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spectable male god RAW novel - Chapter (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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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첫 예능 출연
“와아!”
놀란 재인의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제 손 위의 알이 쪼개지고 나온 존재를 보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뺘아악!”
황금색 깃털을 바짝 세운 날개로 알을 가른 병아리는 병아리답지 않게 늠름했다. 솜털을 잔뜩 부풀리며 사방을 위협하는 모습도 제법이었고.
“와! 대단하다. 직접 알을 가르고 나온 거야?”
“뺘악!”
손이 자유로웠다면, 짝짝 손뼉을 쳐 주고 싶을 만큼 대단했다. 이렇게 박력 있게 알에서 나오는 병아리라니, 영상 녹화를 켜 놓지 않은 게 너무 아쉬웠다.
“꼬끼오오옥!”
“아!”
병아리의 등장에 놀라 잊고 있던 황금 닭이 요란하게 존재를 알렸다. 길드원에 막혀 오지 못하고 있었지만, 이 병아리를 찾으러 온 게 분명했다.
“돌려줘야겠지?”
“글쎄…….”
“응?”
“늦든 빠르든 던전은 클리어될 거야. 만약 황금 닭한테 돌려보내면 그 병아리도 같이 사라지겠지.”
“그런…….”
갓 태어난 병아리라 그런지 무게가 믿기 힘들 정도로 가벼웠다. 마치 깃털 하나를 올려 둔 것 같았다. 그런 아이가 겨우 며칠, 예비 스트라이커 팀이 훈련을 마칠 때까지 밖에 살지 못한다는 것은 지나치게 가혹했다.
“꼬끼오오옥!”
황금 닭이 황금색 알을 찾으며 큰 소리로 울었지만, 재인은 자리를 지켰다. 황금 닭의 새끼라도 돌려보내고 싶지 않았다. 단 며칠이라도 어미랑 사는 게 나을 수도 있었다. 그래도…….
‘이기적이라고 해도 좋아. 이제 겨우 세상에 나온 이 아이가 좀 더 오래 살았으면 좋겠어.’
어미 닭만큼 잘해 줄 수 있다고 장담할 순 없었다. 그래도 한 가지는 약속할 수 있었다. 병아리의 마지막까지 아끼고 사랑해 주겠다고.
“컹컹!”
“그러지 마, 하찬아. 동생이야.”
“크르릉.”
“흐흠. 천천히 친해지자.”
재현에게 붙들린 채 병아리를 향해 짖는 하찬을 달래 봐도 소용없었다. 병아리를 감쌀수록 오히려 짖는 게 심해질 뿐이었다.
“꼬끼오오옥!”
더불어 황금 닭의 목청도 커지고 있었다.
“알껍데기 나한테 주고 형은 여기 있어.”
“뭐 하려고?”
“유인해야지. 저대로 둘 순 없으니까.”
“……그래.”
빈 껍데기로 황금 닭을 속여서 둥지로 돌려보낸다는 말이었다.
재인은 알껍데기를 조심스럽게 들어서 재현에 건넸다.
* * *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는 재인과 하찬 그리고 병아리뿐이었다.
같이 왔던 재현은 던전을 나오자마자 바로 팀원들이 들어간 던전으로 들어갔다.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안심시킨 게 무색하게 조금도 지체하지 않고 바로 다음 던전으로 향했다.
“뺘악!”
“크르릉.”
“뺙!”
“크릉.”
인원이 줄었어도 차 안이 조용하진 않았다. 하찬과 병아리가 시끄럽게 떠들어서였다.
‘말이 통하긴 하는 거냐고.’
몇 번 말려도 소용없어서 그냥 두고 있었지만, 꽤 시끄러웠다.
“다 왔다, 내리자.”
이웃집과 적당히 떨어진 위치에 있는 재인의 집은 녹음이 우거진 마당이 넓은 단독이었다. 마당에는 잘 손질된 잔디가 깔려 있고, 화단에는 화사한 꽃이 가득 핀 집은 곳곳에 그의 손길이 닿아 있었다.
