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necromancer in a fantasy game RAW novel - Chapter 78
078
영체는 물리적 타격에 피해를 받지 않는다.
영악하게도 오래된 유령들은 그걸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성전사가 출동한다면 얘기가 다르지.’
게다가 마르커스는 둘라한이 되고도 성검을 무리 없이 사용할 수 있었다.
여전히 신성력이 담긴 유물은 영체들에게 치명적.
가택 전체를 환히 밝히는 빛에 유령들이 동요했다.
【가짜다. 비슷하게 흉내를 낸 모조품이라고! 교회의 성전사가 저런 놈을 따를 리 없어!】
하긴. 귀신 눈에도 성전사가 사령술사 밑에 있는 게 이상하겠지.
이를 어쩌나. 토드의 입가가 휘어졌다.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영가의 얼굴이 악귀처럼 일그러진 순간.
번쩍-!
빛의 물결이 요동친다. 휩쓸린 유령들은 그대로 비명을 지르며 형체가 녹아내렸다.
둘라한은 머리통을 옆구리에 끼곤 한 손만으로 유령들을 소탕했다.
여지없이 머리통은 불만스러운 투로 중얼거렸다.
【아무리 잡귀들을 소탕하는 일이라지만, 저놈의 명에 따라야 한다니.】
툴툴거리는 입과 별개로, 몸뚱이는 착실하게 유령들을 향해 성검을 내지른다.
나풀거리는 형체를 찢어발긴 마르커스는 곧장 영가를 향해 달려들었다.
여지없이 손을 맞잡은 영가의 신형이 흐릿해졌다. 이스라는 현혹당했지만, 둘라한은 단호히 호통쳤다.
【악령이여! 여기서 네 속임수는 통하지 않는다!】
대번에 투명해졌던 형체가 또렷해진다. 권능이 파훼된 것만으로 타격을 입었는지, 영가가 비틀댔다. 대번에 목덜미를 부여잡은 두라한이 놈을 발치에 꿇렸다.
목에 성검을 들이대자 영가가 비명을 질렀다.
【자, 자비를! 부디 자비를 베풀어 주시게!】
옆구리에 있던 몸뚱이가 조소를 흘렸다.
【자비? 역겹구나. 악령이여. 그간 부정한 수로 연명해놓곤, 감히 자비를 구해?】
성검에 닿은 부분이 녹아내렸다. 몸을 비튼 영가가 다급히 외쳤다.
【나, 나도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고! 난 그저 죽고 싶지 않았을 뿐이야! 죽기 싫어!】
마르커스는 제자리에 목을 꽂았다.
【우습구나. 넌 이미 죽었다. 자신이 죽은 줄도 모르는 무지한 자여. 구주의 법정에서 네 죄를 심판할 것이다.】
영가를 부여잡은 마르커스가 성검을 내리치기 직전. 토드의 손짓에 검이 궤적을 비틀어 바닥을 두들겼다.
카앙!
영가는 소스라치게 놀랐는지, 연신 형체가 점멸하듯 깜빡거렸다.
표정을 구긴 마르커스가 사납게 노려봤다.
【왜 방해하는 거냐? 사령술사.】
“그분은 이곳의 터주입니다. 일종의 골목 대장인 셈이죠.”
【악령들의 수괴란 말인가? 그렇다면 당장 영멸시켜야 마땅하지 않나!】
토드가 고개를 저었다.
“마르커스. 그나마 이자가 있어야 주변의 영가들을 쉽게 규합할 수 있습니다.”
【악령들을 규합하겠다고? 이놈들은 존재만으로 해악을 끼치는 것들이다! 악을 방치하겠다는 것만으로도 모자라, 수족으로 거두겠다니!】
손을 바들바들 떤 마르커스가 토드를 가리켰다.
【왜 내가 네놈의 수작에 협조해야 하는 거냐!】
원한다면 그냥 시끄럽게 떠드는 머리통을 뽑아내고, 일만 진행해도 상관없다.
