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knight in a fantasy novel RAW novel - Chapter 175
175. 뜻밖의 성전(3)
로니아에 대해 전혀 모르는 것 같은 루키엘의 태도.
‘루키엘은 모르고 있었구나.’
로니아는 한편으론 다행이라 생각하면서 다른 한편으론 난감했다.
“……루카스 교수의 동생 로니아라고 해요.”
로니아는 자포자기한 얼굴로 루키엘에게 자신의 소개를 했다.
“로니, 아니, 그 양반에게 여동생이 있었다고? 왜 지금까지 몰랐지?”
무엇보다 그 양반, 기억을 잃지 않았나?
루키엘이 알 수 없다는 눈을 한다.
그러면서도 로니아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시간 없어요! 루키엘 교수님, 궁금한 것은 이따 나중에 들어요!”
아스카가 로니아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는 루키엘을 나무랐다.
“맞아요, 루키엘. 어서 하던 일이나 마저 해야죠?”
루키엘의 뒤에서, 언제 왔는지 모를 마리아가 나타나 루키엘의 옆구리를 꼬집었다.
“으아악!”
그리고 로니아를 쳐다봤다.
“잘 어울리네요?”
마리아는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
“연극 시작합니다!”
하지만 마리아와 대화를 나눌 수는 없었다.
곧바로 극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휴우, 정신이 없어, 정신이.’
로니아는 속으로 심호흡을 하고서 무대로 향했다.
첫 장면은 마법의 힘으로 요염하게 변신한 1왕비의 노래와 대사.
“나, 아나스타는 이제 새로 태어났으니!”
무대에 등장한 생전 처음 보는 아름다운 여인.
“허업!”
“이럴 수가.”
“여신이야, 여신!”
앨리스와 아리아, 제인의 아름다운 외모에 익숙해진 사람들마저 단숨에 숨을 멎게 만드는 아름다움.
그 매혹이 무대를 넘어, 수도 전체에 퍼졌다.
“그래, 내 이름은 스타나! 복수와 타락의 화신이로다~♬”
수도에 퍼진 로니아의 매혹에 수많은 사람들이 몽롱해졌다.
“오오, 스타나.”
“스타나 님, 부디 복수를 이루시길.”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전부 좋아했다.
스르르르, 쿠르르.
그리고 그들의 감정에 지하에 숨어 있던 영혼석이 조용히 떠오르기 시작했다.
* * *
왕도 전체가 곧 있을 연극 상영에 들떠 있을 때, 수도 외곽은 이제야 시작된 성전에 더욱 들떠 있었다.
성녀 미샤가 카론에게 물었다.
“곧 연극 시작이군요. 괜찮겠어요?”
“네, 저의 대역이야 언제든 구할 수 있을 테니.”
카론이 살짝 아쉬움이 담긴 표정으로 답했다.
지금쯤 수도는 연극이 한창일 것이다.
그리고 연극이 끝나자마자 폰테임과 전쟁이 터졌다는 소식이 전파될 것이다.
‘다음 연극은 못 하겠지?’
전쟁이다. 아무리 독립적인 지위를 유지하는 아카데미와 룬-페스티아도 전쟁 중에 연극을 할 여유가 있을까?
“그나저나 정말 준비를 철저히 했군요.”
카론이 신성 연합군을 보면서 말했다.
왕국에서 급히 동원한 병력은 딱 100명. 기사와 마법사를 합친 수다.
모두 하늘을 나는 페가수스와 그리폰, 히포그리프 등을 탄 상태였다.
사실상 현재 왕국에 남아 있는 최후의 최정예들이다.
‘나머지 병력이 준비되려면 아무리 빨라도 보름은 걸려.’
하루 안에 즉시 움직이고 동원할 수 있는 최정예이자 최대 숫자였다.
“페가수스가 이렇게 많은 것은 처음 봅니다.”
하지만 100명의 정예는 교국에서 출동시킨 병력과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늘 믿음을 가지고 준비를 해서 그렇습니다.”
카론의 말에 아고르가 자랑스럽다는 듯 외치듯 말했다.
하늘에서 하는 말이지만 마나 실어 말하는 것이라 듣는 데 문제없다.
“어떤 일이 벌어져도 우리 신성 연합군의 1천의 창공대는 바로 원정이 가능합니다! 하하하핫!”
아고르는 자신과 함께 비행 중인 1천의 선발대를 보며 어깨를 으쓱한다.
실제로 1천 마리의 페가수스를 탄 팔라딘과 사제들이 환한 빛을 내며 날고 있었다.
그들의 위용에 체스카드의 백인 정예는 너무 초라해 티도 나지 않았다.
