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guitarist RAW novel - Chapter 70
서로 다른 기타 (2)
터벅 터벅-
무서운 아저씨가 나에게 다가온다.
그냥 무서운 아저씨가 아니라 삼성동 고급주택에 살면서 심심풀이로 수 백 대의 기타를 수집하는, 이성 친구의 무서운 아빠다.
얼굴만 무서우면 모르겠는데.
나이에 비해 키도 되게 크시다.
전체적으로 ‘위압감’이 느껴진다.
“수재구나. 너도 기타 보러 왔니?”
“아 ··· 넵!”
나는 저음의 목소리에 한껏 움찔거리며 대답했다.
뭔가, 무서우면서도 친근한 사람이 있고, 그냥 무섭기만 한 사람이 있는데 ···
소이 아버지는 단연코 후자였다.
“···.”
날카로운 시선이 등에 멘 기타케이스에 향했다.
“깁슨 산지 얼마 안 됐었지?”
“아 ··· 이번에 펜더 하나 들이려고 합니다.”
“돈을 좀 번 모양이구나.”
“··· 넵.”
그러고 보니 소이는 장학대회 수상을 못 했었지.
입선 상품 같은 거 타가긴 하던데.
괜히 우승했다고 자랑하면 안 되겠다.
“펜더라 ··· 깁슨으로 넘어가는 줄 알았더니. 그래, 기타 성향에 얽매이는 건 별로 좋지가 않아.”
“··· 감사합니다.”
칭찬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일단 감사를 표했다.
소이 아버지는 무섭고 인자하게 웃으시더니, 가게 창 쪽에 진열되어있는 기타를 가리켰다.
“사줄까?”
농담치곤 너무 살벌하다.
괜히 고민하게 되잖아.
“아,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그··· 주신 이펙터도 정말 잘 쓰고 있습니다.”
“하하, 그래. 들어가자. 나도 찾는 게 있거든.”
“넵 ···.”
나는 쪼르르 소이 아버지의 뒤를 밟았다.
한 회사의 ‘주인’ 정도 되는 위치면, 비서나 운전기사 같은 사람들이 따라다닐 것 같은데.
혼자다니시네.
기타수집은 회사 사람들에겐 비밀인 건가?
편한 마음으로 왔는데, 불편하게 둘러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디링 디링-!
유리문에 달린 종이 쩌렁쩌렁 울렸다.
베가뮤직은 신촌에서 유명한 대형 악기매장이었다.
음악 하는 사람이라면 대충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곳이다.
“어서오세 ···”
후다다다닥-!
가게 안쪽에서 중년 남성이 매우 급하게 튀어나왔다.
“어··· 어찌 여기까지 ···”
“하하, 안녕하십니까.”
가게 주인이다.
나도 전생에 몇 번 본 적 있는 사람이다.
뭐, 딱히 친했던 건 아니고.
“어우 ··· 야.”
나는 주인의 태도를 보며 그만 탄식을 내뱉었다.
저 뻣뻣한 허리가 90도로 접히는구나.
이런 건 영화에서나 나오는 줄 알았는데.
내가 왔을 때는 안에 틀어박혀서 나오지도 않던 양반인데.
두 사람은 서로 면식이 있는 듯했다.
‘일방적인’ 면식 말이다.
나는 점포를 살폈다.
크다.
진짜 상당히 크다.
어디 보자 일렉기타는 ···
“···.”
일렉기타를 찾으려 눈을 돌렸는데, 막상 찾은 건 하민서였다.
시선이… 교차했다.
쟤도 기타 사러 온 모양이다.
하민서의 손에는 테일러 기타가 들려 있었다.
원체 불편한 분위기가 더욱 불편해졌다.
“안녕···.”
얘가 나한테 인사를 다하네?
아무래도 오늘은 여우비가 내릴 모양이다.
나는 손을 대충 흔들었다.
탈주각 진짜 개쎄게 선다.
물어보고 없다 하면 그냥 바로 나가자.