하지만 토드는 이 고지식한 성전사를 교화시킬 생각이었다.
“마르커스. 당신도 이 도시에 들어서면서 느꼈겠지만, 판가우는 온갖 불결함과 부정함으로 가득한 곳입니다.”
【그래. 딱 네놈처럼 기분 나쁜 놈들이나 모여들 법한 소굴이지. 불로서 정화해야 마땅할 곳이다.】
“그런 곳을 모조리 불태워 없애버리겠다고요.”
【그래. 구주의 뜻을 바로 세우는 데 있어, 악과 타협하지 않는다.】
그게 솔마르가 진정 바라는 것 같진 않은데.
정말 그랬다면 그가 일개 사령술사에게 성물을 내렸을까.
토드는 일면만 보고 초월적 존재를 단정 짓진 않는다. 그들은 필멸자들과 의식을 달리한다. 그럼에도 분명 솔마르가 마르커스처럼 극단적인 신념을 품은 존재는 아니라고 봤다.
“올곧게 집행하는 정의라. 당신의 고결함은 존중합니다.”
긍정적인 평가를 듣자, 괜히 마르커스는 경계하는 눈빛을 보냈다.
【괜히 혓바닥에 기름칠 말고, 본론이나 말해라. 사령술사.】
벌써 패턴을 읽었나. 눈치가 빠른 녀석이네.
쓴웃음을 흘린 토드가 대꾸했다.
“분명 이단에 단호히 대응하는 것도 교회에서 강조하는 미덕입니다. 다만 빈자들에게 긍휼을 베푸는 건 경전에서 가르치는 덕목 아닙니까?”
마르커스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전자가 권장 사항이라면, 후자는 신자로서 반드시 지켜야 할 필수 사항.
토드는 그 미묘한 차이를 꼬집은 것이다.
누구보다도 열성적인 마르커스라면 넘어갈 수 없는 대목이다.
【악령들을 네 수하로 들이는 게, 어째서 선을 행하는 일이란 말이냐.】
“판가우에서 거주하는 이들의 대부분은 빈민입니다. 이렇게 영가가 들끓는 곳이라면 필히 산 자가 거주하는 공간에도 영적으로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테죠.”
토드는 영가를 가리켰다.
“저는 이 터주로 하여금 장차 판가우에서 겉도는 영가들을 제 통제하에 둘 생각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자연히 영가들에게 시달리는 빈민들도 구제받을 겁니다.”
마르커스가 팔짱을 낀 채 물었다.
【사령술사인 네놈이, 악령들을 모아들여 이 도시에서 더 큰 악을 행할 작정은 아니고?】
토드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장담컨대 저는 영가들을 엄격한 규율로 속박해둘 생각입니다. 함부로 판가우의 사람들에게 해악을 미치지 못하도록요.”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훑어보던 마르커스가 낮게 되묻는다.
【···그걸 지엄하신 솔마르 앞에서 맹세할 수 있겠나?】
마치 네가 이렇게까지 나와도 자신할 수 있겠냐는 물음.
토드가 흔쾌히 답했다.
“바라시는 대로 이루어지길. 됐습니까?”
돌연 그가 쥐고 있던 성검이 환히 타오르다가, 사그라졌다. 그걸 목도한 마르커스가 중얼거렸다.
【···응답하셨다고? 내 기도엔 한 번도 답하신 적 없었는데.】
어째 마르커스의 눈에 음울한 빛이 감돌았다.
【이 또한 시험인가? 알 도리가 없구나. 여태껏 구주의 뜻에 따랐다고 생각해왔는데.】
그를 향해 토드가 나직이 속삭였다.
“한낱 피조물들이 어찌 드높으신 분들의 뜻을 헤아릴 수 있을까요. 오만한 생각입니다.”
