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Hitler RAW novel - Chapter (296)
296화 종말의 끝 (9)
리벤트로프의 귀띔.
조선과 대만을 허울뿐인 독립국으로 만들면 총통도 마음이 동할 수 있다.
조선과 대만을 포기하는 것도 아니고 만주국처럼 이름뿐인 독립국으로 만드는 것일 뿐 두 곳은 계속해서 일본의 지배하에 놓일 것이다.
그런데 이조차 절대로 있어선 안 될 일이라고 반대하는 목소리들도 컸다.
“그건 안 될 일이오. 독립을 시켜준다고 해서 열등한 종자들이 황국의 은혜를 제대로 알기나 하겠소?”
“오히려 완전한 독립을 외치며 황국과 정면으로 충돌하려 들지 모를 일이오!”
“명목상의 독립이라는 말 자체가 전후 황국에서 조선과 대만, 만주를 빼앗아가려는 독일의 계획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쩌자는 것이오? 이대로 가면 황국은 국토 전역이 폐허가 될 텐데! 당장 급한 불부터 꺼야 하지 않겠소!”
“조선인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적당한 미끼 정도는 던져줄 수 있지 않소이까!”
“제발 현실을 좀 보란 말이오!”
반대파에게 질릴 대로 질린 찬성파들이 역정을 내고 여기에 반대파들이 소리 지르기를 반복.
지금 황국이 멸망할지도 모르는 데 무조건 반대를 외치다니. 저것들은 당최 생각이라는 걸 하는 건가? 찬성파는 반대파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리고 반대파 역시 찬성파를 이해할 수 없었다. 아무리 전황이 악화 일로를 걷는 중이라곤 하나 조선과 대만에 독립을 허하자니.
불령선인들이 날뛸 판을 깔아주자면 어쩌자는 것인가?
머나먼 유럽 베를린에 있는 도고의 속이 타들어 가는 것도 잊은 채 일본은 오늘도 무의미한 시간 낭비에 돌입했다.
한편으로는 공통된 의문도 들었다.
대체 총통은 왜 극동의 독립에 집요하리만큼의 관심을 보이는 것인가?
이러한 의문에 대한 답은, 독일의 극동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확보하기 위해서가 아니겠느냐는 그럴싸한 추측으로 끝맺어졌다.
실제로 히틀러가 극동에 지대한 관심이 있는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는 일본과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
예상대로라고 하면 예상대로이려나.
오키나와까지 털리고 본토 전역에 미군의 공습이 시작된 상황에서도 일본은 조선과 대만의 형식적인 독립을 두고서 고민하고 있었다.
완전한 독립도 아니고 명목상의 독립인데도 저렇게 고민하는 것 좀 봐라.
정말이지 답도 없는 녀석들 같으니라고.
재활용도 불가능하면 폐기가 마땅한 답.
미군이 B-29로 일본 전역을 노릇노릇하게 굽는 사이 국방군도 출정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롬멜 원수.”
“예, 총통 각하.”
“그대를 극동 파견군의 수장으로 임명하겠소.”
“총통 각하께 도쿄를 안겨드리겠습니다!”
극동 파견군의 수장으로는 롬멜이 선택되었다.
만슈타인도 관심을 보였지만 백내장 수술 후 요양 중이라 내가 사양했다.
구데리안은 기갑총감 업무로 바쁘니 패스하고 나머지 장군들은 의외로 관심이 별로 없었다.
유일하게 먼저 나서서 극동으로 보내달라고 요청한 이가 에르빈 롬멜.
아무래도 영국 침공전에서 부상으로 병원 신세를 진 게 어지간히도 속이 쓰렸나 보다.
이미 원수봉에 왕족 부럽지 않은 큼지막한 저택, 각종 명예까지 모든 것을 다 가졌는데도 롬멜은 성이 차지 않는 듯, 극동의 전장을 자신의 마지막 무대로 삼고 싶어 했다.
본인이 그렇게 원하는데 보내주는 게 인지상정이겠지. 굳이 다른 이를 보내는 것보다 지원자를 보내는 게 뒷말도 없고 모두가 행복해할 수 있는 결말이다.
공군이야 말할 것도 없고 육군은 4호 전차만 해도 일본군이 보유한 모든 전차를 격파할 수 있으니 걱정할 게 없었다.
오히려 일본군의 전차나 대전차포보다도 자폭을 전제로 달려드는 보병들의 육탄공격을 더 주의해야 했다.
절대 전차들이 단독으로 움직이지 말고 보병들과 함께 움직이라고 철저히 교육시켰다.
그 사이 미국은 약속대로 라이히스방크에 달러를 그득 채워 넣었다. 미국의 입금을 확인한 샤흐트의 얼굴에선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총통 각하.”
“출병 준비가 완료되었습니다.”
“즉시 출격 명령을.”
