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Hitler RAW novel - Chapter (344)
344
화살보다 더 빠른 게 시간이라고 하더니 그 말은 과연 사실이었다.
전쟁이 끝난 지, 눈 깜짝할 사이에 9년이 지났다. 9년이나.
1년이나 2년은 짧은 시간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9년은 차원이 다르다.
9년이면 초등학생이 입대하거나, 혹은 제대한 복학생이 되는 시간이니.
북해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던 아이슬란드 문제는 어찌어찌 잘 해결됐다.
독일 견제를 위해 아이슬란드가 꼭 필요했던 미국은 아이슬란드인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지원을 늘리고, 통행 제한 조치를 대거 해제하고, 아이슬란드에 넘쳐나는 유럽인 난민들을 미국, 캐나다, 영프의 속령으로 이주시켰다.
해당 과정에서 여러 잡음이 나오긴 했지만, 거의 폭동에 준하는 수준까지 치달았던 상황을 생각하면 그럭저럭 잘 넘어간 케이스였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아이슬란드를 떠난 난민들은 대부분 캐나다에 정착했는데, 그중에서도 프랑스 출신들은 프랑스계가 많이 거주하는 퀘벡에 터를 잡았다.
아무래도 먼 프랑스령 기아나보다 상대적으로 가깝고 프랑스인들도 많이 사는 퀘벡이 더 낫겠지.
2차대전 독일의 승리에 큰 공헌을 세웠던 브라우히치, 라이헤나우는 이제 이 세상에 없다.
은퇴한 후 소일거리나 하면 유유자적하게 살던 라이헤나우는 자택에서 심장발작으로 사망했다. 그리고 한 달 뒤에는 브라우히치도 세상을 떠났다. 사인은 동일하게 심장발작.
제3제국의 승리에 공을 세웠던 영웅들이니만큼 두 사람의 장례식은 국장으로 성대하게 치렀다.
블롬베르크는 은퇴하여 항암치료에 전념하기로 했다.
공석이 된 자리에는 룬트슈테트를 앉힐 생각이었지만, 이 양반도 슬슬 쉬고 싶다는 의사를 피력했기에 프랑스 주둔군 총사령관직은 클루게에게 돌아갔다.
“총통 각하. 저도 이제 그만 슬슬 은퇴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아니, 원수.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할 일이 태산 같은데 은퇴라니요.”
“몸이 예전 같지 않아서 의사에게 진찰받았더니 당장 일을 그만두라고 충고하더군요. 은퇴하면, 쉬면서 아내랑 같이 여행도 다니고 늘어지게 잠도 잘 생각입니다.”
“허어…….”
독일 기갑의 아버지, 구데리안도 은퇴를 선언했다.
아직 그에게 맡길 일이 참 많지만, 몸도 안 좋으니 이제 쉬고 싶다는 양반에게 계속 일하라고 시키는 것도 뭣해서 승인해줬다.
그래도 아예 일에서 손 놓는 건 아니고 고문 형식으로 이따금 도와주기로 약속은 했다.
이외에도 여러 장군이 은퇴를 선언했다. 블라스코비츠, 클라이스트, 레프, 보크, 바익스 등등. 사유는 다 비슷비슷했다. 나이 문제, 건강 문제.
하기야 나 역시 환갑을 훌쩍 넘긴 나이가 됐으니, 나보다 나이도 많은 양반들이 은퇴하겠다고 얘기하는 게 당연한 일이었다.
심지어는 카이텔도 은퇴 의사를 내비쳤다. 자기도 할 일 다 한 거 같으니, 이제 후임들에게 자리를 넘기고 물러나야 할 때가 된 것 같다고.
“원수께서 그렇게 말씀하신다면야……. 그간 고생 많았습니다.”
은퇴한 이들의 자리를 채우기 위해 많은 이들이 진급했고, 새 감투를 머리에 썼다.
카이텔을 대신해 만슈타인이 국방장관의 자리에 앉았고, 육군총사령관에는 모델을, 육군참모총장에는 롬멜을 앉혔다.
기갑총감직에는 기갑에 이해도가 높은 만토이펠을 임명했다.
전부 다 실력 있고 건강 문제에서도 자유로운 편이니, 한동안 문제가 없겠지.