【······.】
마르커스는 말없이 검을 거뒀다. 비로소 풀려난 영가는 목을 움켜쥔 채로 몸을 일으키려 했다.
토드가 눈을 가늘게 떴다.
“아직 당신에겐 일어서라 명한 적 없습니다?”
입가에 지은 미소가 도리어 기이하게 느껴진다.
토드와 시선을 마주한 영가의 신형이 흔들렸다.
눈은 영혼을 담는 창구다. 칙칙한 이끼를 닮은 눈동자 저편에 헤아릴 수 없는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다.
응당 산 자가 유령을 두려워해야 할진대, 도리어 죽은 영가가 눈앞의 산 자에게서 두려움을 느꼈다.
영가가 몸을 굽혔다.
토드는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알바로라고 했던가요.”
【···그렇습니다.】
사령술사가 빙긋 웃었다.
“다행히도 저는 아량이 너그러운 편입니다. 딱한 영가여. 당신에겐 두 가지 선택지가 있습니다.”
그의 입가에서 미소가 그쳤다.
“이대로 마르커스의 검에 고통스럽게 영멸하거나. 제게 복속되어 인도를 따르는 겁니다.”
【인도라 하심은.】
“10년.”
사령술사의 눈동자가 일렁였다.
“10년간 나를 섬기며, 봉사의 의무를 다하십시오. 당신이 생전에 치르지 못했던 죗값뿐 아니라, 영가로 거듭나면서 행한 업도 청산하는 겁니다.”
말꼬리를 흐린 그가 읊조렸다.
“기간이 다한 뒤에는 평안한 안식을 가질 수 있도록, 사령술사로서 영혼의 전송을 약속하겠습니다.”
알바로는 살아있을 적에도, 죽은 뒤에도 자신이 일일이 저지른 짓들에 대해 돌이켜보거나 곰곰이 생각해본 적 없었다.
자기 스스로도 워낙 해먹은 짓이 많다는 건 안다.
그러나 유령조차 사후 세계에 무지했다.
내심 이대로 자신이 내세에 끌려간다면 좋지 못한 결말이 있으리란 불안감이 있었다.
‘일단 당장은 소멸을 피한다.’
죽음은 만물에게 안배된 숙명이지만, 어떻게든 피하고 싶었다. 유령이 되어서라도.
【저는 사라지고 싶지 않습니다.】
토드가 알바로를 향해 손을 건넸다.
“그렇다면 이 손을 잡고 심판을 유예하라. 망자여.”
조심스레 일어선 알바로는 눈치를 살피더니 입을 뗐다.
【그런데··· 사령술사님. 말씀하셨듯이, 판가우에는 저뿐만 아니라 다른 터줏대감들이나, 여러 군령이 득실거립니다.】
“그래서요?”
【소인이 감히 아뢰건대, 기가 어찌나 센지 어지간한 영매조차 쉬이 당해내질 못합니다.】
토드의 고개가 기울어졌다.
“제 능력을 의심하시는 건가요?”
【의심한다기보단, 숫자가 원체 많습니다요. 그들을 일일이 복속하기엔 현실적으로 어려울 테니, 제 협조가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손을 비빈 알바로가 간사한 미소를 흘렸다.
어이없는 놈일세.
헛웃음을 흘린 토드가 손을 쥐었다.
“알바로.”
【예?】
돌연 알바로는 자신의 목을 옭아매는 끈을 목격했다. 어느새인가 토드의 손아귀에서 뻗어 나온 수십 갈래의 끈이 다른 유령들까지 옭아매고 있었다.
“제 부름에 응답한 이상. 제가 지시한 부역의 의무부터 수행하시지요.”
다른 유령들이 하나같이 무릎 꿇은 채로 옴짝달싹 못 했다. 황급히 알바로가 고개를 숙이자 비로소 토드가 손을 거뒀다.
그제야 유령들이 일제히 기침하며 아우성친다.
