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God of Magic RAW novel - Chapter 141
141
내게 다시 돌아온 렉스가 우리를 이끌었다.
마리우스 왕자와 그의 기사들은 오크들에게 포위당해 있었다.
나는 도착 전부터 바로 파이어볼을 던지려고 했다. 하지만 매가 내 쪽으로 먼저 그 금안을 돌리더니, 이어서 마리우스 왕자가 나를 봤다. 왕자는 고개를 저었다.
무슨 꿍꿍이인지 별로 알고 싶지 않았다. 나도 고개를 저으려 했지만, 그럴 새가 없었다. 바로 마리우스 왕자가 승마술의 묘기를 선보였으니까.
왕자는 말 등 위에서 허리만 좀 트는가 했더니, 그대로 뒤에서 포위하고 있던 오크들을 위에서 내리찍었다. 제대로 보지도 않고 오크들의 갑옷 틈새에 창을 푹푹 찔러 넣더니, 쓰러지는 오크들을 말 궁둥이로 밀어냈다.
어찌나 수월하게 포위망을 뚫는지, 여태껏 안 하고 참은 게 용할 지경이었다.
그러나 왕자가 이쪽을 보면서 하고 완전히 몸을 돌리지 않은 채라서, 포위망이 뚫린 걸 저편의 오크들은 몰랐다. 왕자가 가장 큰 종마를 탄 자신의 몸으로 가리다시피 하고, 무엇보다 놈들을 하도 순식간에 죽여서.
그렇게 뚫린 사이로, 이런 건 맨날 보고 살았다는 듯, 놀라지도 않고 마찬가지로 무표정한 기사들이 한 명씩 빠져나갔다. 마리우스 왕자의 엄호를 받으면서.
-이런 건 처음 봅니다. 적을 안 죽이고 살려 두다니.
아타울프가 탄복했다.
-엄청난 힘의 조절이 필요한 일입니다. 제가 테오파노 님의 사도가 되어 무력이 왕자보다 강해졌긴 하지만, 저만한 무예는 자신 없습니다.
-왕자가 너무 무뚝뚝한 얼굴이라고 생각했는데, 약한 척하느라 힘들었나 보군요. 연기력이 딸려서 의도와는 다른 표정이 나온 거예요.
프라비타가 왕자를 분석했다. 레오파라는 오크들을 분석했다.
-처음에 봤던 오크보다 더 잘 무장한 오크들이군요. 훈련받은 군대입니다. 지금까지 왕이나 영주가 농민이나 시민들을 훈련시켜도, 당연히 용병이나 기사의 군대에 대적하지 못했었죠.
-그런데, 이제 사람에 적대하며, 군대로만 이루어진 괴물들이 생겨났구나.
내가 대답했다. 오크가 괴물들의 주력군이 된 이유였다. 가장 조직적이니까. 겉으로는 크고 강한 괴물들이 괴물들을 이끌었다. 오크들은 그들의 보조로만 보였고.
하지만 신들이 아무리 큰 괴물들을 죽여도, 뿔뿔이 도망간 오크들은 사람들을 죽이며 다시 힘을 키웠고, 그들을 중심으로 괴물들은 다시 뭉쳤다.
-모두 달려가고 있어! 저 앞에 매복한 오크들이 있는데.
렉스가 안타깝게 외쳤다. 그 말대로 왕자 일행이 달려가고, 그 뒤를 오크들이 쫓아가는 상태였다. 왕자가 안간힘을 당해 포위망을 뚫어 봤자, 이제 곧 앞뒤로 협공당하리라 생각하는 오크들이 입을 길게 찢으며 웃자, 거품 섞인 침이 뚝뚝 흘러내렸다. 괴물의 포효 앞에서도 용감했던 사도들이 일제히 몸서리를 쳤다.
나는 탐색 마법을 발현했고, 오크들은 물론 오크들의 본거지를 감지했다. 매복한 오크들은 진지를 보호하기 위해 그 길목에서 숨어 있었던 터였다.
이곳에서 제법 가까웠다. 매가 왕자에게 방향을 알려 줬겠지만, 기가 찼다.
무슨 놈의 왕자가 미끼 노릇을 이렇게 잘할까? 마리우스는 대체 어떤 삶을 살아 온 걸까.
-난 아비 없는 삶을 살았고, 내 아들은 어미 없는 삶을 살았지요. 내 자식은 절대로 나처럼 살게 하지 않겠다고 맹세했었는데 말입니다.
죽은 동생이 그 말을 하며 얼마나 씁쓸해했었는지.
“매복한 오크들에게 점점 다가가고 있습니다.”
아타울프가 경고했다. 우리는 뒤따라가고 있었는데, 느렸다.
“우리가 더 가까이 가면 오크들이 눈치챌 테고, 여기서 혼전이 벌어지면 저들의 진지는 방어 태세로 돌입할 겁니다. 농성전은 오래 걸리죠.”
“어쩔 수 없는 게, 이 작전엔 본래 한계가 있었어요. 왕자 혼자라면 몰라도, 신이 있다면, 오크들도 몸을 사릴 테니까요. 오크들이 얼마나 우글거리는진 몰라도 이 정도 끌어낸 것만도 대단합니다.”
프라비타가 냉철하게 말하고, 레오파라는 딱 잘라 말했다.
