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necromancer in a fantasy game RAW novel - Chapter 212
212
잉걸불인지, 잉여불인지 몰라도 지옥의 고명하신 의원 자리는 헛으로 먹은 건 아닌 모양이다.
나름 대악마 이상, 거의 악신에 준하는 놈답게 케솅달은 죽음의 전령을 상대로 대등하게 맞붙었다.
놈이 손가락을 비틀 때마다 바닥에서 송곳니로 만들어진 전갈들이 뛰쳐나오고, 눈알을 깜빡이면 허공에 펼쳐진 피막이 불길로 돌변하여 일대를 일소시켰다.
【무의미함.】
나직한 한마디.
즉시 그림 리퍼를 둘러싼 환상들이 거품처럼 녹아내린다.
악몽으로 빚어낸 창조물조차 단조로운 낫질에 잘려나갔다. 형태 자체가 설립할 수 없는 비정형의 사념체들은 발현되기도 전에 끊어진 채로 널브러졌다.
【저열함.】
죽음이 탄생을 선행한다.
그림 리퍼가 지나치는 길엔 환몽의 사산아들이 무더기를 이뤘다.
점점 거리가 가까워지자 케솅달이 공중을 찢어발겼다. 병원의 형태가 어그러지고, 수천 갈래의 뒤엉킨 미궁이 사신과 악마 간에 방대한 간극을 벌린다.
어느새 케솅달은 거꾸로 매달린 채 이쪽을 노려보고 있었다. 까마득하게 멀어진 악마를 가늠해보던 그림 리퍼가 고개를 기울였다.
【아무리··· 달아나더라도.】
앙상한 손가락이 놈을 지목했다.
【죽음으로부터 멀어질 순 없음.】
케솅달의 어깨에서 벌건 핏물이 튀어 올랐다.
어느새 예리한 날이 놈의 몸에 비스듬히 걸쳐 있었고.
날카로운 피육음이 울려 퍼질 것이다.
“끄이엑!!”
본질을 직접 도려내는 일격에 놈의 고통스러운 비명이 장막 전체를 뒤흔들었다.
정신 방비가 단단히 되어있던 토드도 휘청일 정도로 쩌렁쩌렁한 울음이었다.
어째 먹먹해진 귀가 조금 뜨듯해진 것 같지만, 사령술사는 선명한 미소를 머금었다.
‘놈도 고통을 느껴.’
신적 존재들 간의 대결에선 물리적 거리가 무의미하다. 하물며 그림 리퍼의 낫은 인과의 규칙에서 벗어나 있었다.
자루를 휘어잡은 사신은 능수능란하게 날을 휘두르며 퀴셍달을 몰아붙였다.
묵묵히 망토 자락을 나부끼며 접근하는 리퍼와 대조적으로 악마는 쉴 새 없이 불경한 언어들을 주절대며 네 팔을 휘둘러댔다.
콰직!
급기야 뿔이 잘려나가자 꽥 소리 지른 퀴셍달은 꼬리를 내어주곤 필사적으로 장막에 걸려있던 인간들을 떼어냈다.
좀 전까지만 하더라도 술잔을 기울이며 고상한 척 유난을 떨더니, 악마는 짐승처럼 게걸스럽게 붙들린 자들을 탐식했다.
이미 욕구에 사로잡힌 포로들은 기꺼이 환몽의 주인에게 앞다투어 영혼을 내어줬다.
놈은 씹어 먹히고 남은 껍데기를 쓰레기 치우듯 내던졌는데, 나동그라진 것들은 하나같이 웃고 있었다.
‘악마에게 자발적으로 힘을 실어주다니.’
아무리 정신 간섭이 가해졌더라도 토드는 바치는 자들로부터 명확한 자의를 느꼈다. 그렇게 해서라도 꿈이 그치지 않기를 바라는 걸까?
저들의 처지가 한없이 안타까운 한편, 여길 조성한 장본인에 한해선 분노가 치민다.
