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necromancer in a fantasy game RAW novel - Chapter 199
199
끄에에엑-!!
날개를 물린 악마가 비명을 토해냈다. 숨결에 녹아내린 피부는 느물거리는 황동처럼 녹아내린다. 유해룡은 악착같이 연해진 살갗을 물어뜯었다. 아볼루온이 팔을 휘둘러 마력을 그러모을 성싶으면 이스라의 할버드가 번뜩였다.
퍼걱!
벌써 다섯 번째 잘려나간 팔이다. 잘려나간 단면에서 핏물이 펄떡대며 순식간에 덩어리로 자라난다.
바닥을 뒹군 악마가 입을 벌렸다.
─소용없어! 소용없다!
흙먼지와 피를 뒤집어쓴 몰골이 추레했으나 놈의 기세는 여전히 흉흉했다.
─내게 고통을 새길 수 있을지언정 결코 날 쓰러트리진 못해!
사방에 흐드러진 필멸자들의 사념이 곧 악마의 피가 되고, 살로 붙는다. 놈은 눈동자에서 광선을 쏘아냈다. 이스라는 힘줄 고삐를 당기며 가까스로 선회했다.
─이 짓거리를 영영 할 순 없을걸!!
육박전을 벌인 유해룡의 상태도 온전친 않았다. 부하가 온 뼈마디가 삐걱거리고, 주문에 적중당한 부위에서 김이 피어오른다.
파멸의 기사 역시 금 간 판갑을 다잡으며 대꾸했다.
【하, 하! 하. 끊임없이 재생하는 몸이라! 오히려 좋다!】
거대한 그림자가 지상에 드리워진다. 급격히 강하하는 유해룡을 향해 아볼루온이 황급히 주문 다발을 날렸다.
주문의 궤적을 목격한 유해룡이 허공에서 우뚝 멈춰 선 채, 날개를 휘둘렀다. 앙상한 날개뼈에서 펼쳐나간 암녹색 불빛이 악마의 권능을 몰아냈다.
‘이런 것도 할 수 있다니!’
이스라의 안광이 반짝였다.
블루레이에겐 미안하지만, 유해룡의 탑승감은 실로 황홀했다. 공상으로만 남아있던 기동을 실제로 구가할 수 있다니!
용의 기동력과 자신의 무위가 더해지니 악마조차 맥을 못 추고 밀린다.
‘허나 덩치가 커서 그런지 잘 얻어맞는군. 순 뼈마디로 만들어져서 허약해.’
앞으로 토드의 손길이 더해진다면 더 나은 하수인으로 거듭날 수 있겠지.
귀한 탑승물이니만큼 아껴줘야 한다.
반발력으로 용의 몸체가 휘청이는 사이, 안광을 좁힌 이스라는 손아귀에서 고삐를 놓았다.
【계속 싸울 수 있다니! 이보다 더 좋은 상대가 어디 있단 말인가?】
얄팍한 요술 따위론 파멸의 기사를 저지할 수 없다. 날갯죽지에 떨어진 이스라는 놈의 어깨를 장작 패듯 찍어대고, 우악스럽게 근육을 뜯어냈다.
─꺄아아악!! 이 바퀴벌레 같은 계집이! 떨어져! 떨어져라!
악마는 성난 황소처럼 이리저리 몸을 들이받았다. 요새의 잔해가 무너지고, 집채만 한 파편이 공중에 나부꼈다.
【하! 하! 하! 본인은 명예를 갈구한다!!】
안광을 번뜩인 파멸의 기사는 깔따구 주둥이를 부여잡곤 잡아 뜯었다.
【여기서 네놈을 쓰러트린다면 더 큰 명예가 날 따르겠지!】
악마의 피 역시 붉다. 그토록 멸시하던 필멸자들과 같은 색이었다. 놈은 피를 흘렸고, 고통스러워했다. 파멸의 기사가 아볼루온을 대적하는 광경은 지켜보는 이들의 영혼에 드리운 공포를 몰아냈다.