“아이고, 신세 많이 지고 있습니다. 저번에는 정말 ···.”
“괜찮습니다. 저희도 확장차 투자하는 셈이니.”
“업계에 회장님 같은 분이 계셔서 저희는 정말··· 아, 안으로 드시지요!”
주인은 허리를 펴질 않으며 소이 아버지께 알랑방귀를 뀌기 바빴다.
“김대리 저기 가서 커피 좀 사와.”
“···네!”
커피를 ‘타오는’ 게 아니라 ‘사오라고’ 시킬 정도구나.
뭐지.
단순 대형 악기판매점에 투자라도 하신 건가?
근데 투자를 왜 하는 거지?
대체 무슨 회사를 운영하고 계신 거지?
머릿속에 온갖 물음이 생겨났다.
확실히 유명한 곳이긴 한데··· 여기가 ‘투자’씩이나 할만한 곳인가.
뭐, 지금은 아무래도 좋을 내용이다.
“이거랑 똑같은 색깔 있어요?”
나는 직원에게 물었다.
불편한 분위기를 감내하던 직원은, 내 질문이 여간 반갑기 그지없었나 보다.
그는 과하게 친절한 말투로 다가왔다.
“똑같은 기타요? 스콰이어 찾으세요?”
“아뇨, 펜더 기타요.”
“아~ 펜더기타 찾··· 빨간기타좌?”
직원은 설명을 잇다가도 문뜩, 나에게 내 얼굴을 보며 물었다.
빨간 기타 좌.
어느새인가 붙여진, 내 별칭 중 하나였다.
별칭이 줄여지지 않길, 나는 매일매일 마음을 졸이며 간절히 바라고 있는 참이다.
“아 ··· 네.”
“··· 영상 진짜 잘 봤어요!”
직원이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 먼저 알아보다니.
일부 기타쟁이나 레브소닉 유저들한테 미약하게나마 이름이 퍼진 모양이다.
“감사합니다!”
“그러고보니 스콰이어 쓰셨었죠? 이야~ 소리가 너무 좋아서 스콰이어인줄 몰랐는데 ··· ”
“하하···.”
직원은 감탄을 연발하며 나를 일렉기타가 진열된 곳으로 안내했다.
“어디보자 ··· 피에스타 레드 색상이··· 여기 50,60년대 리이슈 모델들이 있거든요 ···”
나는 진열된 물건들을 살폈다.
피에스타레드는, 일반적으로 ‘스탠다드, 디럭스’ 모델에는 잘 적용이 되지 않는 색상이다.
스콰이어에도 ‘클래식 바이브’라인에만 있다.
그다지 강렬하지 않은 빨간색.
신품도 멋있지만, 색이 바래면 더 멋있는 색상.
피에스타 레드.
난 이 색깔을 ‘내 색깔’로 만들 생각이었다.
“이건 어떠세요?”
나는 직원이 건네준 57리이슈 스트랫을 잡았다.
··· 존나 비싸 보인다.
아메리칸 펜더의 ‘리이슈’는, 말 그대로 ‘오리지널’을 리이슈 (복각)한 모델들이었다.
“쳐봐도 되나요?”
“물론이죠~”
나는 곧바로 기타를 매장에 비치된 앰프에 물렸다.
매장에 있는 모든 이들의 시선이, 나에게 몰린다.
나는 대충 펜타토닉 스케일을 후리며 기타를 점검했다.
전시용 기타를 오래 잡고 있는 것도 민폐다.
“··· 와, 역시 아무나 녹음을 하는 게 아니구나.”
근처 커피전문점에서 커피를 사다가 조공을 마친 직원이 감상을 토했다.
“느낌이 딱~ 살아있잖아.”
“그러게···”
“혹시 레일라 쳐주실 수 있으세요?”
“음 ··· 잠시만요.”
기타소리 덕인지, 테이블에 앉아 계시던 소이 아버지도 힐끗, 나를 쳐다보신다.
