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ark Knight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115)
보물고
* * *
“위에 바위다!”
천장이 좌우로 열리더니, 그 안에서 둥그런 바위가 굴러 떨어졌다.
데일이 땅을 힘껏 박차, 위로 뛰어올랐고. 주먹을 들어 그대로 바위를 타격했다.
꽈릉!
그대로 산산이 조각난 바위 파편이 사방으로 떨어졌다.
에스델이 다급히 장벽을 펼쳤다.
은은한 빛을 뿜어내는 장벽에 큼지막한 바위 부스러기가 투두둑 떨어졌다.
하켄이 이마에 맺힌 식은땀을 닦아내며 말했다.
“후우. 이번에도 거뜬했네요. 그쵸?”
“하켄이 한 건 아무것도 없지만요.”
일행은 벌써 다섯 번째 방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지금껏 지나온 방에는 끓는 기름이 분사되거나, 바닥이 갑자기 무너지며 뾰족한 가시가 드러나거나 하는 따위의 함정이 준비되어 있었다.
상당히 위협적인 함정이었다.
하지만 일행을 위기에 빠트릴 정도는 아니었다.
그렇게 네 개의 방을 통과했으니, 이제 남은 건 마지막 방.
목적지가 바로 눈앞에 보였기에, 일행은 마지막으로 휴식을 취했다.
에스델이 조금 지친 기색으로 말했다.
“후우. 가혹한 함정이네요. 설령 침입자가 있었다 해도, 살아남기 힘들었을 거예요.”
“그건 맞지. 우리한테는 사제양반이랑, 말도 안 되는 괴물이 있었으니까 말이야.”
“괴물이 나 말하는 건가?”
“흠. 흠흠. 그만큼 뛰어난 활약이었다는 거죠.”
실제로 보물고의 함정을 무사히 지나칠 수 있었던 건, 반은 데일의 덕이고 반은 에스델의 덕이었다.
데일의 순발력과 괴력이 아니었으면 대부분의 상황에 대비하지 못했을 것이고, 에스델의 기적이 아니었다면 많은 이들이 죽거나 다쳤을 거다.
마법사들은 그런 둘의 모습에 감탄하는 한편, 조금 의기소침해지기도 했다.
“지금까지 함정들을 보면 딱히 마법사가 없어도 되는 거 아니에요?”
“그러게나 말이다. 나는 마법사가 필요하다 해서 수수께끼를 풀거나 마법적 지식을 사용해야 할 줄 알았는데…… 웬만한 마법사는 방 하나 지나지도 못하고 무력하게 뒤졌을 거다.”
그런 둘을 프라우가 위로했다.
“너무 상심하지 말게. 대부분의 상황에서 주문쟁이들이 도움이 안 된다는 건,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니까.”
마법사들은 얼굴을 구기며 프라우를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험악해지는 분위기 속에서 엘레나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아직 방이 하나 남았잖아요. 어쩌면 이 앞의 방에서 저희들이 필요한 걸 수도 있는 거죠.”
왕가의 핏줄이 카드라스에 오르면 길이 보이리라.
다섯 걸음에서 멈춰라.
마법사 셋이 함께하면 문이 열리리라.
파수꾼을 피해 수호자를 만나면 원하는 것을 거머쥐리라.
엘레나가 말한 순서에 따르면, 다섯 번째 방에서 마법사들이 활약해야 할 가능성이 높았다.
안드레이와 한스도 이내 의욕을 보였다.
“이번에 꼭 밥값 하겠어요! 보물고에서 물건 하나 챙겨도 눈치 안 보이게!”
“음! 나도 마스터 자리를 도박으로 따낸 게 아닌 걸 증명하겠다.”
“아무래도 다들 힘이 넘치는 것 같으니, 그만 쉬고 일어나겠소.”
데일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반대편으로 열린 석문을 통해 다음 방으로 향하려 했다.
그러다 데일은 자리에서 멈췄다.
“왜 그러냐 하티.”
어째선지 하티가 일행이 지나온 방향의 석문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뭔가 있나?”
데일이 묻자, 하티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자기도 확신이 서지 않는 눈치였다.
데일도 입구 쪽을 집중해 쳐다보았지만, 역시나 느껴지는 건 없었다.
“그만 가자. 어차피 뭔가 있다 해도 방을 지나치면 문이 닫혀버리니까.”
말을 알아들었는지, 하티도 크릉 울고는 고개를 돌렸다.
데일을 선두로 일행은 하나둘 석문을 지나쳤다.
그리고 다섯 번째 방에 모두가 발을 디디자. 뒤쪽의 문이 저절로 닫혔다.
다든 미약한 긴장감으로 주위를 살폈다.
“화살, 기름, 가시, 바위. 이번엔 뭐가 나올까요.”
