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necromancer in a fantasy game RAW novel - Chapter 10
010
땅이 질다.
숲을 빠져나오니 펼쳐진 들판에는 양측 제후들의 병력이 도열해 있었다.
고지를 점한건 변경백 쪽이다. 저들은 좌측의 구릉지에 말뚝까지 박아놓은 반면에, 우측의 이리공은 적극적으로 공세를 가할 작정인지 군세가 넓게 포진했다.
이리가 아가리를 벌리고 사냥감의 숨통을 죄여오는 모양새였다.
언뜻 보기에 병력의 규모는 엇비슷해 보였으나, 이리공 측이 연이은 승전으로 기세등등하다고 들었다.
아무리 사기가 높다고 한들, 이런 전장에서 기세만으로 지형의 우위를 무시하긴 어려울텐데.
둥둥둥-!
빠른 템포의 북소리가 울려퍼진다.
특이하게도 이리공의 병사들은 낮고 길게 끄는 소리로 호응하며 전진했다. 약 2천에 달하는 늑대의 하수인들이 내지르는 위협이 온 벌판을 뒤덮는다.
“오싹한걸. 진짜 이리 새끼들이 우는 것 같잖아.”
팔뚝을 쓸어내린 쇠렌이 너스레를 떨었다.
발맞춰 걷는 병사들의 대오가 정교하다. 진흙이 발목을 묶을 텐데, 느릿하지만 서두르지 않고 침착하게 접근했다.
대체 이리공이 믿는 구석은 뭘까.
그때 토드의 시선을 사로잡는 무리가 후열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웬 작달막한 작자들이 황소를 몰고 있었다. 처음엔 어린애들인 줄 알았더니, 막상 체구는 영락없이 성인의 것이라 이질적이었다.
토드도 처음보는 드워프들이었다.
뒤뚱대며 걷는 걸음걸이가 우스웠으나 그들이 끌고 오는 물건은 결코 얕볼 수 없었다.
육중한 야포는 황소 2마리가 끌어야 겨우 움직였다. 이런 진창에서 어떻게 기동하나 봤더니, 앞에서 야포의 이동 경로에 일일이 나무판자를 깔아가며 나아가고 있었다.
이런 일이 익숙한 듯, 일꾼으로 보이는 드워프들은 능숙하게 길을 만들었다.
화살이 닿지 않는 경계에 보병들이 멈춰서자, 변경백의 진영에서 멀찍이 떨어진 곳에 드워프들이 망치로 말뚝을 때려박기 시작했다.
그렇게 방렬을 마치기까지 5분. 사격수가 망치를 휘두르자, 푸른빛이 번뜩이더니 육중한 포신이 들썩였다.
쩌엉-!!
하늘을 찢어발기는 듯한 우렁찬 소리에 쇠렌이 기겁했다.
“뭐여, 저게!”
수십 명에 달하는 병사들이 비명횡사했다.
쩌렁쩌렁한 포성 못지않게 가공할 파괴력이었다. 포탄이 할퀴고 지나간 곳에 검푸른 불빛이 요사스럽게 넘실댄다.
재빨리 무너진 전열을 채워넣지만, 연이은 포격에 변경백 군은 맥을 못추렸다.
앓는 소리를 삼킨 피에트가 외쳤다.
“룬 대포일세. 드워프 용병들은 자기네 씨족의 비전이 담긴 힘을 무기에 투영하여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자칫 노획당하면 기술이 유출되는거 아닙니까?”
“어차피 저걸 다룰 수 있는건 저들의 씨족뿐이네. 같은 동족이라 하더라도 사용하는 룬이 서로 달라 통하지 않네!”
드워프를 한 번도 안해본 토드로선 흥미로운 이야기였다.
“저렇게 숙련된 포병을 용병으로 부리려면 금화를 꽤나 써야 할 텐데요.”
“그러게나 말이네. 이 짐 마차에 황금을 가득 실어도 저 탐욕스러운 작자들은 성에 안 찰걸세.”
고개를 기울인 토드가 되물었다.
