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ark Knight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165)
공략
* * *
데일은 래파킨의 도적들과 황혼의 추종자들이 노예를 거래할 당시, 이미 리자드맨 하나를 놈들의 뒤에 붙여놓았다.
추종자들이 어느 경로로 이동해 어떻게 도시로 들어가는지 미리 파악해둔 것이다.
그 경로를 그대로 밟아 빠르게 목적지에 다다른 데일과 군단은 도시를 살폈다.
“과연 삼엄하군요. 게다가 잘 방비 되어 있어요.”
“알브헤임 남작령이라고 했던가?”
“이제는 뒤에 남작령이라는 단어는 떼야하지만 말이죠.”
이들이 공략하려는 알브헤임의 성벽은 높고 단단했다.
황혼의 추종자로 보이는 병사들이 쇠뇌를 들고 삼엄하게 경계를 섰고, 간혹 마법사나 기사도 보였다.
‘이렇게 보니 확실히 아득하긴 하군.’
지금껏 성벽을 수비하는 입장이었지, 공격하는 입장은 아니었다.
막상 이렇게 적으로서 마주하니 저 성벽이라는 게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었다.
수십 년간 최전선을 뚫어내지 못한 악마들의 마음이 이해되었다.
무르하탈은 도시를 살피며 주요 사항을 읖었다.
“성벽 높이는 못해도 10미터는 되겠군요. 건축 양식을 보면 드워프 제 성벽이 확실하니, 여간한 공성 병기로는 두들겨봤자 흠집도 안 날 겁니다.”
“그래 보이는군.”
“성벽 주위에 파인 해자 또한 깊고 넓습니다. 도시 동쪽은 호수가 가로막고 있고, 서쪽은 제법 높은 경사가 져 있어, 공략을 한다면 북쪽과 남쪽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놈들도 그걸 알고 있고 말이지?”
무르하탈은 침중한 어조로 수긍했다.
“그렇습니다. 북쪽과 남쪽에는 이미 과할 정도의 대비가 되어 있겠죠.”
옆에서 같이 듣던 소마도 말을 얹었다.
“경. 지금이라도 다시 생각하면 어떨까요? 도적들이 합류했다 해도 1000명도 안 되는 병력으로 저길 치는 건 너무 무모해요. 저긴 호들갑 조금 보태면 요새나 다름 없다고요.”
이번만큼은 무르하탈도 소마의 말에 동의하는지,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하지만 데일은 뜻을 굽힐 생각이 없었다.
“오히려 방비가 삼엄한 만큼, 안쪽에서 공격당 했을 때의 혼란도 클 거다. 그 점을 노리면 돼. 그리고 몇 번이나 얘기했지만, 난 저 도시를 공략할 생각이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생각해두신 계획이라도 있습니까?”
“3가지 작전이 있다. 그 3가지를 전부 사용할 생각이다.”
데일은 혹시나 있을 불상사를 대비해, 소마와 무르하탈. 그리고 카리악에게만 계획을 전달했다.
긴 시간을 들여 데일의 계획을 곱씹은 소마가 중얼거렸다.
“만약 제대로 일이 흘러간다면. 정말로 성공할 수도 있겠는데요.”
“……여전히 어렵지만. 그래도 승산이 없지는 않군요.”
“카룸.”
그들은 여전히 이 성을 공략하는 게 어렵다고 느꼈지만, 지금은 해볼 만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소마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성공할 수 있을지 말지는 여전히 잘 모르겠지만. 만약 성공만 한다면…….”
그의 눈이 열망으로 반짝거렸다.
“경은 단 500의 군사로 성을 무너트린 기사로 역사에 남을 거예요.”
* * *
계획의 첫 단계는 래파킨을 이용해 도시로 잠입하는 것이었다.
무르하탈은 심장이 뻥 뚫려버린 래파킨의 상처를 처리하고, 그에게 새 옷을 입혀놓았다.
죽어서 얼마 안 된 신선한(?) 언데드라 그런지, 겉보기에는 사람과 다를 게 없었다.
“래파킨. 계획을 이해하고 있나?”
“무, 물론입니다.”
“그러면 알브헤임의 성주에 대해서 설명해봐라.”
래파킨은 고개를 조아린 뒤, 지극히 공손하게 설명했다.
“파브리스 남작은 대대로 이 도시를 다스려오던 가문의 사람입니다. 포악하고 잔인한 성정 탓에 귀족 사회에서는 소외 받던 인물이지요. 그는 황혼이 이레네를 무너트리자마자 즉시 자신의 신앙과 남작위를 버리고, 황혼에게 충성을 맹세했습니다.”
“기회주의자다 이거군?”
“예. 하지만 뛰어난 기사이기도 한 데다가, 황혼께 큰 힘을 받아 이 근방에서는 적수가 없을 정도의 강자입니다.”
