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interpreter RAW novel - Chapter (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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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이버 메인화면의 효과는 어마어마했다.
[촨용아 촨용이 촨용했다며?] [에르메스 통역 역대급이더라] [찬영아 파리에서 잘 지내?]수용이 형, 서이준, 유정 누나 등 동기들에게 메일이 쏟아졌으며.
심지어 파리에 온 이후로 전화 한 통 걸지 않으시던 부모님에게서 국제전화까지 걸려왔다.
-얘! 찬영이 너 티비 나온다는 거 왜 엄마한테 말 안 해줬니!
“···아니 그게···.”
-하지만 걱정 마라, 고모가 녹화해놨다니까.
녹화, 라는 말에 나는 두 눈을 꿈뻑거렸다.
“요즘도 녹화 같은 거 해요? 아니, 그냥 안 하셔도 된다고···.”
-물론 너튜브 링크는 단톡방에서 다 공유했지. 고모가 그냥 녹화하고 싶대서 하는 거야.
···그런 거 제발 하지 마시라고.
여하튼.
그렇게 어머니와 통화를 마치고 나자, 이번엔 송하늬가 MXN메신저로 말을 걸어왔다.
[42기 송하늬 : 요, 촨용. 도저히 안 되겠어.] [나 : 안 되긴 뭐가 안 되는데?] [42기 송하늬 : 나 지금 진짜 진지한데, 니 팬카페 열면 안 되겠니? 공식 팬카페 말야] [나: ···뭐?]얘가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라고 생각한 순간 송하늬의 메시지가 이어졌다.
[42기 송하늬 : 아, 물론 내가 니 팬이라는 건 아니고.] [나 : 어 그래]그녀는 나름 원대한 사업 계획을 세운 듯했다.
공식 팬카페를 만들어 크기를 차츰 불려나가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사업이 될 거라는 송하늬.
[42기 송하늬 : 내가 은근 덕잘알이거든. 이래저래해서··· (중략) 나중에는 또찬영 굿즈를 만드는 거지. 수익 분배는 50대50으로-] [나 : 미안한데 나 이제 자려고. 잘 자라.]그렇게 대화를 마치고 채팅방을 나오자, 지잉- 핸드폰이 울리며 그녀에게 문자가 날아왔다.
[미안. 50대 50은 내가 너무 나갔지? 아무래도 니 이름이랑 얼굴 걸고 나가는 건데. 좋아 봐줬다, 선심 써서 니가 70 내가 30···.]“···.”
나는 [잘 자라] 라는 한마디를 적어 답문한 뒤 곧바로 잠자리에 들었다.
허나 새로운 또찬영 영상, 그것도 최초로 지상파를 탄 영상의 영향은 그 정도가 끝이 아니었다.
「Chan! Chan! C’est toi, n’est pas? (찬! 찬! 이거 너 맞지?)」
「Vachement cool!(완전 대박!)」
···다음 날 아침, ESIT 통역 수업에 들어가자마자 루이즈를 비롯한 친구들이 달려와 내 자리를 둘러쌌으니까.
지미는 통역영상 풀버전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봤다며 혀를 내둘렀다.
「와, 에르메스 통역했단 얘긴 들었지만 그 정도로 잘하는 줄은 몰랐어.」
「게다가 편집해놓은 거 보니 거의 제2의 주인공급이던데?」
「우리도 알 정도이니 한국에선 더 유명인 아니겠어? 그러니 그 정도로 비중 있게 다루는 게 당연하지.」
나와 함께 통역 현장에 있었던 루이즈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구나 하는 분위기.
‘···아냐 얘들아, 그런 거 아닌데···.’
그야말로 난리 난리, 라는 표현이 딱이었다.
그때 앞문이 열리며 세바스티앙 교수가 들어섰다.
「자, 조용 조용. 오늘 따라 왜 이리 소란스럽습니까?」
그제야 비로소 강의실 안이 조용해졌다.
학생들을 주욱 둘러보던 세바스티앙 교수의 눈이 나와 마주쳤다.
「아, 찬.」
어쩐지 등골이 오싹해지며 불길한 예감이 스쳐 지나가던 그 순간.
교수가 웃으며 말했다.
「에르메스 통역, 잘 봤습니다.」
「···!」
「AB나 BA나 아웃풋 퀄리티가 상당하던데요? 비록 내가 한국어는 제3외국어라 조예가 아주 깊지는 않지만···.」
방금 전, 교수의 한마디에 가까스로 조용해진 강의실이 다시금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수업이 끝난 뒤.