“이리공이 그렇게 부유합니까? 결국 그의 본거지도 동부 변방에 있을텐데, 거병을 하는 와중에 값비싼 드워프 용병들까지 고용했다라.”
동부의 특산품이라고 해봐야 모피, 버섯 따위의 하잘것없는 물건들이다. 아니면 뒷산에 진은 광산이라도 숨기고 있나?
“애초에 밀밭 지대를 끼고 있는 슈테판 변경백에 비하면 이리공의 봉토인 멜다비어 주는 생산성이 열등해. 그가 보유한 광산들은 많지만, 채광성이 형편없고.”
토드가 머릿속으로만 품고 있던 의문을 정확히 해소해주는 답변이었다.
가끔 카리나가 툭 던지는 말에 토드는 오싹함을 느꼈다. 분명 마술사가 배울 수 있는 스킬 중에 독심술도 있었던 것 같은데.
“흠, 그럼 이리공이 채무를 진게 아닙니까? 그의 명성을 생각해보면 기꺼이 금화를 대줄 후원자는 얼마든지 있을 텐데요.”
이리공의 병력을 바라보는 카리나의 눈매가 서늘하다.
“배후에 불온한 속셈을 품은 놈들이 도사리고 있어. 애초에 이 분쟁이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명분으로 촉발되었는지를 생각해보면, 이건 더 큰 혼란을 일으키기 위한 전초전에 불과하고.”
드워프들의 야포가 화력은 대단했으나, 재장전에는 시간이 꽤 필요한 모양이었다. 변경백 진영을 거칠게 두들기던 포화가 멎고, 이리공의 병사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휩쓸리는 자들의 처지는 신경 쓰지 않지. 역겨운 놈들.”
경멸어린 눈빛을 드러낸 카리나는 당장에라도 뛰쳐나가지 못해 안달이 나 있었다. 마차에서 두르고 있던 방어 주문은 죄다 풀어버리고, 가용 마력을 모조리 끌어올린 상태.
“아직 아닙니다.”
“내가 알아서 해.”
둘 사이의 미묘한 신경전과 별개로, 전투의 양상은 치열했다. 언덕을 돌파하려는 쪽과 어떻게든 저지하려는 쪽의 공방은 지지부진했다.
이리공 측에서 나팔이 울려퍼지자, 뒤엉켜있던 병력들이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재빨리 변경백의 궁수들이 화살을 퍼부었으나, 방패를 치켜든 채로 뒷걸음질치는 탓에 간혹 미숙한 신병들이 자빠지는 것 외에는 사상자가 미미했다.
다시 드워프 포반의 포격이 쏟아지고, 기껏 세워둔 방패벽이 허수아비처럼 쓸려나갔다. 포화가 멈추면 또 달려들다가 장전이 완료되면 물러서고.
일련의 과정이 계속 되풀이되는 식이었다.
유심히 지켜보던 토드가 감탄했다.
“대단합니다. 전열의 선두에 서는 병력은 계속 바뀌고 있군요. 저 아수라장 속에서 저렇게 움직이다니.”
나름 칼밥 좀 먹었다고 자부하는 쇠렌도 고개를 끄덕였다.
“작정하고 나온 거지. 몇 달 전엔 기껏해야 밭이나 갈거나 토끼 따위나 잡던 양반들 불러다가 저걸 가르쳤으니. 휘유.”
변방 제후가 동원할 수 있는 인력은 질이나 규모 면에서 한계가 분명했다. 그러니 징집병들의 수준에 걸맞는 한도에서 최적의 효율을 내는 식으로 운용하는 것이다.
그만큼 단순하지만, 효과적이었다.
점차 병력을 소모하면서 변경백의 전열이 눈에 띄게 동요했다. 포격의 혼란스러운 틈을 노려 달아나거나, 빈틈을 메꿔야 하는데 주춤대는 기색이 역력했다.
쇠렌이 혀를 찼다.
“저렇게 계속 두들겨맞다간 끝장이야.”
눈동자를 부릅뜬 카리나의 인내심이 한계에 이르기 직전이었다.