“악마가··· 비틀거린다.”
눈동자를 치켜뜬 아볼루온이 꼬리를 휘둘러 이스라를 내쳤다. 대굴대굴 바닥을 구른 파멸의 기사는 곧장 할버드를 쥐고 일어섰다.
연거푸 마력을 쏟아부어도 꿋꿋이 덤벼드는 모습에 악마가 질린 듯 고함쳤다.
─썩어가는 존재야! 넌 날 죽이지 못한다! 난 깨우치는 아볼루온이다! 무저갱에서 비롯된 불멸의 존재란 말이다! 아직도 네 어리석음을 깨닫지 못했느냐!
달려드는 실지렁이들을 가볍게 짓뭉갠 파멸의 기사가 입꼬리를 추켜올렸다.
【네놈이야말로 뭘 모르는군. 이 땅에서 죽지 않는 놈은 없다.】
그녀가 지면에 도끼날을 꽂아 넣자, 쓰러졌던 병사들이 대오를 갖추고 몰려오는 갯강구들을 처단했다. 자신의 몸이 뜯겨나가고, 체액에 녹아내리더라도 망자들은 두려움 없이 맞섰다.
할버드를 거머쥔 이스라가 똑똑히 읊조렸다.
【우린 벌써 네 동족을 둘이나 쓰러트렸다. 너라고 다를 것 같으냐? 파리 대가리.】
힘겹게 날개를 퍼덕인 아볼루온이 눈알을 구겼다. 사역마들이 시간을 번 사이, 놈은 악의를 담아 이스라를 규탄했다.
─이··· 응어리 따위나 기워 맞춘 허수아비! 널 규정짓는 모든 것이 거짓이며, 영혼마저 상실한 가짜야! 네가 기어 나온 거미의 소굴로 다시···
깡!!
【파리 대가리! 너, 말 많다!】
육중한 주먹이 악마의 머리통을 후려갈긴다. 묵직한 충격에 아볼루온의 낭송이 끊겼다.
【말이!】
주먹질에 물렁한 살갗 아래 연한 조직들이 으깨진다.
【너무!】
빠각, 머리를 보호하던 뼈가 부서지고, 썩은 장어 수십 마리가 바닥에 쏟아졌다.
【많아!!】
바닥에 엎어진 아볼루온이 펄떡거리는 장어를 주워 담으려 허우적대자 살점 거인은 팔꿈치를 들어 놈을 내려찍었다.
콰앙!!
바닥에 널브러진 악마의 몸체가 꿈틀거렸다.
살점 거인이 흡족한 미소를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악마들. 수다스럽다. 대작은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준다. 대작이 더 멋지다.】
외마디 비명을 내지른 악마가 거칠게 꼬리를 휘두르며 살점 거인을 쑤셔댔다.
그런데 살집이 워낙 두터워서, 독침이 뚫어내질 못하고 자꾸만 몰캉몰캉한 살에 튕겨 나왔다.
─이건 또 뭔!
코웃음 친 살점 거인은 덥석 악마의 목을 움켜쥐었다.
【토드가 업그레이드해줬다! 업그레이드가 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좋은 거다!】
우락부락한 거인의 팔뚝에 혈관이 불거졌다. 대작이 온 힘을 주자 허공에 매달린 악마가 날파리처럼 바둥댔다.
─끼이익!!
아무리 발톱과 꼬리로 거인을 할퀴어대도 질긴 피부에 생채기만 남길 뿐.
뚜둑. 목이 부러진 악마가 주둥이를 내민 채 축 늘어졌다. 거인도 당황했는지 놈을 들여보다가 머리를 긁적였다.
【어, 어? 벌써 죽었냐? 진짜 악마가 아니라, 날파리였나?】
늘어져 있던 등판에 나팔관이 맺힌다.
부웅!!