‘신성력의 효과가 제일 크긴 해도 보기 좋네. 이 정도면 병아리가 놀기 좋겠지?’
인근의 공원과 외출에 동행하는 하찬과 다르게 집에서 지내게 될 병아리에겐 적당한 공간이 필요했다. 다행히 집은 병아리가 놀기 좋을 정도로 단장이 잘 되어 있었다. 특히 마당은 재인이 뿌리는 신성력의 효과로 싱싱한 꽃과 잔디가 가득해서 병아리 놀이터로 안성맞춤이었다.
“……뭐 하니?”
“뺘악!”
“투구게 괴롭히지 말고 내려와. 투구게 타는 거 아니야.”
“뺙! 뺙!”
“너도 병아리가 타려고 하면 피해야지. 그걸 태워 주고 그러냐. 어휴.”
하찬과 병아리를 집안으로 먼저 들여보내고 짐을 옮겨 온 재인은 언젠가 봤던 장면이 다시 연출된 모습에 한숨을 내쉬었다.
‘투구게 타는 게 입주 신고식이야, 뭐야.’
투구게에서 내려놓는 게 불만인지 시끄럽게 삐악삐악하는 병아리 성격도 만만치 않아 보였다. 데려온 걸 후회하진 않지만, 집 안의 평화가 머잖아 끝날 것 같아 불안했다.
“그나저나 병아리야, 네 이름은 뭐로 할까?”
“뺘악!”
“삐약이?”
“뺙! 뺙!”
“……싫다는 뜻이 참 확실하구나.”
솜털 보송한 날개를 퍼덕이면서 빽 소리를 지르는 게 참 의사 표현이 명확했다.
“이름은 천천히 짓고 잘 곳 먼저 정하자. 마트에 새장이 있으려나?”
“뺘악!”
“……그건 하찬이 쿠션인데, 너무 크지 않아?”
“뺙! 뺘악!”
“알았다, 알았어.”
재인이 마트에서 사 올 물건을 꼽아 보는 사이 큰 개용 쿠션 중앙에 궁둥이를 붙인 병아리는 절대로 비켜 줄 마음이 없어 보였다. 새로운 무엇을 가져와도 쿠션을 포기하지 않을 것 같았다.
마트에서 작은 바구니나, 나무로 된 새장을 사 오려던 그는 병아리의 고집스러운 모습에 마음을 접었다.
* * *
최태원의 일 이후로 드라마 촬영은 순조로웠다. 가끔 장소 섭외가 취소되거나 날씨가 촬영에 적합하지 않아 딜레이되는 정도의 문제를 빼면 무척 순조로웠다.
‘오늘은 얌전히 있었으려나?’
드라마 촬영과 다르게 하찬과 병아리의 사이는 순조롭지 못했다.
하찬이 늑대 모습일 때도 겁 없이 덤비던 병아리는 고양이 모습으로 바뀌면 그 강도가 심해졌다. 늑대든 고양이든 포식자라는 건 변함이 없는데, 앞뒤 재지 않고 달려들었다. 덕분에 집 마당의 잔디가 수시로 뽑히고 파이는 수난을 겪고 있었다.
둘이 아니고 병아리 혼자 집에 남아 있어도 난리를 치는 건 마찬가지였다. 마당 밖으로 나가지는 않았지만, 조그마한 녀석이 어찌나 기운이 좋은지 마당과 화단의 흙이란 흙은 전부 뒤집어엎고 다녔다.
“얘를 혼자 두고 가도 되나?”
다시 돌아온 휴차일. 드라마 촬영은 없지만, 또 다른 촬영이 재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조선 탐정 한설록>을 같이 촬영한 이주환의 제안으로 찍기로 한 예능 촬영이 그것이었다.
“뺙뺙뺙!”
“……혁아. 너 진짜 얌전히 있어야 한다. 재현이 형 말 잘 듣고, 알았지?”
“뺘악!”
“…….”