카자흐스탄에도 미리 언질을 줘서 철로를 깨끗하게 비워놓았다.
아직은 일본이 알면 안 되었기에 롬멜을 따로 전송하지는 않았다. 동시에 자유 러시아에 주둔한 극동 파견군에게도 중국으로의 이동 지시를 내렸다.
길고 길었던 전쟁에 마침표를 찍기 위해서.
***
1944년 6월 6일
독일 베를린 외무부 청사
본국이 조선과 대만의 독립을 허하냐 마느냐를 두고 다투는 동안 도고의 속은 까맣게 타들어 갔다.
“오늘도 답이 없습니까?”
“죄송합니다. 조금만 더 시간을…….”
리벤트로프는 자신이 이렇게까지 말했는데 막상 일본이 이런 식으로 나오면 자기 체면이 어떻게 되느냐고 성을 냈고 그럴 때마다 도고는 땀을 주룩주룩 흘리며 연신 고개를 숙여야 했다.
그리고 매일같이 본국에 빨리 결론을 내려달라고 애걸하다시피 전보를 보냈다.
-아직 논의가 한창이다.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라.
“인내는 무슨 인내! 이것들이 지금 말장난하는 건가!”
매번 돌아오는 인내를 요구하는 답장에 도고는 분통을 터뜨렸다.
형식상의 독립을 논하는 것조차도 이렇게 시간이 오래 걸리면 미국과의 협상은 도대체 어떻게 한단 말인가?
지금, 이 순간에도 미군의 공습은 강도를 더해갈 텐데!
이미 일본의 심장부 도쿄는 미군의 대대적인 공습을 받아 폐허가 되었다.
소이탄을 아낌없이 사용한 폭격으로 도쿄 중심부 40㎢에 달하는 지역이 불바다로 변했고 약 10만 명의 민간인이 사망했다.
도쿄에 자리 잡은 건물 대부분이 목재로 지어진 목조 건물이었던 탓에 피해는 더욱 컸다. 25만 채 이상의 가옥이 전소되었고 도쿄 시민 180만 명이 집을 잃었다.
도쿄 곳곳에 설치된 대공포와 지상의 활주로에서 긴급 이륙한 요격기들도 미군의 공습을 막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전쟁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굳건히 보였다.
식민지들 모두 포기할 수 없다는 야욕도 함께.
본국의 결단을 오매불망 기다리던 도고는 마침내 한 통의 전보를 받았다.
단계적으로 조선과 대만의 독립을 논의하겠다는 짧디짧은 말.
전보를 받아 든 도고는 현기증을 느꼈다.
결국, 당장 독립은 시켜주지 않겠다는 뜻이지 않나.
이를 그대로 전달했다간 어떤 분노를 사게 될지 몰랐기에 도고는 가까운 시일 내로, 그러니까 조선과 대만의 새로운 질서체계가 확고히 자리 잡으면 독립을 허하겠다는 말로 바꿔 독일 외무부에 전달했다.
하지만 리벤트로프로부터 어떤 답장도 받지 못했다.
자신이 무시당했다고 생각해서 분노한 것일까? 아마도 그렇겠지. 당장 독립도 아니고 생각해보겠다는 말인데.
도고는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으로 리벤트로프의 답장을 기다렸다. 하지만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리벤트로프로부터 어떤 언질도 받을 수 없었다.
그런데 오늘, 그가 도고를 불렀다.
도고가 긴장된 모습으로 리벤트로프의 집무실에 들어섰을 때, 리벤트로프는 다리를 꼬고 앉아서 시가를 피우고 있었다.
도고는 그에게 인사를 건네기 위해 모자를 벗었지만, 리벤트로프는 손을 내저어 필요 없다는 뜻을 내보였다.
“일본 정부에 대한 독일 국가 명의의 통고문을 전해주기 위해 장관을 불렀소.”
리벤트로프는 통고문 낭독에 앞서 도고에게 앉을 것을 권했다. 도고가 주저하며 의자에 앉자, 리벤트로프는 서랍장에서 문서를 꺼냈다.
“일본은 독일의 우방 중국을 침략해 온갖 잔혹행위를 저질렀소. 반인륜적인 전쟁범죄로 수백만 명의 무고한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으며-”
……이게 뭔가.
리벤트로프의 입에서 일본에 대한 비난의 말이 나오자, 도고는 몸이 뻣뻣하게 굳는 것을 느꼈다.
뭔가,
뭔가 잘못됐다.
도고가 생각한 최악의 가정은 독일이 일본의 중재 요청을 거절하는 것이었다.
그간의 유예기간을 줬음에도 일본은 어떤 정성도 보이지 않았을뿐더러 독일의 요청을 무시했다. 이에 일본 정부의 태도에 진실성이 없다고 판단되어…….
