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knight in a fantasy novel RAW novel - Chapter 84
84. 환상은 수프 세 스푼과 소시지 한입, 빵 한 조각 그리고 맥주 한 잔과 함께
“나는 창×가 아니다. 다른 여자를 알아보도록.”
앨리스는 차갑게 말하고는 서둘러 몸을 돌렸다.
그나마 지금 앨리스는 후드를 쓰고 있다.
저들이 앨리스의 외모를 제대로 보지 못한 것이 다행이려나?
“이 ×년이! 우리가 작은 영지에서 왔다고 무시해?!”
“저년 잡아!”
“어디 촌놈들의 × 맛을 보고서 무시할 수 있나 보자고!”
하지만 술에 취한 병사들은 그런 앨리스의 태도에 더욱 흥분한 모양이다.
병사 중 한 명이 앨리스를 잡고는 옷을 찢으려 한다.
“이거 놔라! 놓으라고!!”
앨리스가 격렬히 저항하려 했으나, 억센 남자들의 손길을 벗어나진 못했다.
이윽고 그녀의 얼굴을 가려던 후드가 가장 먼저 벗겨졌다.
“오, ×발!”
“쩐다……!”
“도시의 여자들은 전부 이런가?”
“병신아! 아까 사창가에서 본 창× 얼굴은 벌써 까먹었냐?”
“……그렇다는 건?”
“진짜 귀족일지도 모른다는 것인데…….”
병사 셋이 서로의 얼굴을 멍하니 쳐다본다.
“당장 손 치우지 못할까! 지금이라도 물러나면 없던 일로 해 주겠다!”
앨리스가 표독하게 쏘아 댔다.
하지만 세 병사의 반응은 그녀의 예상과 다르게 흘렀다.
“대박이다…….”
“호위도 없는 귀족 영애를 품게 되다니, 제르다의 은총이야.”
그들의 말에 앨리스는 심장이 철렁했다.
“나를 범하고서 네놈들이 무사할 것 같으냐!”
앨리스의 말에도 병사들은 술기운 때문인지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흐흐흐흐, 죽은 자는 말이 없는 법입니다, 아가씨.”
그들은 앨리스가 표독스럽게 저항할수록 흥분되는지 앨리스의 옷을 더욱 찢으려 했다.
‘빌어먹을, 내가 이렇게 천한 놈들에게 비참하게!’
분함과 비참함에 앨리스의 눈에서 눈물이 고였다.
그런 앨리스의 모습은 병사들을 더욱더 흥분시켜 줄 뿐이었다.
“크하하핫, 내가 먼저 한다!”
“닥쳐! 내가 먼저야!”
“너는 내 돈이나 먼저 갚고 해!”
“여기서 그 말이 왜 나와?!”
앨리스의 옷은 넝마가 되었다. 그런 앨리스를 앞에 두고 병사들이 언성을 높이며 순번을 정한다.
“키이이잇!”
그때, 하늘에서 맹수의 울음소리가 울렸다.
퍼버버벅, 콰과과곽!!
커다란 파란 새가 내려오더니 세 병사를 덮쳤다.
거대한 새의 속력과 무게에 병사 셋은 그 자리서 즉사.
“…….”
앨리스는 멍하니 이 비현실적인 광경을 보았고, 자신을 구원해 준 커다랗고 푸른 새가 빛을 발하더니, 작아지기 시작한다.
“얘는 여기서도 누워 있네.”
넝마가 된 옷을 움켜쥐고 있던 앨리스의 몸 위로, 검은색 망토가 덮어졌다.
따듯하고 좋은 냄새가 나는 망토에 앨리스는 긴장이 풀리기 시작했다.
긴장이 풀리면서 발작이 일어나는 것처럼 온몸이 떨렸다.
두 눈에서 눈물이 끝없이 흐르기 시작한다.
눈물로 뿌연 시야에, 그토록 갈망하던 남자가 나타났다.
‘꿈일까?’
남색 머리에 붉은색 눈동자. 매일 밤 잠들기 전에 몰래 보았던 그의 초상화와 똑같다.
