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guitarist RAW novel - Chapter 55
무한으로 즐기는 게임 수록곡 (1)
“···네?”
나는 귓구멍을 후볐다.
방금 들은 게 제대로 들은건지 아닌지 확신이 안 섰기 때문이다.
얼떨떨한 내 얼굴을 바라보던 대머리 아저씨는, 또박또박한 말투로 다시 말했다.
“레일라 편곡 버전, 레브소닉 6에 넣고 싶네요.”
··· 레브소닉 6.
맞다, 지금이 2016년도구나.
내가 마지막으로 한 게 레브소닉 17이었나?
꽤 오랫동안 재밌게 했지.
몰두한 건 아니었지만, 지하철 탈 때나 자투리 시간에 즐기기 좋았다.
내 기억 상으론, 레브소닉 7은 진짜 씹망작이다.
레브소닉이라는 타이틀의 명성에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절판되는 거 아니냐는 소문이 나돌 정도로 아주 개망했다.
레브소닉8에 간신히 게임성을 회복하여, 9편에 들어서 다시 과거의 명성을 되찾았다.
레브소닉 7이 망작이라 불리는 이유.
“··· 정말입니까?”
“예.”
레브소닉6이 엄청난 명작이기에.
최다 수록곡, 합리적인 터치노트, 전작에 비해 비약적으로 개선된 편의성, 창의성이 보이는 곁가지 기능들.
그리고 ··· 오락실 기계 최다 판매라는 업적.
레브소닉6은 작은 오락실이라도 안 놓여 있는 데가 없을 정도로 많이 팔렸다.
심지어 오락실 게임의 천국이라 불리는 일본에도 엄청나게 수출될 정도였다.
핸드폰, 포터블 게임기 버전은 어떤가.
매출만 본다면 절대 뒤지지 않을 것이다.
“하겠습니다.”
나는 즉답했다.
게임 수록곡 하나 내놓는다고 해서 내 인지도가 크게 오르지는 않을 것이다.
어차피 오리지널은 에릭 클랩튼이니까.
내가 바라는 건 아주 소박하다.
적어도 연주자, 편곡자로 사람들에게 기억될 수 있다면.
에릭클랩튼의 명성에 살짝 기생할 수 있다면.
머릿속에서 수많은 손익계산이 오갔다.
“대답이 빨라서 좋네요. 레브소닉 자주 해요?”
“자주 합니다.”
오락실에서 하기에는 돈이 아까우니까 대부분 핸드폰으로 했다.
리듬게임이 은근 박자감각을 단련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하하, 그럼 뭐 설명은 따로 필요 없겠네.”
대머리 아저씨는 두피를 벅벅 문지르며 천천히 정문 쪽으로 걸어갔다.
“문자 보내 놔요. 오늘중으로 연락 할테니까.”
“···.”
나는 침을 꿀꺽, 삼킨 다음 곧바로 핸드폰을 켜서 정중하게 메시지를 보냈다.
현재 시점에서는 출시한지 약 넉 달 정도 된 게임.
한참 곡 업데이트를 할 시기구만.
이건정말··· 일등급 일감이다.
천운이 따라야 하는, 대형 일감이다.
가슴이 막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오늘 연주에서 실수한 게 있진 않은지, 어색한 점은 없었는지 다시 한 번 머릿속으로 되짚어본다.
게임 삽입곡이라니 ···
이런 기회가 나한테 주어지다니.
“후우 ···.”
뜨거운 숨이 터져 나왔다.
나는 탁탁 세게 얼굴을 두드린 다음, 대기실로 돌아갔다.
세 사람은 궁금해 죽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무슨 얘기 했어?”
눈을 초롱초롱하게 빛내고 있는 최유진이 물었다.
말해도 되나?
심사위원과 참가자 사이에 오고 간 대화인데, 함부로 떠들어 봤자 득이 되는 건 없겠지.
“음 ··· 지금은 말하기가 좀 그런데 본선 끝나고 알려줄게.”
“화재냐?”
“화재가 아니라 호재다.”
나는 실실 웃으며 이를 드러냈다.
“아 뭔데에~ 개궁금해~”
“좀만 참아. 나중에 다 알게 돼.”
