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ark Knight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204)
결전
* * *
데일이 파고든 곳은 누구의 것인지 모를 괴물들이 모여있는 곳이었다.
괴물들은 잠시 데일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순간적인 상황에 제대로 반응하지 못했다.
데일은 자신이 먼저 가기로 했다.
마검을 들고. 그대로 바닥을 향해 힘껏 내리쳤다.
써억!
날카로운 검날이 그대로 괴물을 세로로 토막 냈다.
그제야 괴물들이 일제히 달려들기 시작했다.
“캬아아!”
“케엑!”
다리가 여덟 개인 늑대.
촉수가 온몸에 돋아난 거미.
하늘을 나는 맹독 해파리.
악몽 속에 튀어나온 듯한 괴물들은 두려움 없이 돌진했다.
하지만 데일은 차분하다.
그저 가볍게 손짓했다.
사아아!
어둠이 흩뿌려진다.
새벽 안개.
시커먼 안개가 주위를 넓게 뒤덮었다.
대기하고 있던 마법사들이 안개를 향해 마법을 쏘아냈다.
안개는 허무할 정도로 쉽게 흩어졌다.
하지만 안개가 걷힌 자리에 남은 건, 눈알을 까뒤집고 굳어버린 시체들.
데일은 시체를 향해 손을 뻗었다.
마력의 파동이 한차례 흩뿌려졌다.
“싸워라.”
그러자 쓰러진 시체가 비척비척 일어섰다.
되살아난 시체는 데일의 명에 따라 주위 괴물을 물어뜯기 시작했다.
괴물들은 갑작스러운 동료의 배신에 크게 당황했다.
순식간에 적 진영에 혼란이 펼쳐졌다.
“흑기사다! 흑기사가 저곳에 있다!”
“마법을 쏟아부어!”
데일의 위치는 즉시 상대에게 전해졌다.
황혼의 세력에게 가장 두려운 적은 데일이었으니.
마법사들이 일제히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냥 지켜볼 데일이 아니다.
데일은 홀스터에서 도끼를 꺼내, 그대로 힘껏 집어 던졌다.
후웅! 퍽!
빠르게 회전하며 날아간 도끼가 그대로 마법사 둘의 머리를 날려버렸다.
나름 수준 높은 마법사의 너무나 허무한 최후였다.
그사이.
다른 마법사들이 마법을 완성했다.
“죽어라!”
하늘로 향해 수십 개의 불꽃이 솟구쳐올랐다.
불꽃은 순차적으로 데일을 향해 낙하했다.
콰앙! 쾅!
지상에 부딪힌 불꽃이 성대한 폭발을 만들어냈다.
뜨거운 열기에 황혼의 추종자들과 괴물들, 악마의 하수인들이 비명을 내질렀다.
하지만 상관없다.
데일만 죽일 수 있다면 수천 명이 죽더라도 충분히 남는 장사다.
그렇게 생각한 마법사들은 화염이 걷히고 난 뒤의 풍경에 경악했다.
“머, 멀쩡하다고?”
시체를 방패 삼아 웅크리고 있던 데일이 땅을 박찼다.
솟구치는 화염의 궤적을 통해 마법사들이 어디 있는지는 전부 파악했다.
이제는 찾아가서 제거하는 일뿐.
마법사들도 그 사실을 깨닫고 도망치려 했다.
“비, 비켜! 놈이 온다고!”
“막아라! 내가 도망칠 때까지 막으라고!”
마법사들은 필사적으로 거리를 벌리려 했다.
몇몇은 비행 마법으로 두둥실 떠오르기까지 했다.
황혼의 병사들도 마법사를 지키기 위해 몸을 던졌다.
하지만 그 모든 노력에도 데일로부터 도망칠 수는 없었다.
데일은 그저 달렸다.
병사들이 검을 휘두르든 망치를 휘두르든 그냥 맞아주며, 적진의 한가운데를 달렸다.
달리는 쇳덩어리에 부딪힌 병사들이 이리저리 튕겨나갔다.
마침내 목표를 따라잡은 데일은 마법사의 머리를 쥐었다.
“사, 살려.”
뿌득.
더 들을 필요도 없다.
그대로 마법사의 목을 비틀어벌인 데일은 다음 마법사를 향해 달렸다.
마법사는 전장의 꽃이다.
강력한 마법사 한 명은 병사 천명의 값어치도 거뜬하게 해내는 법.
그런 사실을 잘 아는 데일은 마법사만을 집요하게 노렸다.
그러자 마법사들이 소극적으로 굴기 시작했다.
열심히 마법을 사용하면 반드시 위치가 들켜 제거당하니, 눈치만 보게 된 것이다.
이성이 있는 존재라면 대의보다는 자기 목숨이 중요한 법.
혼자서 전장을 뒤엎어버리는 데일의 모습에 황실 기사들은 감탄했다.
