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guitarist RAW novel - Chapter 66
뮤지션의 자격 (2)
한강 뮤지션 페스티벌 ···
포스터를 보자마자 새록새록 전생의 기억이 떠올랐다.
인디밴드 시절, 나는 한강 페스티벌 예선에 지원한 적이 있다.
물론 스테이지에 오르지는 못했다.
쟁쟁한 경쟁 상대가 너무 많았기에, 바로 밀려났다.
한강 페스티벌은, 홍대 거리나 라이브 카페를 전전하는, 인디밴드들이 꿈꾸는 ‘양지’ 였다.
“에이~ 제가 여길 어떻게 나가요.”
“아하하. 그런가?”
못나가지. 초청도 못 받았고, 예선도 뚫어야 하는데.
애초에 고등학생 개인이 참가할 수 있는 건가?
아마 안 될 거다.
키보디스트 누나도 그냥 괜히 해본 소리 같다.
쩝, 괜히 입맛을 다셔본다.
꼭 한번 서보고 싶기는 하다.
기회가 없어서 문제지.
“라비다는 초청 뮤지션으로 참가하는 거예요?”
“아니이~?”
“아직 초청받을 정돈 아니야~”
황정태 베이시스트가 씁쓸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하긴 뭐.
인터넷 등지에서 유명하고, 골수 팬도 많은 밴드라고는 하지만, ‘엄청’ 유명하냐고 묻는다면 ···
그렇지는 않다.
페스티벌에 초청받는 뮤지션은 진짜 이름만 딱 들어도 아는 사람들이다.
옆에만 있어도 햇빛냄새가 나는, 양지인들이다.
라비다는 미래에 완전한 양지에 들어서지만, 아직은 아니었다.
“예선은 이미 뚫었지~”
“와우···”
대단하다.
이건 내 기억대로 흘러가는구나.
라비다는 페스티벌에 참가하여 탄력을 받은 후, 본격적으로 여러 행사에 불려다니기 시작한다.
성공이 예견되어 있는 미래.
부럽구만.
나는 소이 옆에 가서 앉았다.
로비 바구니에는 언제나 쌀과자가 가득 차 있었다.
바삭바삭.
무한으로 즐겨요~
“수재야 ···.”
“응?”
“이거 ···.”
나는 소이가 내민 종이컵을 받아들었다.
쌀과자엔 커피가 딱이지. 암.
“입 안 댄 거야···”
“별로 입대도 상관없는데.”
“으··· 응?”
가래만 안 넣으면 괜찮지 않나?
나는 후루룩 커피와 쌀과자를 축냈다.
소이가 손수 타준··· 아니, 뽑아준 커피.
맛이 되게 좋다.
털썩-
성예린도 내 옆에 와서 앉았다.
“여~ 조회수 100만~”
“여~”
나는 어색하게 하이파이브를 했다.
성예린은 스윽, 소이의 눈치를 한 번 살피더니, 나에게 핸드폰을 내밀었다.
“나도 유튜브 채널 만들었어.”
“올.”
··· 얘도 유튜브 시작한다고 그랬었지 참.
나는 핸드폰을 받아들었다.
채널 이름은 예린 ♥ 뮤직이었다.
“개촌스럽네.”
“촌 ··· 스러워? 소이야 이거 촌스러워!?”
성예린은 내 조언을 부정하며 소이에게 달려들었다.
“잘 모르겠어···”
“내가 보기엔 괜찮은 거 같은데 ···”
얘는 여자애들이랑은 두루두루 잘 지낸다.
뭔가 되게 여우 같다.
처음에는 무시하더니, 나중엔 또 괜히 친한척하고.
일편단심 띠꺼움으로 일관하는 하민서 보다는 낫긴 하지만,
회귀 전에 박힌 인상 때문에 쉽사리 거리감을 좁히긴 힘들다.
“기타 돌리기 따라 하려다가 완전 망했어.”
성예린은 펜더 기타를 손에 쥐어 보였다.
