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guitarist RAW novel - Chapter 56
무한으로 즐기는 게임 수록곡 (2)
“안녕하ㅅ…”
와아아앙-!
밟으면 밟는대로 튀어 나가는 육중한 카니발.
나는 본능적인 공포를 느끼며 급히 안전띠를 멨다.
사고나도 죽지는 않겠지? 제발…
“오랜만이에요! 또 만날 줄은 몰랐어요.”
평화로운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저도 그래요.”
나는 간신히 아무렇지도 않은 척 대답했다.
탑승자 여섯은 아이리즈 멤버들이었다.
나머지 한 명은 ···
모르겠다.
“매니저 임현지예요~”
매니저였구나.
도도한 눈빛의 여성이었다.
애들보다는 나이가 많아 보인다. 20대 중후반 정도일까.
나는 꾸벅 고개를 숙이며 악수를 나눴다.
“멤버 애들한테 얘기 많이 들었어요. 민서랑 같은 학교라면서요? 영상도 잘 보고 있어요.”
“하하··· 감사합니다.”
“민서랑 친하대요!”
하민서 얘기는 어딜 가든 항상 나오네.
“그냥 ··· 같은 반이에요.”
친하긴 뭐가 친해.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 난 관계인데.
“우와, 같은반 ···”
“나 저번에 민서랑 둘이 대화하는 거 봤어.”
“대박 ···”
“민서가 진짜 착하잖아~ 남자애들한테 인기 많을걸?”
“설마?”
여섯의 미묘한 시선이, 나에게 향한다.
대체 ··· 대체 뭐라 씨부리고 다니는 거야 ···!
뒷담 까는 것보다는 낫긴 하지만 너무 불안하다.
하는 행동이 그냥 다 소름 돋는다.
“에이~ 설마 그럴리가 있겠어? 방금 한 말이 인터넷에 퍼지면 악성 루머가 되는 거야. 말조심해야 돼 알았지?”
“죄송해요 ···”
나는 임현지 매니저를 지그시 쳐다보았다.
되게 노련한 분위기를 풍기는 사람이었다.
근데 보통 운전은 매니저가 하지 않나?
프로듀서급 되는 양반이 직접 운전대를 잡다니.
“아이고~ 오랜만에 운전하려니까 삭신이 쑤시네요.”
황 프로듀서가 목을 비틀며 말했다.
“운전이 힘들긴 하죠. 태워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뇨아뇨~ 평소에 작은 차만 몰다가 11인승 몰아서 그래요.”
임현지 매니저는 부끄러운 듯이 뺨을 긁적였다.
1종 보통이 없는 모양이다.
뭔 매니저가 1종 면허가 없냐.
“게임회사는 어쩌다 가시는 거예요?”
“그, 게임 수록곡 녹음하기로 했거든요.”
“정말요?”
황프로듀서는 깜짝 놀라며 고개를 돌렸다.
앞에 좀 봐요 제발 ···
“이야 ··· 벌써 그 나이에 OST 작업도 하고. 대단하네요. 앞으로 볼 일이 많겠어요.”
“잘 부탁드립니다!”
나는 꾸벅, 힘차게 머리를 숙였다.
역시 음악계는 인맥이지.
“게임 수록곡?”
“일렉기타 곡이 게임에 들어가는 거예요?”
아이리즈 멤버들이 물었다.
저번에 봤던 ‘세 명’이 특히 나에게 관심이 많아 보인다.
나는 한껏 기분이 좋아졌다.
연예인이랑 말도 다 섞고.
진짜 횡재하는 날이다.
“운이 좋았어요. 우연히 이사님을 만나서 ···”
“이사님이요!?”
아이리즈 멤버들이 화들짝 입을 틀어막으며 놀랐다.
놀라는 모습도 예쁘네.
Tv 너머로 보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이야~ 수재씨가 운이 참 좋아. 아주 타고났어.”
“대박 ··· 멋있어요.”
“고맙습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나는 올라가려는 입꼬리를 최대한 억제했다.
“저기요, 저기요. 인스타 아이디는 안 만드세요?”
내 뒤에 앉아 있던 송아린이 물었다.
다른 멤버들보다 키가 작아서 꼭 중학생처럼 보인다.
나이는 나랑 같을 텐데.
“인스타요? 아···”
이제야 생각나네.
저번에 최유진이랑 빙수 먹다가 ‘내 팬’ 이랑 만났었다.
인스타 아이디 만들라고 그랬던 거 같은데.
까먹었다.