우리는 시답잖은 대화를 나누면서 학교로 돌아갔다.
하늘이 짙은 주황빛으로 물들어간다.
본관에 남아있는 학생들은 거의 없었다.
채선생님은 잔뜩 기대에 찬 듯한 표정을 지으며 피곤에 절은 우리에게 물으셨다.
“어땠어? 어땠어?”
미리 짜둔 대로 시무룩한 연기를 하는 도현이와 최유진.
소이는 연기가 잘 안 되는 모양이다.
그냥 평소처럼 입술을 우물거릴 뿐이다.
“결과가 안 좋았구나 ···”
우리의 얼굴을 확인한 선생님도 같이 축 처지셨다.
“전부 ···에요.”
“전부 떨어졌니?”
채선생님이 깜짝 놀라며 나를 쳐다보셨다.
다른 애들은 몰라도, 어떻게 네가 떨어지냐는 듯한 눈빛이다.
“전부 ··· 붙었어요.”
“그래, 그럴 수도 있지. 전부 ··· 응?”
키키키킥.
최유진의 경박스러운 웃음소리가 교무실에 울려 퍼졌다.
“내가 ··· 내가 잘못 들은 거 아니지? 너희 전부 붙었다고?”
“네.”
“전부? 한 명도 빠짐없이?”
“네!”
“어머어머머 세상에!”
선생님이 꽥 소리를 지르셨다.
귀청떨어질 것 같네.
교무실에 남아 계신 선생님들의 시선이 전부 우리에게 모였다.
“뭐?! 장학대회 본선에 다붙었다고?”
“진짜야?”
“와우!”
대화를 엿듣던 다른 선생님들도 같이 환호성을 지르셨다.
아마, 유례없는 일일 거다.
선생님들이 신입생들에 대해 평가하는 것을, 나는 몇 번인가 훔쳐 들은 적이 있다.
-올해 입학한 애들이 참 잘해요.
-맨날 음악 2군 취급만 받았는데··· 지금 1학년 애들이 졸업하면 한 1.5군은 되겠죠.
-기타 전공생들은 예고보다 우리 애들이 더 낫지 않아요?
-예선에서 잘하길 빌어야죠.
우리는, 그들의 기대를 배신하지 않았다.
드르륵-
평소 얼굴 보기 힘든 교감선생님이 소동에 이끌려 교무실 문을 열고 들어오신다.
“뭐?! 장학대회 본선에 다 붙었어?!”
“네!”
채선생님은 아주 당당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교감선생님은 꽈악. 나와 도현이를 끌어안았다.
“잘했다, 잘 했어!”
그냥 칭찬을 들은 것뿐인데.
요상하게 기분이 좋아진다.
나는 머쓱한 마음에 뒤통수를 벅벅 긁었다.
짝짝짝짝-
선생님들의 손뼉소리가, 우리에게 쏟아진다.
오늘에만 두번 째 받는 갈채였다.
“애들 배고프겠어요. 뭐 좀 먹이고 보내요!”
“너희 뭐 먹고 싶니?”
소이와 최유진을 끌어안고 있는 류선생님이 호의를 베푸시려는 모양이다.
이 분위기라면 30만 원짜리 소고기를 요구해도 사주실 거 같다.
뭐, 아무리 그래도 양심이란 게 있지.
치킨, 피자, 떡볶이.
부모님들이 건강 해친다고 먹지 말라는 음식들.
우리가 바라는 건 아주 소박했다.
교무실 한구석에 아주 작은 파티가 벌어졌다.
최유진은 먹고 싶어하던 브랜드 떡볶이를 마음껏 흡입했다.
떡볶이 떡 4개에 치킨 한 조각이라는데.
나는 이 사실을 인지한 후부터 떡볶이 먹기가 좀 무서워졌다.
와작-
치킨의 튀김옷을 베어물자마자 감미로운 육즙이 터져 나오며 입안을 적신다.
우리는, 예선 승리 기념으로 실컷 음식을 향유했다.
나는 우물우물 닭고기를 씹으며 채선생님께 물었다.
“선생님, 본선은 언제예요?”