사방을 날카롭게 찢어발기는 공명음에 거인이 내동댕이쳐졌다. 가까스로 거인의 손아귀에서 벗어난 악마가 황급히 두 발로 지면을 내달렸다.
【이 똥파리 악마! 거기 서라!】
저런 멸시에 대꾸할 여력조차 없다.
아볼루온은 그토록 경멸하던 지상에 발을 붙인 채 뛰어다녔다.
‘이대로 무저갱에 돌아갈 순 없어!’
악마는 부정한 사념을 양분 삼아 연명한다.
자신을 향한 외경과 공포가 있어야만 악마로서 존속할 수 있다. 물질계에서 사망하더라도 존재가 소멸하진 않지만, 퇴거당한 악마의 말로는 썩 좋지 않다.
다른 악마들로부터 멸시당할뿐더러, 필멸자 따위에게 쓰러진 약자이기에 그들을 숭배하는 흑마법사들조차 외면한다.
드높은 지위의 대악마들조차 패배로부터 재기하려면 오랜 세월이 걸린다.
‘아직 지상엔 내 추종자들이 있다! 여기만 벗어날 수 있으면, 어떻게든···!’
돌연 사방을 휘감는 광휘에 아볼루온이 팔을 들어 눈을 가렸다.
회색 갑주를 입은 성전사가 그를 향해 장검을 겨누고 있었다.
【구주에게 대적하는 흉물아.】
어느새 그의 호령 하에 규합된 참칭파의 병사들이 포탄을 장전했다.
【고개를 조아려라.】
콰콰쾅!!
신성에 사로잡힌 악마의 육신은 극도로 쇠약해졌다. 대포알에 찜질 당한 아볼루온이 바닥을 뒹굴었다.
【보라, 병사들이여! 두려워 말라! 저놈 역시 너희들과 마찬가지로 피 흘리고, 고통에 아우성치는 존재다.】
선두에 몸소 나서 신성이 맺힌 장검을 휘두르니 잔불같이 사그라들던 병사들의 영혼이 세차게 타올랐다.
마르커스는 가볍게 지네의 정수리에 장검을 꽂으며 재차 소리쳤다.
【무기를 들어라! 구주께선 그대들을 긍휼히 여기사, 저놈들의 멸망을 바라신다!】
그의 전신에서 번뜩이는 광채가 망자라는 일말의 거부감조차 지워버렸다. 투구와 갑옷을 눌러쓴 성전사의 모습은 도망치는데 급급하던 패잔병들을 고양시켰다.
곧 그들의 눈동자에 묘한 열기가 스며든다.
“구주께서 바라신다!”
“성전사님을 따라라!”
다들 마음속으론 전날까지 맞서 싸우던 시체들과 등을 맞대는 게 옳은 건가 의문이 들기도 했지만, 적어도 저들 역시 한때나마 인간이었다.
반면 지금 목숨을 노리고 달려드는 것들은 하나같이 뒤틀린 이형의 괴물들.
적어도 목숨을 부지할 수 있다면 뼈다귀 손이나마 붙잡는 게 낫지 않을까?
목전까지 다다른 죽음을 대면한 이후 다들 정신이 나가버린 게 틀림없다.
망자들이 전면에 나서 백병전을 벌이고, 아직 산 병사들은 후방에서 방아쇠를 당겼다. 그나마 거리를 두고 교전하니 병사들의 공포가 경감되었다.
평소라면 지독한 시취나 너덜거리는 시체들의 살점조차 병사들의 신경을 거스르지 못했다. 저 앞에서 아우성치는 흉물들이 더하다.
‘악마와의 전투에선 망자가 더 잘 버티네.’
토드는 유유히 참칭파의 군영을 거닐며 향로를 흔들었다. 휘하에 대동한 백골 근위병들을 보고도 참칭파 병사들은 감히 총부리를 들이밀 엄두조차 못 냈다.
그들은 지금 상황에서 제 명줄을 틀어쥔 주인이 누구인지 잘 알고 있었다.
딸랑, 딸랑.