이런 말들이 나와야 할 텐데 지금 독일 외무장관의 입에선 전혀 다른 어조의 말이 나오고 있다.
이게 도대체…….
“-고로 이상과 같은 견지에서 독일 정부는 일본과 전쟁 상태에 들어감을 선언하는 바요.”
“…….”
리벤트로프의 말이 끝난 후에도 도고의 입은 떨어지지 않았다.
독일의 전쟁 선포.
선전포고 대상은 일본.
독일이 일본에 선전포고했다.
미국과 영국, 중국만으로도 벅찬 황국에.
유럽 최강국 독일이 전쟁을 선포한 것이다.
그 사실을 인지하자 이마에서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화, 황국이 독일에 그럴만한 짓을 한 적이 있습니까……?”
어렵사리 꺼낸 말은 나지막한 항의였다. 일본이 독일에 무슨 짓을 저질렀기에 전쟁까지 가느냐는 항의. 도고의 말에 리벤트로프가 대답했다.
“아까 말하지 않았소? 일본은 독일의 우방인 중국을 침략했고, 마찬가지로 독일의 우방인 프랑스를 공격했으며 독일이 이를 규탄하자 독일 대사를 추방했소.
거기다 독일을 선제공격한 폴란드 정부를 지원하기까지 했지. 이것이 독일에 대한 중대한 도발이 아니라면 무엇이란 말이오?”
리벤트로프가 한 말대로라면 독일은 3년 전에 선전포고해야 했지만, 도고는 따지지 않고 그저 가만히 있었다.
이제 와서 그가 무슨 말을 하든 간에 독일이 대일 선전포고를 무르거나 연기할 가능성은 없다.
항의는 아무 소용 없다는 것, 그리고 자신에게 남은 유일한 자산은 개인적 위엄뿐이라는 것을 인지한 도고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래도 총통 각하께옵선 대표단 전 인원의 안전을 보장하셨소. 전쟁이 끝날 때까지 그대들은 현재 머무는 곳에서 그대로 생활할 것이오.”
“……배려에 감사드리오.”
도고는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가 외무부 청사를 나와 대사관으로 돌아갔을 때, 기관단총으로 무장한 무장친위대가 일본 대사관 건물 일대를 둘러싸고 있었다.
“외무대신 각하.”
“이, 이것이…….”
“…….”
대표단 인원들도 소식을 접했는지 다들 얼굴이 하얗게 질려 어쩔 줄 몰랐다. 도고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이 전쟁은 졌네. 황국은 이제 끝장이야…….”
***
미군이 도쿄를 맹폭격하고
조선과 대만의 독립을 두고 내각과 대본영에서 개판이 벌어지고 있을 때,
롬멜의 극동 파견군은 이미 중국에 들어와 있었다.
독일의 선전포고문이 일본에 전달되기 전, 롬멜은 행동을 개시했다.
일본이 진주만을 기습한 것처럼 선전포고문이 전달된 후에 교전 상태에 들어가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이번에는 과감하게 버려도 좋다.
극동 파견군 총사령관으로 임명하면서 히틀러가 롬멜에게 했던 말이었다.
총통의 말대로 롬멜은 오늘 정오에 선전포고문이 일본에 발송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1시간 일찍 공세를 개시했다.
-아아. 사령부에서 전달한다. 전군 공격 개시.
-우리의 적들은 하찮은 잡병들이다. 독일의 아들들이여, 전진하라.
“지크 하일!”
“하일 히틀러!!”
시베리아를 폭격할 용도로 만들어진 Me264 폭격기들의 목표는 만주국의 수도 신징이었다.
일본 본토의 대도시들이 미군의 무차별 공습으로 하나둘씩 잿더미로 변해가는 와중에도 만주에는 전쟁의 불길이 닿지 않았다.
그랬기에 만주국에 거주하는 일본인들은 어려워진 전황에 한숨을 푹푹 내쉬면서도 자신들이 사는 이곳에까지 전쟁의 불길이 닿으리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 그 믿음이 깨졌다.
Me264가 신징을 폭격하는 동안 슈투카 편대는 그럭저럭 오밀조밀하게 모인 일본군의 방어선에 급강하폭격을 가했다.
국민혁명군이 몇 번인가 돌파하려고 시도했지만, 번번이 격퇴당한 방어선을 수튜카들은 폭탄을 투하해 큼직큼직한 구멍을 냈다.
슈투카를 처음 보는 일본군 병사들은 슈투카의 기괴한 굉음에 얼이 나갔다. 제리코의 나팔 소리가 끝나면, 그다음은 폭탄의 우렁찬 폭음이었다.
-콰아앙!!!
SC1000이 착탄해 일본군의 야포를 운용인원들 채로 날려버렸다.
