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Hitler RAW novel - Chapter (171)
171화 바르바로사 작전 (7)
진주만 공습으로 미국은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
내심 날생선이나 먹는 미개한 족속이라 멸시하던 종자들에게 기습을 당했다는 분노와 더불어 단 한 번의 기습으로 해군은 반병신이 되고 말았다.
이보다 더한 굴욕이 따로 있을까?
비록 미국 국민들의 항전의지는 하늘을 찌를 기세였지만, 사기와 별개로 미군은 모든 전선에서 연패를 거듭했다.
4년 넘게 중국에서 실전을 겪은 일본군은 아시아에서 당해낼 군대가 없었고, 괌과 웨이크, 바탄 등 묘지의 이름이 늘어날수록 미군의 사기는 바닥을 향해 낙하했다.
패전이 계속되자 군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도 동요의 조짐을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군과 국민의 사기를 끌어 올리려면 일본에 제대로 된 한 방을 먹여줄 필요가 있었고, 그리하여 계획된 게 바로 ‘둘리틀 특공대’였다.
해군 항공모함에 항속거리가 긴 육군 항공대 폭격기를 싣고 일본 근해에 다가간 뒤 폭격기를 날려 보내 일본 본토를 폭격한다.
미 육군 항공대 중령 제임스 해럴드 둘리틀이 이끄는 16대의 B-25 미첼 폭격기는 항공모함 호넷에서 이륙해 일본 본토를 공습하는 데 성공했고, 이들의 활약상은 둘리틀 공습이라 명명되어 역사의 한 장을 장식하게 되었다.
비록 둘리틀 특공대의 공습으로 일본이 입은 피해는 미미한 수준이었지만 일본 본토를 타격하는 데 성공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미군과 국민의 사기는 급상승하였으며, 일본 본토의 방공망이 완벽하다고 자신하던 일본군 수뇌부는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언제라도 본토가 공습을 당할 수 있다는 불안에 사로잡힌 일본군은 미군이 보유한 항공모함의 완전 격멸과 태평양 방어선의 안정적인 구축을 위해 미드웨이 섬 공격을 준비하게 되었고 훗날의 미드웨이 해전으로 이어졌다.
이번 체펠린 작전은 독일판 둘리틀 특공대라고 봐도 무방했다.
실제로 둘리틀 특공대에서 영감을 받아 기획되었고 작전 내용 자체도 전체적인 틀은 비슷하니까.
차이가 있다면 이번 작전의 목적은 아군과 국민의 사기 진작을 위해서라기보다는 소련군 수뇌부에게 심리적인 타격을 주는 것에 중점을 뒀다는 것과 해군의 도움이 없는 오직 공군 단독 작전이라는 것이다.
괴링, 베버, 리히트호펜이 회의에 참석한 가운데 나는 그들에게 둘리틀 특공대의 대략적인 정보와 이로 인해 미군이 거둔 전과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한 다음, 체펠린 작전의 개요에 관해 설명했다.
“펭귄 작전으로 크게 당한 소련이 자국의 방공망을 강화하긴 했지만, 모스크바와 스탈린그라드 같이 공습이 가능한 거리에 있는 도시들만 신경을 쓰고 있을 것이오. 따라서 전선에서 멀리 떨어진 후방의 도시들에 대한 방공망은 미흡할 것으로 예상되오.
바로 적들의 빈틈을 찌르는 거지. 항속거리 6500km에 달하는 Me264 시베리아 폭격기에 폭탄을 가득 실은 다음, 시베리아의 공업단지를 폭격하는 게 체펠린 작전의 목표요.
해당 작전이 성공하면 소련에 이루말할 수 없을 정도로 막대한 심리적 충격을 안길 수 있소. 후방이라 안심하고 있는 소련인들에게 자신들이 사는 도시도 폭격을 받을 수 있다는 불안감을 조성하고 나아가 크렘린에 대한 지지와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있겠지.
크렘린도 아군의 추가적인 공습 방지와 시민들의 불안 해소를 위해 시베리아 공업단지들에 대한 방공망을 강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이는 자연스레 소련군 전체 전력의 분산과 행정상의 혼란을 초래할 것이오.”
참석자 전원이 찬성한 관계로 체펠린 작전은 채택되었다. 하지만 체펠린 작전을 실행으로 옮기려면 여러모로 준비해야 할 게 많았다.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바로 장소 선정이었는데, 이를 두고 의견이 첨예하게 갈렸다.