황혼의 기사라.
데일이 생각하는 황혼이 신들이나 악마와 비슷한 방식으로 추종자를 거느린다면, 상당히 골치 아픈 적일 것이다.
‘성기사 같은 개념으로 봐야겠지만, 나는 황혼에 대한 정보가 없어. 놈들은 게임에서도 나타나지 않았으니까.’
정보가 없는 적과의 싸움.
하지만 바라던 바다.
최근 너무 싱거운 적들만 상대하던 터라, 내면의 언데드가 굶주리고 있었다.
데일은 강한 적과 싸워 더 큰 성장을 이루길 원했다.
“그자는 원래도 백성들을 가혹하게 다루는 걸로 유명했습니다. 덕분에 힘든 생활에 도망친 백성들이 도적이 된 경우도 많았고요. 제가 이 근방에 터를 잡았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입니다.”
“그렇군.”
“다만. 다른 악덕 영주와 달리, 여자들을 건드리지는 않았습니다.”
그건 꽤 의외였다.
으레 악덕 영주란 것들은 하나같이 여자를 밝히는데…….
“그래도 일말의 기사도가 있나 보군.”
“아닙니다. 그는 남색가입니다.”
“…….”
어쨌든 계획의 첫 단계는 도시로 잠입해 그 파브리스를 암살하는 것이다.
당연하지만 가장 위험하고 어려운 목표이기도 했다.
중간에 들어가다 들키기라도 하면, 데일은 사방에서 몰려오는 적들을 상대로 혼자 뚫고 살아 돌아와야 한다.
“중요한 건 들키지 않고 잠입하는 것인데. 솔직히 걱정이 되는군요. 파브리스가 이 얼간이를 직접 만나주겠습니까?”
무르하탈은 래파킨의 머리를 툭툭 두드렸다.
모욕적인 행동이었지만 래파킨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언데드는 위계질서가 강한 법이니.
래파킨은 그저 공손히 말했다.
“제가 그간 노예를 공급해, 간부 진급이 머지않은 상태였습니다. 중요한 일이라고 독대를 청하면, 파브리스도 내치지 않을 겁니다.”
“그렇단 말이지?”
“사실 그보다 더 큰 문제가 있어요.”
그렇게 말한 건 소마였다.
“그. 잠입하는 건 좋아요. 좋은데…… 이 모습으로 잠입이 가능할까요?”
소마는 데일을 가리켰다.
“아.”
모두 무심코 수긍하고 말았다.
흉험한 외양과 싸늘한 기세만으로도 데일은 평범한 인간과 멀리 떨어져 있었다.
분명 십중팔구 눈에 띄고 말 터.
“일단 갑옷을 벗어야 하지 않을까요?”
“갑옷은 내가 벗고 싶다고 벗을 수 있는 게 아닌데.”
“그러면 하다못해 투구만이라도 벗죠. 예?”
데일은 마지못해 투구를 벗었다.
잿빛 머리카락이 어깨로 흘러내렸다. 그 얼굴을 본 소마와 리마가 동시에 눈을 휘둥그레 떴다.
“어어.”
“…….”
“왜 그러지?”
“그냥 앞으로 투구 벗고 다니면 안 돼요? 그편이 그림이 더 사는데.”
“안 쓰면 오히려 불편하다.”
데일은 투구를 바닥에 내려놓고, 마검과 유물 망토도 풀어서 옆으로 치웠다.
이 특별한 무구들은 과하게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 대신 무르하탈은 평범한 검 하나와 허름하고 조잡한 망토를 주었다.
망토로 갑옷을 가리자, 꽤나 그럴듯해 보였다.
체격 좋고, 잘생긴 젊은 기사처럼 보인다 해야 할까?
“경한테서 뿜어지는 싸늘한 기세나 넘실거리는 그림자는 어떻게 안 되나요?”
“최대한 자제해보겠다.”
“아예 망토뿐만 아니라 로브나 후드도 겹겹이 입죠.”
그렇게 옷을 여러 벌 껴입으니 그럭저럭 태가 살았다.
여전히 수상쩍은 부분이 있었지만, 아슬아슬하게 합격점이라 해야 할까.
“자. 그럼 어서 가시죠!”
씩씩하게 말하는 소마를 향해 데일이 물었다.
“정말 너도 같이 갈 거냐? 위험할 텐데.”
“이런 역사적인 순간을 직접 보지 못하느니, 그냥 죽는 게 나아요.”
“으음. 그렇다면야.”
데일과 언데드 래파킨. 그리고 소마는 숲을 나서 성벽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무르하탈과 나머지 인원들이 고개를 조아렸다.
“부디 무사하시길.”
데일은 지시를 내렸다.
