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knight in a fantasy novel RAW novel - Chapter 174
174. 뜻밖의 성전(2)
“그랑블루.”
알렉스를 손쉽게 보낸 로니아는 그랑블루를 불렀고, 그랑블루가 바로 날아오더니 로니아를 태웠다.
“흐으, 힘들어.”
잠깐 힘을 낸 것이지만 온몸이 나른했다.
자신의 의지로 각성 비슷한 힘을 내는 것은 여전히 불안정했다.
‘평소에도 힘들지만 변한 몸으로 하니까 더 힘든 것 같아.’
속으로 투덜거린 로니아는 그랑블루에게 지시했다.
“서둘러 극장으로 가자,”
그랑블루가 엄청난 속도로 수도를 향해 활강하기 시작했다.
땅에서 보는 사람들은 무슨 커다란 파랑새가 하늘을 나는구나 싶을 터였다.
* * *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래?!”
아스카가 소리를 지르며 절규했다.
“이건 음모야. 누군가의 음모라고!”
연극까지 한 시간도 남지 않은 상황.
“카론에 로지도 모자라 제인까지!”
아스카는 자신의 백금발 머리카락을 쥐어뜯었다.
“너, 너야? 폰테임의 짓이지!”
옆에서 마찬가지로 얼빠져 있던 앨리스의 어깨를 잡고는 흔들었다.
“나도 몰라아…….”
하지만 앨리스는 정말로 모른다는 듯 반쯤 울상이다.
“어떻게 연극 시작 한 시간 전에 이런 일이 연달아 일어나는 것인데?!”
“카론이야 별 비중이 없으니까 상관없지만, 로지는……. 아리아, 혹시 아는 내용 있어?”
이소레타가 아리아에게 물었다.
“아니.”
아리아는 시무룩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그보다 문제는 주인공 역할을 맡은 제인이야.”
아리아가 힘겹게 숨을 내쉬고 있는 제인을 보면서 말했다.
“제인, 괜찮아?”
“허억, 허억. 나, 나는 괜찮…….”
제인의 몸은 불덩이였다.
숨도 제대로 못 쉬고 있었다.
“하필이면 오늘부터 각성통이라니.”
그런 제인을 보면서 이소레타가 안타깝다는 듯 중얼거렸다.
“이 각성통은 언제까지 가는 거야?”
아스카가 이소레타에게 물었다.
여기 있는 이들 중 유일하게 용의 적통인 자가 이소레타다.
따라서 제인의 지금 상태에 대해서도 가장 잘 알 터.
“나도 아직 안 겪어 봐서 몰라. 하지만 다른 황족들을 보면, 짧아도 보름, 길면 한 달이야.”
“아침부터 상태가 안 좋아 보였는데 이것 때문이었구나…….”
테노바가 정령으로 제인을 돌보며 말했다.
“보통이라면 이렇게 성장통이 오면 가족이나 지인들이 와서 축하해 줘. 그리고 성장통을 이겨 낼 수 있도록 지켜 주지.”
이소레타의 말에, 제인을 조마조마하게 보던 아스카와 아리아, 앨리스가 흠칫했다.
자신들도 모르게 고통스러워하는 제인을 압박했던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용의 적통들은 이 각성통을 겪어야 진정한 드래고니안으로 변할 수 있거든.”
이소레타가 안타까운 눈으로 제인을 쳐다본다.
“로지, 이 자식을 그냥! 지 누나가 이렇게 아픈데 어딜 간 거야?!”
아스카가 씩씩거리며 끝내 나타나지 않은 로지에게 화를 냈다.
없어진 카론도 짜증 났지만, 카론이야 애초에 크게 비중이 없었다.
외모도 그렇게 뛰어나지 않았기에 반에서 적당한 남학생 한 명을 분장시켜 넣으면 된다.
어차피 이번 화에는 대사도 얼마 없다.
문제는 국왕 역할을 맡은 로지스트와 주인공인 제인이다.
‘둘 다 비중 있는 역할이야. 용의 혈통이 해야만 해.’
그래야 혼령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길 수 있었다.
‘이소레타가 있으니까 둘 중 하나는 분장으로 대역이 가능해. 문제는 남은 하나인데.’
이소레타가 맡았던 1왕비의 호위기사는 첫 화에 끝이 났었다.
이소레타가 용의 혈통임에도 짧은 배역에 넣은 이유는 그 배역이 정의로운 역할이기 때문이다.
악역으로 끝까지 가는 것보단 초반에 좋은 역할을 하고 사라지는 게 혼령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니까.
‘아깝지만 이 목소리 변조 아티팩트도 써야겠어.’
율카네스의 변신 물약까지도 필요 없다.
비싸서 그렇지, 마법과 아티팩트를 이용한 분장이면 목소리도 변조 가능할 것이다.
문제는 용의 혈통이어야 한다는 점.
‘거기다 오라버니는 왜 연락이 안 되는 거야?’