50년대 기타라 ···
디리리링-! 디링! 디리리링-!
나는 직원의 말을 무시하고 50년대 기타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트립티크 연주를 시작했다.
eq노브를 다 12시로 잡아놓고 딜레이만 걸었다.
노이즈가 ··· 심하다.
미드가 비어있다.
땍땍거린다.
말 그대로, 오리지널을 최대한 모방하려고 노력한 소리다.
“··· 리이슈는 리이슈네.”
나를 지켜보시던 소이 아버지가 조용히 중얼거리셨다.
“하하··· 그렇죠? 그래도 저게 꽤 상태가 좋은 놈이라···”
“제가 찾는 건 리이슈가 아닙니다.”
“아, 죄송합니다··· 그러시겠죠 ···. 그래서 제가 최대한 수배를···”
나는 연주를 멈췄다.
내 옆에, 이질적인 존재가 서 있었기 때문이다.
“그거 사게 ···?”
“고민중.”
··· 얘 진짜 뭐 잘못 먹은 거 아니야?
왜 이러지?
“돈 많이 벌었나 보다.”
“장학금 들어와서 그렇지 뭐. 너도 그 기타 사려고?”
“응.”
“근데 왜 말 거냐?”
“신경 쓰여서.”
“내가?”
“응.”
···.
나는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계속해서 기타의 넥을 훑었다.
빈티지기타 ··· 뭐 좋다.
좋은데···
“···.”
존나비싸네.
얘가 굳이 물어본 이유가 있구나.
판매가격 820만 원.
헤드 뒷면을 확인하니 커스텀샵 마크가 당당하게 박혀 있었다.
“너 아이리즈 멤버들이랑 잘 알지 않아? 이번에 페스티벌 나간다는데.”
“··· 페스티벌?”
“응. 너도 카메라 앞에 서니까 기타 보러 온 거 아니야?”
··· 내가 페스티벌 나간다는 정보를 이미 알고 있었구나.
이번에는 왜 나대냐고 안땍땍거리네.
“너도?”
“반주자로.”
그렇구나.
페스티벌 나갈 짬밥은 아닌 것 같은데, 뭔가 회사 차원에서 푸쉬가 있는 것 같다.
“흠···.”
소리가 좋긴 좋은데 당장 내게 필요한 소리는 아니었다.
저번에 박작곡가네서 57 오리지널 쳐봤을 때에는 그냥 ‘지린다’ 싶었는데.
리이슈랑 오리지널은 천지 차이구나.
“이거 말고 ··· 디럭스 모델 있나요?”
“아, 디럭스 모델은 이쪽에 ···”
“아뇨아뇨, ‘디럭스’ 피에스타 레드 색상이요.”
“그건 ···”
직원이 창고에서 비슷한 기타를 가지고 왔다.
캔디애플 레드네.
“하아, 확실히 말합시다. 한국에 그게 있습니까 없습니까?”
“그 ··· 그건 ···”
“피에스타 레드가 아니네요. 애초에 한국에 이 색상이 있긴 해요?”
“아, 아니 그건 저희도 잘 ···.”
하아.
나는 한숨을 몰아쉬었다.
소이 아버지와 ··· 같이.
시선이 맞는다.
소이아버지는 사장과의 대화를 중단하시고 뚜벅뚜벅 내게 다가오셨다.
“너도 찾는 게 없는 모양이구나.”
“아 ··· 네. 여러군데 전화를 돌려 봤는데 전멸이었어요 ···. 아저ㅆ··· 아버님은요?”
“57오리지널 찾는다. 없어.”
“···.”
베가뮤직사장은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57 오리지널이라.
애초에 전 세계를 뒤져도 상태 좋은 놈이 얼마 없는 놈이다.
‘스트라토 캐스터’ 하면 딱 떠오르는 이미지의 기타니까.
57 스트라토 캐스터.
62 스트라토 캐스터.
뮬에 가뭄에 콩 나듯 올라오는 매물도 판매자가 ‘자랑’하려고 올리는 게 대부분이다.