아니, 오히려 초상화보다 실물이 더 멋졌다.
“폰테임의 영애께서 여기서 왜 고초를 겪고 계실까?”
로니아드는 앨리스에게 망토를 던져 줄 뿐, 딱히 가까이 가거나 하진 않았다.
여전히 거리를 두고 앨리스를 관찰한다.
보통의 남자라면 절로 레이디를 부축해야 하지만.
로니아드는 앨리스를 딱히 레이디로 보지 않는 듯했다.
‘로니아드가…… 나를 안다고? 어떻게?!’
로니아드를 마주한 앨리스는 처음엔 안도감과 행복, 환희를 느꼈으나,
뒤이어 느낀 감정은 약간의 당혹감이었다.
“로니아드…… 나를 어떻게 알고 있던 거죠?”
“너만 나를 안다고 생각했나? 나도 너에게 관심이 많아.”
로니아드의 말에 앨리스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얼굴을 붉힌다.
“그, 그렇군요…….”
앨리스는 로니아드가 준 망토로 몸을 가리면서 조심히 일어섰다.
그의 체격이 컸기에 기사 제복의 검은 망토는 앨리스의 작은 몸을 충분히 가려 줬다.
“그, 그럼…… 앞으로 어떤…….”
앨리스가 두근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떨리는 입을 열었다.
“오라버니?!”
“마스터!!”
그때, 앨리스의 기대를 파괴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저 저능아년이 주제도 모르고 왜 끼어드는 건데!’
앨리스가 당장이라도 죽일 듯이 난입한 아스카를 째려봤다.
아스카는 그사이 안대를 벗은 듯했다. 대신 머리카락으로 교묘하게 한쪽 눈을 가렸다.
‘눈에 문제가 있나?’
이 와중에도 상대의 약점을 스캔하는 앨리스다.
“오라버니~ 메시지 받았구나!”
아스카가 로니아드에게 달려왔다.
“마스터, 저희를…… 어?!”
카디나는 달려오면서, 로니아드 뒤에서 아스카를 째려보는 앨리스를 보았다.
“어?!”
앨리스를 본 카디나가 그녀를 가리키며 비명을 지른다.
“왜? 누군데?”
아스카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카디나와 로니아드를 번갈아 본다.
“……흥!”
그런 카디나를 앨리스가 코웃음 치면서 무시한다.
“쟤, 뭐야? 되게 재수 없어.”
앨리스의 태도를 본 아스카가 다 들으라는 듯 말했고, 앨리스는 아스카를 비웃으며 노려본다.
“너 눈 안 깔아? 뒤지고 싶냐!”
당연히 이를 넘길 아스카가 아니다.
카디나는 아스카 옆에서 조마조마한 얼굴로 로니아드를 쳐다본다.
“하아…….”
마침내 로니아드가 두 철없는 소녀 사이에 개입했다.
그가 앨리스의 머리에 손을 올리곤 입을 열었다.
“얘는 앨리스.”
로니아드의 손이 자신의 정수리에 쓰다듬듯이 닿자, 앨리스는 얼굴을 붉혔다.
그런 앨리스를 아스카가 노려봤고, 앨리스는 아스카를 향해 약 올리듯 얄미운 표정을 짓는다.
“좀 이상한 애야.”
이어진 로니아드의 말에, 얄미운 표정의 앨리스는 얼굴을 구겼다.
푸흡! 이젠 역으로 아스카가 앨리스를 비웃는다.
골목 구석에 병사 셋의 시체를 버렸다.
어차피 하루에도 이런 식의 비전투 손실이 셀 수 없이 발생하기에, 놈들의 죽음도 의미 없이 묻힐 것이다.
“오라버니, 아스카 배고파…….”
아스카가 로니아드 옆에 찰싹 붙어 비음 섞인 목소리로 칭얼거린다.
‘저 불여우 같은 게!’
앨리스는 그런 아스카를 노려보았다.
“흠흠, 저도 좀 출출하네요.”
마찬가지로 로니아드 옆에 은근히 가까이 붙는다.
‘헐…….’