그건 변경백 쪽도 마찬가지였는지, 나팔이 여러차례 울려퍼졌다.
“오.”
절로 토드의 눈썹이 치켜올라갔다.
구릉의 경사진 면을 따라 일련의 기병대가 우회하고 있었다. 선두에는 멋들어진 판금을 걸친 기사가 있었고, 창을 든 경기병들이 뒤따른다.
숫자로 보아 전황을 뒤집기엔 무리였고, 후열에 있는 드워프 포반을 노린 결사대로 보였다.
마침 이리공의 주력이 구릉에 쏠린 틈을 노린 기동이었다.
결사대를 따라 눈을 굴리던 쇠렌은 시큰둥한 표정으로 말했다.
“다 죽겠네. 쓸데없는 발악이지.”
“그래도 저 앞에 있는 기사가 용력을 발휘한다면 유의미한 손실은 입힐 수 있을 것 같지 않습니까?”
쇠렌이 코웃음쳤다.
“흐! 만약 내기를 한다면 난 저자들이 땅딸보 하나도 못 죽인다에 걸겠어.”
그의 말대로 결사대는 포대에 도달하기도 전에 이리공이 예비해둔 장창병들에게 허무하게 저지당했다.
그럼에도 기어코 결사대를 이끌던 기사가 용맹하게 방진을 휘저었는데, 그 모습이 늑대 무리를 도륙하는 사자 같았다.
그의 무력 덕분에 저지선이 슬금슬금 밀려나던 찰나, 바닥에 바짝 엎드려 있던 이들이 벌떡 일어났다. 불꽃이 번뜩인다.
따다다당-!!
거리가 먼 탓에 얼핏 콩 볶는 듯한 소리가 울려퍼지고, 기병들이 우르르 떨어지거나 말과 더불어 고꾸라졌다.
선두에 있던 기사 역시 낙마했으나, 그는 벌떡 일어나 장검을 휘둘러댔다.
언뜻 이리공 측의 장교 중 하나가 그에게 투항을 권유하는 것으로 보였으나, 기사가 단창을 던져 단숨에 그의 머리통을 맞혔다.
지켜보던 토드가 휘파람을 불었다.
재차 사격이 이어지고, 종래에는 기사 역시 침묵했다.
쇠렌은 낮게 킬킬거렸다.
“전쟁의 양상이 달라졌다고. 사령술사 양반. 한 명의 영웅이 전장의 흐름을 주름잡던 시대는 저물고 있지.”
화기의 대두라.
게임을 하면서 대포까진 몰라도, 소형 화기는 한 번도 못 봤다.
줄곧 품고 있던 의구심이 확신으로 굳어지는 순간이었다.
토드는 팔짱을 낀 채로 연신 화승을 불어대는 병사들을 빤히 응시했다.
비록 모니터 너머에 구현된 심상과 현실에 실재하는 투영은 다르겠지만, 어림잡아 최소 50년이다. 이 세상은 토드가 기억하던 때로부터 반세기 이상의 간극이 존재했다.
업데이트? DLC? 그럴 리가 있나.
이역만리 떨어진 별세계에 사후 지원이 닿을 리 만무하다.
애초에 이 세상이 정확히 어떤 곳인지 모르는 마당에.
토드의 입가가 비틀렸다.
‘흐, 컨텐츠 확장이라니. 끝내주는데.’
당황하거나 두려워할 일은 아니다. 진정한 게이머에게 있어, 컨텐츠 확장은 오히려 환영해 마지못할 일이다!
원작이 중세 스킨 배경을 차용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그걸 이식한 세계에서의 시대 흐름상 크게 부자연스러운 일은 아니겠지.
그럼 앞으로도 컨텐츠가 계속 추가된다는 거잖아?
토드는 이 세계가 더 마음에 들어졌다.
결사대의 시도가 실패로 끝나고, 대포알이 구릉지를 뒤덮었다. 위태롭게 흔들리던 군기가 부러진다.
결국 전의를 상실한 변경백의 병력들이 와해되었다.
