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guitarist RAW novel - Chapter 30
신입생 음악회 (1)
내가 두고 온 기타와 장비들은, 소이네 운전기사 할아버지가 가져다주셨다.
모든 상황이 정리된 다음, 나는 방문을 활짝 열어 놓고 침대에 대자로 뻗었다.
근데 ··· 동생이 계속 문지방에 기대서 나를 쳐다본다.
“··· 뭘 봐.”
“오빠 여친이야?”
“··· 아니.”
“여친도 아닌데 집에 들여? 눈물 자국 있는 여자를?”
“흠 ···.”
존나 예리하네.
역시 나 닮아서 그런지 추리력 하나는 뛰어난 것 같다.
“근데 네가 뭔 ···”
침대에서 일어났다.
세연이는 본능적으로 움찔, 하며 살금살금 뒤로 물러난다.
“상관이야!”
나는 날라차기를 날렸다.
후욱-!
예리한 발차기가 허공을 갈랐다. 하도 많이 얻어맞아서 그런지 동생의 회피실력은 아주 일품이었다.
“여친맞아? 여친맞지?”
“갈!”
“또 어디서 이상한 거 주워들어서는 아휴.”
똑똑똑-
다시 하여금 현관문이 울렸다. 치킨 진짜 상상 이상으로 늦게 오네. 조리과정에 도축까지 있는 건가?
동생은 치킨을 받아서 내 방으로 가져왔다.
“엄마아빠는?”
“안 드신대. 둘이서 속닥속닥 얘기하시던데?”
“뭐?”
“오빠가 여자 데려와서 그런가 보지. 한 번도 이런 적 없었잖아.”
“흠 ···.”
나는 치킨을 입에 물었다.
소이랑 같이 먹으려 했는데.
여동생이랑 같이 먹으면 입맛이 떨어··· 지진 않네.
“이집 잘하네.”
나는 치킨을 흡입했다.
다음날,
나는 여느 때처럼 등교했다. 어젯밤, 최유진한테 ‘뭐 먹었어?’ 라고 카톡이 왔었다.
나는 대충 맛있어 보이는 음식들을 나열해서 최유진한테 보냈었다.
-진짜? 그게 다 나왔어?
뭐라 적어 보냈더라.
로스트 비프, 스테이크, 알리오 올리오 파스타, 냉장 모짜렐라 치즈를 얹은 양상추 샐러드.
뭔데 이게.
난 그냥 소고깃국 먹었는데.
“진짜야? 진짜?”
등굣길에 최유진이 나한테 달려와 물었다.
“어떨 거 같아?”
“소이네 집이니까 가능할 거 같은데 ··· 구라 같지는 않아.”
“응 구라야~”
“아 뭐 먹었는데!”
“소고깃국.”
나는 궁금해 미치려 하는 최유진을 뒤로하고 교실로 향했다.
사실을 말해줘도 뭐라 하네.
“야, 왔다.”
나를 보는 반 애들 표정이 좀 묘했다. 나는 밥풀이라도 붙이고 왔나 싶어서 괜히 얼굴을 더듬었다.
“열~ 3만 조회수.”
도현이가 다가와 손바닥을 내밀었다.
뭔진 모르겠지만, 나는 도현이와 하이파이브를 했다.
짝-!
“3만? 그게 뭔데?”
“안 봤냐?”
“뭔데.”
도현이는 재빨리 휴대폰으로 유튜브 영상을 띄웠다.
2만9천 조회수가 찍혀 있는 ··· 내 연주 동영상.
에이트라 라는 채널에 올라와 있었다.
“어? 이거 내가 본선 때 쳤던 거 아니냐?”
녹음본이라도 받았는지, 음질은 아주 깔끔했다.
카메라 화질 지리네.
하긴, 렌즈가 좀 비싸 보이긴 했지.
“내 허락도 안 받고 올리네.”
“넌 이미 공공재여.”
내가 왜 공공재야.
“표정 봐~”
여자애들이 힐끗 나를 보더니 시시덕대기 시작했다. 난 도현이의 휴대폰을 빼앗아 나를 감상했다.
잘 치네.
근데 이렇게 보니까 손이 좀 뜨긴 한다.
저기서 비브라토를 더 떨었어야 하는데.
“음 ··· 댓글이 ···”
3만 조회수 영상이라 그런지 댓글은 약 70개뿐이 안 달려 있었다.
