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God of Magic RAW novel - Chapter 138
138
론다 공작이 외쳤다.
그는 이제 영 사람이 달라 보였다. 지금까지의 능글맞고 태연하던 모습은 어디 가고, 붉으락푸르락한 얼굴로 침까지 튀기며 고래고래 소리치고 있었다. 눈알이 희번득거리다 못해 뒤집힐 판이었다.
“연로하신 국왕 폐하를 홀리는 사기꾼이다! 끌어내라!”
“네 감히!”
레오파라가 쏜살같이 그에게 달려가 두 팔을 꺾고 바닥에 내리눌러 제압했을 때였다.
“론다! 네 감히 내 형님을 모독했느냐! 쳐 죽일 놈아!”
내 품 안에서 눈물을 주룩주룩 흘리며 울던 동생이, 갑자기 고개를 번쩍 들더니 눈을 부릅떴다.
“내가 형님도 못 알아보는 반푼이로 보이느냐? 미친 건 네놈이로구나! 신성 모독에 왕실 모독까지 범하다니. 내, 네놈을 가만두지 않으리라! 여봐라, 저 역적을 당장 감옥에 가둬라!”
진짜, 이렇게 고함지를 때는 옛날 활기차던 그 모습 그대로였다…….
주변에서 숨 들이켜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말리려던 왕비도 아무 소리 못 했다. 신성 모독에 왕실 모독이라면, 엮이는 건 자살 행위다.
마리우스 왕자의 기사들이 다른 기사들을 밀치다시피 하며 헐레벌떡 달려왔다. 레오파라가 그대로 론다를 일으켜 세워 발로 등을 차서 그들에게 보냈다.
왕자의 기사들은 환희에 넘친 나머지 레오파라가 그들에게 던져 준 론다를 두 팔 벌려 끌어안다시피 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그들이 론다를 너무 사랑하는 듯.
그러나 론다는 이제 그야말로 미쳐 버린 듯했다.
“안 돼, 이럴 순 없어! 여기서 다 무너질 순 없어! 절대로 포기 못 해! 절대로!”
그러더니, 이 분위기에서 그들끼리만 싱글벙글 웃는 기사들에게 끌려가는 와중에도 거품 물고 발버둥 쳤다.
“왕이 미친 거다! 왕이 노망들었어! 광기에 차서 헛것을 보고… 미쳤으니 왕위를 빨리 이양해야─”
다음 순간, 나는 로브를 벗어 던지고, 스태프를 꺼내 그놈에게 겨누었다.
헉! 헉! 사방에서 사람들이 숨 들이켜는 소리가 천둥처럼 울렸다. 두 무릎을 꿇는 사람들도 있었다. 대신관이며 마리우스 왕자도 그 자리에 얼어붙은 채, 나만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네 감히, 이 나라의 국왕인 내 동생을 능멸하느냐! 테오파노 신이 역적을 벌하겠노라!”
내 앞에서 동생 욕을 하다니!
나는 스태프로 놈에게 부양 마법을 걸었다. 사람들에게 붙들렸던 놈을 위로 들어 올리자, 공중에서 얼어붙은 그대로, 더는 찍소리도 못했다. 속이 다 후련하고, 보기 좋은 광경이었다. 이 방에 들어왔을 때 처음 본 그림보다 훨씬 명작.
놈이 오줌을 지릴 때까지는.
-렉스, 부탁한다.
-응, 걱정 마, 테오파노 신.
렉스가 친절하게 놈에게 물벼락을 끼얹어 놈과 바닥의 오줌을 씻어 주었다.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비켜섰다. 유일한 물의 정령왕이 뿌리는 물이 얼마나 깨끗한데, 피하긴.
이 더러운 오줌싸개를 몸이 아픈 동생 곁에 둘 순 없었다. 또 오줌 싸기 전에, 나는 빨래처럼 푹 젖은 놈을 그대로 창밖으로 내던져 버렸다.
“크아앙!”
“히이잉!”