거기에 갑자기 연락되지 않는 로니아드 때문에 아스카는 더더욱 화가 났다.
“일단은 대역을 지정할게. 최대한 분장으로 가려 보자!”
아스카는 변신용 아티팩트를 아공간 가방에서 꺼내 늘어놓기 시작했다.
“일단 이소레타가 제인 역할을 대신해 줘.”
용의 혈통인 이소레타에게 주인공의 자리를 주는 것이 최선이다.
“그리고 로지의 역할은…….”
어쩔 수 없지. 아스카는 한숨을 쉬고는 테노바를 쳐다봤다.
‘테노바는 용의 혈통은 아니야. 하지만 엘프라서 혼령들에게 꽤 인기가 있으니.’
“나?”
아스카가 테노바를 보자, 테노바가 고개를 갸웃한다.
문제는 테노바의 연기력.
‘차라리 내가 할까? 그런 식이라면 나도 혼령들에게 인기가 있잖아?’
카론 못지않은 뻣뻣한 연기력 때문에 아스카는 망설여졌다.
‘잠깐, 뭔가 이상한데?’
그러다 아스카는 갑자기 어떤 생각이 들었다.
‘마누스의 혈통만 가능하다는 말 자체가 어쩌면 옛 아르미다츠 왕실에서 퍼트린 소문이 아니었을까?’
추측에 가까웠지만, 이 추측이 맞다면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
아스카는 고개를 들어 테노바를 보았다.
“테노바! 지금 당장 혼령들에게……!”
여기서 유일하게 혼령들과 대화가 가능한 테노바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스카이, 내가 로지가 맡은 국왕 역할을 할게.”
그때, 이소레타가 아스카의 말을 끊었다.
갑작스러운 이소레타의 말에 아스카는 멍한 눈으로 그녀를 보았다.
“왜? 1왕비 대사 못 외웠어? 전에 교수님 앞에서 배역 테스트할 때 1왕비도 했었잖아?”
아스카의 물음에 이소레타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나보다 더 잘 어울리는 사람이 나타나서.”
그리고 시선을 아스카의 뒤로 향했다.
“어……?”
이소레타의 시선을 따라, 아스카가 뒤를 돌아봤다.
“교수…… 로니아 언니!!”
그곳에는 로니아가 서 있었다.
급히 왔는지 머리카락부터 옷이 많이 흐트러져 있다.
그런데 이게 오히려 더욱 매혹적이다.
“뭔 일이냐?”
“어머, 진짜 딱 이네?”
그런 로니아를 본 아스카 또한 자신도 모르게 감탄했다.
단순히 외모적인 부분만 본다면 로니아가 딱 이긴 했다.
“도대체 어딜 갔다 온 거예요?!”
아스카를 대신해 앨리스가 로니아에게 달라붙어서 따지듯 묻는다.
“일이 좀 있었어.”
앨리스의 말에 로니아는 사방을 살피며 답했다.
그런 로니아를 보던 아스카는 참으로 아깝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하지만 용의 혈통이 아니잖아?”
아스카의 말에 옆에 있던 이소레타가 입을 열었다.
“용의 혈통이 중요한 게 아니야. 중요한 것은 영혼이라 하더군.”
“……누가 그래?”
그 말을 들은 아스카의 눈이 커졌다.
“테노바가 그러던데? 꼭 용의 혈통이 아니어도 된다고.”
“테노바가?”
아스카가 고개를 돌려 테노바를 보았다.
시선을 받은 테노바가 고개를 끄덕인다.
“혼령들이 그러던데? 근데 보통은 용의 혈통이 지닌 영혼을 좋아한대. 그 사실이 와전돼서 지금처럼 알려진 거고.”
역시나인가? 아스카는 자신이 했던 추측이 맞았다는 것을 이렇게 확인하게 되었다.
“이 학교 학생이어야 한다는 것은?”
“꼭 이 학교 학생이어야 해?”
아스카의 질문에 테노바가 옆에 있던 혼령에게 물었다.
“응응, 그랬구나. 고마워. 가산점 정도일 뿐, 필수는 아니라는데?”
혼령들의 말을 실시간 통역해 주는 테노바였다.
“이런…….”
지금까지 고민했던 모든 것이 허탈하게 다가왔다.
“그런 사실이 있었으면 얘기를 해 줬어야지!”
“소렛에게 말했어.”
아스카의 시선이 다시 이소레타에게 향한다.
“안 물어봤잖아.”
이소레타는 어깨를 으쓱했다.
“하아…….”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짜증.
그럼에도 아스카는 긴 한숨을 내쉬는 것으로 참았다.
‘많이 성장했구나, 아스카. 예전이었다면 벌써 저 황녀를 불태웠을 텐데.’
이런 감정을 느끼면서 인내심을 가지는 스스로가 대견한 아스카였다.
‘어쨌든, 이게 사실이라면?’
아스카는 묘한 눈으로 테노바를 보았다.