어느 때보다도 방울이 격렬하게 흔들린다.
요새에 주둔하던 참칭파는 궤멸에 가까운 피해를 받았다. 토드의 눈엔 만연한 업이 너울 치듯 넘실대는 게 생생했다.
‘전쟁은 내게 기회지. 사령술사에겐 시체가 넘치는 전장이야말로 못내 바라던 무대야. 하수인으로 일으켜 세울 재원이 넘쳐나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조차 여의치 않다. 무수한 사자들의 원념이 사방에 가득했다.
애잔한 영혼들.
악마에게 살해당한 영가는 영혼의 대해로 떠나지도 못하고 사바세계에 묶여 고통받는다.
‘···그런데 기분이 썩 좋진 않아.’
핏빛 물결 사이에서 하얀 불빛이 희미하게 아른거린다. 안식을 바라는 자들이 힘겹게 치켜든 손가락들이다.
그 불빛을 이정표 삼아 토드는 겨우 발을 내디딜 수 있었다.
살점 거인이 발을 들어 악마의 척추를 단단히 짓누르고 있었다. 산시아와 클라우스는 마력 가닥으로 놈의 다리를 단단히 틀어막고, 마르커스의 신성이 거듭 날개를 불태운다.
놈의 목덜미에 틀어박힌 신록의 도끼에서 끊임없이 핏물이 꿀럭꿀럭 솟구쳤다.
아볼루온은 저 상태에서도 죽지 않았다.
─흐으···.
허덕이는 악마를 향해 토드가 속삭였다.
“정녕 당신들은 들리지 않는 겁니까?”
요동치던 눈동자가 이쪽을 향했다. 악마를 내려다보는 토드의 시선에 짙은 경멸이 깃들었다.
“죽고 싶지 않았던 자들이, 기어코 죽음을 갈구하며 내뱉는 애원들이요.”
악마가 조소했다.
─인간들의 괴로움은··· 우리에게 양분에 지나지 않아.
뻔한 답변에 토드는 한숨을 흘렸다. 소매에서 넋의 거울이 빠져나온다.
“역시 말을 할 수 있다고 해서 말이 통하는 건 아닌가 봅니다.”
기침하며 피를 쏟아내던 악마가 되물었다.
─케헥, 켁. 묻고 싶다. 토드 셰우드.
토드와 마주 보던 샛노란 눈동자가 뒤집혔다. 일렁이던 동공 너머로 선명한 환상이 토드의 망막에 투사된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아득한 끝자락, 그곳은 단순히 지표 아래에 물리적으로 실재하는 공간이 아니었다.
─지옥의 도래가 임박했다.
본래 그곳 역시, 영혼의 대해로 나아가는 거룩한 지류 중 하나였다.
그러나 부정한 탁류가 퇴적되고, 물질계에서 유폐된 존재들이 하나둘씩 모여들면서 물길이 막혔다. 순환이 멈추면서 악의에 찬 찌꺼기들이 여과되지 않고 응집했다.
비유하자면 쓰레기봉투가 한계까지 차오른 셈이다. 어차피 현세의 전쟁이 아니더라도 역류는 예고된 필연이었다.
단지 그 시기를 앞당기는 촉매에 지나지 않는다.
─네가 감히 잉걸불 군세의 분노를 사고도 살아남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느냐.
온통 분노와 피로 얼룩진 시궁창. 악의로 똘똘 뭉친 형상들이 지상에 나오기만을 기다리며 울부짖고 있었다.
“······.”
숫자가 너무 많다. 인세의 군대로 저것들을 막아낼 수 있을까? 기껏해야 아볼루온이 끌고 나온 수족만으로도 콘라트의 병사들조차 무너졌는데.
하물며 저편에는 여태껏 토드가 쓰러트린 악마들보다도 강대한 존재들이 도사리고 있었다. 토드는 그들의 아득한 시선을 느꼈다.
저들에겐 레벨이 의미가 없었다.