뒤에서 카디나가 앨리스의 모습을 보면서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일단 여관부터 잡고 배부터 채우자.”
로니아드는 두 소녀가 옆에서 엉겨 붙든 말든 크게 개의치 않는 듯했다.
드라센에서 매우 성숙한 두 세이렌에게 단련되었기에, 앨리스와 아스카는 여동생 수준일 뿐,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돈도 두둑한데 제대로 먹어 보자고!”
“역시 오라버니!”
“잘 먹겠습니다, 마스터!”
로니아드가 세 여자 앞에서 두둑한 지갑을 흔들어 보였다.
“와아아아~.”
앨리스도 로니아드를 향해 작게 박수를 보냈다.
‘그나저나 저 지갑, 많이 익숙한데?’
그러다가 저 남자가 들고 있는 지갑을 유심히 봤다.
어디서 많이 본 지갑이다.
“어? 저거, 내……!”
자세히 보니, 앨리스의 지갑이 맞았다.
왜 그가 그녀의 지갑을 들고 있는 것일까?
앨리스는 자신의 품을 뒤졌다.
‘없어.’
역시나 저 지갑은 자신의 것이 맞았다.
앨리스가 황망한 눈으로 로니아드를 쳐다본다.
그녀의 시선을 의식한 로니아드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새벽이 저물고 막 아침인 시각.
당연히 문을 연 식당은 없다. 고급 식당은 더더욱.
몇몇 여관에서 아침을 준비하는 굴뚝 연기가 나고 있었고, 우리는 그 연기를 쫓았다.
그중 그나마 덜 누추한 여관을 찾아 들어갔다.
“식사만 됩니다. 방은 전부 찼습니다.”
병사들은 외곽에서 천막을 치고 생활하겠지만, 용병들은 여관을 이용한다.
덕분에 이 도시의 대부분 여관엔 빈방이 없었다.
“알겠으니 아침 식사부터 내오게. 제일 비싼 걸로.”
나는 앨리스의 지갑을 열었다. 후작가 영애 아니랄까, 동화는커녕 은화도 보이지 않는다.
‘뭐, 어때? 내 돈도 아닌데.’
나는 금화 하나를 튕겨 점원에게 던졌다.
“잔돈은 알아서 팁으로 가지게.”
“허업! 최고로 신선한 재료로 요리해 드리겠습니다!”
금화를 받은 점원이 90도로 허리를 숙였다.
나와 아스카, 카디나, 앨리스는 두껍고 커다란 원형 나무 테이블에 앉았다.
테이블은 본래 나무의 색은 한참 전에 상실한 듯, 정체를 알 수 없는 세월의 검은 때가 가득했다.
아스카는 용병 생활 덕분인지 아니면 전승 덕분인지 별 거부감 없이 자리에 앉았다. 카디나야 말할 것도 없고.
“…….”
반면, 앨리스는 이런 테이블과 의자에 앉는 것이 처음인지 살짝 망설이는 모양이다.
그러다 눈을 꾹 감고 의자에 앉았다.
자연스레 두 팔을 테이블 위에 올린 다른 사람과 달리, 앨리스는 의자에만 앉았을 뿐 양손은 테이블에 올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고난은 이제 시작이다.
“음식 나왔습니다! 저희 여관에서 최고로 좋은 재료로 만든 음식들입니다!”
금화의 힘인지 음식이 금방 나왔다.
야채와 돼지고기를 넣은 잡탕 수프, 탱탱한 소시지와 밀로 만든 빵, 닭 한 마리를 통째로 구운 닭구이, 나이 따윈 고려하지 않고 인원수에 맞춰 나온 맥주 등.
‘수프를 비롯해 모든 음식에 후추를 뿌리다니, 이곳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보이긴 했군.’
근래 물가가 치솟은 이 도시에서 후추를 뿌린 음식이라니. 금화의 위력이 좋긴 한가 보다.
“잘 먹겠습니다!”
“맛있겠다!”
카디나와 아스카는 큰 거리낌 없이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반면, 앨리스는 떨떠름한 얼굴로 눈앞에 차려진 음식을 노려볼 뿐이다.