“혼령들에게 인기 있는 순으로 배역을 지정해도 되는 거잖아?”
어차피 이 연극의 궁극적 목적은 환상 군단 아닌가?
“그런 식이면 테노바가 주인공을 하는 게 낫지 않나?”
지금도 테노바 주변에 떠다니는 혼령들을 보며 아스카가 말했다.
“나, 제인의 대사 몰라.”
아스카의 말에 테노바가 고개를 저었다.
“무엇보다, 혼령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사람은 저쪽이야.”
아스카의 말에 테노바는 로니아를 가리켰다.
“혼령들이 그렇게 말해? 로니아가 제일 좋다고?”
“응.”
테노바의 말을 들은 아스카가 빛나는 눈으로 로니아를 본다.
로니아는 살짝 흩어진 머리카락을 내버려 두고는 상황 파악에 여념 없었다.
“로지와 카론은 어디 갔고? 무엇보다…….”
로니아가 주저앉아 식은땀을 흘리고 있는 제인에게 다가갔다.
“제인? 괜찮니?”
“로, 로니아드 경…….”
로니아드가 제인의 이마에 손을 올렸다. 이마가 뜨거웠다.
“괜찮아. 내가 왔어. 이젠 마음 놓아도 돼.”
제인을 번쩍 들어 공주님 안기로 안았다. 그리곤 이소레타에게 물었다.
“각성통이야?”
로니아드는 제인이 지금 무슨 상태인지 잘 알았다.
“네.”
“그렇군.”
“죄송해요. 죄송…….”
제인이 울먹이기 시작한다.
“아니, 죄송할 거 없어.”
그런 제인을 로니아드가 안고서 토닥토닥 안심시켰다.
로니아드의 품이 몹시나 포근한지, 제인은 고통스러워하던 것을 멈추고는 서서히 안정을 되찾았다.
“사실 나도 이 연극에 참여해 보고 싶었거든.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마.”
로니아드의 품에 안긴 제인이 묵묵히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진정한 드래고니안이 된 것을 축하한다, 제인에어 마누스 룬 아르미다츠.”
서서히 잠에 빠져드는 제인의 입가에 행복한 미소가 번졌다.
두 눈에는 기쁨의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쪽.
그런 제인의 이마에다 로니아드는 입술을 가져다 댔다.
코오, 코오.
그것이 신호가 되었는지 제인은 잠에 빠졌다. 용이 되기 위한 잠에.
제인을 침대에 눕힌 후, 로니아는 연극에 참여하기로 했다.
“내가 1왕비 역할을 맡으라고?”
“네, 대사는 다 외웠죠?”
본인이 썼으니 외우긴 외웠다.
“이소레타가 국왕 역할을 맡고. 호위 기사는 테노바가?”
“네!”
로니아드 또한 환상 군단의 자격이 세간에 알려진 것과 다르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일단 진행하지.”
테노바처럼 혼령들과의 대화를 통해서 익히 알았다.
하지만 그걸 알았을 때는 연극이 막 상영되었을 때라 반영하지 못했을 뿐이다.
“저 레이디는 누구셔?”
갑자기 등장한 로니아, 그런 로니아를 본 수많은 사람들.
특히 남자들이 멍한 눈을 했다.
“로니아 언니라고, 루카스 교수님의 여동생이야.”
아스카를 비롯한 소녀들이 애써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
“그 교수에게 저런 여동생이 있었다고?!”
로니아가 루카스의 여동생이라는 말을 듣자, 주변의 남학생들이 웅성웅성한다.
“크흠, 레이디 로니아께서 이렇게 연극에 참여해 주신다니 참으로 감동입니다.”
그때, 로니아가 왔다는 소식을 어떻게 들었는지.
알트 반의 임시 담임인 아서가 나타났다.
녀석은 온몸에 평소 뿌리지 않던 향수까지 뿌리고는 분명 아카데미 꽃밭에서 뽑아 온 것이 분명한 꽃다발을 로니아에게 건넸다.
“……고, 고맙군요.”
로니아가 떨떠름한 얼굴로 감사를 표했다.
“로니아, 긴장하지 마세요!”
로니아의 표정이 굳은 것이 긴장해서 그런 줄 안 모양이었다.
“그대는 완벽하오! 필히 최고의 연기를 펼칠 것이오!”
착각한 아서가 로니아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푸흡!”
“끄흐흐흑.”
이걸 보는 로니아의 정체를 아는 소녀들이 웃음을 참느라 흐느꼈다.
“연극 시작까지 5분 남았습니다!”
밖에서 무대의 설비를 관리하던 루키엘의 목소리가 들렸다.
“다들 준비들 끝났나?”
이윽고, 무대에 설치된 아티팩트를 점검하던 루키엘이 확인차 들어왔다.
“…….”
루키엘은 들어오자마자 로니아를 보더니 멈칫했다.
“누, 누구, 어…….”
루키엘이 멍한 눈으로 로니아를 본다.
“저, 아름다운 레이디는 누구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