북소리와 나팔이 쉴 새 없이 울려대고, 이리공의 병력들이 일제히 달려들었다.
흩어지는 패잔병들은 몰이 사냥을 당하듯 죽었다. 흥분한 전사들이 허우적대는 이의 몸통을 수차례 난도질했다.
문득 열기가 아른거린다.
춤을 추듯 아지랑이가 번지고, 주변의 풍광이 녹아내린다.
토드는 두 눈으로 똑똑히 목격했다.
어린 마법사가 열어젖힌 6개의 문을.
“난 에메랄드 석판과 14개 조항 앞에서 맹세했어. 내 지혜로 무지를 밝히고, 어긋난 이치를 주문으로 바로잡겠다고.”
여태껏 주문을 외우고 있었군. 토드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등돌린 카리나가 손을 뻗었다.
“난 절대로 핍박받는 사람들을 외면하지 않을 거야.”
무수한 의문이 스쳐지나간다.
대의란 것이 존재하는가. 목소리를 내지 못했을 뿐, 양심을 간직한 이들도 있지 있지 않겠는가. 이리공의 수하에 진정 자의로 참전한 이들의 비율이 얼마나 될까.
마을에서 학살당한 이들과 곧 여기서 잿더미로 전락할 이들의 목숨은 무게가 다른가.
살인을 정당화할 수 있나.
그걸 판단할 자격이 한낱 인간에게 있는가? 누군가에게서 빌려온 것이라면, 그 권위는 어디로부터 비롯되었는지 마저.
극도로 왜곡된 일점으로부터 인 폭발이 모든 물음을 종식한다.
야포 따위와 비교도 안될 정도의 엄청난 충격파가 주변을 휩쓸고, 반경 100m의 모든 것이 전소했다.
그걸로도 모자라 이리공의 병력들이 밀집한 곳을 불기둥이 휩쓸었다.
장창병, 뜨내기 용병, 풋내기, 노련한 하사관, 봉급과 무장의 여하에 상관없이 소거되었다.
어느새 하늘을 가득 채운 먹구름이 낮게 으르렁거리더니, 저들의 머리 위로 화염의 비가 쏟아져내렸다.
마치 폭격기가 휩쓸고 지나간 것처럼 쑥대밭이 된 전장에 모두가 전율했다.
「혹점폭발」로 흐트러놓고, 「불기둥」을 섞어 휘저은 다음, 「유황비」로 쓸어담는다.
하나하나 제대로 사용하는 것도 버거운 광역기에 연타로 찜질당한 이리공의 군세는 정신을 못차렸다.
토드는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대단한데.”
왜 그녀가 고작 탈영병 따위에 쩔쩔맸는지 비로소 알 수 있었다.
카리나는 소위 누커라고 불리는, 순간적으로 폭발적인 피해를 단시간에 쏟아붓는 유형의 데미지 딜러였다.
방어막이나 점멸같은 유틸리티 스킬들은 도외시하고, 오로지 극딜에만 치중된 극단적인 형태로 육성된 것이다.
이런 폭딜 마법사는 누구나 한번쯤 꿈꾸는 로망이다.
하지만 이런 류의 스킬 빌드가 도태된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가뜩이나 유리몸인 마법사에게 생존 능력의 부재는 치명적이었고, 한 번에 스킬을 쏟아붓는 것보단 끊임없이 쿨타임을 돌리며 지속딜을 넣는게 훨씬 효율적이라는 결론이었다.
그 증거로 자신만만하게 나섰던 것과 달리, 카리나의 몸이 크게 휘청였다.
마력 고갈로 인한 후폭풍을 정타로 얻어맞고 있는 것이다.
혀를 찬 토드가 카리나를 받아들었다.
“비, 비켜···! 아직 더 할 수···”
“더 할 수 있기는. 조용히 하세요.”
토드가 카리나의 이마를 가볍게 쥐어박자, 표정을 와락 구긴 그녀가 무어라 항변하려다 축 늘어졌다. 코에 손을 대보니 숨은 가늘게 쉬는데, 동공 반응은 없다.
