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guitarist RAW novel - Chapter 65
뮤지션의 자격 (1)
환호 속에서 수상식이 진행되었다.
각 부문 참가자들 여섯이 호명을 받으며 무대에 올라섰지만, 영광을 손에 쥐는 것은 셋뿐이었다.
일렉기타 부문은 나, 김태현, 최유진.
베이스 부문 타지 전공생 둘, 3등 도현이.
클래식기타 부문 ···
2등 하민서.
나는 하민서를 멍하니 쳐다보았다.
타고난 미모가, 화려한 조명을 받으니 더욱 빛나는 것 같다.
저런 얼굴로 살면 대체 어떤 기분일까.
“···.”
“···.”
아주잠시, 시선이 맞았다.
하민서는 에이트라가 들고 있는 카메라를 향해 활짝 웃어 보였다.
가수로 데뷔한다고 들었는데.
클래식 치며 노래를 부를 수는 없을 테니, 어쿠스틱 쓸 텐데.
하민서는 끝까지 클래식 기타를 고집했다.
터벅터벅-
서병훈 피아니스트가 무대 위로 올라갔다.
190이 넘는 거대한 키지만, 마른 체형 덕에 그리 위압감이 들지는 않았다.
“장학 재단 이사이신 ‘서병훈’피아니스트가 직접 학생들에게 상장을 전달하겠습니다!”
관객석 쪽에서 웅성이는 소음이 터져 나왔다.
“서병훈이다 ···”
“실제로 처음 봐 ···”
유명한 양반이다.
‘음악인’ 뿐만 아니라, 대중에게도 널리 얼굴이 알려진 사람이다.
대회 일정을 앞당길만하다.
누가 뭐래도 ‘서병훈’이니까.
“흐억!”
무대 구석에 있던 남학생 한 명이 헛숨을 토했다.
장학 대회의 단상에는 ‘각 부문별’ 1~3위 학생들 나란히 서 있었다.
피아노 전공생처럼 보이는 이들은 손을 달달달달 떨었다.
기타의 거장에게 상을 받는다고 생각한다면, 나도 똑같은 반응을 보일 것이다.
나는 서병훈 피아니스트가 건넨 금띠가 둘러진 유리 상패를 머리 위로 들어 보였다.
“수고했어요.”
공식 석상이라 그런지 존댓말 쓰시네.
“감사합니다.”
나는 꾸벅, 고개를 숙임과 동시에 그와 악수를 했다.
“기대된다.”
“··· 네?”
서병훈 피아니스트는 관객석 쪽으로 몸을 돌리며 내 어깨에 손을 얹었다.
“사진 찍습니다~”
초청 사진기사의 카메라에서 플래시가 터져 나온다.
에이트라는 동영상으로 나의 모습을 담고 있었다.
제발 ··· 제발 쌍기타 돌리기가 안 잘렸기를.
“참 숙호가 부러워.”
“···.”
반쯤 맛이 간, 작은 목소리가 귀에 들려왔다.
서병훈 피아니스트는 넓적한 손으로 나의 머리를 툭, 치더니 이어서 수상을 진행했다.
최유진은 퉁퉁 부은 눈으로 상패를 받아들고서는,
“해냈다아!”
크게 소리를 질렀다.
목청 한번 대단한 놈이다.
나는 수상식이 끝나자마자 어머니께 달려가 상패를 들려 드리며 같이 사진을 찍었다.
고배를 마신 사람도 있고, 단물을 머금은 사람도 있었다.
전자에게는 위로를, 후자에게는 축하를.
“다음에 잘하면 되지 뭐.”
“응···!”
나는 소이를 다독였다.
한동안 불타올랐던 대회는 그렇게 마무리되었다.
* * *
다운 엔터테인먼트는 요즘 따라 시끄럽다.
연예 기획사에 조용한 날이 언제 있겠느냐마는, 최근 들어 소음이 들려오는 빈도가 더욱 잦아졌다.
이유는 다름이 아니다.
데뷔한지 얼마 안 된 여섯의 소녀들 때문이다.
예상치 못한 대중들의 호응 때문이다.
작디 작은 일이, 큰 변화를 만들어내었다.