근데 ···.
근데.
“··· 저 아는데요?”
나는 당당히 대답했다.
쳐본적도 있다.
박작곡가네 슈퍼마켙에서.
옛날 냄새가 물씬 나는 레드하우스를 연주한 적이 있다.
“··· 뭐?”
소이아버지는 무서운 눈을 크게 뜨셨다.
베가뮤직 사장도 마찬가지였다.
하민서는 대화의 흐름을 못 따라가겠다는 듯이 나와 소이 아버지를 번갈아 가며 쳐다볼 뿐이다.
“안 ··· 다고? 아, 기타를 ‘알고’ 있다고?”
“파는 곳을 알고 있어요.”
소이아버지는 뚝, 행동을 멈추셨다.
10초간의 정적,
그는 검지로 나를 가리키며 베가뮤직 사장에게 명령했다.
“내일까지 디럭스 스트랫 피에스타 레드 구해 놔요.”
“아 ··· 아···.”
사장은 멍- 한 표정을 지으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마치 상명하복을 연상시키는 듯한 모습이었다.
“가자.”
소이 아버지가 내 손을 잡았다.
모든 아버지들이 그렇듯, 투박한 손이었다.
나는 급히 기타를 하민서에게 건네주고, 매장 밖으로 끌려나갔다.
하민서는 멍하니 기타를 들고서 유리문 너머로 나를 쳐다본다.
이참에 일렉기타 하나 사 ~
나는 고급스럽기 그지없는 벤츠에 올랐다.
신데렐라라도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 북정마을?”
“아, 지금 전화 걸어볼게요.”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지.
··· 열 다섯 군데 전화를 돌려도 찾을 수 없던 매물을, 드디어 얻을 수 있는 건가?
소이 아버지의 말 한마디에?
에이 설마 일이 그리 쉽게 풀리겠어…
나는 얼떨떨함을 지우며 박작곡가에게 전화를 걸어 매물을 확인했다.
– 기타 산다고? 5천만 원 모았어? 그새?
“아, 아뇨, 제가 사는 건 아니고 ···”
– 누가 산대? 5천 원이 아니라 5천만 원이다~
소이 아버지는 내 핸드폰에 입을 대시며 말씀하셨다.
“현금으로 준비해 드립니까?”
-··· 누구세요?
“구매잡니다.”
– ··· 현금이면 좋죠.
상황판단도 빠르고, 솔직하기도 하네.
소이 아버지는 은행에서 돈다발이 든 종이가방을 가지고 나오셨다.
“정말 있을지 ···”
“확실히 있어요. 저도 쳐봤는걸요.”
“상태는?”
“A급입니다.”
소이 아버지의 얼굴에 ‘무서움’이 미미하게 가셨다.
찾으시려던 게 이거였구나.
“궁금하지?”
“네? 아··· 기타 구매하시는 이유요?”
“그래.”
소이 아버지는 적적한 분위기를 깨보려시는 건지,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나이차가 나는 남자 둘이 있을 때, 흔히 하는 이야기였다.
옛날이야기.
한 남자의 옛날이야기.
소이아버지는 ··· 대학교 때 밴드를 하셨던 모양이다.
하지만 성공을 위해 음악을 포기하셨고,
성공 후에 ‘취미’로서 기타를 잡으신다고 한다.
대단하다.
모든 방구석 기타쟁이들의 워너비가 아닐까 싶다.
“오리지널은 없으세요?”
“있지. 59··· 65. 근데 57을 꼭 사야겠더라.”
57은 전설이니까.
기타쟁이라면 당연히 품을 수밖에 없는 욕구다.
실행력을 가진 게 너무 부럽다.
부우웅-
부드러운 자동차가 북정마을의 골목을 누빈다.
차 없이 걸어 올라올 때는 토할 것 같았는데.
벤츠를 타고 오니까 아주 기분이 좋다.
박작곡가는 슈퍼 앞 기다란 나무의자에서 담배를 뻑뻑 피우고 있었다.