바디 뒷면에 큰 상처가 찍혀 있다.
음 ···
“공짜레릭 개꿀.”
“미친 ···”
나의 작은 행동이, 수많은 기타쟁이들에게 상처를 입히고 있었다.
레릭이 좀 멋있긴 하지.
아마, 기타쟁이들 고유의 문화가 아닐까 싶다.
걸레짝같은 외관에 열광하는 것.
일부러 멀쩡한 기타를 걸레처럼 만들어서 파는 것.
병신같지만 묘한 매력이 있다.
넥 안 부러진걸 다행이라고 생각하라 이말이야.
“티켓 못 받은 사람?”
라비다의 멤버들이 학원생들에게 티켓 종이를 나눠주고 있었다.
소이의 손에도 푸른색 티켓이 들려 있다.
한강 뮤지션 페스티벌.
날짜는 ··· 5월 27,28 저녁 시간대였다.
“이거 보러 갈 거야?”
“아, 응··· 수재도 같이 갈 거지?”
“당연하지.”
성예린은 우리 둘을 도끼눈을 뜬 채로 바라본다.
··· 왜 저렇게 보는 거야.
어차피 다 나눠주는 건데. 가면 또 만날 텐데.
근데 나는 없네?
열받네?
“저는요.”
나는 쌀과자를 아주 맛없는 얼굴로 먹고 있는 윤대혁 선배에게 물었다.
“너?”
“예.”
“넌 없다.”
“···.”
이게 ··· 이게 무슨 말이야!
나도 페스티벌 보고 싶은데.
야외 공연은 그 특유의 분위기가 있다.
겨울 공연은 체력적으로 힘들지만, 봄, 가을은 진짜 딱 좋다.
여름은 ··· 특유의 찝찝한 공기와 쩐내, 음악에 취하는 매력이 있다.
“왜요? 전 직접 사야 돼요?”
나는 찝찝한 마음으로 물었다.
따돌림인가? 따돌리는 건가?
학원을 자주 째서 밉보인 건가?
5월 말이 진짜 공연하기도 구경하기도 좋을 때인데.
“아니, 그런 건 아니고.”
“잠깐만 얘기 좀 나눌까?”
키보디스트 ··· 연지선 누나가 나에게 다가와 덜컥 손을 잡는다.
윤대혁 선배도 같이 일어났다.
“··· 왜요?”
“수, 수재야?”
“잠깐만 빌려 갈게~”
나는 멍하니 연지선 누나에게 이끌려 학원 밑으로 내려갔다.
촤아아아악-
여전히 엄청난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영상 잘 봤다.”
윤대혁 선배는 손에 든 커피를 홀짝이며 말했다.
“어땠어요?”
“좋더라.”
“에이~ 또 저런다 그치? 우리끼리 있을 때는 엄청 칭찬했으면서. 나도 들어봤는데 완전 좋았어~”
예쁜 누나가 말해주니까 기분 좋네.
주물주물.
지선 누나는 팔을 올려 갑작스레 나의 어깨를 주물렀다.
“··· 학원 온지 두 달 됐댔나?”
“두 달은 넘었지 아마.”
“나도 예전에 여기서 강사 했었어. 지금은 다른 데로 옮겼지만.”
“아 ··· 네.”
그냥, 평범한 대화였다.
그렇기에 의문이다.
사람 사는 얘기 할 거면 그냥 학원 로비에서 해도 됐을 텐데.
나는 지긋이 윤대혁 선배를 바라보았다.
“이번에 아이돌곡 나온 거 네가 녹음했지?”
윤대혁 선배는 빗소리에 묻힐 만큼의 작은 음량으로 그리 말했다.
“···.”
오소소.
팔 털이 모두 일어날 정도로 엄청 소름 돋는다.
박작곡가에게 불려서 세션 녹음을 한 것.
주변인들한테는 아직 말하지 않은 사실이었다.
내가 게임 플레이곡 녹음 한 거는 동네방네 떠들고 다녔지만,
세션은 다르다.