낫을 얻어맞으면서 꿋꿋이 포로들의 자기 공양을 몰두한 퀴셍달은 단숨에 육신을 수복했다.
어찌 보면 여긴 퀴셍달에게 있어 와인 저장고나 다름없는 곳이다. 당장 영혼을 포식하는 행위는 제 밑천마저 갉아먹는 셈이었다.
대낫을 후려친 악마가 으르렁거렸다.
“죽음은 어디서도 환영받지 못해. 꿈에 젖은 자들일수록 끝나는 걸 바라지 않아!”
다리가 잘려나가면 또 뭉텅이로 영혼을 쓸어 담으며 회복한다.
“여기서 추앙받는 건 나야. 내 피를 흘리게 만들 수 있을진 몰라도, 날 죽여 없애진 못할걸! 영영 이렇게 되풀이되는 거다!”
낫을 휘어잡은 리퍼가 뇌까렸다.
【덧없기에··· 미몽인 법.】
케셍달이 톱날을 내세워 파고들려 시도했지만, 리퍼는 끝까지 자루 안쪽 반경을 내어주지 않고 날로 휘둘러 쳐냈다.
【죽음은··· 생득과 마찬가지로. 만물에 안배된 섭리.】
장문을 읊는 것으로 보아 아무래도 그림 리퍼 역시 자신과 비슷한 심경인 모양이었다.
눌러쓴 망토 자락에서 서늘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네겐··· 안식을 허락하지 않겠음.】
온갖 권능을 쏟아부어 현혹해봐도 사신의 낫은 올곧게 악마의 살점을 노렸다. 정말 처절하게 찢어 죽일 작정인지, 그림 리퍼는 철저하게 접근을 허용하지 않으면서 하나하나 치명적인 일격을 퍼부었다.
끊임없이 육신을 재구축해도 낫에 직접적으로 베인 고통은 누적된다. 명계에서 벼려낸 날붙이는 존재의 본원을 절삭했다.
점점 치밀어 오르는 한기에 퀴셍달의 눈동자가 공포에 물들었다.
‘대체··· 내 장막 안에서 어떻게 오르카사의 전령을 불러낼 수 있는 거냐!!’
장막 내부는 물질계를 비틀어 내려 앉힌 공간.
상층부에서 통용되는 법칙들이 기저에선 통용되지 않는다.
자신이 규칙을 세우는 주체고, 원하는 대로 현상을 조율할 수 있다.
덕분에 사신의 맹공을 받아가며 영혼을 섭식하는 행위가 가능했다.
사령술사가 자신의 요람에 자청해서 걸어들어온 순간, 그의 모든 행위가 속박되어야만 했다. 당연히 일말의 변수를 창출할 사소한 권능조차 금지되어야만 하고, 하물며 그림 리퍼처럼 외부의 초월자를 불러들이는 건 있을 수 없는 일.
벌써 수천 명을 소진했다. 이러다간 정말 꼼짝없이 대낫에 목이 걸리게 생겼다.
궁지에 몰린 퀴셍달은 전략을 바꾸기로 결정했다. 돌연 악마가 자신의 육신을 일부 떼어내더니, 동일한 형상으로 빚어냈다.
“좋아. 과연 나도 피할 수 없는 필연이다, 이거지?”
사전에 의도를 파악한 그림 리퍼가 신속히 놈의 손목을 베었으나, 떨어져 나간 파편이 절로 손가락을 튕겼다.
“어디 그걸 불러낸 놈도 이리 막강한지 보자고.”
분리된 개체가 득달같이 토드를 봉쇄했다. 미리 대비하곤 있었지만, 장막 내부는 놈이 수집한 영혼들뿐만 아니라 자신의 권세를 증폭시키는 갖가지 유물들도 가득했다.
악의 맺힌 주문 발톱이 광풍처럼 토드를 헤집어댔다. 온몸의 마력을 끓어 올려 저항해도 기어코 일부 권능이 틈새를 파고든다.