“··· 아.”
송아린은 멍하니 노트북 모니터 화면을 바라보며 감탄을 토했다.
댄스 연습을 하던 도중, 시험 삼아 찍은 영상.
매니저님에게 부탁하여 찍은 영상.
‘기타소년’의 영상을 보며 ··· 갑자기 자신도 찍고 싶어져서 찍은 영상.
날이 가면 갈수록 조회수가 올랐다.
덩달아 스트리밍 재생수까지 올라갔다.
명백한 호재였다.
“으흐흐.”
송아린은 바보 같은 소리를 입 밖으로 흘렸다.
아이돌에게 있어서 ‘뜰 그룹은 뜬다’라는 말은 조롱의 의미에 가까웠다.
대중에게 이름과 얼굴을 알릴 기회가 없다면, 자연스레 묻힐 수밖에 없다.
수많은 아이돌 연습생들이 10대와 20대 초반을 날려버린 채 연예계에서 사라져간다.
데뷔에 성공한 대다수의 그룹도 마찬가지였다.
트레이닝, 트레이닝, 트레이닝, 관리.
실력을 갈고닦는 것은 중요하지만, 운이라는 요소도 절대 배제할 수 없었다.
송아린은 드르륵- 마우스 스크롤을 내렸다.
– 아이돌 노래 치고 좋음
ㄴ ㅇㅈ
욕인지 칭찬인지 구분이 잘 가지 않는 댓글이었다.
다만, 괜스레 기분이 좋아졌다.
마치 행운의 여신이 자신들을 이끌어주는 느낌이었다.
“언니 언니, 이거 봐봐.”
“댓글? 안 볼래.”
“아 왜에 ~”
“저번에 악플 보고 나서 잠 한숨도 못 잤어. 이제부터 그냥 안 보려고.”
“으으으···”
송아린은 입을 삐죽 내밀며 계속해서 댓글을 읽어내려갔다.
– 아이리즈 까메오 출현 ㅋㅋㅋ
작성한지 12시간밖에 되지 않은 댓글이 문뜩 눈에 들어온다.
송아린은 본능적으로 링크를 클릭했다.
“어?”
‘빨간기타 소년’이라고 별명이 붙여진, 또래 아이의 인터뷰 영상이 곧바로 재생되었다.
“···.”
송아린은 모니터 화면에 얼굴을 파묻었다.
조회수 ··· 조회수가 ···
99만.
“헤엑!”
100만 목전의 동영상이었다.
“와 ··· 100만··· 우리나라 인구 50분의 1!”
중복 조회수도 있을 것이다.
조회수가 인지도를 대변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대단했다.
혼자서 ‘실력’만으로 이정도까지의 관심을 얻다니.
송아린은, 소년의 자세를 본받고 싶었다.
“응?”
문뜩 눈에 들어온 10002라는 숫자.
싫어요의 숫자였다.
좋아요도 20000가까이 됐지만 ··· 싫어요 비율이 너무 높았다.
송아린은 곧바로 댓글창을 띄웠다.
··· 엄청난 욕이 적혀 있었다.
– 씨~ 발 이걸 하라고 만든 곡이냐 아니면 죽으라고 만든 곡이냐?
– 진짜 개어렵네 ㅋㅋㅋ 얘가 친거였네 ㅋㅋㅋㅋㅋㅋ
– 왜 이거 깨야 캐릭터 주는거임? 대체 왜? 대체 왜? 대체 왜?
– 정신나갈거같애정신나갈거같애정신나갈거같애정신나갈거같애정신나갈거같애
– 왜이렇게친거야왜이렇게친거야왜이렇게친거야
“···으으···.”
거친 욕설을 보자마자 심장이 벌렁벌렁 뛴다.
본인이 직접 이 댓글들을 마주하면 과연 어떤 기분이 들까.
남의 일이지만, 괜히 자기 일처럼 걱정이 몰려왔다.
송아린은 곧바로 노트북을 덮었다.
“연습들어가자~”
“아, 응!”
동시에, 언니와 함께 책상에서 일어났다.