아는 사람이 아이리즈 관계자들밖에 없을 텐데?
“아··· 네. 제가 했어요. 근데 어떻게 아셨어요?”
“기타리스트마다 특유의 뉘앙스가 있으니까.”
···.
뉘앙스라···
아이리즈의 신곡을 듣고 내가 친 걸 바로 알아맞힌 건가?
뭔가 ··· 기쁘긴 하면서도 기분이 나쁘다.
이 양반 은근 하는 행동이 소름 돋는다니까.
“대혁이 보다 잘 치더라!”
“··· 뭐?”
윤대혁 선배는 눈을 날카롭게 떴다.
“왜 그렇잖아~ 넌 맨날 똑같은 기타만 쓰니까··· 소리도 비슷비슷하고. 난 수재 연주가 더 좋아.”
못마땅하다는 듯이 턱을 쓰다듬는 윤대혁 선배.
지선 누나는 오구오구~ 하며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딱 한 번 본 사이인데.
되게 친근하게 대해 주신다.
“전국대회에서 1등도 하고~ 유튜브에도 자주 올라가고~”
“에이, 그냥 운이 좋았어요.”
나는 괜히 손사래를 쳤다.
“그래?”
···.
묘하다.
뭔가, 부탁할 게 있다는 듯한, 그런 분위기다.
근데 좀 의문이네.
이 양반들이 뭐가 아쉽다고….
애초에 부탁한다고 고1짜리가 들어줄 수 있는 게 별로 없는데.
돈도 없고.
“그··· 제안이 하나 있는데 ···”
“제안이요?”
“아, 응. 그게 사실은···”
키보디스트 누나는 우물우물, 뜸을 들였다.
윤대혁선배는 후우, 한숨을 크게 토하더니,
“너 오늘 시간 되나?”
거침없이 물었다.
··· 뭐, 시간이야 있다.
하루종일 학원에 틀어박힐 예정이니까.
하던 일도 다 끝나서 한가하니까.
“시간이요? 왜요?”
“무대에 좀 서라.”
“··· 무대요?”
“그래.”
···.
정말 개뜬금 없네.
“갑자기요?”
“아 그~ 라이브 카페에서 오늘 팬들이랑 모이기로 했거든 ···. 그래서.”
“근데 왜 제가 가요?”
“···.”
뭐, 이런 것이다.
사람은 부탁할 게 있으면 괜스레 친절해지고, 조바심이 나곤 한다.
만약 방금 제안이 ‘자연스런’ 대화 중에 흘러나온 거였다면, 당연히 간다고 대답했을 것이다.
윤대혁 선배는 언제나 표정이 똑같아서 티가 안 났지만, 지선 누나는 달랐다.
행동이 부자연스럽다.
친근한 성격의 소유자이긴 한데, 뭔가 오버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 그렇··· 네?!”
“하, 역시 이런 건 마음에 안 들어.”
“야 윤대혁!”
“사실대로 말한다. 우리도, 에이트라 채널에 광고 의뢰했었다.”
“광고요?”
“그래. 에이트라 채널이 일반인들한테 노출이 잘 되는 것 같아서.”
··· 그렇지.
구독자 60만 채널이니까.
하민서도 에이트라 채널에 간간히 올라오지만, 그건 하민서의 회사와 에이트라가 ‘계약’을 했기 때문이다.
“너는 왜 그렇게 에이트라 채널에 자주 올라가지?”
“에이트라 형님이랑은 거의 피를 나눈 형제···”
“됐다, 나도 이해 못 하는 건 아니다. 실력도 좋고, 이슈 메이커니까 ··· 나라도 자주 올리고 싶겠지.”
은근 칭찬을 다해주네.
“광고비 너무 비싸더라···”
“···.”
뭔 소릴 하는지, 대강 이해가 간다.
에이트라의 채널에 올라가면 ‘음악’ 관련된 쪽으로는 광고 효과가 지리게 좋다.
이번 레브소닉만 봐도 그렇다.
거의 100만이 찍혔다.