“글쎄. 어쩌면 그 파수꾼인지 뭔지가 나타날 수도 있지.”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무언가 일어날 낌새는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문이 열리지도 않았다.
잠시 가만히 있던 일행은 이내 어리둥절해 하며 주위를 살폈다.
누구는 문을 똑똑 두드려보았고, 또 누구는 혹시 숨겨져 있을 수수께끼를 찾아 벽면을 자세히 살폈다.
하지만 해답을 찾아낸 사람은 없었다.
“뭐지? 우리 그냥 갇힌 건가?”
“마법사 셋으로 뭘 하라는 거죠?”
“음.”
다들 갈피를 못 잡고 있던 그때.
이변을 가장 먼저 알아차린 건 하켄이었다.
혹시 뭐 돈 될 거 없나 바닥을 살피던 하켄의 눈에 들어온 건, 모서리에 살짝 고여 있는 물이었다.
“오. 물이네? 어디에 구멍이 뚫려서 지하수라도 들어오는 건가? 마법 왕국이라고 떵떵거리더니, 생각보다 부실하게 지어졌나 보네.”
처음에는 태평했다.
무슨 상황이 오든 데일과 에스델이 있으면 어찌어찌 해결되겠거니, 하는 안일한 마음가짐 때문이었다.
하지만 하켄은 이내 인상을 찌푸렸다.
‘음. 왜인지 물이 불어나는 것 같은…… 어?’
졸졸 흘러들어오던 물이 빠르게 웅덩이를 이루기 시작했다.
놀란 하켄이 소리치려 했다. 하지만 다음 순간. 천장에서도 물이 폭포수처럼 쏟아져내리기 시작했다.
“어어…….”
“무슨!”
“이게 대체…… 어푸! 어푸!”
당황한 일행이 의견을 교환하려 했지만, 물이 거세게 쏟아져 내려 말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다.
밀폐된 방 안에 물이 빠르게 고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발목까지 오던 게 무릎으로. 무릎까지 오던 수위가 허리까지.
특히 키가 작은 엘레나와 안드레이는 빠르게 물에 잠겼다.
다급한 와중에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움직이기 마련이다.
프라우가 주군인 엘레나를 황급히 들쳐업었고, 안드레이는 한스의 몸을 발발 타고 올라가 어깨 위에 앉았다.
하지만 상황이 해결된 건 없다.
이대로 가다가는 물이 방 안을 가득 채우고 말 것이다.
아무리 강력한 초인이라도 숨을 쉬지 않으면 죽는다.
반 언데드인 데일만은 예외였지만…… 어쨌거나 큰 위기였다.
“어푸! 어떡해! 어푸!”
“말을 못 하겠…….”
설상가상.
쏟아지는 물줄기에 서로 간에 의사소통이 불가능하다.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생각해내지 못하는 것이다.
‘뜨거운 불로 전부 증발시킬까? 아니. 그랬다가는 전부 삶은 고기가 될 거야.’
‘전격은…… 안 되겠는데.’
‘분명 무언가 해답이 있을 거야. 문을 열 해답이…….’
마법사들은 각자 정답을 찾아내기 위해 필사적이었다.
이번 위기를 헤쳐나가는 게 그들의 사명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마땅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물이 머리까지 차올랐다.
일행이 꼬르륵 가라앉았다.
앞으로 남은 시간은 불과 몇 분 남짓. 그렇지 않으면 모두 익사할 판이었다.
안드레이는 더욱 필사적이 되었다. 마탑의 마스터씩이나 되어서, 인생을 이런 곳에서 허무하게 끝내는 건 절대로 싫었다.
그렇게 안드레이가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로 해답을 찾아내던 그때.
그는 발견했다.
남들 다 당황할 때, 홀로 여유롭게 서 있는 데일을.
“…….”
꼬르륵.
너무 어이가 없어 입 안에 머금었던 공기가 빠져나왔다.
안드레이는 데일을 툭툭 건드린 뒤, 양손을 붕붕 흔들어 분노를 표현했다.
‘대체 뭐하는 거야!’
데일도 고개를 돌렸다. 그는 석문을 향해 손가락으로 가리킨 뒤, 주먹을 쥐는 시늉을 했다.
‘뭐? 해답을 찾은 거냐?’
안드레이의 의사가 전달된 건지 데일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에스델의 어깨를 툭툭 두드려 손가락으로 원을 그렸다.
‘아! 보호벽!’
에스델은 속으로 기도문을 읊어 기적을 부렸다.
환한 빛과 함께 방어벽이 물을 밀어냈다.
하지만 그 크기는 이전보다 훨씬 작았다.
사방에서 짓눌러져 오는 물의 압력 때문에 크게 전개할 수가 없었다.
“콜록. 콜록! 데일 경! 오래 못 버텨요! 기껏해야 20초밖에 유지 못 해요.”