“총통 각하께선 어디를 목적지로 생각해두셨습니까?”
“거리가 최대한 멀수록 소련인들이 입을 심리적 충격은 배가 되지 않겠소? 옴스크나 쿠이비셰프, 노보시비르스크가 적당하지 않을까 싶소만.”
“거리가 멀어도 너무 멀지 않습니까? 해당 도시들까지 가는 것 자체는 가능할지 몰라도, 돌아오려면 연료가 부족할 겁니다.”
베버가 말했다.
“하지만 중국을 경유한다면 가능하지 않겠소? 시베리아를 폭격하고 터키로 귀환하려면 연료가 부족하지만, 중국을 중간 거점으로 삼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되오만?”
옴스크, 쿠이비셰프, 노보시비르스크 같은 시베리아 도시들을 폭격한 다음, 곧장 중국으로 진로를 돌린다면 못해도 위구르까지는 갈 수 있다.
중국은 독일에 우호적이니, 중국으로부터 연료를 받은 뒤 터키를 향해 일직선으로 날아오는 것이다.
“하지만 총통 각하, 중국은 비록 독일에 우호적이라곤 하나 소련을 통해 미국으로부터 물자를 공급받는 신세입니다. 소련이 물자 봉쇄를 들고나오며 중국에 기체와 승무원들의 양도를 요구할 수도 있습니다.”
리히트호펜의 반론. 스파이 사건으로 미국 내에서 소련의 이미지가 제대로 씹창이 났지만, 현재까지도 미국은 중국에 물자를 전달하려면 소련의 도움이 필수적이라는 이유로 소련을 이용해 중국에 물자를 전달하고 있었다.
그런 소련이 물자 공급 중단을 들고나오면 중국에선 답이 없었다.
미드웨이 해전으로 일본의 승기가 한풀 꺾였다곤 하나, 여전히 전황은 일본 자체에 유리했다.
그나마 일본의 전략적 우위가 완전히 깨지게 된 때는 과달카날 전투가 끝난 1943년 2월부터고, 중국 전선에서의 우위는 1945년 초까지 이어졌다.
즉, 중국이 그때까지 살아남으려면 소련의 협조가 필수적이었다.
결국 중국을 중간 경유지로 삼아 귀환한다는 당초의 계획은 폐기되었다.
까딱 잘못해서 귀중한 기체들이 소련 손에 넘어가면 골치 아픈 일이 터질 테니.
중국을 경유할 수 없게 된 관계로 목적지는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중간 경유지 없이 바로 복귀를 전제로 가능한 도시들이 후보지에 올랐는데, 회의 결과 최종적으로 선정된 도시는 마그니토고르스크였다.
이름조차 생소한 이 도시는 도시에 매장된 대량의 철광석 덕에 1930년대부터 급격하게 발전을 거듭, 시베리아에서 손꼽히는 공업도시로 개발된 곳이다.
실제로도 나치는 마그니토고르스크의 공업단지를 폭파할 계획을 세웠지만, 거기까지 갈 수 있는 항공기가 없었기에 계획으로 그치고 말았다.
카잔, 우파, 페름, 사마라, 첼랴빈스크, 스베르들롭스크 등 마그니토고르스크보다 규모도 크고 중요도도 높은 도시들도 후보에 올랐지만, 규모가 큰 도시일수록 방공망이 탄탄하지 않겠냐는 우려 때문에 적당한 크기에 적당한 중요도, 적당히 먼 거리를 가진 마그니토고르스크가 선정되었다. 자, 모두 박수.
마그니토고르스크에 사는 주민들에게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겠지만, 어쩌겠나. 전쟁을 일으킨 스탈린을 욕해야지.
***
1942년 7월 15일
소련 스몰렌스크 소련군 총사령부
독일 기갑부대의 선두가 민스크 외곽의 방어선에 도달하기 전, 소련군 총사령부는 민스크를 떠나 스몰렌스크로 이동했다.
민스크가 함락된 지금, 이곳 스몰렌스크 또한 안전할 수 없었지만, 둘에겐 스몰렌스크까지가 한계였다.
더 뒤로 가면 모스크바인데, 여기서 뒤로 갔다간 패배주의자로 낙인이 찍힐 수 있었다.
한 번 패배주의자로 낙인찍힌 자에게 두 번의 기회는 없었다. 운이 좋아봤자 강등, 나쁘면 처형.