-수재학생 너무 잘 치죠? 수재가 아니라 천재로 개명해야 할 것 같아요~
ㄴ고등학생 맞아요?
채널주인이 고정해 놓은 댓글.
구독자가 50만인데 내 영상은 3만 밖에 안 되네.
뭐, 엄청 잘생기지도 예쁘지도 않으니까. 당연하다면 당연하겠지.
3만 찍은 게 오히려 더 신기하다.
회귀전의 내가 혼신을 갈아 만든 영상 조회수가 1천을 넘기지 못했는데.
ㄴ 잘 치는데 예고 애들이 더 잘 쳐요
ㄴ 1,2,3위 다 유산고가 먹었는데 예고 ㅂㄷㅂㄷ
ㄴ 귀 막혔음?
ㄴ 예고 2,3학년들은 더 큰 콩쿠르 나가서 상 받아왔는데 ㅋㅋ
댓글로 한바탕 싸움이 벌어지고 있었다.
음악하는 고딩들이 다 몰려온 건지, 아수라장 그 자체였다.
“얜 누구야?”
나는 댓글 하나를 가리키며 도현이에게 물었다.
-유산고 원정가는데 개털어드림.
프로필 사진을 자기 얼굴로 해놨네.
채널에는 커버곡 몇 개가 올라와 있었다.
“··· 이름이 장원민이었나. 아니면 장원수 ···?”
“우리 갔던 콩쿠르에 없었잖아.”
“모름. 아마 다른 콩쿠르 나갔을듯.”
흠··· 개털어준다라.
이런 패기가 좋더라.
나는 내 핸드폰으로 답댓글을 남겼다.
ㄴ 내가 니 옥수수를 털어줌.
재밌겠네 예고 원정.
“가서 아주 조져버리자.”
“곡 뭘로 할 건데?”
“당연히 락이지.”
“드럼 구해야 할듯?”
윤수빈을 지긋이 쳐다본다. 우리 얘기를 엿듣고 있었는지, 휙 고개를 돌려버렸다.
설득 ··· 할 수 있을까?
나는 계속해서 댓글을 훑었다.
-Minseo : 수재 너무 잘친다 ♥
이 댓글에만 좋아요가 우수수 박혀 있었다.
대체 뭐하는 새끼지?
앞에서 하는 행동이랑 뒤에서 하는 행동의 차이가 너무 커서 소름 돋을 정도로 기분 나쁘다.
나는 에이트라 채널을 살폈다. 역시나 하민서의 동영상도 있었다.
조회수는 ··· 14만.
-천사의 클래식 기타 연주
라는 제목이었다.
내 연주 영상이랑은 다르게, 댓글창은 아주 평화로웠다.
“음···.”
나는 말없이 하민서의 연주를 감상했다.
화면빨 되게 잘 받네.
파악!
내 팔꿈치를 검고 거대한 무언가가 때렸다. 하민서의 기타가방이었다.
“아···.”
자기가 쳤으면서 괜찮냐 묻지도 않고 기타만 살핀다.
그녀는 나와 내 핸드폰을 번갈아 보면서 기분 나쁘다는 표정을 짓더니, 곧바로 자리를 떴다.
드르륵-
아슬아슬한 시간에 맞춰 소이가 들어왔다. 어제 보다 훨씬 나아진, 밝은 얼굴이었다.
“안녕 수재야.”
“안녕.”
오늘의 소이는 기타를 메고 있었다. 저 반듯한 앞머리만 보면 괜히 뿌듯해지는 느낌이다.
“이거 ···”
소이는 가방에서 작은 상자 하나를 꺼내어 나에게 건넸다.
“나 주는 거야?”
“응.”
나는 곧바로 상자를 열었다.
딱 밟기 좋게 생긴, 미니 와우 페달이다.
이거 한 15만 원 쯤 할 텐데···
“아빠가 네 얘기 듣더니 가져다 주라셨어.”
“··· 너희 아버지가?”
“응.”
··· 대체 무슨 이야기가 오간 거지? 소이는 나에 대해 뭐라고 말했을까.
혼란중에 한 가지 확신이 들었다.
소이네 아버지는 아마 뮬저씨일 거다. 운전기사도 있고 부자동네 사는 거 보니 어디 회사 경영하시는 것 같은데 ···
뮬에서 신상이나 털어볼까?
“수재야··· 정말 고마워.”
“그래 임마.”