“그 정도면 충분하다.”
“뭐, 뭔가 해법을 찾은 건가?”
데일이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해보니 이것도 결국 석재로 만든 시설 아니오.”
“그, 그렇지?”
“아무리 마법적인 처리가 되어 있다 해도 바위로 만들어졌다면…… 그건 부술 수도 있다는 뜻 아니겠소?”
“?”
다들 순간 이해하지 못해 대답하지 못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데일은 굳게 닫힌 석문을 향해 다가가 주먹을 뒤로 힘껏 뻗었다.
그리고 허리힘을 향해 온 힘을 다해 내질렀다.
꽈릉!
요란한 소리가 울렸다.
기분 탓일까? 데일의 주먹이 석문에 부딪히자, 왜인지 벽이 흔들리는 듯한 느낌이 났다.
“무슨. 터무니없는.”
안드레이가 데일을 말리려 했지만, 데일은 계속해서 주먹을 연속해서 휘둘렀다.
꽈릉! 꽈릉!
이미 데일의 괴력은 그 적수를 찾기 어려울 정도다. 데일의 주먹질은 대포의 포탄에도 밀리지 않았다.
하지만 단단한 석문은 데일의 주먹질에도 굳건하게 버텨냈다.
데일은 왼주먹도 함께 뻗으며, 번갈아 가며 두드리기 시작했다.
얼핏 보면 마구잡이로 휘두르는 난타.
모두가 멍하니 쳐다볼 때, 프라우만이 데일의 주먹질에 지닌 기술을 간파해냈다.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완벽하게 힘을 집중한다. 그리고 수십 번의 주먹질 동안 타격하는 위치는…….’
정확히 같다!
“데일 경! 더 못 버텨요!”
에스델이 다급히 외쳤다.
방어벽이 산산이 깨지며, 밀려나 있던 물이 다시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데일은 신경 쓰지 않았다.
마치 눈앞의 석문이 철천지원수라도 되는 듯.
무서울 정도의 집중력을 발휘해 힘껏 타격했다.
그러다 일순.
파각.
“!”
결코 깨지지 않을 것 같은 석문의 표면에 실금이 생겼다.
데일이 속도를 높였다.
팔과 주먹이 흐릿하게 보일 정도로 빠른 속도로 문을 난타질했다.
실금이 점점 커지며 균열이 되었다. 균열이 거미줄처럼 석문 전체에 퍼져나갔다.
그리고 석문이 이제 한계에 다다랐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데일은 발을 들어 그대로 문을 걷어찼다.
꽈르릉!
석문이 무너지며 방 안에 고여 있던 물이 빠르게 빠져나갔다.
홀딱 젖은 일행은 말을 잃었다.
“말도 안되는…….”
“원래 이런 식으로 통과하는 건 아니었겠지?”
“……설마 바이만이 그렇게 무식하게 만들었을 것 같지는 않은데.”
경악하는 일행에게 데일이 말했다.
“뭐로 가든, 목적지에만 도착하면 되는 법이다.”
아무리 마법으로 수작을 부려놔봤자, 압도적인 힘 앞에서는 장난질에 불과하다는 걸 데일이 증명해버렸다.
한스와 안드레이는 동시에 생각했다.
‘우리. 처음부터 필요 없었던 거 아닌가.’
하지만 그걸 인정하면 너무 비참해졌기에, 둘은 그 생각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어쨌거나 위기는 넘겼다.
데일이 말했다.
“나가자. 이 앞이 보물고겠지.”
“오오!”
그제야 일행은 다시 기운을 되찾았다.
드디어 보물고에 다다른 것이다.
조금 진부한 상상이지만, 금은보화가 가득 쌓여 있을까?
아니면 온갖 마도구들이 선반에 정렬되어 있을까?
각각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석문 밖으로 걸음을 옮긴 일행이 본 건…….
넓은 공동이었다. 원형으로 넓게 패인 공동의 벽에는 수십 개의 석문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예상치 못한 광경에 일행은 호기심을 가지고 발을 들여놓았다.
그러자 공간 한가운데가 일렁이더니, 이내 푸른 피부를 한 유령 같은 존재가 나타났다.
“아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환영합니다!”
유령 같은 여인이 예를 갖추며 말했다.
“저는 수호자. 이 보물고를 관리하고 침입자를 격퇴하는 임무를 부여받은 자입니다. 이곳까지 다다랐다는 건, 지혜와 재치. 순발력으로 모든 시련을 통과했다는 말이겠죠. 역시 바이만의 왕족다운…… 왕족다운…….”
뒷말을 흐린 수호자의 한쪽 눈썹이 위로 치솟았다.
“어라? 문이 왜 부서져 있지? 이게 부서지라고 만든 물건이 아닌데…….”
일행은 모두 입을 다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