한바탕 세대교체가 이뤄진 육군과 다르게 공군, 해군과 SS에선 은퇴자가 적었다.
괴링, 힘러는 은퇴 생각이 전혀 없고, 되니츠는 해군총사령관이 된 지 4년밖에 되지 않았고 건강도 문제없으니 은퇴할 이유가 없었다.
독일판 맥도날드, 라이히스부르거(Reichsburger)는 1953년 새해의 시작과 함께 문을 열었다.
우선은 가볍게 베를린, 함부르크, 뮌헨 등 독일 12개 도시에서. 장사가 잘 되면 순차적으로 늘려나갈 생각이다.
가격도 높지 않고 양질의 음식이 이른 시간 안에 조리되어 나오는 데다 무엇보다도 내가 설립에 관여했다는 점 때문인지 오픈 첫날에만 독일 전역에서 3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매장을 방문했단다.
패스트푸드점이긴 하나 가볍다는 느낌을 주지 않으려고 일부러 인테리어랑 로고, 직원들 복장에도 제법 공을 들였는데 이것도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준 모양이다.
매장 오픈 후 첫 주 동안 음식 및 서비스에 대해 설문조사를 했는데 하나같이 평가가 괜찮다. 이 정도면 괜찮은 시작이라 할 수 있겠지.
1952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 듀이는 출마하지 않았다. 루즈벨트가 세 번째 임기 도중에 죽은 탓에 2선 이상 금지 조항도 없으니, 듀이도 나올 생각이 있다면 충분히 나올 수 있었겠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듀이는 선거에 나오지 않았다.
지금까지 유일하게 3선에 도전했던 루즈벨트가-비록 본인이 자초한 결말이라지만-끝이 좋지 않게 끝나서인지 혹은 다른 이유가 있는지 몰라도 듀이는 선거에 나오지 않았고, 공화당은 차기 대통령 후보를 물색해야 했다.
그 대상으로 점찍어진 이가 맥아더.
공화당 경선에서 거물 중의 거물 로버트 A. 태프트 상원의원을 큰 격차로 이긴 맥아더는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지명되었다.
공화당 대선 후보로 지명된 맥아더는 자신과 대선 후보 자리를 놓고 경쟁했던 태프트에게 부통령 후보를 권했다.
선거 기간 내내 두 사람은 미국 전역을 돌며 유세를 벌였고, 그들이 가는 곳마다 수십만 명에 달하는 인파가 모여들어 경찰들이 인파를 통제하느라 무척 애를 먹었다.
민주당도 어떻게든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열심히 발버둥 쳤지만, 애초에 상대가 너무 거물인지라 소용없는 짓이었다.
가뿐하게 대선에서 압승을 거둔 맥아더, 태프트 듀오는 1953년 1월 20일, 꿈에 그리던 백악관에 입성했다.
***
1953년 1월 23일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대통령 임기 첫날, 대통령 취임식 연설에서 맥아더는 자신을, 미국의 새 대통령을 보기 위해 구름 떼처럼 모여든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포부를 밝혔다.
이 순간이 오기만을 얼마나 기다렸던가. 꿈에 그리던 미합중국 대통령이 됐다는 사실에 맥아더는 심장이 터질 듯이 부풀었지만, 그는 겉으로 평정심을 유지했다.
취임 첫날부터 사람들에게 흔하디흔한, 취임 첫날의 감격에 젖어 흥분한 모습으로 기록되기 싫었다.
맥아더는 달라야 했다. 맥아더니까.
“오늘은 저에게도, 여러분께도, 미합중국에도, 전 세계에도 아주 특별한 날입니다. 이 더글라스 맥아더가 미합중국의 대통령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맥아더가 농담하는 줄 알고 웃음을 터뜨렸다. 대부분 미국인이 그랬듯이, 맥아더도 서두에 농담을 몇 마디 던지고 연설을 시작하곤 했으니.
하지만 맥아더는 진심이었다. 사람들은 몰랐지만, 그는 농담으로 한 말이 아니었다.
“오늘날 세계는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지브롤터에서 우랄산맥까지, 스발바르 제도에서 몰타에 이르기까지 유럽 전체에 거대한 철의 장막이 드리워졌습니다. 이 장막 뒤에는 유럽의 유서 깊은 나라들의 수도들이 들어가 있습니다.