“어 ~ 그래 수재야 ···.”
박작곡가는 나를 반기면서도, 소이 아버지를 보며 움찔, 몸을 떨었다.
얼굴이 무섭긴 하지.
저 얼굴에서 어떻게 소이 얼굴이 나왔는지 의문이다.
“기타 보러 오셨다고요?”
“받으십시오.”
소이아버지는 턱-
종이가방을 넘겼다.
박작곡가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 이쪽으로 오세요···!”
나는 멀뚱히 초고가 기타의 거래장면을 구경했다.
금고에 들어있던 상자에서 서류 10장이 넘게 나온다.
미국 빌더들의 ‘정품 인증서’ 였다.
주인없던 기타가 주인을 찾아가는구나.
“직접 치시려고요?”
“아뇨, 생일선물입니다.”
“이야… 생일선물로 오리지널 펜더라니.”
박작곡가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나가질 않았다.
··· 차익을 얼마나 남긴 거야 저 양반···.
“딸이 기뻐할지 모르겠네요.”
“···.”
소이 아버지는 내 어깨를 툭툭 두들기셨다.
“고맙다. 다 네 덕분이야.”
“아··· 아닙니다.”
“네 기타는 꼭 찾아서 보내마.”
나는 소이 아버지가 내미는 손을 넙죽, 잡았다.
그는 얼굴에는 미미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미소라 ··· 저 무서운 얼굴도 ‘기쁨’ 같은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거구나.
“…”
소이 아버지의 표정은, 괜히 마음 한구석을 아리게 했다.
뭔가… 뭔가.
기타를 찾았다는 기쁨보다는 ···
‘딸’ 의 기쁨을 바라는 아버지의 미소에 가까웠다.
“들어가십시오!”
나는 박작곡가의 배웅에 살살 손을 흔들었다.
··· 이걸로 서로 윈윈인 거겠지?
아마, 그럴 거다.
***
펜더 아메리칸 디럭스 스트라토캐스터 피에스타 레드 색상.
드디어 손에 들어왔다.
아니 시발 근데 뭔 기타 배달을 새벽에 하냐.
처음 이걸 받아들었을 때에는 온 가족이 다 깨서 참 곤욕이었다.
하지만… 곤욕은 당황으로, 당황은 환희로 바뀌었다.
이게 얼마만의 ‘새 기타’야.
비닐도 안 뜯은 거.
남의 손을 탄 것도, 어디 누더기 골렘마냥 조립된 것도 아닌,
진짜 새 기타.
‘펜더’의 양산형 최상위급 기타.
그리고 그리고 ··· 공짜기타.
대금을 지불하려 했지만, 이미 소이 아버지께서 결제를 마쳐 놓은 상태였다.
미치겠네.
미치겠네 진짜 ···
“오빠 나 어디 바뀐 거 없어?”
난 점심을 먹고 우리 반에 들린 도현이와 혁오에게 물었다.
“··· 뭔데 씹덕아.”
“개소름돋네 ···”
“뭐가 바꼈는데? 기타도 똑같구만. 머리 잘랐냐?”
이 둔감한 새끼들.
여친 사귀면 이틀만에 차일 거다.
“아니 잘 보라고.”
나는 손가락으로 기타헤드를 가리켰다.
도현이가 눈을 찌푸리며 내 기타를 살핀다.
그러더니 문뜩···
“와!!! 김수재 펜더 샀다!!!”
전교생에게 들릴 만한,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외쳤다.
“뭐?!”
“펜더샀다고!?”
그래 이놈들아.
실컷 구경해라.
나는 기타의 헤드를 저 높이 들어 올려 보였다.
“오오오오···!”
우민들이 열광한다.
열광해라, 더 열광해라!
본디, 기타의 소리란 헤드의 데칼에서 나오는 법임을 알아라!
“개쩔어! 소리 존나 좋아!”
“개 좋아!”
아직 안 쳤어 병신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