그러니까 광고를 하려는 것이다.
자신들을 알리기 위해.
페스티벌에서, 더욱 눈에 띄기 위해.
페스티벌 후원사에 스트리밍 기반 음반 업체가 있었던 거 같은데.
‘초청’ 가수들은 이미 한자리하는 사람들이니 상관없더라도, 예선 치르고 올라온 팀들에게는 큰 의미가 있을 거다.
“광고비는 뭐, 우리들끼리 알아서 할 수 있는데, 중요한 건 그거지.”
“스케쥴 ···”
바쁜 양반이니까.
미리미리 조정을 해야 하니까.
“그래서 저한테 에이트라님 소개시켜 달라는 말이에요?”
“응? 아니아니~ 그런 건 아니고~”
··· 아니라고?
꽤 날카로운 지적이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그럼 왜요?”
“··· 네 팬을 좀 끌어모을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
“푸흡.”
나는 웃음을 터뜨렸다.
내 팬?
내 팬이라 ···
있긴 한가?
응원 댓글이랑 칭찬이 꽤 많이 달리긴 했다.
댓글 중에는 따로 채널 개설 안 하냐고 질문하는 사람도 있었다.
근데 그 사람들이 전부 내 팬이라고는 할 수 없다.
아직까지 나는, 한 때의 이슈거리에 불과하니까.
사람들에게 ‘나’를 각인시키기 위해서는 좀 더 자주 노출이 돼야 한다.
“우리랑 같이 영상을 찍어서, 우리 채널에 올린다. 너를 썸네일에 걸어서.”
“이러면 에이트라 채널이랑 연결되지 않을까? 왜, 알고리즘 그런걸로다가 말이야···”
“음··· 그럴지도 모르죠.”
“네 영상으로 새 유입이 생길지도 몰라. 우리 채널 구독자들은 밴드 음악만 듣는 고인물들로만 이루어져 있으니까. 새 유입이 별로 없어.”
라비다 채널도 거의 10만 구독자 가까이 될 텐데.
나름 합리적인 이유가 있었구만.
나를 이용해서 에이트라 구독자를 유입시킨다라···
작은 가능성이라도 ··· 뜨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모양이다.
진심이 느껴진다.
“그럴지도 모르죠.”
근데 뭔가 느낌이 이상하다.
딱히 내가 없어도 뜰 양반들인데.
내 자그마한 도움 없이도 훨훨 날아오를 양반들인데.
왜 저렇게 초조한 표정을 ···
“아.”
그렇구나.
나는 미래를 안다.
모든 것을 완벽히 기억하지는 못해도, 큼직큼직한 사건들은 거의 다 안다.
하지만 ···
이 사람들은.
모른다.
자신들이 성공할 거라는 것도,
메이저에 올라가 수많은 카메라 앞에 서리라는 사실도.
아예 모른다.
마이너에서 잔뜩 인지도를 쌓고 있는 ‘라비다’라 할지어도, 불안감은 매한가지인 것이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미래에 대한 불안을 품으니까.
“쓸데없는 걱정 하시네요.”
“뭐…?”
“실력도 좋고, 얼굴도 예쁘고 잘생겼는데. 당연히 뜨겠죠.”
“···.”
연지선 누나는 내 얼굴을 멀뚱히 올려다보더니 ···
“이게 이게 ··· 아주 능글맞아! 그러니까 여자애들이 꼬이지!”
쭈우우욱-!
내 볼을 잡아당겼다.
“으븝브브.”
“그래서? 오늘같이 공연할 거야?”
탁-
부드럽게 손을 놓으며 빨개진 내 볼을 쓰다듬는 연지선 누나.
오늘만 벌써 볼이 두 번 꼬집히네.
“가죠, 라이브 카페. 어디에요? 홍대?”
“··· 진짜!?”
“대신에.”
나는 손을 턱. 내밀었다.
“저도 페스티벌에 서고 싶은데요.”
“··· 어?”
나는, 당당하게 대가를 요구했다.
나를 위해서!
관심을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