“정신 바짝 차려야 돼. 이번에 카메오로 들어가니까 ···”
“응. 알고 있어!”
송아린은 후우, 크게 심호흡을 했다.
갑작스레 잡힌 스테이지 공연.
이벤트성 공연.
··· 선배의 힘을 빌려 아이리즈의 이름을 알릴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
“화이팅!”
“뭐야~ 갑자기~”
“헤헷.”
디링!
송아린 머리를 긁적이며 핸드폰을 확인했다.
자신의 절친 ··· 인 채원이에게서 카톡이 왔다.
– 봐봐 이거! 여기 나간다고 하지 않았어?
··· 어?
송아린은 페이스북 캡처 사진을 보며 흡, 숨을 삼켰다.
* * *
우리는, 전설이 되었다.
전국 대회에서 기타부문 1~3위를 싹쓸이하고,
베이스도 3위 먹고.
클래식기타 2위 먹고.
이게 전설이 아니면 뭐가 전설일까.
월요일 아침의 교장 선생님 얼굴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어떻게 사람이 그렇게 눈을 크게 뜰 수 있는 거지?
거의 눈알이 빠지기 직전이었다.
– 우리학교가! 우리학교가 최고다!
학교의 꼭대기.
1학년 8반의 교실에는, 아주 잠시동안 중년 남녀들의 괴성이 울려 퍼졌었다.
화려한 업적에는 당연히 포상도 따랐다.
전교생에게 롯데리아 햄버거세트가 돌아간다면 믿겠는가?
한 반도 아니고 전교생에게?
나라도 안 믿을 거 같다.
근데 원래 ‘그럴듯한’ 이야기는 구라일 확률이 높고, ‘얼척없는’ 이야기는 진짜일 확률이 높다.
이거 실화다.
실화.
데리버거였지만.
“···.”
촤아아아악-
비가 내린다.
비가, 아주 많이 내린다.
나는 창밖의 풍경을 우수에 잠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내리치는 폭우 때문에 운동장이 진흙탕인지 뻘인지 모를 정도로 질척해져 있었다.
게다가 좀 춥다.
괜히 하복 입고 왔네.
뭔놈의 날씨가 이지랄이냐.
나는 연습실 뒤편에 놓인 기타를 잡고, 연주를 시작했다.
g.o.d 1 에 수록된 감성적인 곡이었다.
“아시발 이거 어캐깸.”
콰과고광-!
번개가 내리쳤나 싶었지만, 아니다.
도현이가 내 기타줄을 손바닥으로 내리찍어 앰프에서 굉음이 터져 나온 것이었다.
“아이 씹.”
“다 잘 하면 깨지지~”
“갸아아아아악! 깨봐! 깨봐!”
5월 18일 수요일.
비오는 날의 방과 후.
우리는 대충 연습실에 모여 대충 연습을 하는 중이다.
중간고사도 끝났고, 대회도 끝났고, 게임 업데이트도 잘 됐고.
··· 모든 게 만족스러웠다.
따라라라라라란~
도현이의 핸드폰에서 일렉버전 레일라의 멜로디가 흘러나왔다.
“와 김수재 유튜브 댓글 봐.”
도현이는 내게 핸드폰을 내밀었다.
··· 게임 회사에서 찍었던 인터뷰 영상이다.
이미 업데이트되자마자 봤는데?
···.
“어?”
뭔가, 뭔가.
어제와는 달리 욕 같은 게 엄청 많이 달려 있었다.
왜 이렇게 어렵게 쳤냐며, 육두문자가 필터링 없이 그대로 나열돼 있다.
하지만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댓글을 단 사람들에게서 절망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내 연주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번뇌에 빠트리다니.
음악인으로써 너무 뿌듯하다.
“이거 많이 어렵냐?”
“존나어렵다 ···”
혁오도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실패했나보다.
그렇게 어려운 곡은 아닌데.
중간중간에 속주를 좀 쑤셔 박긴 했지만 ···.
생각해 보니 이게 왜 내 탓이지?
터치노트 찍은 개발자가 욕먹어야 되지 않나?
“넌 안 하냐?”
“예전에 많이 했어~”
얘들이 리듬게임을 하다니.