“이번 연휴 끝나고 13일부터 일걸? 예선이 다 끝나야 날짜가 결정되니까… 정확히 언제인지는 연휴 끝나고 월요일에 알려줄게.”
“넵.”
연휴라···
그러고보니 내일 모레가 어린이날,
그 다음 날이 임시 공휴일이구나.
“다들 본선 곡은 준비했어?”
“아 맞다. 본선에서 곡 두 개 치는구나…”
“하나는 예선 곡 그대로 쳐도 되니까 하나만 더 준비하면 되겠네. 잘 해~ 긴장하지 말고.”
기품있게 떡볶이를 네 개씩 집어 드시는 채미현 선생님.
우리는 짧은 회식을 끝내고 학교 앞에서 갈라졌다.
최유진은 소이네 차를 타고 가는 모양이다.
“잘 가~”
“내일 봐!”
“바이.”
나는 하굣길을 걸으며 핸드폰을 확인했다.
– – –
아까 명함 준 정양길이에요. 작업 문의사항 있으면 문자로 연락 주세요.
서초구 중앙로
길 5층으로 내일 모레 오전 11시까지 오시면 돼요.
– – –
문자에는 일시와 주소가 찍혀 있었다.
게임 회사 직원에게 휴일이란 없는 건가?
작은 의문이 든다.
“흠흠흠~”
나는 언제나처럼 에이트라의 채널을 확인했다.
조회수 성장이 둔화되는 타이밍에 맞춰, 에이트라는 도현이와 혁오의 인터뷰 영상을 올렸다.
··· 이게 뭐라고 4만이 찍혀 있냐.
유튜브도 전략적으로 하는 거구나.
그러고보니 요 2주 동안 영상을 하나도 안 찍었네.
대회 본선에는 시간 맞춰 온다고 그랬는데.
“··· 어?”
머릿속에, 아이디어가 번뜩였다.
나는 곧바로 대머리 아저씨에게 문자를 보냈다.
– 회사에 스튜디오 있나요?
– 예. 녹음하시게요?
– 가능할까요?
– 가능하죠.
– 혹시 회사 내부 촬영도 할 수 있나요?
– 안 될 건 없는데. 하세요.
안 될 건 없다라···
나는 오랜만에 에이트라에게 전화를 걸었다.
– 아 수재씨.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혹시 ··· 5월 5일에 시간 되세요?”
– 5월 5일이요?
“네 제가 이번에 ···”
나는 오늘 있었던 일의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 게임 음반 녹음하세요?!
“그게 그렇게 됐네요. 촬영 소재로 좋지 않을까 싶어서···”
– 아주 좋죠! 얘기 들어보니까 조회수도 잘 나올 것 같고 그리고 ···
에이트라는의 아주 잠깐, 말을 끊었다.
– 잘하면 게임 회사 측이랑 광고 협의가 가능할 거 같은데요…?
“광고요?”
– 채널에 가끔 들어와요. 제가 따오기도 하고요. 전 광고영상은 사전에 밝히는 편이라서 의뢰할지는 모르겠네요.
“오오오.”
단순한 아이디어였는데, 얘기가 점점 비즈니스적으로 흘러간다.
-한 번 게임사 측에 문의해 보겠습니다.
“옙. 수고하십시오.”
60만에 가까운 유튜버라 그런지, 아주 자신감이 넘치는 말투였다.
파급력이 상당한 수준이니까 그렇겠지. 암.
에이트라는 광고료 좀 받고
곡 사용료는 내가 받고.
원곡 저작권 문제는 회사에서 알아서 처리할 테고.
스튜디오 촬영 MV 같은 건 은근 조회수가 많이 나온다.
레일라는 지금도 찾아 듣는 사람이 많으니까 유튜브의 간택만 잘 받는다면 ···.
나는 희망찬 미래를 그리며 집으로 향했다.
* * *
이이잉-
중고로 들인 노트북에서 굉음이 뿜어져 나온다.
-탁 타타탁
나는 곡을 전체적으로 세밀히 다듬었다.
하루종일 말이다.
게임에 수록되는 거니까 프로급 퀄리티를 만들어 내야 한다.