이박 삼 일의 짧은 기간이라지만 이 고집불통을 맡기고 가는 게 영 편치 않았다. 그렇다고 예정에 없던 반려 몬스터를 데리고 가는 것도 폐가 될 것 같았다.
‘매니저님은 데려가도 괜찮을 거라고 하셨지만, 얘를 데려갔다가 무슨 일이 벌어질지…….’
하찬이 하나 감당하기 쉽지 않은데, 하찬이 이상으로 활발하다 못해 환장할 녀석을 데리고 갔다가는 촬영도 못 할 것 같았다. 무엇보다 덩치가 작은 아이라 혹시 잃어버리지 않을까 걱정됐다.
‘황금 닭만큼 크려면 얼마나 걸리려나.’
아쉽게도 병아리에게 거대화 스킬이 없었다. 광폭화 가능성도 적어 반려 몬스터 등록은 쉬웠지만, 하찬처럼 동반 외출은 무리였다. 데리고 여행이라도 가려면 적당한 크기로 자랄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병아리 모습이라도 몬스터니 그렇게 조심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들었지만,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투구게 괴롭히지 말고.”
“뺙뺙뺙!”
“알았다, 알았어. 조그만 녀석이 성질은.”
“뺘악!”
누가 조류가 지능이 낮다고 했을까. 재인은 듣기 싫은 소리는 귀신같이 알아듣고 성질을 부리는 병아리 녀석에 고개를 저었다.
알에서 나온 황금 병아리 혁거세, 여름 대청소 이후 오랜만에 휴가를 얻은 동생. 둘을 집에 두고 예능 촬영 장소로 떠나는 재인의 발걸음이 무거웠다. 구름 한 점 없이 푸른 아침 하늘은 맑았는데, 이상하게 불안했다.
* * *
예능 촬영 장소에 도착한 재인의 눈에 제일 먼저 들어온 것은 한 번에 세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카메라였다. 수없이 많은 카메라가 다양한 각도에서 산장과 그 입구를 찍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어서 오세요. 멀지요? 오시느라 고생하셨어요.”
“고생은요. 자면서 왔더니, 먼 줄도 모르겠더라고요. 다른 분들은요?”
“하하하. 다른 분들은 이틀 전부터 와 계세요. 지금은 점심 장사 준비하세요.”
점심 장사. 도착하자마자 들은 낯선 단어에 한숨이 나올 것 같았다. 지난 시즌에는 숙박객의 식사만 챙겨 주더니, 이번 시즌에는 등산객 장사도 한단다.
‘이틀만 출연하기로 한 건 잘한 거 같아.’
산장 건물 크기를 보니 벌써 질리는 느낌이었다. 산장은 이 층 건물에 포치도 넓고, 정원의 퍼걸러도 넓었다. 저곳에 손님이 가득 찬다고 상상하자, 어깨가 무거웠다.
“혹시 저 말고 다른 게스트도 있나요?”
“하, 하하.”
질문에 대답은 하지 않고 멋쩍게 웃는 PD의 모습에 자신 외에 게스트가 없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시즌 1에 출연했던 중견 배우 이성진이 힘들어서 다신 출연 안 한다고 했다는 소문이 사실인 것 같았다.
“재인아!”
촬영진의 환대를 뒤로하고 재인이 산장 안으로 들어섰을 때였다. 한눈에 봐도 피곤해 보이는 이주환이 우렁차게 그의 이름을 불렀다.
“뭐, 뭐예요?”
“재인아! 어흑! 잘 왔어. 진짜, 잘 왔어. 여기서 보니까, 너무 반갑다. 진짜.”
“예? 예. 반겨 주셔서 감사해요?”
“진짜 반가워.”
진짜를 몇 번이나 말하는 걸까. 왠지 진짜라는 단어가 꺼려졌다. 그 단어가 반복될수록 예능 촬영 난도가 올라가는 느낌이었다.
“컹! 헥헥헥!”
“하찬아! 오랜만이야, 하찬아.”