“신호할 테니, 제시간에 계획이 실행되도록 준비하고 있어라. 미리 횃불을 준비해놓고.”
“횃불. 알겠습니다.”
“일이 잘못되면 곧바로 도망쳐라. 믿고 있겠다. 무르하탈.”
“맡겨 주십시오.”
셋은 성벽을 향해 천천히 걸었다.
적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일부러 여유를 가장했다.
데일은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늦여름, 한낮의 따가운 태양.
‘가장 환한 시간. 그리고, 역설적이지만 사람들이 가장 나른해지는 시간.’
지역 문화에 따라 다르지만, 이 정도 더위라면 지금쯤 사람들은 낮잠을 자거나 그늘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을 거다.
마음이 풀리고, 만사가 다 귀찮은 시간대라는 뜻이다.
래파킨이 성벽을 향해 다가가자 지키고 선 병사가 인상을 찌푸렸다.
귀찮아 죽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요즘 같은 시대에 평범한 여행자는 없다. 귀찮다고 대충 검사했다가는 경을 치는 법.
병사는 이쪽의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창을 부여잡고 다가왔다.
“어이. 멈춰. 신원을 밝혀라.”
데일은 래파킨의 등을 쿡 찔렀다.
래파킨이 입을 열었다.
“나는 래파킨이다. 당연히 알고 있겠지?”
“래파킨? 음…… 아! 정말 래파킨 님이십니까?”
“정말 병신 같은 질문이군. 그럼 내가 래파킨이지 뭐야.”
도적답게 사나운 말투에 병사는 바짝 얼어붙었다.
그는 래파킨의 얼굴을 슬쩍 살피고는 고개를 숙였다.
그의 기억 속 래파킨과 맞았다.
“죄, 죄송합니다. 그런데 갑자기 이곳에는 무슨 일로? 그것도 아무런 연락도 없이, 부하를 보내는 것도 아니고 직접…….”
타당한 의견에 래파킨은 미리 준비해놓은 답변을 내뱉었다. 아니, 내뱉도록 명령받았다.
“일이 생겼다. 당장 파브리스 님에게 직접 전해야 하는 시급한 사안이다.”
“시급한 사안이라니. 대체 무슨 일인지…….”
병사는 섣불리 보내줄 기미가 아니었다.
이대로 억지를 부려봤자 의심만 살 뿐.
여기서는 적절한 거짓말이 필요하다.
“떡갈나무숲 남쪽에 있는 마을을 알고 있나? 우리 동지들이 관리하는 곳인데. 최근 그곳에서 연락이 끊겼지.”
“아. 저도 들었습니다. 안 그래도 조사대를 보낸 참이었는데…… 설마?”
데일은 래파킨의 영혼을 조종해, 더 입을 열지 않고 머리만 끄덕이게 했다.
병사는 침묵을 제멋대로 해석하고, 급히 파브리스를 만나야 할 이유를 알아서 상상해낼 것이다.
“그런 일이라면 확실히…….”
“서둘러야 한다. 생각보다 급한 사안이다. 만약 조금이라도 늦어서 문제가 생긴다면, 네 놈도 책임을 져야 할 거다.”
병사의 얼굴이 하얘졌다.
“아, 알겠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공무를 수행하는 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게 바로 책임지는 것이다.
병사는 서둘러 래파킨을 도시로 안내했다.
뒤에 따라오는 데일과 소마에게는 신경도 안 썼다.
그저 래파킨의 부하겠거니, 하는 마음으로 무시해버렸다.
병사는 셋을 이끌고 도시 한가운데에 난 대로를 쭉 가로질렀다.
도시는 래파킨의 도적단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삼엄한 경계를 자랑했는데, 대로에는 10분 간격으로 순찰조가 지나다녔고, 파브리스가 사는 영주관으로 가기 위해서는 몇 번이나 관문을 거쳐야 했다.
‘주민이나 노예는 보이지 않는군. 다른 구역에서 일하고 있는 건가.’
어쩌면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 구역을 나눠 놨을지도.
곳곳에 황혼의 석상이 서 있어, 마치 주위를 감시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 또한 도시의 꺼림칙한 분위기를 배가시켰다.
어쨌든. 데일은 도시의 구조를 머릿속에 담으며 조용히 걸음을 옮겼다.
되도록 시선은 위로 들지 않으려 했다.
확률은 낮지만 데일을 아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고, 그게 아니라도 다른 사람과 눈이 마주쳐봤자 좋을 게 없었다.
그렇게 일행은 두어 개의 관문을 넘었다.
각 관문에 도달할 때마다 관문의 책임자는 앞선 병사와 비슷한 반응을 보였고, 직접 다음 관문으로 안내해주었다.
‘더럽게 삼엄하군. 파브리스라는 놈. 어지간히도 신중하고 겁이 많은 놈이야.’