“과연 대단하군…….”
“이런 모습을 보면, 같은 인간이라고 생각하기 힘들다.”
“지지 말고 우리도 짐이 되지 않게 열심히 싸워라!”
데일의 분전에 고무된 기사들이 더욱 사납게 날뛰었다.
이미 첫 돌격과 이후의 난투로 황실 기사단의 숫자는 절반으로 떨어졌다.
그 용맹한 기사들 역시 살아남기 어려웠던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목표는 달성되었다.
단단히 대열을 서서 기다리던 적 진영에 혼란을 가져다주는 것.
이제 아군이 움직일 시간이다.
“우와아아아아!”
“멈추지 마라! 기사단을 도와라!”
귀족이나 용병 출신의 기사들이 말을 몰아 달려들었다.
이들은 황실 기사단만큼의 실력은 없지만 그 숫자가 많다.
1천에 달하는 기사의 돌진은 보는 이로 하여금 모골이 송연하게 만들었다.
기사들의 돌진 뒤에는 병사들이 뒤따랐다.
데일과 황실 기사단의 분전의 그들에게 용기를 심어주었다.
아군 마법사들 역시 폭격을 날려대기 시작했다.
본격적인 전투의 시작.
그리고 상대도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번쩍!
거대한 탑이 한번 빛을 내뿜자, 광선이 아군을 휩쓸었다.
광선이 지나간 자리에는 재조차 남지 않았다.
그저 대지에 거대한 상처가 생길 뿐.
아군의 가장 큰 골칫거리가 연달아 광선을 쏘아 보냈다.
신의 권능에 비견될 정도로 강력한 일격에 병사들이 당황할 때쯤.
데일은 목에 걸린 펜던트를 꺼냈다.
달빛으로 은은하게 빛나는 펜던트.
밤의 성물.
데일이 조용히 정신을 집중하자, 하늘에 어둠이 깔리기 시작했다.
한 병사가 갑자기 얼굴에 지는 그림자에 하늘을 보고 놀라 외쳤다.
“밤이다! 밤이 돌아왔다!”
황혼의 힘이 온 하늘을 덮은 뒤. 대체 얼마 만에 찾아오는 밤일까.
하늘의 주황빛과 어둠은 서로가 서로를 밀어내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했다.
마치 초저녁 해가 질 때와 같은 어슴푸레한 분위기가 펼쳐졌다.
그 모습에 황혼의 세력은 당황했으며, 아군은 사기가 올랐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신호에 불과했다.
데일이 내리는 신호.
‘움직일 시간이다.’
아군 병사들 위로 긴 그림자가 지나갔다.
지금껏 잠자코 있던 이레네가 빠르게 가속을 시작한 것이다.
“와! 이레네다! 이레네가 함께한다!”
“저놈들한테 시원하게 공격해라!”
하지만 이레네에서는 어떤 공격도 퍼부어지지 않았다.
그저 빠르게 앞으로. 또 앞으로 나아갔다.
그 방향에 있는 건 거대한 탑.
전장에 있는 모두가 이 공중도시가 무엇을 하려는지 깨달았다.
‘탑이랑 부딪히려 한다!’
저 무거운 도시가 탑에 부딪히면 어떻게 될까.
모르긴 몰라도, 결코 무사하지는 못할 것이다.
즉각 저항이 들어왔다.
지상의 마법사들이 허겁지겁 마법을 쏘고, 투석기가 돌을 날려댔지만 역부족이다.
난공불락의 방어력을 자랑하는 이레네에 그런 공격 따위는 상처조차 내지 못한다.
결국. 탑이 환하게 빛나며 이레네를 향해 광선을 쏘아보내기 시작했다.
쾅!
광선이 직격되자 이레네의 일부분의 부서져 나갔다.
하지만 이레네에 지어진 튼튼한 건물들은 그 자체로 방벽이나 다름없다.
이레네는 전진을 멈추지 않았다.
그쯤 되자 적들도 다급해지는 게 느껴졌다.
이들의 임무는 황혼이 의식을 완성할 때까지 시간을 버는 것.
하지만 탑이 무너지면 전부 끝이다.
탑이 한차례 번뜩이더니, 다시 한번 광선을 쏘아 보냈다.
하지만 앞선 광선처럼 단발로 쏘는 게 아닌, 끊이지 않는 빛을 퍼부어댔다.
콰과과과!
강렬한 빛에 이레네가 갈라지고, 부서지고, 붕괴되었다.
그럼에도 이레네는 결코 멈추지 않았다.
마치 죽음을 각오한 용장처럼 전진만을 계속했다.
하지만 아무리 방어력이 강한 이레네라도 한계는 있다.
이레네가 탑에 닿기 전에 붕괴되어버릴 거라는 건 모두가 알 수 있었다.