“혹시 채원이 아세요?”
“신··· 채원이죠?”
“네! 채원이가 수재씨 만난 적 있다고 해서요! 영상 보내준 것도 걔예요!”
신채원.
내 1호 팬의 이름이다.
따로 연락한 적은 없지만, 카톡 친구에 떠서 대충 기억은 난다.
인싸들은 카톡에 수백 명씩 있다는데.
나는 카톡 친구목록을 확인했다.
두 자릿수였다.
어떻게 여기에 사람 이름이 수 백명이나 들어갈 수 있는 걸까.
“···기억나요.”
“채원이가 학교에서 자주 얘기해요. 요즘 왜 영상 안 올라오녜요~”
같은 학교인가?
내 이름이 1호 팬에 의해서 퍼졌구나···
너무 고맙다.
나중에 감사 인사라도 보내놔야겠다.
턱, 송아린은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주세요.”
“뭘요?”
“핸드폰이요. 인스타 아이디 만들어 드릴게요.”
나는 송아린에게 핸드폰을 순순히 넘겼다.
그녀는 내 핸드폰을 받자마자 여자친구라도 된 양 마구 앱을 뒤적이기 시작했다.
“지도에 ··· 악보에 ···”
“핸드폰이 왜 이렇게 썰렁해요?”
카톡되고 메시지 되면 됐지 뭐.
잘 쓰는 중이다.
한 5년은 더 써야겠다.
“여기요!”
나는 반강제적으로 인스타그램을 깐 뒤, 아이리즈 멤버들을 팔로우했다.
연예인들이라 팔로워가 상당히 많네.
송아린은 ··· 몰래 내 핸드폰에 자기 번호를 저장해 뒀다.
무슨 속셈인 거지.
친절하게 대해주는 건 고맙지만, 과한 친절은 의심을 불러일으키기 마련이다.
방긋.
그녀는 그저, 나를 보며 환한 웃음을 지을 뿐이었다.
내 핸드폰에 처음으로 연예인의 번호가 생겼다.
뭐,
존나좋군.
“곧 도착해요~”
먼저 말을 거는 것은 어렵지만, 대화를 이어가는 건 쉽다.
호구조사만 안 하면 된다.
나는 바로 뒷줄 세 사람과 대충 인생 사는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때웠다.
“···크네···”
회사 건물을 보자마자 감탄이 입에서 쏟아져 나왔다.
“주차하고 올라갈게요~ 수재씨도 5층 가세요?”
“아 네. 혹시 레브소닉?”
“아뇨, 저희는 아니에요. 다른 게임 ost 관련해서 미팅하는 거라 ···”
“아하.”
그렇구만.
Nha 는 한국 게임회사 3~4위 정도의 서열을 지키고 있었다.
2000년대 후반까지는 잘 나갔다가 한 번 말아먹고, 모바일 게임이 부상하면서 같이 떡상하고.
일본산 씹덕 리듬게임 같은 것도 자주 들여오고.
콘솔 게임도 만들고.
리듬 게임 총괄 하는 게 카이낙스였나?
Nha 산하다.
나는 지갑에서 대머리 아저씨의 명함을 꺼내어 확인했다.
Nha 이사 겸 카이낙스 총괄책임자.
턱턱-
건물 내부는 전체적으로 아주 깔끔했다.
지리게 넓다.
나는 간신히 엘리베이터를 찾아 5층으로 올라갔다.
“··· 오.”
5층은 정말 찐 게임회사다운 분위기였다.
복도에는 여러 게임들의 캐릭터 판넬이 세워져 있었다.
기타리스트들은 이런 ‘리듬 게임’ 애니 캐릭터들을 보면 발작을 일으키곤 한다.
이거 카스미 기타야? 타에 기타야?
··· 전생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Esp 기타 산 사람한테 옆에서 저 소리를 계속하니까 아주 좋아 죽더라.
얼굴이 울그락불그락 변한다.
나는 시계를 확인했다.
10시 58분.
딱 맞춰서 왔다.
“수재씨!”
저 멀리서 에이트라가 손을 흔들며 다가온다.
“안녕하세요~”
“휴… 안 오시길래 사고 나신 줄 알았어요. 빨리 이쪽으로 오세요!”
“죄송합니다~”
나는 에이트라를 따라 접견실로 들어갔다.
길다란 테이블 하나와 수북하게 쌓인 커피 종이컵들.
나를 맞아주는 건, 두피에 머리카락이 반절밖에 없는 아저씨였다.