「les cicatrices montrent sa gloire라는 문장을 어떻게 ‘영광의 상흔’이라는 두 단어로 옮길 생각을···.」
「fierté라는 단어의 한국어 역어가 ‘긍지’ 외에도 무엇이 있을지···.」
세바스티앙 교수는 나를 붙잡고 한동안 질문을 퍼부었다.
*
그날 저녁, 파리드의 파티가 있는 날.
파티 장소는 파리의 부촌이라 불리는 15구 샤를 미셸 역 근처에 자리했다.
“여기 시설 되게 좋네. 바로 옆에 에펠탑도 있잖아!”
안으로 들어서자 추가 ‘에펠탑 뷰’라며 호들갑을 떨었다.
학생용 사설 기숙사 가운데는 가장 설비가 좋은 편으로, 아제르바이잔 정부 차원에서 통으로 빌린 덕분에 편하게 입주했다고 들었다.
「어서 와, 어서 와!」
우리를 보자마자 반갑게 안으로 들이는 파리드.
지미와 비안카, 루이즈도 나를 보고 반겼다.
「찬, 왔어?」
「오, 친구들을 잔뜩 데리고 왔네.」
「인사해, 여긴 나와 같은 기숙사에서 지내는 추와 악셀, 마리옹, 윤아.」
기숙사 친구들과 반 친구들은 나란히 서서 서로의 볼을 맞대고 허공에 쪽 소리를 내며 비주를 나눴는데.
그 가운데서도 추는 몹시 흐뭇해 보이는 얼굴이었다.
‘파티라고? 파티에 너 혼자 갈 생각은 아니겠지 설마?’
내가 받은 SMS를 본 추 녀석은 흐흐 웃으며 파티에 갈 계획을 세웠고, 본인 외에도 기숙사 친구들을 대거 끌어들였던 것.
원래 이 동네야 파티 호스트랑 생판 모르는 사이에도 참석하는 게 국룰이긴 하지만 말이다.
그렇게 인사를 마친 뒤 복도를 걸어 거실 안으로 들어서자.
추가 상상했을 법한 ‘프랑스식 파티’와는 상당히 거리가 먼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잠깐만, 이거 뭔가···.”
사방에 아라비안 나이트 느낌의 양탄자가 깔린 이국적 분위기의 인테리어.
탁자에는 박하향이 나는 전통차와 로쿰 따위가 올려져 있고, 스피커에서 전통 민요가 흘러나온다.
「çaliyor davul zurna(결혼식에서 북과 주르나를 연주하네)···」
탁자 주변을 열 명에 이르는 아제르바이잔 학생들이 빙글빙글 돌며 전통 춤을 추고 있었으니.
「yıqılaqan dügünə(오늘 신부가 들어온다네)···.」
저 열 명이서 독채를 통째로 빌려 쓴다고 했던가.
덕분에 파티 소음으로 신고당할 걱정은 없겠구나, 그렇게 생각하는데.
“지금 이 음악··· 나만 들리는 거 아니지?”
“나도 들리는데.”
“뭔가··· 분위기가 아주 묘한걸?”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듯 내가 어깨를 으쓱하자, 추는 당황한 기색을 애써 감추며 술을 찾으러 나섰으나.
돌아온 것은 ‘이 파티에는 술이 없다’라는 대답뿐이었다.
「뭐 우리도 술을 아예 안 마시는 건 아닌데, 여기 있는 이 파리드가 좀 많이 경건한 친구라서 말이야.」
카스피해 연안 국가인 아제르바이잔은 아르메니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으며, 터키와 우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 덕분인지는 모르겠지만 무슬림 국가들 사이에서도 가장 서구화되고 세속화된 나라라고.
파리드의 친구 1 말에 따르면, 길거리에서 히잡을 쓴 여성을 보기가 힘든 것은 물론, 술도 자유롭게 마시고 클럽도 즐비하며 젊은 남녀들이 자유롭게 연애를 한단다.
「근데 왜 파리드는···?」
추의 물음에 파리드 친구가 어깨를 으쓱했다.
「뭐, 파리드의 개인 성향이지. 어쨌든 그 자식이 주최한 파티이니, 로마에 오면 로마법에 따르란 말도 있잖아?」
그 말에 추는 알겠다며 고개를 묵묵히 끄덕였다.
그 모습이 꼭 제 발로 지옥에 끌려가는 듯했기 때문인지 보다 못한 친구 1이 이렇게 물었다.