나는 낙원에서 떨이로 사온 37키짜리 마스터 건반을 책상 옆으로 치웠다.
“하아암!”
크게 하품을 한 뒤, 기지개를 켠다.
피곤하구만.
어제 학교에 갔을 때는 진짜 전설이었지.
어떻게 전부 본선에 붙냐고 난리였다.
심지어 우리 얼굴을 보려고 4층을 기웃거리던 선배들도 있었다.
5월 5일 오전 5시 37분.
밤을 샜다.
따라라라라라란~
헤드폰에서 뿜어져 나오는 레일라의 멜로디.
완벽하다.
내 기준으론, 이게 최선이다.
“아 ··· 존나 졸리네.”
나는 침대에 다이브 한 뒤, 잠깐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
이게 웬일이야.
아이리즈의 신곡이 유튜브 추천 동영상에 떠 있다.
조회수가 상당하네.
회귀전에는 이런 일이 없었던 거 같은데.
나는 아이리즈의 신곡 ‘마음을 주고싶어’를 틀어놓고 침대에 누웠다.
-너~ 에게 마음을 줄 수 있다면~
목소리 진짜 좋다.
조금만 자자.
조금만 ···
띠리리링-!
핸드폰이 울렸다.
“여보세요?”
-수재씨, 오시는 중이세요?
아 시발 지금 몇 시지?
모르겠다. 하늘이 존나 맑은 거 보니까 아무래도 그냥 좆된거 같다.
“아 넵!”
“알겠습니다~ 전 먼저 와있어요. 좋은 소식 있어요. 기다릴게요.”
오전 10시 21분.
“아 ~ 조졌다~”
나는 떡진 머리를 물로 대충 정리하고 기타와 이펙터, 노트북을 들고 집 밖으로 나섰다.
“쉬는 날에 어디가?”
“일하러!”
“뭔 일이래! 그것보다 아까 ···”
나는 세연이의 말을 무시하고 부리나케 뛰었다.
음 ··· 진짜 좆됐군.
11시까지 오랬는데.
택시 탈까? 역시 택시밖에 답이 없나?
“하 시발 ···”
나는 절망에 젖어 한숨을 토했다.
이건 진짜 최악 중에 최악인 상황이다.
시간 안 지키는 사람을 누가 좋아하겠어.
택시타자.
베스트 공격운전 드라이버가 걸리길 바라야겠다.
나는 대로 한복판에서 손을 흔들었다.
저 멀리서 택시가 힘차게 달려온다.
운이 좋네.
저 정도 공격운전이면 정말 빨리 가겠다.
목적지가 천당인지 게임회사인지는 모르겠지만.
끼이이익-!
택시 앞으로, 검은색 카니발이 끼어들었다.
열받은 택시 아저씨는 고개를 빼꼼 내밀며 욕을 내뱉었다.
“야이 개색끼야!!!”
이러나 저러나, 카니발은 속도를 줄이며 내 앞에 섰다.
뭐지.
이이이잉-
진하게 선팅 된 조수석 창문이 열린다.
익숙한 얼굴의 장발남성이, 운전석에서 나에게 손을 흔든다.
“아이구~ 어디 가세요?”
황프로듀서였다.
“서초동 nha갑니다!”
“어!?”
황프로듀서는 눈을 크게 떴다.
“우리도 거기 가는데?”
“예!?”
“이게 뭔 일이래. 빨리 타요.”
황프로듀서는 벌컥- 문을 열었다.
이게 웬 횡재냐.
나는 얼쑤 좋다구나 조수석에 올랐다.
택시 아저씨는 손님을 빼앗긴 탓에 계속 욕을 내뱉고 계셨다.
공격운전은 황프로듀서의 승리였다.
“···어?”
근데 ··· 근데 뭔가 이상하다.
‘일곱’의 시선이 느껴진다.
“저번에 뵀던 분이시죠!? 안녕하세요!”
고개를 돌려 뒷좌석을 확인하니, 여자애들이 아주 우글우글했다.
··· 이게 뭔 일이래.
“출발~”
황 프로듀서는 이니셜D의 주인공처럼 페달을 밟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