‘음식이 너무 비려……. 어떻게 향신료를 달랑 후추 하나만 뿌리지?’
식사를 하더라도 귀족들이 애용하는 고급 식당에서 최소 다섯 가지 이상의 향신료를 뿌린 음식을 먹던 앨리스다.
‘닭이 이렇게 누린내 나는 음식이었나?’
닭 고기는 냄새 나서 도저히 손을 못 댈 것 같다. 소시지도 마찬가지다. 조금 잘라 먹었는데 역했다.
이런 걸 맛있게 먹는 아스카와 카디나 그리고 로니아드가 다른 세계 사람 같았다.
수프도 세 숟가락 이상 못 넘겼다.
‘무슨 빵이 이렇게 딱딱해?’
빵을 한 조각 먹었는데 너무 딱딱해서 턱이 저렸다.
‘책에서 읽은 것과 현실은 다르구나…….’
처음 이런 허름한 여관에서 사람들과 식사를 한다는 것에 설렘을 느꼈다.
모험 소설에서 읽었던 모험가가 된 기분이었다.
하지만 그런 앨리스의 환상은 수프 세 스푼과 소시지 한입, 빵 한 조각을 먹은 뒤 전부 깨졌다.
‘무슨 잔이 이렇게 크고 무거워?’
더럽혀진 입안을 헹구기 위해 물을 찾았다.
함께 테이블에 올라온 나무 잔을 양손으로 들어 마셨다.
“크흡!”
이 나무 잔에 들린 것은 물이 아니었다.
자세히 보니, 오줌처럼 생긴 거품 나는 음료였는데, 생긴 걸 보고 추측해 보니 이게 바로 서민들이 마신다는 맥주인 듯싶었다.
‘생각보다 괜찮은데?’
처음 물이 아니라서 당황했지만, 이 맥주는 생각보다 앨리스의 입에 맞았다.
무엇보다 금화의 힘인지 음료를 차갑게 해 주는 아티팩트를 사용한 맥주는 시원했다.
덕분에 앨리스의 그간 답답했던 속을 시원하게 해 줬다.
어느덧 커다란 맥주 한 잔을 다 마셔 가는 앨리스를 보며, 로니아드가 카디나를 작게 불렀다.
“카디나.”
“예, 마스터.”
“원래 앨리스 술 마셨어?”
“가볍게 와인 한 모금 마셨던 적은 있습니다. 하지만 저렇게 많은 양의 술을 마시는 것은 처음 봅니다.”
카디나가 맥주를 벌컥벌컥 마시는 앨리스를 떨떠름하게 보며 말했다.
‘이세계까지 와서 14살짜리가 술 마시는 거로 뭐라 할 생각은 없는데.’
어차피 중세와 근세 그리고 판타지가 섞인 세계관이다.
이런 세계에서 지구의 나이 개념으로 뭔가를 판단하는 것만큼 멍청한 짓은 없다.
“즉, 앨리스의 주사를 본 적 없다는 거지?”
하지만 나이와 별개로 주사는 피곤하다.
“그렇습니다…….”
로니아드의 말뜻을 읽은 카디나가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맥주를 다 마신 앨리스를 본다.
“쟤 좀 마시는데? 질 수 없지!”
아스카가 그런 앨리스를 보곤 자극받았는지 본인도 맥주를 원 샷 하려고 한다.
“철 좀 들어!”
“끼악!”
당연히 나의 꿀밤에 저지되었지만.
마침내, 앨리스가 자신의 허리둘레만 한 맥주잔을 다 비웠다.
“…….”
“……꿀꺽.”
“??”
나는 말없이 앨리스를 보았고, 카디나는 긴장의 침을 삼켰다.
아스카만이 우리 둘의 시선이 앨리스에게 향하자, 어리둥절한 표정이다.
“헤에에에~”
얼마 뒤, 취기가 올랐는지 앨리스의 얼굴이 벌게졌고, 늘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던 그녀의 얼굴이 풀어졌다.
“흐으응~ 로니아드 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