“크으···.”
온갖 상스러운 욕지기, 괴악한 이명, 속삭이는 조소가 의지력을 갉아먹었다.
토드는 용골 지팡이를 으스러트릴 것처럼 움켜쥐었다. 셉터를 장식한 뼈다귀들이 세차게 요동치며 비명을 질렀다.
낫을 거둬들이려는 리퍼를 향해 악마가 톱날을 뻗었다.
카가각!!
자루에 톱을 걸친 퀴셍달이 빈정거렸다.
“이거야 원. 죽음은 모든 피조물의 섭리라고 하지 않았던가?”
텅 빈 망토의 안쪽 자락이 세차게 일그러진다.
“그러면 저 녀석도 죽도록 내버려 두셔야 공정한 처사일 텐데.”
【사령술사는··· 약함.】
망토 안쪽의 투명한 안광이 타오른다.
【내가··· 지켜줘야만 함!】
콰지직.
자루의 한가운데를 부러뜨리자, 어느새 한 쌍의 예리한 쇼텔로 변모했다. 그림 리퍼는 양손에 각각 새하얀 곡검을 거머쥔 채 악마를 응시했다.
“히, 히힛. 내가 먼저 쓰러질지, 저놈의 영혼이 먼저 바스러질지 내기할래?”
사악―.
검날이 악마의 몸을 가로질렀다. 곧장 맞붙이긴 했으나, 움직이는 궤적을 인지하지도 못했다.
‘방금 피해로 10명 소모···’
그 사이 가슴팍이 갈라져 나갔다. 사고가 이어지는 사이 다리가. 지금은 오른팔.
생각할 여유조차 없다. 그림 리퍼는 정말 분쇄육으로 갈아버릴 기세인 양 곡검을 내질렀다.
힘을 나눈 탓에 약화된 것도 있지만, 그림 리퍼가 여태껏 보이던 정적인 움직임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사납게 달려든다.
‘아직 영혼은 넉넉하다. 모아둔 게 아깝긴 해도, 인간들은 언제든지 수집할 수 있어!’
반대편의 악마가 눈자위를 부릅떴다.
사령술사를 둘러싼 권능의 광풍이 소용돌이쳤다. 사나운 기운에 장막 곳곳이 찢겨나갔지만, 개의치 않았다.
의식의 밑바닥에서 비롯된 이형의 형상들이 토드를 압박하고, 정신을 흩트리려 발광했다. 토드의 팔이 벌벌 떨렸다.
두개골에 울리는 이명이 점점 거세지고, 횡설수설대는 속삭임들은 자신이 익히 아는 사람들의 목소리로 변모하여 무릎 꿇으라 외쳐댔다.
“오르카사의 음험한 그림자를 불러들인 건 가상하나, 여긴 내가 만든 세상이다. 토드.”
지팡이를 쥔 손등이 부풀더니, 곰팡이처럼 피어난 수포가 갈라지면서 붉은 꽃멍울을 터뜨렸다. 악마는 또 자신을 떼어내며 으스댔다.
“그에 따라 난 얼마든지 존재할 수 있지.”
“안타깝게도 네 몸뚱이는 한 개뿐인데,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이젠 양방향에서 권능이 쏟아진다. 주변에 일으켜 세울 시신도 마땅히 없어, 직접적인 위해로부터 보호할 수단도 전무했다.
여러 빛깔의 잔광이 마력장에 부딪쳐 불똥을 튀기고, 절절한 인간들의 통곡이 물보라처럼 쓸려와 토드의 정신을 강타하곤 부서졌다.
그럼에도 사령술사는 히죽 웃었다.
“아, 그럼 오히려 좋지요. 얻을 업도 2배가 되는 셈이니.”