‘아무리 선발대라고 그래도 불과 몇 시간도 안 돼 원정 준비를 마치다니.’
카론은 교국의 저력에 혀를 내둘렀다.
‘이 정도는 되니까 제국의 침략을 지금까지 막았던 것이구나. 옛날 아르미다츠의 그리핀 나이츠도 이랬다고 들었는데.’
어쩌면 자신의 가문인 체스카드 왕실이 이 나라와 백성들의 앞길을 막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카론은 잡생각을 정리하며 눈앞의 신성 연합군의 선발대를 보았다.
‘하지만 폰테임의 전력도 보통은 아닐 텐데. 당장 폰테임에 있을 마법포도 그렇고.’
1천은 적은 숫자가 아니다.
하지만 폰테임으로 원정을 가기엔 많이 부족한 숫자.
망치와 모루 전술로 보자면 현재 그들은 망치만 따로 먼저 출발한 꼴이다.
그 뒤를 받쳐 줄 모루가 필요하다.
“보병과 기병은 언제부터 움직일 수 있습니까?”
카론이 여전히 움직이지 않고 진을 치고 있는 본대를 가리키며 물었다.
“예, 오늘 밤에 기병이 출발할 것이고. 보병과 보급대는 내일 오후에 행군 준비가 끝납니다.”
아고르의 대답에,
“보병이 이틀 안에요? 과연 교국이군요.”
‘기병은 몰라도 1만 보병이 이틀 내로 출정이 가능하다고? 아무리 원정군이라고 해도, 이게 내가 알던 부패하고 분열된 교국이 맞나?’
카론은 순수하게 감탄했다.
그리고 부패하고 분열된 제르디안들을 단결시킨 이유를 깨달았다.
‘타협이 불가능한 외부의 적이 대단하긴 하군. 우리도 이런 방법을 이용했어야 했는데.’
카론은 입맛을 다셨다.
그가 아버지로부터 전권을 받았을 때에는 너무나도 많은 것들이 흘러간 뒤였다.
강한 아쉬움과 답답함이 카론의 마음속을 조였다.
‘가볍게 생각하세요.’
‘힘내라는 말은 안 하겠어요.’
‘힘 좀 빼세요.’
‘아무것도 아니에요.’
가슴이 답답한 카론의 귀에 로니아가 했던 말들이 떠올랐다.
그녀의 목소리를 떠올리니 다시 편안해지고 마음이 가볍다.
“로니아, 기필코 당신을 구하겠소!”
카론의 눈이 폰테임 후작령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러니 부디 버텨 주시오! 꼭!”
이럇!
“키리릿.”
카론이 타고 있던 그리핀이 속도를 올렸다.
그의 초조한 마음을 표현하듯 카론의 그리핀은 대열의 최선두를 날았다.
* * *
폰테임 후작령, 폰테임 대저택.
로지는 제국의 위장 상단으로부터 지원받은 와이번에서 내렸다.
그의 뒤에 있던 데이지도 바람에 엉클어진 머리카락을 정돈하며 주변을 둘러봤다.
“폰테임, 미친……!”
로지는 폰테임 대저택에 들어서며 욕을 내뱉었다.
이곳까지 오는 데 많은 결심과 각오를 했는데도 말이다.
어떤 방해도 받지 않고 대저택 중심부로 내려올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이유를 둘은 내리자마자 알 수 있었다.
“어떻게 이런…….”
데이지가 손으로 입을 가리며 주변을 둘러봤다.
폰테임 후작가의 대저택, 이곳에는 어떠한 생명의 흔적도 보이지 않는다. 사람은커녕 작은 벌레 새끼 하나도.
그렇다고 어떤 움직임도 없는 것은 아니다.
“요새 폰테임 대저택으로 들어간 사람 중 다시 나온 사람이 없다고 하더니만.”
로지가 질린 눈으로 눈앞에 서 있는 인영들을 보았다.
“폰테임 후작 편에 섰던 귀족들과 군대인가?”
두 사람 주변에는 어느새 셀 수 없이 많은 시체 같은 것들이 초점 없는 눈으로 서 있었다.
그들은 어떤 행동도 하지 않고 그저 멍하니 허수아비처럼 서 있을 뿐이다.
그들 중에는 교단의 사제복을 입은 자들도 일부 보였다.
“이단심판관까지. 아주 침공당하고 싶어 작정을 했군.”
로지는 서둘러 로니아를 찾았다.
“어서 로니아를 찾고 떠나자.”
“응!”
데이지도 어떤 토를 달지 않았다.
두 사람은 저택 안을 가득 채운 존재들을 무시하곤 걸었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저기!”
두 사람의 눈앞에 남색 머리카락의 한 여성이 보였다.