문상 뿌리는 이벤트 때문인가.
대규모 업데이트 하면서 유튜브에 광고 엄청 때리더라.
나는 다시 핸드폰으로 눈을 돌렸다.
아주 다행히, 쌍기타 돌리기가 포함된 ‘본선’ 영상이 에이트라 채널에 올라가 있었다.
게임 수록곡 영상보다는 조회수가 별로였지만··· 어디까지나 ‘게임 수록곡 영상’ 에 비교해서이다.
조회수는 40만에 가까웠다.
“이야···.”
좋다.
상당히 좋다.
연주 영상은 해외 유입이 많다.
당연하다. 연주에는 국경이 없으니까.
딱히 언어가 필요한 게 아니니까.
-Hoooolyyyyyyy double spin
유난히 좋아요가 많이 박혀 있는 댓글이 눈에 들어온다.
연주에 대한 평가도 있었지만, 내 ‘쌍기타’ 돌리기에 관한 이야기가 댓글의 주를 이뤘다.
– 절대 따라하지마세요ㅕ 따라하다가넥부숴졌네씹ㅂ알ㄹ
– 이거 어떻게 하는 거예요? 강좌좀 ···
피식피식, 웃음이 계속 터져나온다.
그러니까 누가 따라 하래?
기타의 명복을 빕니다.
“기타 하나 돌리기도 어렵던데 ···”
“너 유명해지면 사람들이 계속 따라하는 거 아니냐?”
“응···? 에이, 설마.”
··· 나는 머릿속에 혹시 모를 미래를 그렸다.
만약 내가 더 유명해진다면.
쌍기타 돌리기 챌린지 같은 게 유행한다면 ···
곡소리와 함께 낙원상가에 인파가 끊이지 않겠구만.
“대충 치다 가자.”
“그래.”
나는 기타를 잡고 연주를 시작했다.
오아시스의 don’t look back in anger.
“You said that you’ve never been~”
우리는 주륵주륵 쏟아지는 빗줄기를 보면서, 목청껏 노래를 불렀다.
분위기 좋-다-
“··· 가자.”
먹구름이 점점 짙어졌다.
해가 저물어 가기 때문이다.
“그래.”
나는 기타 가방을 들고 연습실에서 나섰다.
소이와 최유진은 먼저 학원에 간 모양이다.
“학원 가자~!”
“시바아아아~!”
“아아아아아~ 학원이다~”
돌아온 일상.
나는 기타가 젖지 않도록 가방을 앞으로 고쳐 맨 뒤, 익숙한 상가건물로 향했다.
“잘가라~”
“그래~”
거리가 그닥 안 머니 도착도 순식간이었다.
나는 잔뜩 젖어서 위험하기 그지없는 계단을 올랐다.
“··· 어?”
반투명한 유리문 너머로, 사람들의 인영이 보인다.
뭐지.
하라는 연습은 안 하고 왜 로비에 몰려 있어.
“어서오너라~”
나는 학원문을 당겼다.
수 많은 학생들의 시선이, 전부 내게 날아와 꽂힌다.
아니, 학생들뿐만이 아니다.
··· 익숙한 얼굴들도 있었다.
“수재 왔네! 너 그새 되게 많이 컸더라!?”
“와! 전국 1등!”
학원의 로비에는,
밴드 ‘라비다’의 멤버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 왜 있어요?”
“으응? 조금 ··· 섭섭한데? 말투 혹시 대혁이한테 배운 거야!?”
꾸우욱-
키보디스트 누나는 나의 볼을 쭈욱 잡아 늘였다.
“저거.”
얇상한 손가락이 가리키는 벽면.
나는, 반듯이 붙여진 포스터를 보고서 “아~” 하며 감탄을 내뱉었다.
···5월이구나.
그렇구나.
이때가 왔구나.
나는, 다시 한 번 라비다 멤버들의 얼굴을 살폈다.
5월 한강 뮤지션 페스티벌.
라비다가 본격적으로 메이저에 발을 내딛는 시기였다.
“나도 나가고 싶다.”
“나가지?”
키보디스트 누나는, 나를 향해 새하얀 이를 드러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