폭풍처럼 몰아치는 독일군의 진격을 막기 위해 티모셴코와 주코프는 식사 시간, 잠자는 시간까지 아껴가며 작전수립에 매달렸다.
서기장의 현지사수 명령은 결국 정예병력 수십만 명의 소멸이라는 대재앙을 불러왔다(알토란 같은 장비들도 같이 소멸해버린 건 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기장은 느낀 게 없는지 현지사수 명령을 철회하지 않았다.
후퇴는 없다. 싸우다 죽는 한이 있더라도 진지를 사수하라. 스탈린의 말 한마디에 얼마나 많은 병사들이 사라졌는지 모른다.
궤멸한 부대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소련 각지에서 추가로 징집한 병사들이 훈련을 마치고 열차에 태워져 전선으로 보내지고 있지만, 이들의 충원속도보다 전멸한 부대의 이름을 명단에서 지우는 속도가 더 빨랐다.
후방에서 새로 백만이 넘는 병사들을 징병해봤자, 그들을 전선으로 실어나를 기름이 부족했다.
소련 전역의 유전들과 미국으로부터 애걸복걸해서 겨우 받아낸 기름을 모두 합쳐도, 바쿠 유전에서 산출되는 기름의 반의 반도 되지 않았다.
그놈의 기름만 충분했어도 상황이 조금은 나았을 텐데…. 주코프는 남몰래 한숨을 쉬었다.
서기장이 내린 후퇴 금지령의 얼마 안 되는 장점이 바로 움직이질 못하니 연료의 소모가 덜하다는 것이었다.
얼마간의 연료를 아끼는 대가로 피 같은 병력이 포위당하는 것은 가만히 지켜볼 수밖에 없다는 사소한 단점이 있지만, 뭐 어쩔 텐가.
서기장한테 대들기라도 할 생각이 아닌 이상, 닥치고 있을 수밖에.
“독일 놈들은 틀림없이 키예프로 오겠지.”
“그렇겠지요.”
당연히 서기장은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키예프를 사수하라고 닦달할 테고.
물론 주코프도 키예프가 가지는 중요성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서기장이 목에 핏대를 세워가면서까지 키예프 사수를 외치는 것 역시 이해가 갔다.
하지만 그러면 뭐하는가. 현실적으로 지킬 도리가 없는데.
주코프는 전부터 꾸준히 키예프 방어를 위해 전방부대의 퇴각과 재편성을 스타브카에 요청했지만 번번히 기각당했다.
마지막 요청 때는 경고장까지 날아왔다.
후퇴는 곧 소비에트의 영토를 독일 파쇼들에게 가져다 바치는 셈이며, 아군이 후퇴한 만큼 적군은 전진할 것이다.
후퇴란 있을 수 없다. 오직 죽음만이 있을 뿐.
만약은 없다지만, 서기장이 후퇴를 허가해준다면 주코프는 병력을 드네프르 강 너머로 물릴 생각이었다.
지도를 보면 알겠지만 드네프르 강은 유럽의 어진간한 강보다 넓은 강폭을 가지고 있는데, 가장 넓은 곳은 22km나 된다.
독일군이 온다면 당연히 강폭이 좁은 지대로 몰릴 수밖에 없을 것이고, 해당 구역들에 제대로 된 방어선을 구축한다면 독일군에게 상당한 출혈을 감내할 수 있을 것이다.
허나 해당 계획을 실행으로 옮기려면 서기장의 허가가 필요한데, 드네프르 강 서부는 과감하게 포기하자는 주코프의 주장을 후퇴의 후 자만 들어도 입에 거품을 무는 서기장이 받아들일 리가 없었다.
무엇보다도, 어차피 전쟁을 끝내려면 독일과 한 테이블에 앉아 협상해야 할 텐데 천하의 히틀러가 어중간한 조건 따위로 만족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이탈리아가 같은 짓을 하다가 무슨 꼴을 당했는지 이미 똑똑히 보지 않았던가.
모스크바가 불바다가 되는 일을 피하려면, 못해도 발트 3국과 벨라루스, 우크라이나 정도는 떼어줘야 할 것이다.
즉, 병력을 갈아 넣어서 겨우 지켜낸다고 하더라도 결국엔 독일에 넘어갈 예정이란 말이다. 그런데도 저리 고집을 부리다니.
서기장은 아직도 우리가 전쟁에서 이길 수 있다고 믿는 걸까?