이미 양쪽으로 활짝 열려서, 드라콘과 펜나가 고개를 들이밀고 있던 창문이었다. 론다가 날아가자, 민첩하게 비켜섰던 드라콘과 펜나가 파닥거리며 론다를 쫓아갔다. 좀 많이 큰 강아지들에게 나뭇가지라도 던진 기분이 들었다.
“라비크, 널 괴롭히는 놈은 이 형이 치워 버렸으니, 걱정 마라.”
드디어 형이랍시고 동생에게 해 준 게 하나 생겼다.
동생을 돌아보며 환히 웃으니, 멍하니 나를 바라보던 동생도 드디어 웃었다.
“우리 형님!”
“내 동생!”
우리는 다시 끌어안았다.
* * *
신이 나타난 일은 국왕의 병환으로 암울하던 발라흐의 분위기를 일거에 쇄신했다.
왕이 죽는다고? 괴물들을 쫓아 떠난 왕자가 아직 돌아오지도 않았는데? 신이 나타났다고? 그것도 요새 그 소문이 자자한 테오파노 신이? 신이 직접 론다 공작을 벌줬다고? 우리 국왕 폐하께서 진짜로 반신이었던 거야? 테오파노 신의 동생? 헬라네스 신의 아들? 우와아아아! 그동안 신생국이라고 무시하던 것들 다 나오라 그래!
대략 이런 분위기라고 새 신도들이 전했다.
“테오파노 님이 얼마나 경이로운 분이신지, 소문이 자자합니다.”
“테오파노 님이 손가락으로 론다 놈을 튕겨 올리고, 바다에 빠뜨렸다가, 산에 처박으신 후, 보이지 않는 채찍을 휘두르셨다는 기적을 모두 입에 침이 마르도록 말하고 있습니다!”
손가락 아니고 스태프고, 바다 아니고 물벼락이고, 산 아니고 궁정 정원이고, 채찍 아니고 펜나의 도토리 같은 발굽과 드라콘의 앙증맞은 발바닥이다. 그런 헛소문을 누가 퍼뜨렸나 했더니, 요놈들이었구나.
“레오파라 사도님도 정말 멋있었지요. 론다 놈을 산 채로 저희에게 고이 던져 주시고, 참으로 너그러우시고 통이 크신 분이십니다. 저 같았으면 그놈을 절대로 양보 못 했습니다.”
“정말 그렇습니다. 늘 패 죽이고 싶던 놈을 이 근질거리던 손으로 직접 만져 보니, 진짜 끝내주더군요!”
…이놈들의 수사법은, 학문의 신이 와도 고칠 수 없을 터였다…….
론다는 역적으로 처형되었다. 사람들이 발라흐에 나타난 신에게 무엄한 짓을 하다니 나라 망신이라고 손가락질하는 가운데.
왕비와 막내 왕자는 처벌을 모면했다. 내 정체가 밝혀지기 전 나를 모욕한 사람들을 전부 처벌하려면 마리우스도 위험하니까.
무엇보다 아직 어린 막내아들과 첫 결혼이 실패한 후 맞이했던 젊은 아내를 벌주기란 라비크로선 힘든 일이었다. 내 동생의 치세, 그 마지막 나날이 직계 왕족의 피로 물든다면, 나 또한 슬플 터였다.
나는 후계자인 마리우스 왕자에게 복종하겠다는 맹세를 받고, 두 사람을 용서해 주었다. 둘이 신에게 한 맹세를 끝내 어긴들, 그들을 따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터였다.
왕비는 안도한 기색이 역력했고, 어린 막내 왕자는 오히려 기쁜 얼굴이었다. 외척에 휘둘렸던 듯한 두 모자는 잠시 별궁으로 휴양을 가기로 했다.
그리고 내 동생은 나를 위해 큰 잔치를 열었다. 그는 나의 거지들과 몸이 불편한 이들은 물론, 가난한 이들에게 빵을 나눠 주었고, 날 위한 축제를 공표했다.