바르샤바, 파리, 프라하, 런던, 브뤼셀, 암스테르담, 리스본, 로마, 아테네, 베오그라드, 키예프, 민스크, 모스크바까지, 전 유럽의 도시와 인구가 베를린의 지배를 받고 있습니다.
철의 장막은 유럽에 국한되지 않고 아시아로, 아프리카로 뻗어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보다 더 우려스러운 일은 미합중국 내부에도 자유와 정의와 질서를 어지럽히는 세력들이 활개를 치고 다닌다는 것입니다.”
맥아더는 그간 하고 싶어 입이 간질거렸지만 하지 못했던 얘기들을 작정하고 쏟아냈다.
갈수록 막장으로 치닫는 미국 정치판 문제, 남부의 인종차별주의자들, 미국이 독일을 본받아 나라 전체를 뜯어고쳐야 한다고 주장하는 히틀러주의자들.
모두 위대한 미합중국을 좀먹고 병들게 만드는 암세포들이었다.
이들을 모두 쓸어버리지 않는 한, 미국은 결코 냉전에서 승리할 수 없다.
미국의 패배는 민주주의의 패배이자 세계의 패배다.
맥아더에겐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다. 차라리 총을 맞고 콱 죽는 게 훨씬 낫지.
“미국은 위대한 나라입니다. 군주에 의한 독재가 당연시되던 시절, 국민이 나라의 주권을 가지는 유일한 나라였으며 1776년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세계에 자유와 민주주의를 전파해 이름 모를 수많은 이들을 자유와 해방의 길로 인도했습니다. 이는 인류의 역사가 계속되는 한 절대 사라지지 않은, 그리고 사라지지 않을 불멸의 업적입니다.
하지만 지금, 위대한 미국의 위대한 가치가 위협받고 있습니다. 1812년, 1861년, 1941년에 이어 미국은 가장 큰 위협에 처해 있습니다.
그 위협은 바로 우리 내부에 있는 자유의 적들입니다. 그들은 자유와 민주주의가 가져다주는 이권을 마음껏 누리면서도 정작 자신들이 누리고 있는 권리를 이용해 사회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습니다. 이는 결코 좌시해선 안 될 폭거입니다!”
맥아더가 작정하고 말을 쏟아내기 시작하자 사람들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몇몇 사람들은 당황했고, 경악했으며, 더러는 노골적으로 불편한 표정을 짓거나 자리를 슬며시 뜨기도 했다. 하지만 자리에 남은 사람들은 맥아더의 말을 경청했다.
“여러분께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이 나라는 모두의 자유와 모두의 평등과 모두의 행복을 위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자유와 평등과 정의가 존재하는 이 땅에서 나는 꿈을 꾸고 있습니다. 그 꿈은 아메리칸 드림에 깊이 뿌리 내린 꿈입니다.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언젠가 이 나라가 일어서서 “모든 인간은 평등하게 창조되었다는 것이 자명한 진리로 간주한다”는 신조의 진정한 의미를 실현해 낼 것이라는 꿈입니다.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언젠가는 조지아의 붉은 언덕 위에 옛 노예의 후손들과 옛 주인의 후손들이 인류애의 식탁에 함께 둘러앉는 날이 오리라는 꿈입니다.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언젠가는 불의의 열기에, 억압의 열기에 신음하는 유럽이 자유와 평등의 오아시스로 변할 것이라는 꿈입니다.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자유 대신 억압이 당연시되는 세상에서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민주주의의 사회 아래 평온한 일상을, 비밀경찰과 강제수용소의 공포가 존재하는 세상에서 영원히 살게 되는 날이 오리라는 꿈입니다.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파리, 런던, 바르샤바, 프라하를 넘어 베를린까지도 철의 장막이 사라지고 장막이 존재하던 그 자리에 민주주의가 꽃피운 싱그러운 정원이 펼쳐지는 꿈입니다.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자유와 평등과 정의를 짓이기고자 하는 악의 무리가 사라지고 세계가, 인류가 위대한 성조기 아래서 하나로 뭉쳐 지상에 낙원을 창조하는 꿈입니다.
미국이 위대한 국가가 되기 위해서, 이것은 반드시 실현되어야 합니다.