아마 귀족 시절부터 생긴 버릇이었을 것이다.
인망도 없고. 귀족 사회에서 따돌림을 당하던 그는 암살이나 배신 같은 문제에 언제나 시달려왔을 테니.
하지만 그런 삼엄한 경계도 래파킨과 함께라면 별문제 없었다.
데일은 새삼 래파킨이 황혼의 추종자들에게 제법 신뢰를 사고 있다는 점에 놀랐다.
그저 도적 나부랭이라고 생각했는데 말이다.
‘간부 자리가 예정되어 있다는 건, 허풍이 아니었나.’
그렇게 모든 관문을 지나고.
도시 중심에 자리한 영주관 앞까지 다다랐다.
거의 작은 성이나 다름없는 영주관의 입구를 지키는 기사가 마지막으로 셋을 막아섰다.
“오랜만이다. 래파킨.”
“오랜만입니다.”
“성주님을 찾는다고 들었는데. 무슨 일이지?”
래파킨은 지금껏 써먹은 핑계를 다시 한번 설명했다.
그 사이. 데일은 힐끔 기사를 살폈다.
‘예사롭지 않은 놈인데.’
황혼을 섬기는 기사일까?
풍기는 기세가 예사롭지 않다.
단정할 수 없지만, 황실 기사단원 정도의 실력을 가졌다.
‘저런 게 한두 명이 아니라면, 꽤 위험하긴 하겠군. 장소도 나쁘고.’
데일은 주위를 슬쩍 살폈다.
이곳, 영주관은 위기 시에 농성할 수 있도록, 쇠뇌나 발리스타 따위의 방어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었다.
마법사와 병사들 또한 눈을 형형히 빛내며 주위를 경계했다.
만약 여기서 싸우게 된다면 저 기사뿐만 아니라 영주관에서의 집중 공격도 감내해야 한다.
데일이 싸우기에는 최악의 전장인 셈이다.
‘일단 어떻게든 영주관 안으로 들어가야 해.’
데일이 생각을 정리하는 그사이.
래파킨의 설명을 모두 들은 기사는 멋들어지게 기른 수염을 잡아당기며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쪽에 문제가 생기긴 했지. 그 원흉을 자네가 안다는 건가?”
“그렇습니다. 성주님께 곧바로 말해드려야 하는 문제라, 들여보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게 누군지 나한테 말 못 할 정도인가?”
“그게. 예. 괜히 정보가 새나가면 혼란이 일 수도 있어…….”
“흐음.”
기사는 알 수 없는 눈빛으로 래파킨을 쳐다보았다. 먹이를 살피는 뱀의 눈.
기사가 대뜸 물었다.
“래파킨. 자네. 요즘 건강이 안 좋나?”
“무슨 말씀이신지.”
“전에는 내가 이렇게 쳐다보면 심장이 벌컥벌컥 뛰었지 않나. 겁을 집어먹어서 말이야. 그 사이 건강이 좀 안 좋아져 심장이 약해진 건가, 아니면 자네가 용감해진 건가?”
그야 심장이 꿰뚫렸으니, 박동이 안 들릴 수밖에.
돌발 상황에 일행 모두 굳어버렸다.
언데드 래파킨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라 눈만 또르르 굴렸다.
“…….”
“…….”
잠깐의 침묵 속에서 기사의 눈동자에 의아한 빛이 더욱 진해졌다.
이상한 낌새를 알아챈 다른 병사들도 이쪽을 향해 천천히 다가왔다.
‘틀린 건가?’
데일은 검을 향해 슬쩍 손을 가져갔다.
예상했던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려 했다.
파브리스를 암살하는 건커녕, 여기서 살아 돌아가는 것부터 걱정해야 한다.
데일은 기사와의 거리를 재며 언제라도 검을 뽑을 준비를 했다.
검을 뽑는 순간부터는 멈출 수 없다. 그렇기에 더욱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데일은 기사를 보며 검을 뽑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수십 번을 갈등하고, 타이밍을 가늠했다.
일촉즉발의 상황.
“…….”
한참을 쳐다보던 기사는 돌연,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하하. 그래. 이제 간부가 될 텐데, 매번 겁을 집어먹는 것도 이상한 일이지. 황혼을 섬기는 같은 동지끼리 말이야.”
“……그렇습니다.”
“들어가게. 성주께는 집사가 안내해줄 거야.”
“감사합니다.”
소마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데일은 검에서 손을 뗐다.
다행히 우려했던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그렇게 생각했다.
“잠깐.”
기사가 앞서가던 래파킨을 잡아세웠다. 그리고 데일과 소마를 가리키며 말했다.
“성주님과 만나는 건 어디까지나 래파킨 자네 혼자다. 나머지는 여기 두고 가.”
일행은 제자리에 멈춰 설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