“안녕하세요~”
“아 예. 안녕하세요.”
이사님은 안 나오셨나?
헤이아치 머리스타일의 아저씨는 곧바로 나에게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읽어봐요.”
말이 되게 짧네.
근데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얼굴을 보니까 이해할 수 있다.
헤이아치 아저씨의 눈두덩이에는, 다크서클이 엄청나게 늘어져 있었다.
휴일에 밤샘 야근을 한 모양이다.
나는 계약서를 읽어 내려갔다.
게임 음원 사용료 400만 원.
··· 생각보다 많이 주네?
내가 만든 곡은 오리지널이 아니다.
재편곡된 레일라다.
2차 저작물 같은 경우에는, 본래 저작권자의 허가를 받아야 권리가 인정된다.
개인이 받기는 힘들고, 보통 회사에서 처리해주는데 ···
계약서를 훑어보니, 2차 저작물 처리에 관한 내용이 나와 있었다.
자기들이 원작자와 알아서 잘 협의한 다음에 쓰겠다는 조항이었다.
“음···”
나는 마지막 문단을 보며 순간 눈을 의심했다.
2차 저작권을 ‘아예’넘기는 게 아니라··· 단순한 사용료였다.
“읽어보시면 아시겠지만, 이사님 지시로 조건이 상당히 괜찮게 걸렸어요.”
“그러게요.”
나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싸인만 하시면 돼요.”
에이트라도 내 계약서를 살펴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통장 번호와 개인정보를 기입한 후, 계약서 한 장을 내밀었다.
“납기는 다음 주 안으로 부탁드립니다. 선금은 ··· 오늘 입금될 거예요.”
오늘 휴일인데.
역시, 게임회사 직원에게 휴일이란 없었다.
“그리고 ··· 광고는 그대로 진행해 주세요.”
“예~! 맡겨주세요.”
에이트라가 잔뜩 들뜬 목소리로 대답했다.
광고 협의는 이미 사전에 진행된 모양이다.
에이트라는 또다시 나에게 계약서를 내밀었다.
하루에 계약서를 두 장이나 쓰니까 아주 기분이 좋구만.
광고 관련해서 나는 ‘출연료’ 명목으로 또 돈을 받게 되었다.
에이트라의 기분이 날아갈 듯 좋아 보인다.
60만 채널에 맡기는 광고라 ··· 대체 얼마가 드는 걸까.
헤이아치 아저씨는 5층 구석에 있는 스튜디오로 우리를 안내했다.
에이트라는 카메라를 켠 채로 나를 따라오고 있었다.
“에이트라님.”
“예.”
“저 머리 괜찮아요?”
“락스타일로 세팅 잘하셨는데요? 옷도 전체적으로 빈티지하네요. 센스 있으시다.”
··· 이게 락스타일인 건가?
빈티지가 아니라 그냥 빈티나는 것 같은데.
역시 기타리스트는 허름한 복장이 진리인 모양이다.
나는 혹시나 눈곱이 붙어 있을까 싶어 괜히 얼굴을 손으로 비벼댔다.
휴일임에도 카이낙스의 사무실은 아주 시끌벅적했다.
우리는 바삐 움직이는 직원들을 감상하며 스튜디오로 들어갔다.
“음 ···”
방음 설계도 잘 돼 있고.
기타 앰프 베이스 앰프, 다 있다.
내부 시설 자체는 하민서네 소속사보다는 훨씬 조악했지만, 그래도 이게 어디냐.
영세한 게임 개발사에서는 꿈도 못 꿀만한 장비들이다.
“음원팀 조민철입니다.”
스튜디오에 앉아있던 직원도 되게 졸려 보였다.
나는 간단히 악수를 나눈 뒤, 노트북을 켜서 직원에게 작업 결과물을 보여주었다.
“로직으로 작업하셨네요··· 어디 보자 ···”
그는 커피를 홀짝이더니 갑자기 눈을 크게 떴다.
디리리리리리링~
노트북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사운드.
“이거 ··· 혼자 만드신 거예요?”
“예.”
“허어 ··· 좋은데요?”
그는 연신 커피를 머금었다.
“왜 녹음 일정이 하나 더 생겼나 싶었더니 ··· 제가 할 게 별로 없겠는데요? 레코딩 빨리 들어가죠.”
그는 씨익 웃으며 재촉했다.
자기가 할 일이 별로 없다는 게 기쁜 모양이다.
노트북과 스튜디오의 장비들이 연결됐다.