「추, 정 뭐하면 뱅쇼라도 마실래?」
「뱅쇼! 뱅쇼 뱅쇼!」
프랑스에서 겨울철에 자주 마시는, 따뜻하게 데운 와인을 가리키는 뱅쇼.
데우는 과정에서 알코올은 거의 다 날라간다고 하지만, 추는 뱅쇼의 술 냄새라도 맡겠다며 신이 났고.
그 결과···.
“···저 친군 누구예요? 이 파티에 술이 없다던데 혼자 취했나 보네.”
어느새 파티에 와서 루이즈 일행에 합류한 한서영.
그녀의 말대로, 추는 이 널따란 파티 공간에서 저 혼자 취한 것처럼 몹시 신나 있었다.
“이히!”
아까는 파티에서 전통춤과 전통음악이 대체 왜 나오냐고 툴툴거리더니, 지금은 파리드의 친구들과 팔짱을 끼고 빙빙 돌며 전통춤을 함께 추고 있었으니.
‘왠지 나까지 조금 부끄러워지는 기분이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문화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행위가 아닌가.
나는 그런 추를 고갯짓으로 가리키며 설명했다.
“음, 제 친구 녀석인데 좀··· 시끄럽긴 하지만 착하고 재밌는 놈이에요.”
“아하.”
한서영의 영혼 없는 대꾸에 나는 불필요한 말을 갖다 붙였다.
“아까 뱅쇼를 너무 많이 마셨나 보네요, 하하.”
“뱅쇼를 마시고 취하기도 해요?”
“···아마도?”
*
술 없는 파티가 과연 가능할까 싶었지만, 생각 외로 나쁘지 않았다.
음악은 이국적이긴 해도 흥이 넘쳤으며, 주방에서 끊임없이 나오는 터키식의 달콤한 주전부리는 추운 날씨에 칼로리를 보충해주기에 딱이었으니.
추와 기숙사 친구들 역시 이미 ESIT 특강 수강생 대부분과 꽤 친해진 후였는데, 한서영이 여학생들을 중심으로 타로점을 봐주기 시작하자 분위기는 더더욱 좋아졌다.
그녀의 점괘를 듣고 온 루이즈가 날 향해 환하게 웃어 보였다.
「찬, 서영이 그러는데 나 내년에 연애운이 있다는 거 있지?」
그 말에 나는 그렇구나, 하며 고개를 끄덕였는데.
옆에서 묘하게 눈을 빛내던 추가 끼어들었다.
「흐흐, 루이즈. ESIT 말고 한명외대 통대에 오는 건 어때?」
「한국에?」
「어어, 루이즈는 한국어 전공이잖아. 물론 ESIT는 명문이지만 한국어 통번역에 특화됐다고 보긴 어려우니까.」
그 말에 루이즈가 잠시 혹한 듯 보이는데, 추가 능글거리며 말을 이었다.
「여기 오면 이 촨용이와도 맨날 함께 있을 수 있는데-」
“···야, 잠깐만.”
내가 추를 구석으로 끌어내자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나를 돌아보는 추.
“촨용, 대체 왜 그래?”
“···루이즈도 그렇고, 자꾸 엮지 말라니까.”
전에 마리옹 하고도 다짜고짜 엮으려고 하질 않나.
연애할 생각 없다 하지 않았냐 말하자 추가 하, 하며 혀를 찼다.
“야, 요즘이 무슨 80년대도 아니고, 공부한다고 연애 안하는 그런 인간이 어딨냐? 마음 가면 자연스럽게 좋아하게 되고 연애도 하고 그러는 거지.”
내가 묵묵히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추가 달변을 이어나갔다.
“니가 말마따나 연애한다고 거기에 정신 팔릴 인간이냐? 난 니가 도서관이랑 스터디실 데이트를 한다고 해도 1도 안 놀랄 거임.”
게다가 이쪽 업계 사람, 특히나 함께 경쟁하며 공부할 수 있는 상대와 연애한다면 오히려 더 도움이 되지 않겠냐.
그러한 추의 주장이 묘하게 설득력 있게 들리던 가운데, 문득 누군가의 모습이 생각났다.
“아니 그냥 한 번 생각해보라는 거지. 만약 니 옆에 누가 앉아 있다고 머릿속에 그림을 그린다면···.”
내 옆에 앉은 사람의 모습.
떠오르는 것은 단 한 명뿐, 그 사람 외에는 생각할 수 없었다.
“추야.”
“응?”
“니 말, 일리가 있는데.”
