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guitarist RAW novel - Chapter 186
193화. 가랑비와 안개의 작곡가, 레드 제플린 (3)
“본선만 영국에서 한다는 거지? 예선은 어딘데?”
“잠만. 검색 중.”
“열 김수재~”
“열 김태현~”
“여어얼~”
“소이 너도 나갈 거야?”
“으응…?”
“당연히 나가야지! 부산에서 소이가 몇 등을 했는데!”
아침조회가 끝난 후에도, 반 애들의 열기는 가시지 않았다.
하긴 ‘일렉기타리스트’만을 위한 대회라는데, 가만히 있을 수가 없긴 하다.
“대박! 기사까지 났어!”
“진짜!?”
“벌써?!”
나는 묵묵히 똥 종이를 부여잡았다.
그리고, 핸드폰으로 구글을 띄워 열심히 검색질을 했다.
하지만 그 어떤 검색어를 넣어 보아도,
유튜브를 아무리 뒤져 보아도.
내가 알고 있던 2016 g3에 대한 정보는 없었다.
유럽쪽 락 관련 커뮤니티 사이트 등에서 ‘이러다 겨울에 공연하겠다’는 낙담 담긴 글만 간간이 보일 뿐이었다.
이탈리아, 독일에서 개최되었던 행사가, 지금은 ‘없었던’일이 되었다.
그리고 …
“김수재애애애!”
“야아아악!”
“대박 …! 우리 영국 가는 거야?!”
혁오랑 최유진, 다른 반의 기타쟁이들이 우리 반으로 돌진해왔다.
“진짠지 아닌지 파악부터 해야지. 수상하잖아.”
“뭔 소리야 지금 BBC에서 기사까지 났는데!”
“헐?”
“….”
대체 일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걸까?
휙-!
어느새인가 최신형으로 바뀐 최유진의 핸드폰이 내 앞으로 내밀어졌다.
“너 드디어 그 고물을 버렸구나.”
“아 저번에 상금 받은 걸로 샀어! 빨리 봐봐!”
나는 최유진의 큼지막한 최신형 핸드폰을 받아들고서 기사를 읽어내려갔다.
Google 번역 제공 :
– 일렉기타리스트를 위한 대회 개최 –
실용음악이나 ‘기타’의 장르에 묶이지 않은, 순수한 일렉기타를 위한, 일렉기타 연주자의 우열을 가리기 위한 대회가 개최된다.
W-legc는 각 지역에서 예선을 거쳐 선발된 참가자가 영국 본선에서 ….
예선이 진행되는 국가는 대한민국, 동아시아, 북미, 동남아시아, 유럽, 남미 등 …
반면, 주최 측은 유럽 등지에서 열리는 컴페티션의 개념을 확장한 것이라 하여 그리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여 …
“… 그치? 그치?”
“와우.”
“후원사 봐봐! 엄청 유명한 데도 있어!”
진짜네.
애니 시작할 때 자주 보이던 음반 유통사가 떡하니 맨 위에 자리를 잡고 있다.
무려 업계 1위 회사다!
“마크씨가 화내겠구만.”
“그게 누군데?”
“좀 이상한 사람 있어.”
“아하.”
“야야, 근데 한국은 아시아 예선에 포함 안 돼 있음.”
“… 그러게?”
전 세계 모든 국가에서 개최되는 것은 아니지만, 상당히 많은 국가가 예선 지역에 포함된단다.
그런데 유독 한국만 동아시아권에 묶이지 않고 독자적으로 예선이 치러지려는 모양이다.
“1억 5천 ….”
최유진이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엄청나네.”
“쇼팽 콩쿠르 상금이 4000만 원이라는데?”
“여기서 우승하면 3.5 쇼팽이네?”
근데 쇼팽을 상금 노리고 도전하는 사람은 없으니까.
비교 대상이 안 될 거다.
물론 절대로 무시하지 못할 금액은 맞았다.
1억 5천은, 밑천 없이 독립한 평범한 사람이 취직 후 차곡차곡 돈을 모아 30대 후반은 되어야 만져볼 수 있는 돈이다.