나와 소이 사이에 흐르는 묘한 분위기를 감지한 건지, 도현이는 히죽히죽 입꼬리를 올리고 있었다.
“뭐야뭐야.”
“응 안 말해줘~”
남의 집 일을 함부로 떠벌리고 다니는 것만큼 쓰레기 같은 행동이 없을 터. 나는 입을 다물었다.
마지막으로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주르륵 읊으시는 전달사항을 난 한 귀로 흘려버렸다.
“김수재는 나 따라와~”
채선생님은 나를 교무실로 불러 어제 있었던 일에 대해 물었다.
“진짜 무슨 일 있었던 거 아니지?”
“네, 별거 아니예요.”
“···.”
둘러대느라 혼났다. 선생님은 끝까지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지으셨다.
우리집 주소를 어떻게 그리 빨리 찾아냈나 싶었는데, 선생님께 전화를 한거였구만.
목요일 오후.
오늘도 전공지원 수업 시간이 돌아왔다.
소이는 내 옆에 앉았다.
근데 뭔가 ··· 평소보다 거리를 더 벌려 놓은 것 같다.
내가 시선을 보내자 소이는 푸욱 고개를 숙였다.
“2주 뒤에 신입생음악회가 열리죠? 각자 연주할 곡은 정했나요?”
“네에!”
나선생님은 오늘도 인자한 얼굴로 수업을 진행하셨다.
신입생 연주회라 ··· 상금도 없는 학교 행사이지만, 그래도 무대에 서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상품이 비싼거였으면 좋겠는데.
“연습한 곡 한 번씩 들어볼까요?”
프로에게 연주를 들려주고, 피드백을 받는 것.
기타 수련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요소 중 하나였다.
나같은 경우에는 치고, 찍고, 돌려보고를 수 없이 반복하며 자가피드백을 했지만, 타인의 피드백이 훨씬 효율이 좋긴 하다.
내 옆에 앉아 있던 여학생부터 순번이 돌아갔다. 나랑 소이는 두 번째 였다.
“전체적으로 밝은 분위기가 좋네요. 다만, 속도에 비해 피킹이 부정확해요. 피크좀 보여줄래요?”
여학생의 손에 들린 것은 기타 용품 같은 걸 사면 끼워주는 싸구려 피크였다.
“피크란 게 플라스틱 덩어리이긴 하지만, 이건 너무 질이 안 좋아요. 줄이랑 닿는 면이 거칠죠? 이름 있는 회사 것을 쓰면 갈리는 부분이 조금 더 부드러워요.”
“아하 ···”
“그래도 본질은 연습이에요. 곡 연습이랑, 메트로놈 크로매틱을 번갈아 가면서 해 봐요.”
나와 소이 차례가 왔다.
미니앰프에 이펙터를 연결하면 바닥이 너무 지저분해지기에, 우리는 딱 기타만 연결했다.
“듀오?”
“옙.”
듀오라고 말한 순간, 반 애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애들한테 말한 적이 없긴 하지. 알고 있는 건 윤수빈 뿐일 거다.
“헐 들었어? 듀오래.”
“쟤네 무슨 사인데?”
“몰라··· 저번에 보니까 밥도 같이 먹던데.”
존나 쫑알거리네.
“Depapepe start 가겠습니다.”
“오 ··· 듀오 하기 좋은 곡이네요.”
Depapepe 의 start는 ‘상쾌한’ 느낌이 특징이다.
부드러운 햇살이 내리쬐는 아침에, 아주 개운하게 눈을 뜬 기분이라고나 할까.
이 곡을 듣고 있으면 기상할 때 졸리고 괴롭다는 사실은 싹 잊은 채, 상쾌한 아침냄새만이 머릿속에 맴돈다.
“내가 a파트 할게.”
“응···”
어제 소이네 집에서 이것만 죽어라 연습했었지.
둘 다 완전히 곡을 외운 상태라 큰 실수는 없었다.
Depapepe의 곡은 한 파트에 역할이 쏠려 있지 않았다.
각자 균등하게 스트로크와 멜로디 연주를 할 수 있다.
디링-
우리는 연습한 그대로, start를 튕겼다.
둘 다 스트라토 캐스터라 그런지, 톤 차이는 거의 나지 않았다.
“기타도 깔맞춤 아니야?”
“소이것도 색깔 예쁜데 저것도 괜찮다.”
실수는 없었다. 나는 조용히 나선생님의 평가를 기다렸다.