자유가 뉴햄프셔의 거대한 언덕에서 울려 퍼지게 합시다.
자유가 콜로라도의 눈 덮인 로키산맥에서 자유가 울려 퍼지게 합시다.
자유가 런던의 거리에서 울려 퍼지게 합시다.
자유가 파리의 바스티유 광장에서 울려 퍼지게 합시다.
자유가 베를린의 브란덴부르크 문에서도 울려 퍼지게 합시다
자유가 전 세계에 울려 퍼지도록 합시다.
그것이 바로 위대한 미합중국 시민들에게 부여된 사명이자 자유를 갈망하는 모든 이들의 의지이자 숙원이기 때문입니다! 세계의 모든 인류가 자랑스러운 성조기를 보며 미소짓고 민주주의 가치 아래 뛰노는 세상을 만들도록 합시다!”
연설이 끝나자, 열화와 같은 함성과 박수가 쏟아졌다.
임기 첫날부터 국민에게 강력한 인상을 심어주는 데 성공한 맥아더는 본격적인 ‘개혁’을 위한 준비작업에 들어갔다.
“그러니 당신이 힘을 좀 써주셔야 할 것 같소.”
“물론입니다, 대통령 각하.”
FBI 국장 후버는 백악관의 새 주인의 말에 미소를 지었다.
그로서는 드물게도, 가식이 아닌 진심에서 우러나온 미소였다.
후버가 맥아더를 잘 알듯이, 맥아더도 후버에 대해 잘 알았다. 그를 어떻게 이용하면 되는지에 대해서도.
“미국을 위대하게 만들기 위해선, 유능한 인재들이 필요하오. 아주 많이. 듣기로는 당신도 그들 중 한 명이라 들었소.”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길게 말하진 않겠소.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으니. FBI는 당신에게 맡기겠소. 그러니 당신도 나를 도와주시오.”
“여부가 있겠습니까. 저도 미합중국의 시민인데 당연히 도와드려야지요.”
사냥에 나서기 전에는 잘 훈련된 사냥개가 필요한 법.
맥아더는 후버를 종신 FBI 국장으로 임명했다.
***
맥아더가 대통령이 된 직후, 총통관저에선 긴장감이 돌기 시작했다.
전쟁을 갓 시작했을 때만큼은 아니지만, 확실히 듀이 시절보다는 여러모로 분위기가 아주 달랐다.
이유는 간단하다. 맥아더가 임기 첫날부터 한 대국민연설 때문이지.
정치나 국제정세를 하나도 모르는 사람이 들어도, 맥아더의 연설이 누구를 적으로 지목하고 있는지 바로 유추할 수 있다. 이것도 모르면 숨 쉬는 거 멈춰야지.
“이거이거, 앞으로 피곤해질 날이 많겠습니다.”
맥아더의 연설문을 독일어로 번역한 것을 쭉 읽어본 만슈타인의 발언. 그 말에 회의실을 모두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물론 우리에겐 수소폭탄이 있으니 여차하면 그걸 가지고 협박하면 되겠지만…….”
만슈타인이 말을 하다가 말고 내 눈치를 살폈다. 그래, 본인도 아는구나.
“부디 그 상황이 오질 않길 바라야지. 애초에 맥아더도 머저리가 아닌 이상 현실적으로 유럽을 탈환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쯤은 알고 있을 거요. 누구나 꿈은 크게 가지는 법 아니겠소? 특히 국민들 앞에서 대통령으로서 처음으로 연설하는 자리인데 한 번 질러본 거겠지.”
“역시 그렇겠지요?”
그건 그렇고 맥아더의 연설문을 듣고 내가 더 놀랐다. 마틴 루터 킹 그 양반이 해야 할 연설이 전혀 생각도 못 한 사람 입에서 나오다니. 이것도 역사의 개변인가?
아무튼, 맥아더가 대놓고 친독파를 때려잡겠다고 선언한 이상, 미국과 충돌할 일이 늘어나는 것은 피할 수 없게 되었다.
3차대전으로까지 이어지는 일은 없겠지만(아마도), 앞으로 많이 피곤한 일이 자주 생길 것 같은 예감이 강력하게 든다.
이래서야 원, 불안해서 은퇴할 수가 없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