“짐의 자비로우신 형님께서 나를 만나시러 이렇게 발라흐에 몸소 와 주셔서 역적도 벌하셨으니, 그 일을 기념하는 축제를 매년 열겠노라.”
“우와아아아!”
“와아아아!”
잔치를 즐기던 사람들이 환호했다.
신의 축제는 라스카라사 누나의 축제처럼 보통 성지에서 열렸다. 대체로 신전 자체가 주관하는 행사였지, 한 국가가 주관하지는 않았다. 특히 국교도 아니라면.
국교와 무관하게 국가가 주관하는 신의 축제는 주신과 모신이 나란히 받는 연말과 새해의 행사, 하지제나 수확제 같은 사계의 신들이 받는 절기의 축제만 있었다. 숲이나 바다가 가까운 곳에서는 자연의 축제도 있긴 했지만, 항상 그렇진 않았다.
-테오파노 님의 축제! 이번 한 번이 아닌 매년! 매년!
렉스 아니고 레오파라의 환희에 찬 부르짖음이 소통 전체에 울려 퍼졌다. 다른 사도들도 마찬가지였다.
-생각해 봐! 그때 태어나는 아이들은 상당수가 테오파노 님의 이름을 받게 될 거야! 태어난 날을 대표하는 신의 이름을 따서 아이 이름을 짓는 풍습이 있으니까!
-그렇네! 테오파나, 테오파라, 테오파니, 테오판, 그렇게 불리는 사람들이 많아질 거야. 테오파노 님이 오시기 전까지 나처럼 모르는 놈들도 있었는데, 이제 그분의 이름을 따서 지은 이름들이 널리 퍼질 거라고!
-사람들은 정말 멋진 풍습을 갖고 있네? 정령들도 테오파노 신의 축제를 열어야겠어. 나도 왕이니까, 아하하하!
물론 나도 사도들처럼 좋아 죽었지만, 조금 미안하기도 했다.
“하하, 우리 동생이 형을 사랑하는 마음이 지극하구나. 정말 고맙다.”
고맙다고 했다. 축제 안 열어도 된다는 사양의 뜻 아니다.
“하지만 난 형으로서 해 준 것도 별로 없는데. 따지고 보면 악당이야 맨날 처치하는 게 네 형의 일이니까, 하하하!”
그러자 라비크는 나를 한참 보더니 빙그레 웃었다.
“형님은 늘 그렇게 말씀하셨죠. 조금도 변하지 않으셨네요.”
“내가?”
“우리가 처음 만났던 때처럼요.”
-그러고 보니, 테오파노 님은 이번에 지상에 처음 내려오셨는데, 라비크 왕은 그전에 어떻게 만나셨습니까?
그때, 아타울프가 소통으로 물었다. 다른 사도들도 궁금해하는 얼굴이었고.
사람은 천상에서 살 수 없고, 반신도 그렇다. 여러모로 사람보다 뛰어난 존재여도.
그래서 신이 반신의 자식을 인정할 때는 지상에서 행한다. 그러나 아버지 헬라네스 주신은 그만의 특별한 방법이 있었다.
아버지의 사생아들은 아버지의 자식을 증명하려면 아버지에게 가야 했다.
아버지의 신전 중에서도, 양극의 신전으로.
아버지는 사계 중 겨울의 신이라, 세상의 양극단은 극한의 겨울이었다. 겨울의 겨울이라고, 부르는 이들도 있다.
사람은 천상에 살지 못하듯 거기서도 살지 못한다. 사실상 그곳은 천상과 지상의 중간 지대로, 천상이라고도 지상이라고도 할 수 없기에.
그래서 반신이 아니면 아버지에게 올 수 없다. 다른 곳의 아버지 신전을 찾아가 봐야 소용없고.
라비크는 그곳, 천상도 지상도 아닌, 아버지의 신전에서 만났던 마지막 반신 동생이었다. 그는 다 죽어 가는 상태로 간신히 도착했고, 아버지의 권능으로 겨우 살아났었다. 철없던 나는 내게도 동생이 있다는 사실에 마냥 흥분했었다. 그전에도 반신들이 왔다지만, 나는 그때는 더 어렸었으니까.
