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spectable male god RAW novel - Chapter (27)
#27. 위기의 의무실 견학
성물을 만들 수 있다고 말한 재인도 사실은 온전히 믿지 않았다. 재료가 저 모양이어서야 믿고 싶어도 믿기 힘들었다.
“제작자가 만드는 아이템이랑은 다른가?”
“그 사람들은 어떻게 만드는데?”
“자기들이 원래 만들던 걸 만들지. 던전에서 얻은 재료로. 형처럼 이런 거로 만들진 않아.”
“그래? 난 그냥 이렇게 하면 만들 수 있을 것 같은데.”
“효과가 있다면 이쪽이 훨씬 낫지.”
본업에 열중하다 관련 초능력을 각성한다. 이제까지 각성한 제작자들 대부분이 그런 경우였다. 예를 들면 귀금속 가공을 하던 사람이 각성해서 제작한 액세서리에 특수한 효과가 생긴다든가 하는 식이었다.
재인과는 만드는 방법도 사용하는 재료도 근본적으로 달랐다.
‘하여간 형은 뭐 하나 평범한 게 없다니까.’
재인이 꺼낸 재료는 재룟값이라고 할 만한 게 없었다. 사진 한 장에 막대 몇 개, 끈 조금이라니. 다 합쳐도 만 원도 안 될 것 같았다. 만약 만들어지는 게 한 시간만 쓸 수 있는 성물이라도 손해는 없어 보였다.
“만들어 보자. 혹시 모든 과정을 형 혼자 해야 해?”
“그건 모르겠어.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첫 번째 거는 내가 혼자 만들어 볼게.”
“어, 그게 좋겠다.”
-띵동!
재인이 따지도 않은 캔맥주를 바닥에 내려놓고 성물을 만들려 할 때였다. 주문한 초밥과 튀김 등이 도착했다.
“밥 먹고 하자.”
재인, 재현 형제의 흥미는 성물에서 순식간에 멀어졌다. 뭐든 밥보다 중요하지 않았다. 운동하고 온 재인이나 임무를 마치고 지방에서 운전해 온 재현이나 모두 배가 고팠다.
저녁을 먹은 뒤 재인이 만든 성물을 보는 재현의 표정이 묘했다. 형이 뚝딱뚝딱 만든 저게 정말 성물이 맞는지 의심스러웠다. 만약 눈앞에서 만든 게 아니었다면, 저를 놀린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형. 이거 그거 같지 않아? 연예인들 그거.”
“으음.”
“술집 가면 있는 거 있잖아. 술병 들고 서 있는 거. 뭐라고 하더라?”
“등신대?”
“맞아, 그거.”
족자처럼 사진 끝에 끈을 연결한 게 사람 모양으로 사진을 오리는 등신대와는 형태가 조금 달랐지만, 기본적인 건 같았다. 삼각형의 거치대와 사진을 사용하는 게.
재인의 뺨이 살짝 붉어졌다. 만들 때는 열중하느라 몰랐는데, 만들고 나서 보니 동생 말이 맞았다. 성물은 꼭 족자와 거치대 같았다. 부끄럽게도 족자 속 주인공은 그였고.
“이건 아닌 거 같다.”
“왜? 괜찮은데. 연예인들 이런 거 많이 팔지 않아? 카드랑 액자 같은 거.”
“그렇긴 하지만…….”
“이게 끝이야?”
“아니. 여기에 보호나 회복 기능을 넣어야 해.”
끈으로 몇 번 감아 만든 허술한 거치대와 같은 끈에 꿰인 사진.
재인은 회의적이었다. 이런 물건에 스킬을 써서 성물로 만든다고 제대로 된 물건이 나올 것 같지 않았다.
“이건 진짜 아닌데.”
“그냥 해 봐. 뭐라도 나오겠지.”
“뭐가 나오든 말든 이건 보기 민망하잖아.”
“푸흡! 데뷔하면 많이 볼 텐데, 미리미리 적응해야지.”
“어휴!”
나름 공을 들여서 만들었는데 왜 이리 허름한 걸까. 재인은 하찮은 제작 실력에 혀를 찬 뒤 족자걸이인지 등신대인지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리고 그 자세 그대로 신성력을 불어넣었다. 속으로는 성물에 보호막 기능이 깃들길 바랐다.
“끝났어.”
“헐! 형. 이거 장난 아니다.”
재인이 쑥쑥 빠져나가는 신성력을 점검하는 사이, 재현은 본래 모습과 완전히 달라진 등신대를 들고 살펴보고 있었다.
당장에라도 뚝 부러져 버릴 것 같았던 막대 거치대는 튼튼한 철제 거치대로 바뀌어 있었고, 대충 끈으로 꿰어 놓았던 사진은 코팅된 천으로 바뀌어 있었다. 완성된 족자 성물은 원형과 다르게 무척 견고한 모양새였다.
“어때? 괜찮아?”
“괜찮은 정도가 아닌데. 이거 지금 설치해 봐도 돼?”
“어. 망가지거나 성능이 다할 때까지 몇 번이고 설치랑 회수 가능한 거야.”