분신 취급이라 총량은 늘어나지 않으려나? 일단 체감상 동등하게 느껴지니, 아메바처럼 증식했다고 치자. 관대하신 어머니라면 이런 자식의 노고를 매몰차게 외면하진 않으시겠지.
“여기 잠든 영혼만 수만이다.”
“사신이 그들을 전부 도려낼 때까지 네 의지는 버티지 못해.”
가뜩이나 허약한 육체가 시든다. 이미 지팡이를 쥔 손등은 노인처럼 앙상하게 메마르다 못해 나뭇가지처럼 뻣뻣해졌고, 곤두선 머리털 하나하나가 목덜미를 타고 쌓인 게 느껴졌다.
“저걸 돌려보내.”
“그럼 목숨만은 살려주마. 더불어 안락한 꿈도 꿀 테니, 당장의 고통도 잊게 될 거야.”
이젠 셋으로 늘어났다.
“이미 충분히 자랑스러워해도 좋아.”
“일개 필멸자가 잉걸불 대의회의 의원을 이 지경까지 몰고 갔으니.”
“하지만 사신도 붙들린 이상, 이젠 끝이다. 더는 널 도와줄 수호천사 따윈 없어.”
자세도 다소 구부정해졌지만, 토드는 꿋꿋이 지팡이로 쇠락한 몸뚱이를 지탱했다.
“···글쎄요. 제가 여기 혼자 들어온 게 아니란 건, 알고 계시지 않았나요?”
어느새 다섯까지 불어난 퀴셍달은 저들끼리 마주 보곤 폭소했다.
“네가 별종인 거지, 꿈을 자각하지도 못하고 안주해버리는 게 일반적이야.”
“그게 누구나 가능했으면 여기 그렇게 많은 숫자가 잠들어 있겠어?”
“꿈이 현실의 열화된 모조품이라도, 생각보다 대다수 인간은 현실의 정교함까지 바라진 않아.”
“나는 오랫동안 인간들을 관찰해온 만큼, 숙달된 기술자라고.”
“이미 여기 잠든 것들처럼 곤히···”
이빨이 다 빠지기 전에, 토드는 마지막 힘을 짜내 손등을 깨물었다. 핏물이 발치에 뚝뚝 떨어진다.
“그걸 알고 엄선해서 데려온 파티원들이거든요.”
그림자에서 솟구친 혓바닥이 바닥에 떨어진 혈액을 핥아 먹곤 불쑥 고개를 내밀었다.
“클럽을 만들어놓은 건 좋은데 말이야. 상황극이 잘못되었잖아. 씹새끼야.”
냅다 악마의 이마에 비수를 꽂은 라노는 인상을 험악하게 일그러트렸다.
“씨발, 왜 스테이지랑 룸에 고추 새끼들밖에 없냐고. 몽마라는 새끼가, 고객의 니즈도 못 맞춰?”
명확한 적대감까지 품은 라노를 보곤 악마가 당혹스러워했다.
“나는 네 충족되지 않는 육욕을 보았다! 그래서 네 환상을 이뤄줄 꿈을 만들어줬는데 왜―”
닭모가지 비틀듯 목을 꺾어버린 라노가 읊조렸다.
“난 정상적 기호를 가진 남자야. 이 염소 대가리 좆같은 새끼야.”
아무래도 겉포장지와 내용물의 괴리감은 악마도 알아차리지 못한 모양이다.
“주지육림을 만들 거면 술이랑 새끈한 언니들을 내올 것이지, 우락부락한 쥬지육림을 들이밀어?”
암살자에게도 갖가지 저주가 쏟아졌으나, 라노는 잽싸게 그림자 너머로 도약했다.
‘내가 수도승 했을 때 하도 마법사한테 악이 뻗쳐서 암살자는 아예 전담 일진으로 키웠거든.’
라노의 순수한 스펙 자체는 토드 본신의 능력치를 웃도는 데다, 흡혈귀 특유의 기동력까지 더해지니 주문 외는 속도보다도 단검이 더 빨랐다.
