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guitarist RAW novel - Chapter 57
무한으로 즐기는 게임 수록곡 (3)
녹음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백킹 기타와 메인 트랙 작업만 하면 된다.
그 외 트랙들은 이미 가상악기 밤샘 노가다로 완성된 상태였다.
베이스, 드럼, 스트링 사운드에 세션을 쓰면 좋긴 하겠지만 ···
그 정도 까지의 돈은 없었다.
나는 헤드폰에서 흘러나오는 비트에 맞춰 박자를 탔다.
조명이 좀 눈부시긴 하지만, 연주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다.
레일라를 연주할 때의 느낌.
그때 그 감정.
간절함, 애절함.
나는 피킹의 강약을 조절하면서, 지판을 훑어 나갔다.
따라 라라라라란~
특유의 리프가 앰프에서 흘러나온다.
이건, 녹음임과 동시에 촬영이기도 하다.
그러니 표정관리를 잘해야 한다.
집에서 치듯 멍청한 표정이 카메라에 담기면 쪽팔리잖아.
나는 피크를 입에 물고 어레인지된 피아노 코다 파트를 마쳤다.
총 레코딩 시간은 얼마 되지도 않았다.
좌아아아앙-!
“후.”
좋은데?
백킹 기타는 중간에 스트로크가 씹혀서 쓰리 테이크였는데.
메인 트랙은 한 방에 끝났다.
하긴, 연습을 얼마나 했는데.
당연하다면 당연한 거겠지.
세션 일이 아니니까 뮤지션의 입맛에 맞출 필요도 없었다.
그냥 내 기준을 충족하면 오케이인 거다.
나는 만족스레 기타를 쓱 훑었다.
15만 원짜리로 뽕을 뽑다 못해 아주 뿌리까지 핥아 먹는구만.
“컷! 수고하셨습니다!”
눈부신 조명이 꺼졌다.
촬영 또한 같이 끝났다.
“진짜 잘 뽑혔네요. 촬영본 교차편집 해서 쓰면 될 것 같아요. 아, 음원은 바로 보내주셔야 돼요!”
“옙. 내일 모레 쯤이면 다 될 거 같아요.”
“그렇게 빨리 가능하세요!?”
“해보겠습니다.”
“무리하시는 건 아니신지···.”
에이트라는 걱정스러운 듯한 눈빛을 띄웠다.
사실 녹음본 받아서 두 세시간만 다듬으면 될 거 같은데.
내일모레라고 이야기 한 건 좀 넉넉히 잡은 거다.
나는 싱글벙글 웃으며 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답답한 녹음실과 대비되는, 시원 상쾌한 공기가 입과 코를 적신다.
그리고,
“어···?”
열 쌍에 달하는 눈동자들로부터, 뜨거운 시선이 쏟아졌다.
녹음에 집중하느라 전혀 눈치를 못 채고 있었네.
언제 스튜디오에 모인 거지?
짝- 짝 -짝.
그저께 봤던 대머리 아저씨가 나에게 박수를 보냈다.
그의 입에는, 은은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봐봐, 좋다니까.”
“그러게요 ···”
“저걸 학생 대회에서 들을 줄은 몰랐지. 느낌이 팍 오더라고.”
“일렉 곡이 색다르고 좋긴 하죠. 저희도 던전 BGM에 ···”
황 프로듀서와 아이리즈 멤버들은 문 너머 복도에서 빼꼼,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녹음 끝났습니다!”
음원팀 직원은 긴장한 듯한 얼굴로 급하게 컴퓨터를 두들겨댔다.
나는 우선 대머리 아저씨에게 다가가 꾸벅,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십니까!”
“하하, 그래요. 컨디션은 어때요?”
“좋습니다. 녹음도 잘 끝마쳤습니다.”
“이쪽은 대회에서 만난 김수재 학생.”
대머리아저씨는 내 어깨를 툭툭 두들겼다.
나는 양복을 입은 다른 아저씨에게 시선을 돌렸다.
몸의 모든 부위가 큼직하다.
진짜 ‘강한 인간’ 이라는 느낌이 든다.
원래 게임회사란 게 입사하자마자 신체 약화 디버프 걸리는 게 국룰 아닌가?
풍채가 꼭 씨름선수 같다.
“미너스 개발부장 박용만이에요. 반가워요.”
그는 목소리도 아주 굵직했다.
카이낙스의 총괄책임자 겸, nha의 이사.
그리고 게임회사의 ‘부장.’
잔뜩 긴장한 듯한 음원팀 직원은 그저 열심히 키보드만 두들길 뿐이었다.
상사 앞에서는 일하는 척해야지.
그럼 그럼.
그나저나 ···
“미너스요!?”
나는 깜짝 놀라며 대답했다.
“알아요?”
“소식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아직 오픈베타 중인데~ 친구가 게임에 관심이 많네.”
··· 나는 어안이 벙벙했다.
그렇구나.
오픈베타 중이구나.
나는 강직한 인상의 아저씨를 지긋이 쳐다보았다.
미너스.
한국 MMORPG 시장이 죽어가던 때, 혜성처럼 등장한 게임이다.