“헥헥.”
“그래. 하찬이도 잘 왔어.”
“컹.”
이박 삼 일 재인과 하찬이 쓸 방을 안내하는 이주환은 진심으로 둘이 반가웠다. 그건 아마 텃밭에서 채소를 따는 중인 박동준도 같은 마음일 것이다.
“저 여기서 무슨 일 해요?”
“짐 먼저 놓고, 나랑 장 보러 가자.”
“장이요? 혹시 고기 필요하세요?”
“응? 고기도 사긴 할 건데, 다른 것들도 사야 해서.”
“만약 고기 필요하시면 말씀하세요. 많이 가져왔거든요. 얘 때문에요.”
“아! 하하하.”
출발하기 전에 고기를 어마어마하게 얼려서 가져왔다. 반 이상은 하찬이 먹겠지만, 촬영진도 나눠 줄 생각으로 밴에 꽉꽉 채워서 챙겨 왔다.
“여기서 차로 한 이십 분 정도 가면 항구 있거든. 거기서 해산물도 사고, 식자재도 사려고.”
“점심 장사도 하신다고 들었는데, 그거 재료요?”
“응. 날이 더워져서 시원한 메뉴로 하게. 팥빙수 재료도 사고.”
“팥빙수도 해요?”
“여름 디저트로 그거만 한 게 없잖아.”
디저트까지 판다는 얘기에 산장에서 하는 장사가 쉽지 않을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홀 엄청 넓던데. 거기에 정원에까지 음식을 나르려면 장난 아니겠다. 계산도 내가 해야 할 것 같고. 혁이 두고 오길 진짜 잘했다.’
두 명으로 주방에서 요리를 준비하기에도 벅차 보였다. 거기에 메뉴까지 다양하게 한다니. 말썽쟁이를 두고 오길 잘한 거 같았다.
“짐 다 풀면 주차장으로 와. 먼저 나가 있을게.”
“네.”
방 안내를 마친 이주환이 잽싸게 자리를 피했다. 텃밭에 있는 박동준에게 외출을 알리러 간다고 말했지만, 누가 봐도 미안해서 슬쩍 피하는 모양이었다.
“어? 옷은 어디서…….”
이주환이 나가고 옷을 갈아입으려던 재인은 얼음이 되었다. 방 안에 곳곳에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어서였다. 방 모서리, 침대 정면, 협탁 위, 마지막으로 한쪽에 놓인 셀프 캠까지. 사각 없이 설치된 카메라 때문에 옷을 갈아입을 곳이 없었다.
“아차차! 재인아.”
“네.”
“화장실 앞쪽은 카메라 없어. 그쪽에서 옷 갈아입으면 돼.”
“네.”
예능 프로그램은 거의 모든 순간을 다 카메라에 담는다고 하더니, 사실이었다. 화장실처럼 아주 사적인 공간을 빼고 거의 모든 곳에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었다.
‘세상에. 다른 사람들은 대체 어떻게 이런 걸 계속 찍는 거야? 노이로제 안 걸리나?’
산장에 도착해서 겨우 십분 남짓 지났는데, 질리는 느낌이었다. 옷 한 벌 편하게 갈아입지 못하는 상황에서, 수십 명의 시선을 받으며 24시간을 보내다니. 잠깐씩만 촬영하는 배우를 선택하길 잘했다 싶었다.
-Brrrrr.
채비를 마친 재인이 방을 나가려는 순간이었다. 집에 남은 동생한테서 연락이 왔다.
“어, 재현아.”
-형. 혹시 혁이 데려갔어?
“아니. 집에 두고 왔어. 왜?”
-아침 먹이려고 찾는데, 아무리 찾아도 안 보여서. 데려갔나 했어.
“……잘 찾아봐. 나도 찾아볼게.”
-어. 혹시 거기 따라갔으면 알려 줘.
“어.”
이주환과 장을 보러 가기 전에 이곳까지 타고 온 밴 안을 먼저 뒤져 봐야 할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