【그사이 폭삭 늙었군. 사령술사.】
장막을 해쳐나온 마르커스는 머리에 뒤집어쓰고 있던 주교관을 내던졌다.
“조금 생생한 환상에 불과합니다. 여기서 나가면 돌아올 겁니다.”
혀를 찬 그가 성검을 내리그었다. 따스한 기운이 감돌더니 말라붙은 살결에 생기가 감돈다.
【내가 보기에 흉하니 처치해두는 거다.】
토드는 어깨를 으쓱였다.
곧이어 장막을 불태우며 카리나까지 합세했다.
“당신은 어떤 꿈이었던가요? 카리나.”
그녀는 불길을 분사하며 덤덤히 답했다.
“스승님께서 나더러 홍염 마탑 수석연구원이 돼보겠냐고 제안하시더라. 어지간한 마지스터들은 평생 꿈도 못 꾸는 자리거든.”
“용케 승낙하지 않으셨네요. 감쪽같으셨을 텐데.”
카리나가 피식 웃었다.
“이젠 아냐. 그 고집불통 얼간이들이랑 탑에 갇혀있느니, 밖에서 내 권능으로 진정 마법의 선한 영향력을 증명하고 말겠어.”
가뜩이나 손상이 심화되던 장막 전체가 온통 흔들리고 있다. 아무리 공간을 비틀어대도 눈을 부라리며 쫓아오는 흡혈귀 계집이나, 눈 부신 빛을 번쩍이며 기껏 조성해둔 구조물들을 부수는 성전사, 불길을 흩뿌리며 자신의 주문을 소거해버리는 마법사까지.
“···네놈들. 하나같이 비틀린 놈들이군! 꿈을 마다하고 굳이 비루한 현실로 기어 나온다고?!”
이를 갈아붙인 케셍달이 토드 일행을 손가락질했다.
“어차피 너희처럼 어긋난 존재들은 내가 굳이 관여하지 않더라도 파국을 맞이할 거다.”
악마가 무어라 덕담을 이으려던 차에, 놈의 머리 위에서 새카만 거체가 떨어졌다.
콰악!!
단숨에 몸뚱이를 반 토막 낸 파멸의 기사가 쾌활하게 장검을 집어 들었다.
【하, 하! 하. 간만에 보람찬 독서였도다! 기사도 문학으로 가득한 도서관이라니! 이건 참을 수 없지!】
마르커스는 인상을 구기며 다그쳤다.
【이 와중에 거기 있는 책을 다 읽고 나왔단 말이냐?】
【속독으로 주요 장면만 독파한다면 분당 다섯 권은 너끈하다네!】
이스라를 노려보던 케셍달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럴 리가.
분명 저 기사에게 지식욕의 환상은 투사되지 않았는데.
“아니, 네게 주어진 환상은.”
검을 다잡은 파멸의 기사는 온몸으로 권능을 받아내며 접근했다. 가뿐히 가슴팍을 찌른 이스라가 낮게 속삭였다.
【주인을 향한 본인의 마음은 애욕 따위가 아니다. 무저갱의 마귀야.】
살아있는 육신을 약속했었다. 부패해가는 몸뚱이가 아닌, 생전의 싱그러운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간직했던 시절로.
투구 속 안광이 세차게 이글거렸다.
【본인과 토드는 무수한 역경을 헤쳐가며 돈독한 전우애로 다져진 사이! 기사도 전집에선 우정이야말로 가장 고귀한 관계라고 평가한단 말이다!】
피를 토해낸 케셍달이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뻔히 보이는 거짓을······.”
짐짓 이스라는 빤히 악마를 들여다봤다.
【······.】
이내 연녹빛 안광이 유려하게 휘어졌다.
【그래. 알고 있다면 죽어. 영원히 그 입을 다물도록 해.】
파멸의 기사는 누구보다도 앞장서서 케셍달의 분신들을 섬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