붉은 군대가, 파쇼들의 군대를 물리치고 베를린으로 진격하는 광경이 현실로 이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해서 13군과 14군은 어디에 배치하면 좋을 거 같나?”
주코프의 상념을 깬 이는 티모셴코였다. 한 달 사이에 주름이 배로 늘은 티모셴코는 충혈된 눈으로 지도를 노려보고 있었다. 서서히 동쪽으로 뻗쳐오는 검은 화살표들을.
“13군은 체르노빌에, 14군은 빌라체르크바에 배치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파쇼들은 틀림없이 북부와 남부에서 협공해올 테니까요.”
“알겠네. 그리 하지.”
***
1942년 7월 16일
소련 크라슬라바 인근
그 일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현장에 있던 모든 이들도,
심지어 당사자조차도.
붉은 군대의 이등병 세르게이 바쉬첸코는 여느 때처럼 찢어지고 더러운 군복을 입고 반쯤 졸면서 행군하고 있었다.
정원의 두 배 이상 되는 부상병들을 태운 GAZ-AA는 병사들의 걷는 속도와 크게 다르지 않은 속도로 느릿느릿 움직이고 있었다.
“씨발, 배고파 죽겠네.”
“밥은 언제 주는 거야?”
며칠째 밥은커녕 흙탕물밖에 마시지 못한 병사들은 바람만 불어도 날아갈 것처럼 비틀거렸다.
단순히 걷기만 하는데도 숨이 차고 시야가 흐려졌다. 철모, 방독면 같이 거치적거리고 무게가 나가는 것들은 죄다 버린 지 오래였다.
가진 거라곤 총과 탄창, 그리고 머리에 쓴 군모가 전부였지만 여전히 몸은 천근만근이었다.
“어엇?”
정처 없이 걷던 세르게이는 그만 돌부리에 걸려 중심을 잃고 말았다.
그의 코가 지면과 키스를 하려는 찰나, 세르게이의 옆에서 행군하던 어느 병사가 그의 목덜미를 낚아챘다.
“어이, 조심해.”
“아, 고맙습니다, 동무.”
간발의 차이로 코가 부러지는 불상사를 피한 세르게이는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병사는 세르게이와 같은 이등병이었지만, 눈가에 패인 잔주름과 얼굴 하관 전체를 뒤덮은 수염으로 볼 때 최소한 세르게이보다 배는 나이가 많아 보였다.
“어린 친구 같은데, 나이가 얼마나 되나?”
“스무 살입니다.”
“그래? 딱 내 나이의 절반이군.”
계급에 비해 나이가 많은 병사는 히죽 웃었다.
그가 웃자, 검은 수염 사이로 누런 이빨이 드러났다.
“동무는 나이도 많은데 왜 아직도 이등병입니까?”
“그야 석 달 전까지만 해도 집단농장에서 농사를 짓고 있었거든. 입대하라고 영장이 날아왔기에 잘못 온 거 아니냐고 가서 물었더니, 바로 입대 당했지.”
나이 많은 이등병은 아직도 치가 떨린다는 듯 몸을 부르르 떨었다.
“첫째와 둘째는 동무만 한 나이인데, 첫째는 하르코프에서 트럭 엔진을 수리하고 있고 둘째는 자포리자에서 용접공으로 일하고 있지. 셋째는 아직 지 엄마 뱃속에 있고.”
“그렇군요.”
“동무는? 동무는 뭘하다 왔나?”
“전 학생이었습니다. 교사가 되려고 공부하다가 입대했죠.”
“그렇군. 머리가 좀 돌아가는 편이었나 봐? 교사 그거 아무나 되는 게 아닐 텐데.”
“어이, 길에서 비켜. 아군 전차다.”
병사들처럼 누더기가 된 군복을 걸친 정치장교가 손짓했다. 대열에서 100M쯤 떨어진 후방에 T-34가 다가오고 있었다.
정치장교의 말에 병사들은 일제히 좌우로 비켜섰다.
세르게이가 길에서 비켜서는 순간,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T-34의 포구에서 하얀 섬광이 번쩍이더니, 부상병들을 태우고 가던 GAZ-AA에 명중했다.
트럭에 탄 부상병들의 토막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뭐야?!”
“이게 무-”
상상도 못 한 사태에 병사들이 당황하는 것도 잠시, T-34의 공축 기관총과 전면 기관총에서 총알이 뿜어져 나왔다.