그래픽은 별로지만, 게임성 자체가 워낙 좋아서 유저들의 지갑을 탈탈 털어가기로 유명했다.
카이낙스 특유의 약간의 씹덕향은 덤.
나도 몇 번 플레이한 적은 있는데, 금새 접었다. 돈이 아까웠으니까.
“나도 이 곡 옛날에 자주 들었는데. 옛날 생각나네.”
“감사합니다!”
“음원 받자마자 노트 작업 들어가면 대충 업데이트 일정 맞겠지. 그쪽 ost 진행은?”
대머리 아저씨가 수첩을 살피며 말했다.
“완성은 거의 됐다 하고, 미팅도 끝났습니다. 아, 들어오십시오.”
쭈뼛거리는 아이리즈 멤버들.
황 프로듀서와 매니저는 스튜디오 안으로 멤버들을 몰아넣었다.
동시에, 에이트라가 눈을 크게 떴다.
그는 프로 정신을 발휘하여 급하게 카메라를 손에 들었다.
“수재씨, 수재씨.”
“네?”
“전 수재씨 찍는 겁니다. 인터뷰 시작하죠.”
에이트라는 곧바로 내 티셔츠에 핀 마이크를 찝었다.
···
영상각 진짜 잘 잡네.
연예인이랑 나를 같이 찍어서 조회수좀 빨아먹겠다는 건가?
에이트라는 이리저리 카메라 무빙을 치면서 나에게 정석적인 인터뷰 질문들을 던져댔다.
연주소감, 편곡은 어떻게 하게 된 건지, 에릭 클랩튼을 좋아하는지, 레브소닉 6의 플레이 소감.
인터뷰라고 해서 100% 쌩으로 진행되는 건 아니다.
보통, 질문하기 전에 미리 조율을 한다.
그러니까 지금 이건, 사전 준비가 하나도 안 된 인터뷰였다.
나는 그럴듯한 대답을 입 밖으로 쏟아내었다.
척-
인터뷰가 끝나갈 즈음, 에이트라가 주먹 쥔 손을 들어 올렸다.
정지신호다.
에이트라는 카메라를 그대로 든 채 아저씨 둘에게 다가갔다.
이게 원테이크 촬영기법인가?
“안녕하세요, 이번에 레브소닉 광고를 맡은 에이트라입니다. 인터뷰 가능하실까요?”
“아 네. 하세요.”
갑자기 치고 들어올 줄은 몰랐는지, 두 사람의 얼굴에 당황이 물들었다.
“레브소닉 발매 후 6개월 정도가 지났는데요, 전작과 비교해서 음원의 다양성이 ···”
사전 조사를 해왔나 보네.
게임에 대한 질문이 마구마구 쏟아져 나온다.
대머리 아저씨는, 한 치의 막힘 없이 인터뷰에 대응했다.
에이트라는 흐음흐음~ 하며 격한 추임새를 넣었다.
카메라가 돌아가고 있을 때만큼은, 진짜 유튜버스러웠다.
에이트라는 잠시 뜸을 들이더니 아껴둔 듯한 질문을 던졌다.
“레일라 ‘일렉기타’ 버전을 굳이 레브소닉 6에 삽입하시는 이유가 있으신가요?”
“신선하고, 좋고, 많은 유저 분들이 들어주시길 바라기 때문입니다.”
“아하! 혹시 곡의 난이도는 ···”
“최소 하드부터 시작합니다.”
최소 하드라 ···.
고수용 곡이라는 소리다.
“이번에 아주 젊은 분이 재편곡 작업을 하게 되었는데요, 개인적으로 만족하시는지 ···”
“아 예 ···”
힐끗,
대머리 아저씨의 시선이 나에게 향했다.
순간, 숨이 턱 막히는 느낌이 들었다.
그의 입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호칭이 튀어나왔기 때문이다.
“만족스럽습니다. 곡의 분위기나, 뉘앙스나. 원곡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일렉기타를 부각하는 식으로 재편곡 되었습니다. 이게 다 ‘기타리스트’ 김수재 군이 고생해준 덕분입니다.”
···.
수재.
김수재씨.
김수재 학생.
나는 지금껏 그리 불렸다.
회귀 전에도, 회귀 후에도.
나는 기타리스트임과 동시에 세션맨이었지만,
누군가가 직접 기타리스트라 불러준 적이 있냐 묻는다면 ···
많지는 않았다고 대답할 것이다.
회귀 전에도 이런데, 회귀 후는 어떨까.
단 한 번도 ‘기타리스트’라 불린 적이 없었다.
그냥 기타 전공생, 학생이었다.
하지만 지금.
‘학생’ 이라는 신분을 갖고 있는 지금.
나는, 기타리스트라 불렸다.
“인터뷰 감사합니다!”
에이트라가 카메라를 내렸다.
나는 대머리 아저씨에게 꾸벅, 고개를 숙였다.
단순히 호칭 한 마디 불러준 것에 불과했지만, 정말 기쁘다.
코끝이 찡했다.
카메라가 꺼진 것을 확인한 대머리 아저씨는, 말을 마저 이었다.