“진짜 좋네. 한 번 써 보자.”
만들어진 성물은 크기가 크지 않았다. 사진 한 장을 걸 수 있는 거치대라 성물의 무게도 가벼웠다. 족자를 돌돌 감아 두고 거치대도 접으면 3단 자동 우산과 비슷했다.
족자를 거는 순간 성물이 활성화되리라. 성물의 사용법은 손에 쥐자마자 저절로 알 수 있었다.
재현은 거실 빈 곳에 작은 성물의 거치대를 내려놓은 뒤 족자를 걸었다.
“어라! 크기가…….”
“그런데 이 선은 적한테도 보이는 건가?”
“모르겠어. 보호막 범위 같은데, 적한테도 보이면 안 되지 않나?”
“그 부분은 길드에 가져가서 실험해 봐야겠다. 그런데 이거 혹시 효과 끝나면 부서져?”
“모르겠는데, 왜?”
아무것도 아니라고 고개를 저은 재현이지만, 다 쓰고 나면 차라리 부서지는 게 낫겠다 싶었다.
설치하기 전과 다르게 재인의 키만큼 커진 족자는 상당히 소장 욕구를 자극했다. 만약 다 쓰고 난 뒤에도 그대로 남으면 서로 가지겠다고 팀원들이 싸울 것 같았다.
“이거 몇 개나 만들 수 있어?”
“치유 쓸 여력 남기면서 만들면 일주일에 네 개 정도. ”
“삼 일에 두 개꼴이네. 진짜 괜찮은걸.”
“그래?”
“어. 더 만들어 줘, 형. 이번에는 치유로.”
그러겠다고 고개를 끄덕인 재인이 성물에서 등을 돌리고 만들기 시작했다. 동생이 감탄할 정도로 쓸 만한 성능인 건 반가웠지만, 그걸 계속 보는 건 좀 힘들었다.
‘성물이라더니! 왜 하필 내 사진을.’
최현 작가의 과한 호의와 망칠 걸 대비해 막대와 끈을 여유롭게 사둔 덕분에 성물을 만들 재료는 충분했다.
그러나 만들고 싶은 의욕은 충분하지 않았다. 나아가 팀원들은 전투다 경계다, 바쁜 와중 자신의 등신대만 덩그러니 서 있는 장면을 상상하자, 그나마 남은 의욕도 사라지는 것 같았다.
“아니다. 형. 이번 거는 내가 만들어 볼게. 형은 나중에 능력만 걸어 줘.”
“어. 그러자.”
눈을 반짝이며 의욕적으로 재료를 뒤적이는 동생에게 영혼 없는 재인의 대답이 돌아갔다.
* * *
재인은 따끈따끈한 목덜미를 슬쩍 쓰다듬다 들어서 옮겼다. 웬일로 하찬이 베개 한가운데가 아니라 그의 목을 베고 자고 있는지는 몰랐지만, 그 부분만 땀이 차서 그대로 두는 건 무리였다.
“하암. 하찬아, 그만 일어나야지.”
“…….”
꼬리만 한번 살짝 살랑인 하찬은 그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쌀쌀한 아침 일어나기 싫다는 마음이 이해돼 재인은 몸을 한번 쓸어 주고 일어났다.
“일어났니?”
“어머니? 어제 바로 출발하신 거 아니셨어요?”
“너희 잘 때 들어왔어. 재현이 왔다고 해서 얼굴 좀 보고 가려고.”
“그래요? 아버지는요? 주무세요?”
“아니. 재현이가 해물탕 먹고 싶다고 해서, 같이 장 보러 갔어.”
오랜만에 주말 아침에 어머니를 본 재인의 눈이 커졌다. 언제나처럼 등산을 위해서 예약해 둔 숙소로 출발했을 거로 생각했는데, 주방에서 아침을 준비하고 있어서였다.
“하찬이는 아직 자?”
“네. 정신없이 자고 있어서 그냥 뒀어요.”
“요즘은 어때? 레슨은 받을 만하니?”
“네, 재밌어요.”
덤덤한 장남의 반응을 어머니는 유심히 살펴봤다. 그녀는 사람이 많이 모이는 걸 거북스러워하는 장남이 연예인이 되겠다고 하는 게 여전히 믿기지 않았다. 외모만 보면 백 번 연예인이 되고도 남겠지만, 지닌 성향이 그런 일에 그다지 맞지 않았다.
“네가 연예인이 되겠다니. 난 아직도 그게 믿기지 않아. 너 사람 몰리는 거 싫어하잖아. 이제 괜찮아?”
“그건 아직도 별로예요.”
“그러면서…….”
“그래도 적당히 거리를 두고 보는 정도는 상관없는 것 같아요.”
사람들하고 부대끼는 건 여전히 싫었다. 아마 그런 성향은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예전과 다른 점이 있었다. 아주 가까이 다가오지 않고 적당히 거리만 유지해 주면 그를 지켜보거나 그에 관해 떠들어도 이전만큼 거슬리지 않았다.
“네가 괜찮다면 괜찮겠지.”
“정말로 괜찮아요.”