“음 ··· 이건 ···”
나선생님은 팔짱을 끼며 고민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셨다.
“괜찮아요. 아주 괜찮네요. 그런데 ···”
방금 전에는 거침없이 피드백하시던데. 뭔가 찜찜한 구석이라도 있는 걸까.
“김수재 학생이 스트로크 할 때랑, 백소이 학생이 스트로크 할 때의 느낌이 많이 달라요.”
“··· 느낌이요?”
소이는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이걸 뭐라 표현해야 할나 ··· 커팅을 할 때의 걍약 조절? 그 쫀득하면서도 까랑한 맛이···”
나선생님은 설명을 끝마치지 못하셨다.
“아니에요, 내가 참, 학생한테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건지. 백소이 학생도 훌륭했어요.”
“감사합니다 ···”
스트로크 칠 때 특유의 까랑하면서도 쫀득한 맛.
소이는 표현이 조금 서툴렀다.
나선생님이 말을 끊으신 이유는, 소이를 ‘지적’한다는 행위 자체가 마음에 걸리셨던 거겠지.
20년 친 프로랑 비교해서 연주력이 부족하다고 뭐라 하는 꼴이니까.
이건 ··· 뭐 내가 더 잘 알려줄 수밖에 없겠네.
“다음은 하민서 학생이죠?”
“네.”
하민서가 내게 날카로운 눈빛을 보냈다.
··· 평소에도 저런 눈빛이긴 한데, 오늘따라 안력이 더욱 강한 것 같다.
나는 하민서의 연주를 듣자마자, 또 뭐라 하겠구나 직감이 들었다.
직감은 딱 맞아 떨어졌다.
“김수재 백소이, 뭐하자는 거야? 왜 나랑 곡이 같아?”
“어후. 이 소리 들을 줄 알았다.”
“뭐?”
“어휴···”
수업이 끝난 후 복도. 나는 한숨을 푹푹 토했다. 이제 또 자기중심적인 막말이 시작되는 건가?
“··· 너희 곡 바꾸는 게 좋을걸? 나 3학년 선배랑 듀오 하니까.”
“뭐? 그게 돼?”
“어 돼. 괜히 같은 곡으로 비교당하면 창피하잖아?”
하민서는 싱긋 웃었다.
미소가 예쁜 게 참 지랄 맞다.
“응 안 그래~”
“뭐?”
“창피는 아마 네가 당할걸.”
“···.”
난 하민서주전자에 열이 오르도록 불을 지폈다. 터지기 전에 소이랑 같이 도망가면 ···
띠리리리링-
주전자 끓는 소린가 싶었지만 아니다. 하민서 핸드폰에서 나는 소리였다.
“여보세요? 네··· 네. 마침 옆에··· 네.”
하민서는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나에게 핸드폰을 건네주었다.
괜히 부피만 크고 실용성이라곤 하나도 없는, 토끼 귀가 달린 케이스가 씌워져 있었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유튜버 에이트라입니다. 저번에 찍었던 영상 업로드···-
“아 네 해도 됩니다.”
나는 쿨하게 대답했다. 내가 찍힌 영상에 광고는 안 달아놨던데.
-아 정말요? 감사합니다. 그리고 다른 제안이 있는데···-
“제안이요?”
-별건 아니구요. 시간 있을 때 인터뷰 가능하냐고 저번에 여쭤봤었잖아요?-
그랬던 것 같긴 하다.
-그 인터뷰를, 신입생 음악회에서 가능할까요?-
··· 이 사람이 또 찍으러 온다고?
하민서 영상이 하루 만에 14만 조회수가 찍혔으니 달달하긴 한가보다.
“뭐 그러죠.”
-감사합니다!-
나는 핸드폰을 돌려주었다.
받자마자 액정을 옷깃에 슥슥 닦는 하민서.
내 얼굴 기름보다 네 손이 더 더러울 텐데.
신체에서 가장 더러운 부위가 손이라잖냐.
“야, 나도 찍는대.”
“···.”
나는 하민서의 분노를 뒤로하고, 소이와 같이 연습실로 도망쳤다.
문뜩 눈에 비치는 창밖의 풍경.
학생 네 명이 어색하게 주변을 어슬렁거렸다.
눈에 익은 교복은 아니었다.
저것은,
‘예술고’의 교복이었다.
그들은 지나가는 우리학교 애들을 붙잡고 흥분된 목소리로 누군가를 찾고 있었다.
“김수재가 누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