영문도 모른 채 어안이 벙벙했던 병사들은 줄줄이 쓰러졌다. 비명과 고함이 뒤따랐다.
“저놈, 아군이 아냐! 독일 놈이야!”
바닥에 엎드린 세르게이는 뒤늦게 T-34의 차체에 그려진 철십자를 발견하고 고함을 쳤다.
난데없이 포탄을 발사하고 총알 세례를 퍼붓는 T-34의 정체는 독일군이었다.
소련군이 유기하고 간 것을 독일군이 노획해 사용하고 있는 것이었다. 피아식별을 위해 붉은 별을 지우고 하얀색 페인트로 철십자 마크를 포탑과 차체에 그려 넣었지만, 날이 어두운 탓에 제때 눈치챈 병사가 없었다.
“도망쳐!”
“아아아악!!”
심지어 놈은 혼자가 아니라 동료까지 있었다.
대열의 후미를 기습한 T-34 2대에 의해 소련군은 패닉에 빠졌다.
벌써 수십 명이 넘는 병사들이 T-34가 퍼붓는 기관총 세례에 당해 널브러졌다. 쓰러진 병사들의 몸에 난 구멍에서 쏟아진 피를 지면은 탐욕스레 빨아들였다.
“동무? 동무!”
세르게이는 쓰러질뻔한 자신을 구해준 병사에게로 다가갔다. 노병은 더러운 손으로 목을 부여잡은 채 숨을 헐떡거리고 있었다.
“내, 내…..!”
“동무, 말하면 안 돼요! 가만히 있어요!”
세르게이는 노병의 목에 난 상처를 지혈하기 위해 손을 갖다 댔다.
하지만 목에 난 상처는 너무나 컸고, 이미 많은 피가 흘러나온 뒤였다. 지금 당장 수술을 받는다고 해도 목숨을 구하기 어려워 보였다.
노병은 세르게이를 쳐다보며 뭐라고 말하려고 했지만, 그의 입에서 나온 것은 말이 아닌 핏방울이었다.
노병은 그렇게 숨을 거두었다.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만삭의 아내와 두 아들을 남겨둔 채.
세르게이는 숨이 끊어진 노병의 눈동자를 가만히 들여다보다가, 이내 고개를 들어 적을 응시했다.
독일군의 T-34는 도주하는 아군 병사들을 쫓아다니며 주포와 기관총을 쏘고 있었다.
세르게이는 쓰러진 노병의 주머니에서 나온 RPG-40 대전차수류탄 두 개를 손에 쥐었다. 그리고 그것을 든 채로 T-34를 향해 뛰어갔다.
자칫 잘못하면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위험한 행동임을 그는 모르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는 머리가 아닌 심장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수류탄 한 발에 한 놈씩. 수중의 수류탄은 2개니, 한 발에 한 놈씩 터뜨리면 된다.
두 놈은 앞의 보병들을 사냥하느라 후방경계를 게을리하고 있었다.
T-34의 엔진룸에서 30m 떨어진 지점까지 다가간 세르게이는 멈춰서 수류탄 핀을 뽑았다. 그리고 그것을 적을 향해 던졌다.
“이거나 처먹어라, 파시스트 놈아!”
그는 수류탄을 던진 뒤 땅에 얼굴을 처박고 엎드렸다. 그가 던진 수류탄은 T-34의 엔진 위, 정확히 포탑링과 엔진룸 사이에 떨어졌다.
전차포 소리의 몇 배는 됨직한 폭음이 귀청을 강타했다. 고개를 드니 화염 속에서 검은 연기를 뿜어내는 T-34가 있었다.
동료의 죽음을 눈치챈 T-34가 포탑을 돌리기 시작하자, 세르게이는 반사적으로 일어나서 두 번째 수류탄을 던졌다.
결과는 이번에도 명중. 엔진룸에서 불이 나자, 전차병들이 해치를 열고 나왔다.
하지만 그들은 얼마 못 가 사방에서 쏟아지는 총탄을 맞고 벌집이 되어 바닥을 나뒹굴었다.
“동무, 대단하구만! 전차 2대를 단신으로 격파하다니.”
자신이 격파한 T-34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를 쳐다보던 세르게이에게 어느 대위가 다가와서 말을 걸었다.
“동무는 이름이 뭔가?”
“세, 세르게이 바쉬첸코 이병입니다.”
“세르게이 바쉬첸코. 좋아, 내 기억해두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