뒷모습뿐이지만 로지는 심장이 덜컹거렸다.
그 여자의 상태가 지금까지 봐 온 허수아비 같은 존재들과 일치했기 때문이다.
“로니아!”
로지가 급히 남색 머리의 여성의 어깨를 잡았다.
몸이 흔들리며 여성의 앞모습이 보였다.
“아…….”
안도와 실망이 동시에 덮쳤다.
“로니아가 아니야.”
로지는 자신을 실망시킨 여인의 몸을 저리 치우곤 점점 저택의 중심부로 향했다.
저택의 구조는 귀족 가문이라면 대체로 비슷하다.
단지 크기와 건물 숫자만 차이가 날 뿐이지.
“폰테임 후작의 알현실…….”
딱 봐도 지금까지 보았던 어느 문보다 크고 화려했다.
왕궁의 알현실 문보다 더더욱 위엄 있어 보였다.
문 앞을 지키는 어떤 기사나 병사도 없었다.
로지는 몸으로 문을 밀었다.
끼이이익, 쿠우웅.
기분 나쁜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그리고 알현실 안에는 누군가가 앉아 있었다.
추욱, 축.
알현실 바닥과 벽에 기분 나쁜 보라색과 검은색 고깃덩어리 같은 게 덕지덕지 붙어 있다.
그 고깃덩어리에는 검은색 촉수가 털처럼 자라 꿈틀거린다.
전에 알렉스의 등 뒤에 났던 그 촉수와 같았다.
“우욱.”
강한 악취에 데이지가 헛구역질한다.
그때, 알현실의 가장 높고 화려한 의자에 앉아 있던 자가 입을 열었다.
―안 좋은 일이 생기면 다음에는 좋은 일이 생긴다더니. 그 말이 맞나 보군.
입에서 나온 것 같지 않은 목소리.
―이 맛있는 먹이가 제 발로 찾아올 줄이야.
“폰테임 후작?”
―폰테임 후작을 원하나? 그렇다면 그렇게 해 주지.
로지의 말에, 말을 하던 존재의 분위기와 말투가 바뀌었다.
―그래, 마누스의 오염된 적통이여, 여긴 왜 왔느냐?
스으으윽, 우우웅!
그 질문에 로지가 검을 바닥에 꽂고는 드래고니안으로 변신했다.
동시에 데이지 또한 다크 노움을 소환했다.
“네놈의 아들이 납치해 간 여자. 그 여자를 돌려받으러 왔다.”
으르렁 하는 소리가 섞인 로지스트의 말.
―내 아들? 내 동생? 우리 도련님? 아~! 알렉스!
폰테임 후작은 연이어 다른 목소리와 말투를 내뱉더니, 뭔가 알았다는 듯 손가락을 튕겼다.
―알렉스는 여기 이렇게 있지만. 여자는 같이 안 왔어.
스르륵.
“끄히익, 끼익, 커어어.”
폰테임 후작의 검은 촉수와 함께 무언가가 끌려왔다.
그것은 사람이라고 하기엔 거리가 먼 고깃덩어리였다.
어떻게 아직 숨이 붙어 있는지 신기할 정도다.
“알렉스?”
그 덩어리의 정체는 알렉스로 보였다.
사지부터 몸통까지, 몸 전체가 부러진 것을 넘어 터져 있었다.
촉수가 아니었다면 몸 전체가 끌려 오면서 줄줄 샜을 것이다.
―그 여자가 이렇게 만들었지. 정말 짜릿한 경험이었어.
폰테임이 알렉스의 터져 버린 몸을 보면서 중얼거렸다.
―대마도사 이후로 나를 이렇게 짜증 나게 만든 존재는 그 여자가 처음이었지.
‘로니아는 도망친 것인가?’
로지는 안도했다.
―로니아가 없다, 이거군. 그렇다면 아주 좋지.
드래고니안의 눈동자가 폰테임 후작을 노려봤다.
폰테임은 태연하게 고깃덩어리가 된 알렉스를 검은색 촉수로 추륵, 추륵 흡수 중이다.
꿀꺽.
그걸 본 로지는 자신도 모르게 입맛을 다셨다.
“더 큰 힘을 얻을 수 있겠군.”
로지스트의 양 손톱에 검은색의 검기가 촤르륵 피어났다.
“이 자리에서 폰테임 네놈을 죽이고.”
전에 로니아드와 대련했을 때보다 더욱 길고 날카로워 보였다.
“너의 힘을 흡수해 주마.”
로지스트의 두 눈에, 힘에 대한 탐욕이 가득 찼다.
―얼마든지!
로지스트가 달려들자, 폰테임은 오히려 기다렸다는 듯 양팔을 펴고서 그의 공격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