그리고, 전생의 내가 만져보지 못한 돈이기도 하다.
“이게 일렉기타 대회 중에 역대급 맞지?”
“… 맞지.”
“와 실감이 안 간다.”
“… 흐아아아아아!”
나는 크게 한숨을 토해내었다.
“왜?”
“뭔 일 있음?”
“아 맞다 너 어제 그 ….”
“그 일은 어떻게 됐어?!”
머릿속이 복잡하다.
애들이 옆에서 뭐라 조잘조잘 떠들긴 하는데, 머리에 잘 들어오지는 않고.
기분은 또 엄청나게 찜찜하고.
G3는 취소에, 전생에서 듣도 보도 못한 대회가 갑작스럽게 개최.
유명 음악 관련 회사들까지 스폰서로 줄을 섰단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휘말려도 엄청나게 거대한 일에 휘말린 듯한 느낌이 든다.
나로 인하여, 내가 모르는 곳에서 무지막지한 사건이 벌어지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해결은 잘 됐음.”
“아 진짜?”
“다행이네. 근데 왜 그렇게 시무룩해?”
bbc에서조차 오늘 아침에 기사를 뱉어내었는데, 내가 이 대회에 관해 들은 것은 무려 ‘어제저녁’이다.
그리고 그 의미인즉슨,
“다들 자리에 앉아~”
“악!”
“타이밍 봐.”
“이따가 말해줄게.”
“꼭이다!?”
“그래.”
어제 일어났던 일련의 사건들이, 이 대회와 관련이 있다는 소리가 된다.
이름 모를 ‘작곡가’라는 양반이, 대회와 관련이 있다는 의미가 된다.
나는 계속해서 대회 정보를 검색해 나갔다.
공식 홈페이지는 아주 깔끔하게 만들어져 있었다.
언어 : 한국어
-[락 시장이 올해에 들어 서서히 활성화되어감에 따라, 우리는 다음 세대의 뮤지션들을 위한 축제가 필요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비틀즈, 레드제플린, 퀸, 오아시스 등의 수많은 뮤지션 스타를 배출한 영국은, 다음 세대의 ‘일렉트릭 기타리스트’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꿈을 품었지만, 무대가 없어 좌절하고 있는 실력 있는 기타리스트들의 발판이 되는 것을, w-legc는 감격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청춘과 열정을 쏟아보세요.] –
소개글이 그냥 아주 장황하기 그지없다.
참가금 먹고 튀는 범세계적 사기집단 … 이라는 망상을 펼치기에는 후원사 목록들이 마음에 걸린다.
진위여부는 후원사에 물어보면 간단할 테니까.
업계 대장급들 후원사들에게 사기를 칠 만큼 간땡이가 배 밖으로 나온 사기꾼은 없을 테니까.
“야야.”
내 앞에 앉아있던 윤수빈이 수업 중에 휙, 고개를 돌렸다.
“응.”
“내가 생각해 봤는데, 한국만 지역 예선에서 분리돼 있잖아.”
“그렇다네.”
“그럼 한국에서 순위권? 만 하면 바로 영국으로 간다는 소리잖아.”
“오.”
“그거 너 때문이 아닐까?”
나는 꿀꺽, 침을 삼켰다.
“…나?”
“너랑 소이랑 유진이랑 김태현이랑 … 우리나라에 기타 치는 잘 치는 애들 많잖아. 저번에 국제 대회에서 우승도 했고.”
“아….”
그런 건가?
우리가 아시아 지역 대회에 나가면 다른 나라 실력자들의 자리가 부족해질 수 있다 그 말인가?
“그럴 수도 있겠네.”
“맞다니깐~ 나 좀 천재인 듯.”
“지방방송 꺼라~”
“네에에~”
여전히 느낌이 이상했다.
사건의 진행이 대강대강 머릿속에 들어오긴 했는데, 빈 부분이 많았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
척-
나는 다시금, 똥종이를 부여잡았다.
“내가 참가하길 바라는 건가….”
무언의 의지가 느껴진다는 것.