토드가 말없이 코피를 훔치자 악마가 낄낄거렸다.
─너흰 모두 죽을 운명이야···. 일부는 살찌운 돼지처럼 남아 여흥을 제공하겠지만.
토드가 속삭였다.
“그렇게 온 세상을 불태우고 나면, 뭐가 남나요.”
아볼루온의 동공이 가늘어졌다.
“세상을 파괴했다는 정복감도. 천당을 향한 복수심도. 그렇게 다 해결하고 난 뒤엔 아무것도 없지 않습니까.”
─필멸자 따위가··· 내게 허망함의 표리 따위를 설파하겠다는 거냐?
토드는 빙긋 웃으며 답했다.
“한순간에 모든 걸 무너뜨리는 건, 무언가를 만드는 것보다 쉬운 일이지요. 그 과정 자체에 수반되는 짜릿함이나 즐거움은 저도 이해합니다.”
그를 살피던 악마의 눈이 꿈틀거렸다.
이내 아볼루온은 형언하기 어려운 심상에 사로잡혔다. 이놈은, 어딘가 뒤틀려 있다.
─너···
“하지만 컨텐츠를 너무 빨리 소모하지 않습니까. 적어도 목표를 완수한 뒤에, 존속 가능한 컨텐츠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당신들이 살아있는 원천은 생명체들의 부정적 사념인데, 모두 잿더미가 돼버리고 나면 당신들도 남아있을 이유가 없잖아요.”
이 시건방진 놈을 잉걸불 대의회에서 포섭하려는 까닭을 이해하지 못했었다.
아무리 전쟁에 유용하다는 대의를 제쳐두고라도, 동포를 둘이나 퇴거시킨 거로도 모자라 지상에서 안배한 모의를 번번이 깨트린 놈이다.
기이한 미소에 악마가 몸서리쳤다.
“당신들은 제 본질을 악마, 무저갱의 존재, 신의 대적자라느니, 거창한 미사여구로 포장하지만···.”
명계의 삭풍이 천천히 악마의 육신을 짓눌렀다. 놈은 숨소리조차 못 내고 허덕였다.
“내가 보기에 너흰 세상의 참맛조차 모르면서 생떼나 부릴 뿐인 애새끼 집단에 불과해.”
이 세상이 창조될 때부터 축적된 무저갱의 분노를, 원초적 욕구의 저열한 발로 따위로 해석하는 광인이 또 있을까.
“이 세상은 이토록 즐거운 것들로 가득하고, 몸소 체험해도 다 겪어보기에 부족한데. 여길 파괴하겠다니!”
결국 이놈들은 기생충에 불과하다. 하물며 망자들의 휘발되고 남은 잔재조차 아름답게 반짝이는데, 이것들은 저열한 사념의 끈적한 오물 덩어리들에 불과하다.
“난 너희가 두렵지 않아.”
─허, 허세를···
토드가 히죽 웃었다.
“올라올 테면, 더 기어 나와보라 해. 나오는 족족 비료로 만들어 버릴 테니.”
아볼루온을 휘감은 마력이 최고조에 이르렀다. 엄지를 비틀자 그의 처형집행인이 도끼날을 내리쳤다.
깔따구 머리는 데굴데굴 구름과 동시에, 거울에서 빠져나온 손아귀들이 악착같이 악마의 영혼을 붙들고 늘어졌다.
“여긴 내 세상이라고요. 이 망할 새끼들아.”
사령술사의 눈동자엔 강렬한 소유욕이 내비쳤다. 동시에 자신을 향한 진득한 악의가 뚝뚝 묻어난다. 놈은 여느 무저갱의 존재보다도 악마다웠다. 괜히 무저갱에서조차 악명이 자자한 게 아니었다.
‘어떤 수를 써서라도, 이놈만큼은 배제해야···’
어떻게든 이를 무저갱에 전해야만 하는데.
아볼루온의 시야가 암흑에 잠겼다.
생전 느껴본 적 없는 한기가 그를 휘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