 마저 감상했다.
아까 들었던 그 소리가 그대로 들려왔다.
두 번째 보는 거라 이전만큼의 감동은 없었다.
관객들의 환호는 컸지만, 나는 여전히 못마땅했다.
“….”
얼마 지나지 않아 후지와라의 마지막 곡이 찾아왔다.
쿵쿵거리는 드럼 비트가 참 인상적이다.
무엇보다 강렬했던 것은,
“어! 기타에 불붙었다!”
짧지만 무대 위에서 불길이 일렁였다는 점이었다.
“… 저, 저게 안태식이가 준비한 퍼포먼스라고 …?”
나는 꿀꺽, 침을 삼켰다.
“정말 ….”
“정말 상상 이상의 좆밥일 줄이야…”
나는 기타를 들쳐멨다.
그리고 후지와라가 팬들과 하하호호 웃으며 무대를 끝마치자마자,
“뿜어주세요.”
직원들에게 OK 사인을 보냈다.
순식간에 바닥을 덮는 드라이아이스.
무겁기 그지없는 어깨.
그리고,
푸와아아아아아아아악-!
무대에 둘린 화염방사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진짜 불꽃.
“입으로 술을 뿜다니 …. 참나.”
50년대라면 먹히는 퍼포먼스였겠지.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불은,
적어도.
이 정도는 돼야 한다!
“[누, 눈부셔!]”
“[뭐야?! 무슨 일이야!?]”
나는 불꽃 길을 걸었다.
당당하게, 자신 있게.
하나도 뜨겁지 않다는 듯이,
내가 불꽃 그 자체라는 듯이.
레스폴에는 진짜 불꽃놀이가 추가로 묶여 있었다.
나는 망설이지 않고 그것을 터뜨렸다.
파카아아아아악-!
“저, 저게 대체 뭐야아아아악!”
– [취급주의] 50연발 로~켓트 불꽃 –
“[으아아아아아아아악!]”
“[람보다!]”
“[도망쳐!]”
응 소용없어.
이거 다섯 개 묶어놨어.
나는, 기관총을 들쳐멘 전장의 사나이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