침을 꼴깍 삼킨 뒤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따로 생각나는 사람이 있어. 그러니까 지금은 그냥 그러지 마라. 루이즈나 다른 친구들한테도 실례이니까.”
애초 그 친구들은 아무 생각도 없는데 말이지, 하니까 추는 의외로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더니 이내 실실 쪼개며 웃는 것이 아닌가.
“야, 너 왜 그렇게 웃냐?”
“아냐, 암것도 아냐.”
···그 의뭉스러운 표정이 신경쓰이긴 했지만.
루이즈 일행에게 돌아가자 어느새 나의 액면가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찬이 25살이란 말에 엄청 놀란 거 있지?」
루이즈의 말에 다들 웃음을 터뜨리자, 추가 나를 돌아보며 물었다.
「촨용아, 니가 왜 25살이냐? 나랑 동갑이면 26살 아니야?」
「그거야 아직 생일이 안 지났으니까.」
「···오늘이 12월 31일인데?」
「내 생일이 바로 오늘이다, 12월 31일.」
그것도 밤 11시에 태어나 어머니가 매우 놀라셨다, 그렇게 말하니 추의 눈이 동그래졌다.
「니가··· 12월 31일생이라고?」
그러고 보니 추 녀석이 3월생이랬나.
여튼 우리의 대화를 지켜보던 비안카가 깔깔거리며 말했다.
「그럼 오늘 파티는 찬의 생일 파티도 겸하는 거네!」
「Joyeux anniversaire(생일 축하해)!」
다들 내 등짝을 한 번씩 후려치며 몹시도 친근하게 생일을 축하해주던 그때.
「흐흐, 찬이 나이 들어 보인다니까 하는 말인데··· 여기 있는 파리드가 우리 중에 제일 어린 거 알아?」
파리드의 친구 1이 꺼낸 얘기에 다들 눈이 동그래졌다.
「···정말로?」
여간한 일에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한서영 또한 몹시 진지하게 물을 정도.
물론 아제르바이잔 친구들이 전반적으로 좀 나이가 있어 보이긴 하지만, 그중에서도 파리드는 누가 봐도 최연장자 같은 데다 말을 잘하고 목소리가 중후한 탓에···.
「기혼자다, 애가 셋이다, 박사 과정까지 마친 교수라는 설까지 추측이 무성했다니까?」
지미가 너스레를 떨자 이제 아제르 친구들은 아예 배를 잡고 웃어댔다.
가운데에 선 파리드만이 얼굴이 붉어진 채 아무 말도 못하던 그때, 루이즈가 당돌하게 질문했다.
「그럼 파리드, 너 대체 몇 살이야?」
그 말에 돌연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지는 실내. ···이게 뭐라고 이렇게 집중되나 싶던 순간.
파리드가 중후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19살.」
···네? 뭐라고요?
그의 고백 아닌 고백에 파티장은 순식간에 초토화되었다.
「뭐어어어어?」
「C’est pas possible(말도 안 돼)!」
「Oh là là!」
눈이 튀어나올 듯 커진 루이즈는 물론이고, 비안카는 디오스 미오!(세상에!)를 연발했으며.
지미와 추, 파리드의 친구들은 아예 배를 잡고 쓰러졌다.
「이야, 찬보다 더한 노안이 있었네!」
「노안 배틀의 최종 승리자다!」
파리드는 월반을 몇 차례나 한 덕분에 학사를 마치고 대학원 과정에 진학한 것이라고 했다.
나보다 더한 사람이 있었구나, 라는 깨달음 때문일까.
어쩐지 그런 파리드를 자꾸만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데.
「난 우리나라에서 인기 많아.」
막상 본인은 자신이 남자답기 때문이라며 아무렇잖아 했다.
그 자신만만한 태도에 다들 더 낄낄대는데, 누군가 외쳤다.
「카운트다운 시작한다!」
때마침 TV를 켜자 정말로 카운트다운을 시작했다.
다들 서로의 얼굴을 돌아보며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
「Dix, neuf, huit, sept(십, 구, 팔, 칠)···.」
그렇게 마침내 1(un)을 외친 순간, 창문 밖이 환해지며 사방에서 폭죽이 터졌고.
여기저기서 박수를 치고 휘이익 휘파람을 불어댔다.
「저기 좀 봐!」
저 멀리 서 있는 에펠탑이 번쩍번쩍거리며 푸른색, 붉은색, 노란색···.
무지갯빛으로 휘황찬란으로 발광하기 시작했다.
나를 비롯한 모두가 그 화려한 광경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가운데.
그렇게 2011년의 첫 날이 밝았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