거대한 상금과, g3 참가라는 혹할만한 제안.
그리고…
정체 모를 누군가가 벌였던 나에 대한 ‘협박’.
그 모든 것이 나를 대회에 끌어들이려는 목적 때문이라면.
이유 모를 기타 강탈과 협박도, 뭉그적거리며 대답을 회피하던 정체불명 작곡가의 태도도.
100%는 아니지만, 납득이 간다.
아니 납득이고 자시고 이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상황이 엉망진창인 것뿐이다.
저딴 협박 따위는 안 해도 나는 무조건 참가했을 테니까.
근데 …
“그래서 기타는?”
“어떻게 됐는데?”
“기타 갖고 나 협박하려다가 내가 역으로 뒤통수 때림.”
“오!”
“자세히 썰 좀 풀어봐.”
1교시가 끝나고, 다시금 내 얘기를 듣기 위해 찾아온 친구들을 향해 나는 장황하게 썰을 풀었다.
대회에 관한 얘기는 쏙 빼놓고 말이다.
“다행이다아…”
“펜더 실화냐? 500만 원짜리 스콰이어를 만든다고?”
“빠요엔 쌉가능.”
“기타만 돌려주고 끝이래?”
“그건 아닌데….”
“레알 저거 감옥 갈 수도 있는 거 아님?”
“리얼.”
만약.
만약에 말이다.
내가 피치 못할 사정으로 참가를 못 한다면?
귀찮아서 패스한다면?
나 스스로는 무조건 참가한다고 생각하고 있긴 해도, 다른 사람이 이 사실을 알 방법은 없을 터.
내 약점을 잡는다는 것은, 보험 역할을 겸하는 셈이다.
하지만 우연찮게, 나의 기가 막힌 대처로 ‘협박’ 자체가 꼬여버린 것이다.
망상이었다.
하지만, 망상치고는 그나마 가장 납득이 갈만한 결론이었다.
“그래서, 참가할 거냐?”
“고?”
“고…?”
뭔가, ‘그’가 원하는 대로 상황이 흘러가는 느낌이라 기분이 좀 나쁘다.
나는 남이 시키는 대로 움직이는 게 정말 질색이다.
하지만,
“고!”
대답은 정해져 있었다.
“여윽시!”
“역시 김수재!”
“아니 존나 재밌어 보이는데 가만히 있으라고?”
“크으으으으으으으!”
“김수재 참가한대!”
이건 못 참지.
전 세계 기타리스트들이 모여서 배틀을 벌인다고?
기타 배틀로얄이 펼쳐진다고?
말이 안 된다.
근데 진짜란다.
진짜 그런 대회가 펼쳐진단다.
“이 대회에 나서지 않는 기타리스트, 영혼이 없는 기타리스트.”
이걸 과연 참가를 안 하고서 배길 수가 있을까?
수많은 실력자들의 연주를 현장에서 느낄 수 있는데 가만히 있을 수가 있을까?
불가능하다.
절대 불가능하다.
설령 왼손가락이 모조리 부러져서 도저히 기타를 칠 수 없는 상태라 하더라도,
일렉기타리스트를 위한 대회를 보러 갈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기타리스트니까.
“크… 지리네.”
“와 빨기좌 미참가자 두고 ‘영혼 없다’ 선언 ….”
“인스타에 방금 한 말 올려도 돼?”
“그건 좀.”
“여튼! 내일 끝나고 같이 교무실 가자.”
“오케이.”
“왜 베이시스트를 위한 대회는 없는 거지?”
“안 들려서?”
“으흐흐히힣히!”
“개새끼들….”
“흐히힣힣”
락 페스티벌에서 모든 것을 불태웠다고 생각했건만.
색다른 연료가 우리에게 주입되었다.
“나도 일렉기타 칠까?”
“오 민서~”
“일렉기타도 가능?”
“기타 잠깐 줘봐 봐.”
비록 모두가 참가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상관없었다.
재밌어 보이니까.
아주 재밌어 보이니까!
“곡 정하자!”
“예선 언제 한대?”