병사들은 싸우던 것도 모두 멈추고 하늘을 보았다.
제국의 심장이 무너지는 최후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 * *
“이미 한계에 다다랐습니다. 더는 버티지 못합니다. 이레네는 머지않아 무너질 것입니다.”
“흐음. 탑을 무너트렸으면 좋았겠지만, 아쉽군요.”
“그래도 탑에서 쏘아지던 광선이 많이 약해졌습니다. 놈들도 힘이 바닥난 것이겠죠.”
이레네에 남은 마탑의 마법사들이 대화를 나누었다.
이들의 임무는 마지막 힘을 쥐어짜 이레네를 탑에 들이박는 것.
그리고 이레네가 무너지기 전에 탈출하는 것.
마법사들은 의견의 일치를 보였다.
“관성은 충분합니다. 이제 탈출해보도록 하죠.”
“바로 갑시다. 아. 그러고 보니, 황제는 어찌할까요?”
“홀로 알현실에 있던데…… 한스. 가서 탈출하라고 말을 해보십시오.”
“엑. 제가요?”
“당신은 친위대의 일원 아닙니까? 친위대가 황제의 안위를 신경 쓰는 게 당연하지요.”
“그, 그래도.”
“말만 전하면 됩니다. 본인이 싫다면 그걸로 됐습니다.”
그제야 한스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이렇게 실랑이할 동안 탈출할 시간만 늦어진다는 걸 알았다.
“하여튼 노인네들. 만만한 게 나지?”
한스는 툴툴거리며 황제의 알현실로 향했다.
한때 제국의 상징이었던 웅장한 황궁은 지금은 아무도 남지 않아 을씨년스럽기만 했다.
한스는 혹시 뭐라도 튀어나올까, 괜스레 겁을 먹으며 종종걸음으로 복도를 지나쳤다.
그렇게 도착한 알현실.
한스는 조심히 머리를 밀어 넣었다.
“저. 폐하.”
“누구냐! 미하일! 미하일인가? 마침내 돌아와주었는가!”
“아, 아닙니다. 저는 그. 친위대의 한스라고 합니다.”
“아.”
벌떡 일어났던 황제가 다시 옥좌에 몸을 묻었다.
한스가 눈치를 살피다 물었다.
“저. 폐하. 이제 곧 이레네가 무너질 겁니다. 피하셔야 합니다.”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황제가 손을 저었다.
“……썩 꺼져라.”
“아. 예. 그럼 좋은 하루 되십시오.”
한스는 두 번 묻지 않고 그대로 도망쳐버렸다.
그도 그럴 게.
이미 이레네가 미친 듯이 흔들리고 있었다.
곧 이 공중 도시가 무너질 거라는 게 너무나 자명했다.
그런 한스의 뒷모습을 멍하니 쳐다보던 황제가 중얼거렸다.
“대체. 대체 어떻게 이리 되었단 말인가.”
삶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가장 강렬하게 떠오르는 기억은 악마들에게 제도가 함락당했을 때다.
그때 황제는 피눈물을 흘리며 맹세했다.
다시는 이런 수모를 겪지 않겠다고.
반드시. 반드시 이 위대한 제국의 명맥이 끊기지 않게 하겠다고.
제도는 곧 제국의 상징이다.
제도가 무너진다는 건 곧 제국이 무너진다는 것과 같다.
한번 잃은 제도를 두 번이나 잃을 수는 없다.
그렇기에 황제는 이레네를 포기할 수 없었다.
모든 신민을 희생해서라도 도시는 지켜내야만 한다. 그게 옳은 일이었다.
황제는 그리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런데 왜 아무도 이해해주지 않는단 말이냐. 설마…… 내가 잘못된 것인가?”
거기에 생각이 미치자, 손이 파르르 떨려왔다.
그것만큼은 인정할 수 없었다.
자신의 선택은 옳았다.
옳아야만 했다!
만약 옳지 않았다면…… 지금껏 자신이 해왔던 일들은 모두 허튼짓이 되어버리지 않나.
그때.
황궁이 미친 듯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콰드드드득.
돌이 부서지는 듯한 둔탁한 소리.
황궁 벽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지붕이 내려앉고, 돌덩이가 내려앉았다.
죄악에 대한 대가를 치를 때가 온 것이다.
“……!”
황제는 자리에서 일어나 무언가를 소리치려 했다.
하지만 그때. 내려앉은 지붕이 그대로 옥좌에 떨어졌다.
그걸 시작으로 황궁은 완전히 붕괴해 버렸다.
황궁만이 아니다.
콰앙!
하늘을 부유하던 이레네는 그대로 수십 갈래로 무너져 지상을 향해 떨어져 내렸다.
지상의 병사들은 모두 말없이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긴 시간 동안 찬란하게 번성하던 위대한 제국의 최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