갈가리 찢어진 사람의 팔, 다리, 내장이 사방으로 흩어지고 혼이 나가 비명을 질러대는 일본군의 머리 위로 조금 전 터진 폭탄보다 작은 SC50 4발이 투하되었다.
“쏴, 쏴라!”
-타타타! 타타타!!
대공용으로 몇 대 배치한 3년식 기관총이 불을 뿜었지만, 슈투카 조종사들은 코웃음 칠 뿐이었다.
대공포도 아니고 겨우 기관총이라니. 심지어 수량도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이보다 더 격렬한 대공포화 속에서도 적진에 폭탄을 투하해 본 적 있는 전쟁 베테랑들에게 일본군의 허접한 대공사격은 비웃음거리에 불과했다.
“저놈들이 겁도 없이 나대는군. 한 발 더 먹여주자고.”
슈투카들이 열심히 때려 부순 방어선을 육중한 중전차들이 몰려들어 광폭의 궤도와 거대한 주포로 즈려 밟았다.
폭격에도 살아남은 일본군을 돌격해오는 중전차들을 보고 얼굴에 핏기가 가셨다.
“저, 전차들이 옵니다!”
“대전차포! 대전차포 준비이!!!”
일단 전차가 나타났으니, 대전차포로 상대하는 것이 인지상정.
94식 속사포가 몰려드는 전차들을 향해 불을 뿜었지만, 장갑 표면에 미세한 흠집만 남긴 게 끝이었다. 불꽃을 튀기며 튕겨 나가는 포탄을 본 대전차포병들은 이를 악물었다.
정면이 안 된다면 측면을 노려라! 측면에 자리 잡은 대전차포들은 적 전차들이 지나갈 때를 노려 약실에 철갑탄을 넣어두고 대기하다가 전차가 앞을 지나는 순간 발포했다.
그러나 결과는 어김없이 도탄.
대전차포병들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정면도 아니고 측면을 향해 쐈는데도 포탄이 튕겨 나오다니!
“저게 어떻게 되먹은 놈이야!?”
일본군 장교의 절망 섞인 외침에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후속하는 티거 한 대가 멈춰서 우측에 자리 잡은 대전차포 진지를 조준했다.
88mm 유탄이 작렬하자 대전차포 진지는 산산이 터져 나가며 섬광 속으로 자취를 감췄다.
94식 속사포를 살짝 손본 98식 전차포를 탑재한 ‘하고’나 ‘치하’도 독일제 중전차 앞에선 무용지물이었다.
철갑탄을 장전하고 쏘면, 포탄이 전차의 장갑을 앞뒤로 관통해서 지나가는 일이 흔했다.
철갑탄 대신 유탄만 명중해도 일본군의 전차는 고철 더미가 되어 주저앉았다.
“후퇴, 후퇴하라!”
승리 아니면 죽음을 입버릇처럼 외치던 장교들조차 포탄을 마구잡이로 튕겨내며 우직하게 돌진해오는 전차들을 보고 겁에 질려 퇴각을 지시했다.
살아남은 자들은 필사적으로 도망쳤지만 등 뒤에서 날아다니는 포탄과 총알 세례에 산산이 조각나 들판에 흩뿌려지기 일쑤였다.
현명한 이들은 퇴각하라는 장교들의 지시를 무시하고 참호에 남아있다가 추격하는 적 보병들에게 항복했다.
“항복! 항복하겠소!”
“항복…… 어어? 뭐야?”
참호에 숨어있다가 항복하는 일본군들은 상대방이 같은 황인종이 아니라는 사실에 놀랐다.
국민혁명군처럼 네모나고 각진 철모를 쓰긴 했지만, 피부색이며 군복이며 사용하는 말까지 전부 달랐다.
병사들은 처음에 이들이 미군인 줄 알았다. 그런데 미군이 지나군과 같은 철모를 쓴다는 말은 못 들은 것 같은데?
“서, 설마-”
“독일군!?”
자신들을 공격한 군대가 미군이 아닌 독일군이라는 사실을 알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병사들은 어째서 유럽에 있는 독일군이 중국 한복판에 있는지, 그리고 자신들은 왜 그들에게 포로가 되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빨리빨리 움직여. 이 새끼들아.”
“손 내리지 마라. 손 내리는 놈은 총 맞을 줄 알아라.”
독일군 중대, 소대 단위로 배속되어 통역 및 안내를 맡은 국민혁명군 장교들은 난데없는 독일군의 등장에 어안이 벙벙해진 일본군을 보며 터져 나오려는 비웃음을 간신히 참았다.
지금 일본군의 후방은 대혼란이겠지. 정체를 알 수 없는 국적불명의 군대가 나타났다는 보고가 쏟아질 일본군의 사령부 모습을 상상하며 국민혁명군 장교들은 독일군에 의해 무장해제되는 적들을 구경했다.
멀게만 느껴졌던 승리가 어느새 코앞으로 부쩍 다가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