“곡 완성도가 뛰어나요. 재편곡 작업 같은 경우는 보통 외주 맡기는데··· 왜, 그렇잖아요. 돈 받고 하는 일이고, 자기 곡도 아니니까 ‘들어줄 만한’ 퀄리티만 맞추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
나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이건 아니잖아요? 대회에 나가기 위해서, 이기기 위해서, 자신을 위해서 만든 곡이죠. 난 그걸 합당하게 돈 주고 게임에 쓰는 것뿐이고.”
대머리 아저씨는 아주 옅게 미소를 지었다.
스튜디오 내부에는, 윙윙거리는 컴퓨터의 팬 소음만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잘 들었어요. 납기일은 제대로 맞춰 줘요. 그리고··· 박부장?”
“예 이사님.”
“ost 협의 잘 마무리 하고. 조 대리는 오늘도 야근하겠네. 힘들지?”
“아닙니다!”
“김수재군 연주는 어땠어? 녹음은 잘 됐나?”
“오랜만에 귀 호강했습니다. 녹음상태도 양호합니다.”
“하하, 그래. 수고하고.”
음원팀 직원은 꾸벅꾸벅. 연신 고개를 숙였다.
보통 회사의 이사직이 실무자는 아닐 텐데.
카이낙스 총괄 책임자이기도 해서 그런지, 직원들이랑 친분이 두터운 모양이다.
“난 갈게요, 마무리들 잘해요.”
대머리 아저씨는 손을 흔들며 스튜디오에서 나갔다.
타타탓-
멀찍이 떨어져 있던 송아린이 내게 달려왔다.
“진짜 멋있었어요···”
“고마워요.”
“이것 좀 보세요!”
송아린은 내게 핸드폰을 내밀었다.
··· 아침에 봤던 거네.
유튜브의 간택을 받은 아이리즈의 ‘춤’ 연습 영상.
영상 속 송아린은 단촐한 체육복 차림이었다.
특유의 귀염뽀짝 한 안무들과 가사가 내 눈과 귀를 자극했다.
“와우.”
나는 감탄을 토했다.
조회수 39만.
분명, 회귀 전에는 이런 일이 없었던 거 같은데.
2017년까지 진짜 개하꼬였는데 ···?
“대단하네요···”
“대단하죠! 그쵸?”
“이럴 줄 알았으면 핸드폰이 아니라 카메라로 찍을 걸 그랬어요.”
임현지 매니저는 아쉽다는 듯이 말했다.
유튜브영상은 정말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빵 터지곤 한다.
터지고 보면 이게 아쉽고 저게 아쉽고 그렇지.
“보세요.”
송아린은 댓글 창을 열어서 내게 내밀었다.
좋아요가 30개 정도 박혀 있는, 상위권 댓글이 눈에 들어온다.
– 기타 소리 땜에 안 물리는 듯. 보통 아이돌 곡에는 기타 안 넣던데.
ㄴ ㅆㅇㅈ
뭔가, 뭔가···
되게 부끄럽다.
연예인이 직접 댓글을 찾아 보여주니까, 더 부끄럽다.
“얼굴 봐봐.”
“귀여워~”
멤버들이 나를 놀리듯 실실 웃어댔다.
“저희도 게임 ost 맡았거든요. 여기서 녹음하는 건 아니지만···”
“아하~ 미너스 온라인이죠?”
“맞아요!”
오프닝이나 엔딩 작업이라도 했나?
아니면 pv영상?
어떤 노래가 나올지 기대된다.
“기대할게요.”
“기대해주세요!”
송아린은 싱긋, 나를 보며 웃었다.
친절하게 대해줘서 고맙네.
좀 과해서 불안하긴 하지만 ···
“자자, 미팅 끝났으니까. 스튜디오에서 응원 메시지 하나씩 녹음하자.”
“네에~”
“그다음에는 ···”
임현지 메니저는 멤버들을 모아놓고 일정 설명을 시작했다.
황프로듀서는 내게 다가와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혹시 저분은 ···”
“아, 촬영 도와주시는 유튜버 에이트라님이세요.”
“안녕하세요~ 에이트라입니다~”
“채널 잘 보고 있습니다!”
둘 사이에서 대충 비즈니스 얘기가 흘러가기 시작했다.
나는 은행 어플을 켜서 통장 잔고를 확인했다.
선금 200만 원이 꽂혀 있었다.
“···.”
200만원이라 ···
아직 휴일은 많이 남았고.
곡 녹음도 끝났고.
돈도 생겼고.
벽에 기대어 놓은 기타를 멍하니 바라본다.
신품가 60만 원 짜리 스콰이어 스트라토 캐스터.
소리가 충분히 좋긴 한데 ···
“기타나 살까.”
나는 잔고를 보자마자 기타리스트스러운 욕망이 끓어 올랐다.
턱턱-
커다란 손이 내 어깨를 두들긴다.
곰 같은 인상의 박부장이었다.
“우리도 일렉기타 곡 많이 쓰는데.”
그는 의미심장한 말만을 내게 남겼다.
··· 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