나는 기타와 페달보드를 들고 녹음실에 발을 내디뎠다.
안에는 이미 네 대의 카메라가 세팅돼 있었다.
덩그러니 놓여 있는 나무의자와 기타앰프.
창 너머로 보이는, 이리저리 컴퓨터를 두들기는 음원팀 직원의 모습
“긴장하지 마시고~ 평소대로 해주세요!”
“옙.”
“아, 끝나고 인터뷰도 하셔야 돼요. 이거 광고라서.”
“옙!”
나는 앰프에 다가가 이리저리 노브를 돌려댔다.
마샬 dsl100이네. 진짜 딱 평타는 치는 놈이다.
녹음은 당연히 앰프마이킹이지. 암.
약 10분에 걸쳐 최종 톤이 완성됐다.
디이이잉! 디잉!
적당히 크랭크업 된 듣기 좋은 앰프 사운드였다.
음량이 아주 크지만, 헤드셋을 낀 채로 연주하면 문제없을 정도다.
녹음본 가져다가 다듬기만 하면 일 금방 끝나겠네.
400만원으로 뭘 할까.
할 수 있는 게 너무 많다.
장학대회에서 우승 상금 받고 하면 한동안 장비 걱정은 없을 거 같다.
에이트라는 산업용 귀마개를 낀 채, 카메라 조명으로 나를 비췄다.
“2번 백킹트랙부터 들어갈게요!”
녹음이 시작됐다.
* * *
음원팀 조민철은 요 며칠 새 잠을 제대로 못 잤다.
다다음주 화요일에 진행되는 대규모 업데이트 때문이다.
회삿돈을 무지막지하게 끌어다 만든 레브소닉6.
피쳐폰부터 계보가 이어져 내려오는 레브소닉은, 이제는 ‘한국 리듬게임’의 본좌가 되었다.
카이낙스의 간판작이면서, nha 게임즈의 근본작이면서, 수많은 유저들의 사랑을 받는 게임.
리듬 게임인 만큼 가장 중요한 건 ‘음원’이다.
레브소닉은 타 리듬게임에 비해 압도적으로 다양한 음원으로 유명했다.
국내 곡뿐만 아니라 유명 해외곡까지.
특정 취향의 사람들까지 포용할 수 있는 막대한 양의 데이터베이스를 자랑한다.
지이이잉-!
조민철은 모니터링 헤드폰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집중하며, 지그시 눈을 감았다.
일렉기타에 대한 지식은 얕았다.
하지만, 이해가 갔다.
피로에 지친 자신.
판단력이 흐려져 있는 자신.
온갖 악조건이 겹쳐 있는 상태이지만 그래도 잘 알겠다.
좋다.
그냥, 그렇게 느껴진다.
취향에 맞는다, 이 부분이 어떻게 좋다. 이런 게 아니라.
딱 들으니까 그냥 좋다.
이런 단순한 감상을 내뱉기가 힘든데.
그냥 쉽사리 ‘좋다’고 느끼기가 힘든데.
“하.”
조민철은 순수한 감탄을 토했다.
오리지널 클래식이나 off보컬 시티팝 같은 곡들은 인기가 그리 많지는 않았다. 다만 ···
이건 다르다.
중가로 외주 맡긴 것과 비교해도 퀄리티가 차원이 다르다.
원곡이 유명한 것은 물론이요, 일렉기타 소리가 ···
죽인다.
아마추어가 애매하게 편곡해 놓은 게 아니라, 진짜 프로가 만진 솜씨.
대충 만든 것이 아닌, ‘심혈’이 들어간 트랙들.
··· 아직 고등학생이라 들었는데.
조민철은, 자신이 어느새인가 고개를 까딱이며 리듬을 타고 있다는 걸 눈치챘다.
이게 뭐하는 짓이람.
이 녹음이 끝나면, 신인 아이돌 그룹의 음원 작업도 들어가야 한다.
할 일이 산더미처럼 많았다.
분위기 환기를 할 겸, 헤드폰을 낀 채로 뒤를 돈다.
정신을 차려야···
···.
닫아놓았을 터인 문이 열려 있었다.
입구 쪽에서···총괄책임자님과 다른 부서의 부장님이 녹음실을 바라보고 있었다.
문 밖에는 원래 이곳에 오기로 했던 아이리즈의 멤버들도 보였다.
“흐 …?”
조민철은 바보같은 소리를 내뱉었다.
모든 이들의 시선이, 신나게 기타를 치고 있는 떡진머리 소년에게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