“예선은커녕 본선 무대도 안 정해졌다 이 말이야.”
“으아아악! 정보 언제 공개돼!”
우리는 들뜬 마음으로 실컷 오피셜 뇌피셜 섞어가며 대회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학교를 마쳤다.
그리고 나와 소이는 곧장 학원에 갔다.
물론 학원에서도,
“김수재!”
“소이!”
“야야야 너희도 들었냐?”
월-드 기타 대회가 엄청나게 화제였다.
“우리, 둘 다, 참가.”
“오.”
“오오오오오!”
“아까 원장쌤이 현수막 만든다고 하셨어!”
“너무 갔는데…?”
“왜에~ 대박 사건이잖아~”
“아 나도 순위권만 하면 좋겠다.”
“영국 관광하려고?”
“들켰어?”
싱글싱글한 표정으로 애들과 노가리를 까기 시작하는 김태현.
연습실 한구석에 자리 잡고 눈도 안 깜빡이며 예선용 곡을 검색하기 시작하는 소이.
나 또한 소이의 연습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가방에 처박아두었던 악보를 잡아 들었다.
명령조의 문장이 빈공간을 가득 메운, ‘그자’의 악보를 말이다.
“… 확인은 해둬야겠지.”
치이잉-!
나는 연주를 시작했다.
평소 잘 쓰지 않던 악보 대에 종이를 펼쳐놓고, 최대한 쉽게 풀어쓴 영어 설명들을 읽어내려가며 말이다.
이펙터가 모자라서 지킬 수 없었던 부분은 패스했다.
“꼭 클래식 악보 같다 ….”
“그치?”
다만, 매우 굵은 글씨로 강조한 부분은 전부 다 지켰다.
그리고, 알아차렸다.
“참나.”
역시나 예상대로 훌륭한 곡이다.
옆에서 검색에 몰두하던 소이가 핸드폰을 떨어뜨릴 정도로,
악보를 읽느라 부자연스럽게 음계를 튕겨 나갈 때마다 온몸에 전율이 돌 정도로.
완벽한 곡이었다.
“수재야 이거 … 어디서 났어? 무슨 곡이야?”
“… 소이야.”
“응?”
“만약에 누군가 너한테 해코지를 하려다가 미수로 그쳤는데, 갑자기 이 곡을 줄 테니까 화해하재. 어떡할래?”
“….”
소이는 뜬금없는 질문에 아주 잠깐 고민하는 듯한 표정을 띠었다.
그리고, 웬일로 매우 확신에 차며 대답했다.
“… 큰일이 아니면 … 곡 받을 거 같아.”
“도둑이나 소매치기 정도면?”
“응.”
“그렇구나.”
소이의 대답은, 지극히 음악인으로서의 대답이었다.
그렇기에 강하게 납득이 가는 대답이기도 했다.
나는 학원 수업이 시작되기 전까지 꾸준히 곡을 연주해 나갔다.
음계를 외우고, 훅을 외웠다.
강조 표현을 전부 학습했다.
원래 곡 하나를 익히는 데에는 수십, 수백 시간을 꼴아박아야 하는 법임에도, 이 곡은 그럴 필요가 없어 보였다.
뭐랄까.
좀 오글거리는 표현이긴 한데,
연주자를 집어삼키는 듯한 마성이 있다고나 할까.
“… 진짜 뭐 하는 사람인지.”
이 곡을 사용한다면, 절대로 예선에서 떨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반드시 본선으로, 영국으로 갈 수 있을 것이다.
‘그자’는, 나를 영국으로 불러들이려 하고 있었다.
“아직 대회 정보 공개도 다 안 됐으니까 너무 정신 팔리지 말고~ 연습 열심히 하고~”
학원 수업이 끝났다.
“오오오오오오!”
“곡 뭐야?”
“자작곡이야?”
“아님. 외주임.”
“외주!? 작곡가 누군데?!”
“나도 몰라.”
듣는 사람에 따른 호불호가 없다는 것도 아주 잘 알겠다.
“뭔데에에에엑!”