“그래. 너나 재현이나 어릴 때하고 어쩜 이렇게 다르게 크니.”
“원래 자라면서 다 변하잖아요.”
“성격이야 그럴 수 있지. 자라면서 주변의 영향을 받기도 하니까. 그런데 외모는 또 다른 얘기잖니.”
“아! 하하, 하.”
멋쩍은 웃음을 흘린 재인이 어머니의 말에 동의했다. 동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
평범한 중년의 모습인 부모님과 다르게 동생은 근육질의 건장한 청년으로 자신은 사람들에게 찬사를 받는 외모로 바뀌었다. 어릴 적 빼빼 말랐던 동생과 곱상한 정도였던 자신의 모습은 지금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런 얼굴이 어떻게 내 배에서 나왔을까?”
“크흠.”
“아빠랑 엄마가 파트너십이 좋아서 협업에 성공했다손 쳐도, 결과물이 너무 대단하단 말이지.”
“어머니!”
“얘는. 서로 알 거 다 아는 나이에 뭘 부끄러워하니?”
어휴! 재인은 들으라는 양 크게 한숨을 쉬고 다시 이 층으로 올라갔다. 하찬을 깨운다는 핑계를 대고 후다닥 이 층으로 올라가는 그의 입가에 반달이 걸렸다. 짓궂은 말은 부끄러웠지만, 오래간만에 맞이한 주말 아침의 북적임이 싫진 않았다.
* * *
“가셨다. 형. 우리도 출발하자.”
“어. 하찬아, 타자.”
가까운 곳으로 등산을 가는 부모님을 배웅하고 재인 형제도 KH 길드를 향해서 출발했다. 하찬이 먹을 간식도 챙기고, 혹시 몰라서 갈아입을 옷도 챙겼다.
“형. 연예인은 어디서 사진을 찍힐지 모르니까, 항상 의연해야 한다더라.”
“응?”
“잘못하면 굴욕 사진을 찍힐 수 있으니까. 인상 찡그리지 말라더라고.”
“굴욕 사진? 누가 그런 얘기를 했어?”
“알렉사가.”
의무실 견학을 위해서 가는 중이었다. 재현이 그가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얘기를 꺼냈다. 동료 길드원인 알렉사와 같은 임무를 나갔다가 들었다고.
굴욕 사진이라니. 사진이 너무 좋아서 못 고르겠다는 얘기는 몇 번 들었지만, 그런 얘기는 아무도 재인한테 해 준 적 없었다.
“아! 형은 상관없겠다.”
“응?”
“형 얼굴은 어느 각도에서 찍어도 굴욕이 없을 것 같아. 괜찮아, 안심해.”
“뭐, 뭐래.”
“킥!”
재현은 자기가 먼저 꺼낸 굴욕 사진 얘기면서 금세 괜찮을 거라며 넘어갔다. 그것도 슬쩍 그의 얼굴을 보더니 무언가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재인은 자신을 놀리는 동생에 눈을 흘겼다. 오랜만에 본 어머니한테서 옮았는지 아침부터 꽤나 짓궂었다. 아니면 그냥 자기가 민망해하는 게 재밌는 것 같았다.
“어? 건물 앞에 사람이 많은데. 누구 기다리는 거 아니야?”
“그럴 리 없어. 길드원들은 누굴 마중할 인간들이 아닌데.”
“주차장으로 바로 들어갈래?”
“출입 카드 받으려면 1층 로비로 돌아와야 해. 그냥 잠깐 세우자.”
재인 형제가 탄 차가 KH 길드 건물 입구에 섰다. 길드 건물 앞에는 꽤 많은 사람이 모여 있었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 보여서 그 앞에 차를 멈추면 안 될 듯했다.
그러나 동생은 그런 사정을 봐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사람이 모여 있건 말건 상관하지 않고 길드 건물 입구에 차를 댔다.
“형. 로비에서 기다려. 주차하고 나서 출입증 받아 줄게.”
“어.”
“팀장 불러 줄까?”
“됐어, 됐어. 쉬시게 둬. 쉬는 날에 부르면 양심 없지.”
부르면 좋아할 거라는 동생의 말을 무시하고 재인이 차 문을 열었다. 가방은 동생이 챙겨 오리라 믿고 하찬의 리드 줄만 잡고 차에서 내렸다.
“도착했다. 레드 카펫!”
“깔았어.”
“플래카드.”
“펼쳤어.”
재인은 내리자마자 눈에 들어온 빨간 머리와 커다란 목소리에 흠칫했다. 그 두 가지가 처음 KH 길드를 방문했을 때 그의 손발이 오그라들 뻔한 위기에 몰아넣었던 주인공의 것이어서였다.
“KH 길드 방문을 환영합니다!”
길드 건물 앞에 모인 사람들이 누구를 기다리는지 알고 싶지 않았지만, 알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 머리 위로 펄럭거리는 플래카드 때문이었다.
“이, 이게 다 무슨…….”
차에서 내린 재인의 앞에 손발이 오그라들 뻔했던 위기보다 더 큰 위기가 펼쳐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