동시에 수십 기의 영체를 억누를 정도로 강력한 통제력.
이미 업으로 묶인 계약은 체결되었다. 터주만 묶어놓으면 이 터에 매여있는 영가들도 덩달아 업에 속박된다.
“제가 당신께 내리는 첫 번째 지시입니다. 이 가택을 깔끔하게 청소하세요.”
사령술사의 눈이 이글거렸다.
확실한 기선 제압에 유령들이 굴복했다.
///
단번에 유령들을 제압한 토드는 일일이 지시를 내렸다. 즉각 그들은 충실한 인부가 되어 난장판이 된 폐허를 치우는 데 열중했다.
일사불란하게 허공을 날아다니거나, 외벽을 기어오르는 유령들의 작업 현장은 괴이하면서 장중한 광경이었다.
쇠렌은 그저 넋을 놓은 채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젠 귀신을 작업 인부로 부리는 것까지 보게 될 줄이야.”
토드는 어깨를 으쓱였다.
반면 환상에서 깨어난 이스라는 불만스러운 투로 중얼거렸다.
【놈의 하찮은 사술에 놀아날 줄이야. 이토록 수양이 부족했다니!】
울적한 상념에 잠겨있던 차에, 돌연 그녀의 발치에서 알바로의 반투명한 머리가 불쑥 올라왔다.
【사령술사님.】
【흐익.】
짤막한 비명을 토해낸 이스라는 황급히 토드의 등 뒤로 도망쳤다.
【저택 내부와 안뜰에 있던 잔해는 모두 치웠습니다. 더불어 일행분들이 머물 수 있도록 먼지도 말끔히 털어냈습죠.】
“수고가 많았습니다. 다음 지시를 기다리세요.”
【예예···.】
헛기침한 파멸의 기사가 슬그머니 나온다.
“불가해한 대상을 두려워하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지요.”
【어허, 무슨 소리! 두려워한 게 아니네. 단지 저 희끄무레한 놈들이 무슨 짓을 벌일지 모르니 경계 태세를 취한 것일 뿐!】
그러자 옆에서 쇠렌이 깐족댔다.
“헹, 변명이 너무 궁색하지 않으쇼? 기사 양반. 평소엔 누구보다도 앞장서길 좋아하던 사람이 말이야.”
안광을 일그러트린 이스라가 칼자루를 쥐었다.
【자네, 아까 바닥에 누워선 곤히 자던데. 아예 이참에 영원히 자는 건 어떤가?】
“자자, 이제 앉아서 자세한 논의를 해봅시다.”
토드가 손을 휘두르니 저절로 탁자와 의자들이 요란하게 날아다녔다. 가까이서 보니 형체가 흐릿한 유령들이 시종처럼 물건을 옮기고 있었는데, 그걸 확인하자마자 쇠렌과 이스라는 동시에 질색했다.
“우선 쇠렌 씨는 중개업자에게 계약서를 갱신해서 전달해주시겠습니까? 임시 대여가 아니라, 이곳의 부지를 완전히 구매하겠다고요.”
“안 그래도 업자는 처분 못 해서 골치인 눈치였소. 헐값에 넘겨받는 게 어렵진 않을 테지.”
“그러고 보니 피에트 씨도 당분간 판가우에서 머무른다고 했던가요?”
“영감도 이번에 쾨흘링에서 얻은 장물을 스칼바냐르에서 잘 처분하면서 돈을 꽤 만진 모양이오. 듣기론 일주일은 쉬다가 추후 판가우에서 가게 몇 곳을 산다고 하더군.”
토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별다른 일이 없는 한, 판가우에서 쭉 머무를 생각입니다. 이 가택을 거점 삼아, 차츰 판가우 내에서 제 영향력을 늘릴 생각이고요.”
이에 마르커스가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사령술사가 자기 기반을 세우고, 영향력을 늘리겠다라. 영 불순한 의도가 느껴지는데.】
여전히 토드에게 날을 세우려는 모습이 마음에 안 들었는지, 이스라가 지적했다.