이 사실을 사도들에게 소통으로 설명해 주는데, 그동안 잠시 추억에 잠겨 있는 듯했던 동생이 입을 열었다.
“죽기 살기로 목숨 걸고 그 험한 길을 가서 아버지를 만났지만… 아버지 같지 않았고, 다른 신들은… 더 혈육 같지 않았었지요… 유일하게 형님만 저를 동생으로 대해 주셨습니다.”
“너도 날 형으로 대했지. 내가 주는 과자도 잘 먹고, 나와 놀자고 하면 놀고, 정말 착한 동생이었다.”
“네, 바로 그겁니다. 형님은 정말 저를 동생으로 대하셨지요. 그러니 제가 고마워할 이유도 없고, 모든 게 당연하다는 듯이.”
…사람이 죽을 때가 되면 감상적이 될 수밖에 없다. 나는 라비크의 손을 잡아 주었다. 라비크가 미소 지었다.
“그때 제가 목마 태워 드렸던 거 기억하십니까?”
아니, 이놈이? 내가 다른 신들보다 성장이 좀 늦었던 것뿐인데.
“형님은 제 어깨 위에서 참 의젓하게 앉아 계셨지요.”
“크흠, 흠, 흠. 그야 네가 날 목마 태우겠다고 고집부리지 않았더냐!”
“하하, 그야 형님이 아장아장 걸으셨으니까요, 지금은 제가 그렇게 걷지만, 하하하!”
…사람은 나이가 들면 온갖 게 다 웃기나 보네. 저 혼자만 재미있는 줄도 모르고. 동생이라 참는다.
“하하하, 우리 테오파노 님이 정말 그러셨단 말입니까?”
-아하하, 귀엽다!
…내 사도들은 얼마나 예의 바른지. 국왕의 농담마다 웃어야 하는 이 나라 사람들도 아닌데.
“하하하, 더 듣고 싶습니다.”
특히 레오파라, 내 노래도 듣기 싫어하던 놈이, 마음에도 없는 소리 하지 마라.
“형님은 어릴 때 춤과 노래를 매우 좋아하셨죠. 저와 함께 노래하고 춤추셨잖아요.”
“지금도 좋아한다. 솔직히 말하면 너는 잘 안 하고, 옆에서 보기만 했었지.”
“저야 싸움만 하며 살아온지라, 춤이고 노래고 잘 못하니까요. 일단 형님의 시범을 보아야 했죠.”
“그래서 내가 그렇게나 많이 보여 줬었지. 하지만 아무리 보여 줘도 넌 정말 못했어. 영 재능이 없었으니까. 네가 가수가 아니라 국왕이 되어 다행이다.”
“그러게 말입니다, 하하하!”
“하하하하!”
사람들도 또 다 같이 웃으면서 흥겹게 잔치를 즐겼다.
그러나 동생과 나는 조용한 방에서 둘만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더 즐겼다.
“형님께서는 축제만으로도 기뻐하셨지만, 국교를 바꾸는 건 힘들 것 같습니다.”
잘 마시던 차를 뿜을 뻔했다.
내 동생이 다 늙어서, 무슨 엉뚱한 소리를 하는 건지. 기억이 오락가락하나, 발라흐의 국교는 헬라네스 교다!
그냥 성지가 아니라, 한 나라라고!
절대로, 아버지 대신 한 나라의 수호신이 되고 싶진 않다. 다른 신이라면 몰라도, 아버지는 진짜 아니다. 언젠가 레오파라가 나라를 세운다면 그때 수호신이 되어도 늦지 않으니까.
“아시다시피, 제가 세운 국교니 저는 불가능하지만, 다 방법이 있죠.”
“…내 동생, 형이 오랜만에 자장가 불러 줄까?”
자라. 잘 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