심장 박동은 가쁘지만 이걸로 죽진 않을 거다. 일어날 때 머리가 죽을듯이 아프겠지만.
비록 약점이 명확하지만, 적어도 그녀는 자신의 가치를 입증했다.
어떻게든 살려서 간다.
조심스레 카리나를 땅바닥에 눕힌 토드.
그는 고개를 들어 쇠렌과 피에트를 향해 고했다.
“쇠렌, 피에트. 당신들이 메고 있는 가방에 미리 동전과 은수저, 식기와 목걸이, 묵주 따위를 넉넉하게 넣어뒀습니다. 못해도 금화 한 닢 정도는 받을 수 있을 겁니다.”
사령술사가 음산하게 읊조렸다.
“가려면 지금 떠나십시오.”
저쪽도 마력의 자취를 감지했다. 비록 주문에 휩쓸리긴 했어도 이리공의 잔존병들이 둘로 나뉘어 반은 퇴각하는 변경백의 병력을 쫓고, 나머지는 이쪽으로 접근하고 있었다.
그러나 어째서인지 당장에라도 달아날 줄만 알았던 두 약삭빠른 사내가 우두커니 서 있었다.
침을 삼킨 피에트가 조심스레 물었다.
“토드, 자네는 이 상황도 타개할 수 있겠나?”
쇠렌 역시 두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고 있었으나, 똥마려운 개새끼처럼 불안한 눈초리로 토드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히죽 웃은 토드가 손을 까딱였다.
“제 뒤로 오시지요.”
두 사내가 헐레벌떡 달려오자, 그는 혼절한 카리나를 가리켰다.
“두분이 에스터리츠 양을 잘 살피셔야 합니다. 여기서부턴 저도 좀 집중을 해야 해서, 신경을 쓰기 어려울 테니까요.”
쇠렌이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
“아, 알았어!”
환자의 처치에는 다소 서투른 피에트와 달리, 쇠렌은 조심스럽지만 카리나의 발을 받쳐주고, 걸치고 있던 망토를 풀어 모포처럼 둘러줬다.
저자는 또 무슨 사연을 품고 있을까. 차차 알아보면 될 일이다.
토드의 시선은 정면을 향했다.
바짝 약이 오른 병사들이 속도를 올려 다가온다.
느려터진 망자들로는 저들을 저지하기엔 너무 늦었다.
좀 더··· 발 빠른 녀석들이 필요하겠어.
방울을 치켜든 사령술사가 읊조렸다.
“그들은 묘지에서 썩어가는 살점을 찾아 떠도는 메아리. 부스러기 주워먹고 연명하는 도굴꾼. 비석 아래에서 한없이 적시성(積屍星)을 기다리는 아귀들.”
딸랑.
“잠든 아이들아, 밤마다 사토 밑에서 울부짖는 피조물이 무엇인지 묻지 말지어니.”
녹색 섬광이 일었다.
죽은 자들이 부활할 때, 그런 빛이 보인다고들 한다.
“물어뜯어라.”
꿈틀.
시체들의 몸이 부풀어 오른다. 다리의 살점이 요란하게 찢기더니, 관절이 뒤틀린다. 추격에 용이하게끔 뒷다리가 기형적으로 발달된 형태였다.
변형된 손톱은 낫처럼 뒤틀리고, 척추뼈가 솟아나 돌개처럼 자리잡았다.
사령술사는 자신의 악랄한 창의성을 최대한 쏟아부어 흉폭한 피조물을 빚어냈다.
【끼리-기리릭―?】
죽은 자가 정신없이 고개를 좌우로 꺾어댔다. 발로 목 옆을 박박 긁는 게 영락없이 짐승의 모습이었다.
그들의 시선이 토드 일행을 향해 접근하는 자들에게로 향했다.
【끼개야-아악―!!】
섬뜩한 비명에 추격조의 후열에 있던 병사들이 고개를 돌렸다.
시체들이 되살아나, 네 발로 달린다.
“구, 구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