“김수재 치트키 쓴다!”
“개치사하다!”
나는, 소이와 같이 학원에 남아 노가리도 까며 연습을 했다.
학원이 닫을 때까지 말이다.
“… 소이 나 먼저 가볼게.”
“아, 응! 잘 가!”
“바이.”
… 과연 이걸로 괜찮을까?
내가 받았던 피해는, 그들의 괘씸했던 태도는.
이 곡 하나로 마무리 지어질 수 있는 것일까?
아니 애초에 계약서도 안 쓴 곡으로 내가 돈을 벌어먹어도 되는 것일까?
모르겠다.
진짜 모르겠다.
조언이 필요하다.
전문가에게 의견을 듣고 싶다.
지금 당장!
“지금 … 당장?”
나는 무언가에 홀린 듯이 택시를 잡았다.
그리고, 익숙한 달동네로 향했다.
언제나 조용한 북정마을.
외관 수리에는 전혀 관심이 없어 보이는 사람이 살고 있는, 감동 슈퍼마켙.
“박작곡가니이이이임!”
“으아아악! 시발 뭐야!”
나는 다짜고짜 방문해서, 다짜고짜 곡을 들려주고, 다짜고짜 질문했다.
아까 소이한테 질문했던 것과 같은 질문을 말이다.
그리고 이내,
지금껏 내가 생각지도 못한,
아주 마음에 쏙 드는 ‘해결 방안’이 되돌아왔다.
“넌 이 사람 곡이 필요하냐?”
“아… 그 대회 같은 거 하나 한다던데. 거기에 쓰게요.”
“한 세 개만 더 만들어 달라고 해봐.”
“예 …?”
… 엄청난 곡을 받고도 마음이 숭했는데.
그렇구나.
그렇구나 …!
“그런 좋은 방법이 …!”
“하나만 받기는 좀 아깝잖아. 근데 이걸로 대회 나간다고?”
“그럴 생각이긴 한데요 ….”
“세 개 있으면 든든하겠네.”
“든든 ….”
가만있어 봐.
든든… 하긴 할 텐데.
그게 아니다.
나는 지금, 곡 세 개를 뜯어낼 생각에 기분이 좋은 게 아니다.
아니, 아예 아닌 건 아닌데.
조금 다르다.
“이 곡, 좋기는 한데 솔직히 기분이 좀 나빠요. 그 사람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는 느낌이 들어서요.”
“어 … 근데 뜯어낸다며?”
“뜯어내야죠.”
“뜯어내고서 안 쓰면 대체 왜 …?”
답이 나왔다.
이 사람을 보고서, 답이 나왔다.
은은하게 풍기는 알콜 냄새와, 덥수룩한 수염.
다크서클.
그야말로 격한 노동에 시달리는 작곡가의 표본이다.
“분명 이런 곡을 만드는 데에는 시간이 엄청 오래 걸리겠죠.”
“아무래도 그렇겠지?”
“저는 지금, 그놈에게 최대의 고통을 줄 방법을 찾아냈어요.”
“뭐…?”
나는 나에게 고통을 주려던 사람이, 고통 없이 편해지는 걸 원치는 않는다.
실질적으로 받은 피해가 없다고는 하나, 뭔가 존나게 괘씸하다.
그렇기에 이에는 이로.
눈에는 눈으로.
“날 협박한 놈에게 … 고통을! 곡은…휴지통으로!”
좋은곡?
대단한 곡?
좋지.
정체불명 영국 작곡가가 날 대회에 끌어들이기 위해 협박도 하고 치트키도 주고.
아주 영화 같아서 재밌기까지 하네.
노력이 훌륭하네.
근데 필요 없어.
“악마니?”
“곡은 저도 만들 수 있습니다.”
“….”
“그리고 작곡가님도 만들 수 있죠.”
“…응?”
“갑시다!”
“으응…!?”
“영국으로!”
나는, 내가 치고 싶은 곡을 칠 거다.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말이다.
그리고, 남이 모든 것을 정해주는 곡은 치지 않을 거다.
그것이 기타리스트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