【그대는 사령술사에게 복속을 맹세했으면서, 여전히 그 저의를 의심하는 건가?】
【착각하지 마라. 불경한 기사. 내 저주받은 몸뚱이와 별개로, 내 정신은 아직 굴복하지 않았다.】
자리에서 일어선 이스라가 허리춤에 손을 가져갔다.
【하, 하! 하. 그렇다면 네놈이 내 검 앞에서도 굴복하지 않는지도 궁금한데.】
마르커스도 성검을 쓸어내리며 으르렁댔다.
【우습구나! 저급한 유령 따위에게 놀아나던 놈이! 정정당당하게 대결한다면 능히 내가 승리할 것이다.】
토드는 품에서 양피지를 꺼내 펼쳤다. 그는 탁자를 두드리며 하수인들의 신경을 환기했다.
“현재 판가우의 상황은 비정상적입니다. 원래라면 폐가나 빈민가가 많다고 하여 이렇게 영가들이 들끓진 않습니다. 만약 그랬다면 판가우보다 더 큰 도시들은 진작에 난리가 났어야겠죠.”
턱을 쓰다듬은 쇠렌이 말했다.
“그러고 보면 이런 괴담이나 귀신을 봤다는 목격담이 유독 몇 년 사이에 늘어난 느낌이오.”
이에 대해 산시아가 물었다.
“대도시에는 영가들을 견제할 교회도 있고, 인구 밀집도가 더 높아서 영가들이 조성될 공백지가 부족해서 그런 게 아닌가요?”
“엄밀히 판가우에도 예배소는 있답니다. 게다가 영가들은 산 자가 사는 공간에도 얼마든지 머무를 수 있고요.”
그 말에 쇠렌은 다소 오싹함을 느꼈다.
“젠장, 그럼 발 뻗고 자는 곳에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는 거잖아.”
괜히 알고 싶지 않았던 비밀을 엉겁결에 들은 기분이었다. 이런 얘기는 들어봤자 잠자리만 껄끄러워지니.
“이건 누군가가 인위적으로 영가들이 날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는 겁니다.”
마르커스가 미간을 좁혔다.
【그게 가능한가? 누가 혼령들을 부추겨 지상을 나돌도록 할 수 있단 말인가? 그건 첨탑의 마법사들도 불가능한데.】
“저는 일찍이 이리공의 수하로 있던 자에게서 유령을 부리는 유물의 향방을 알아냈습니다. 그걸 사용하는 흑마법사 집단의 소재지도요.”
산시아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안광을 가늘게 뜨고 있던 이스라가 작게 중얼거렸다.
【아치발트. 그놈이 말하길, 메아리의 추종자들이라고 하지 않았나.】
토드가 미소 지었다.
“기억력이 좋군요. 이스라.”
그가 양피지를 가리켰다.
“우리는 이미 북부에서 혼령들을 꺼내는 흑마법사들을 여러 차례 조우했었죠.”
넋의 거울. 잃어버린 흑색 학파의 유물이 판가우 어딘가에 있다.
그만한 유물이 아니라면 이 정도의 망령들이 도시를 배회하는 걸 설명하기 어렵다.
“판가우는 제국에서 스칼바냐르와 가까운 항구 중의 한 곳이죠. 어쩌면 여기가 놈들의 본거지일지도 모릅니다.”
영체들은 육신이 있는 일반적인 망자들과 쓰임새가 다르다.
물리적 형체가 없으므로 좀 더 변칙적으로 활용할 여지가 다분하다. 당장 생각나는 것만 해도 사기 저하, 환영, 요인 암살 등···.
“놈들을 소탕한 뒤, 넋의 거울을 되찾고, 판가우에 만연한 영가들을 복속시킨다. 이 정도면 충분히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게 아닐까요?”
사령술사가 히죽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