“그냥 지금 바로 공격하죠. 진지에서 나오지 않으면 때려 부수면 됩니다.”
하지만 나는 마리우스 왕자, 아니, 그의 아버지인 라비크를 생각했다. 왕자는 혈연을 떠나서 생각해도 내 동생과 비슷하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고… 아마 나를 만나기 전의 동생이 저랬을까…….
그래서 나는 그의 작전을 최대한 밀어주고 싶었다.
“일단 조용히 접근할 방법을 찾아보자. 말들이 내는 소리를 차단해서, 조용하게 하면─
“말들이 여러 마리 달리면 땅에 진동이 울리죠.”
-뒤 한 번 돌아보면 바로 들킬 텐데?
프라비타와 렉스가 나란히 반대했다.
“그럼 날아갈까?”
하지만 말 꺼낸 즉시 후회했다. 나 혼자 날 수는 있어도, 사도들 모두를 날게 할 자신은 없었다. 잠시 공중에 띄워 둘 수는 있지만.
“크앙.”
우리 곁에서 날갯짓하며 따라오던 드라콘이 머리를 들이댔다. 지금 쓰다듬어 줄 때가 아니잖아. 아니, 왜 날개까지 파닥거리지? 귀엽긴 하지만, 때 좀 봐 가면서 하자.
“그렇군요, 드라콘을 타고 가면 되겠군요!”
그때, 아타울프가 엉뚱한 소리를 했다. 나는 펄쩍 뛰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 이 어린 것을 어찌 타고 간다고?”
“그 어린 것은 이미 황소만 합니다. 말들이 무서워해서, 눈을 가려야 하고요.”
“황소라니! 아기 사슴이다! 이 작고 여린 것을 타고 가다니!”
“아, 네, 날개가 어찌나 앙증맞은지 조각배의 돛만 하죠. 호랑이도 신의 눈에는 아기 고양이고요.”
프라비타가 킥킥대더니, 역시 옆으로 다가온 펜나를 쓰다듬었다.
“우리 중 몸무게가 제일 많이 나가는 게 레오파라와 아타울프니 둘을 떼어 놓죠. 드라콘에는 레오파라와 테오파노 님이 타고, 펜나에는 저와 아타울프가 타면 되겠네요.”
“아니, 이 연약한 애들이 어떻게 둘씩이나 태운다고?”
“네, 너무 연약해서 지금 타고 계신 말보다도 크네요.”
내 사도들이 좀 과장이 심했다. 우리는 일단 정지했고, 내가 막내인 펜나를 쓰다듬으며 물었다.
“펜나, 나와 내 사도들과 함께 날아오르겠니?”
“크앙!”
하지만 펜나가 대답하기도 전에, 드라콘이 끼어들었다.
드라콘은 몸을 낮추더니, 내 발밑에 제 날개를 들이댔다. 마치 타라는 듯이. 황소만 하긴 하지만, 내 품에 쏙 들어오던 그 조그만 놈이 눈앞에 생생한데!
“아니, 잠깐, 드라콘!”
하지만 내가 뒷걸음치려 하자, 드라콘이 날개로 내 한쪽 발목을 쳤다. 내가 균형을 잃고 넘어지려고 하자, 날개로 얼른 나를 받아 냈다. 나는 드라콘의 등으로 엎어진 상태가 됐고, 내 뒤로 기어오른 레오파라가 내 상반신을 일으켜 세운 순간, 드라콘이 땅을 박차고 날아오르고 있었다.
“이놈아, 네 등골 부러진다!”
하지만, 드라콘은 내 걱정은 안중에도 없었다.
“크앙!”
뒤를 향해 씩씩하게 소리치더니, 힘차게 날기 시작했다. 먼저 간다는 소리 같았다. 같이 가는데도.
“히힝!”
뒤를 보니, 펜나는 서두르다 못해 날개로 프라비타와 아타울프를 때리다시피 하고 있었다. 둘은 둘대로 뭐가 그렇게 웃긴지, 날갯죽지에 뺨을 얻어맞으면서도, 킥킥대며 펜나의 등에 기어올랐다.
그렇게 우리는 각기 드라콘과 펜나의 등에 나눠 타고 하늘을 날았다.
“하하, 정말 기분 좋습니다, 테오파노 님! 잘한다, 드라콘!”
레오파라가 웃었다. 그 말대로였다. 푸르른 하늘 위에서 드라콘을 타고 날아가니까 빠르고 편했다. 무엇보다 비행 마법을 쓸 때처럼 힘이 들어가지도 않고…….
“가만! 그러고 보니 나는 탈 필요가 없었다! 나는 날아가면 되니까!”
“아, 네.”
“지금이라도 내리면 드라콘이 훨씬 편하겠지.”
“아닙니다.”
“크앙!”
레오파라가 부정하고, 드라콘이 목을 돌리더니, 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데, 느낌상 노려보는 듯했다. 시건방진 놈이, 절 위해서 하는 소린지도 모르고!
나는 드라콘의 몸에 대고 있던 한 발을 떼어, 내리려고 했다. 하지만 드라콘이 그 발을 향해 고개를 돌리더니, 입으로 딱 하는 소리를 냈다.
“내리면 뭅니다.”
“대체 무슨 소리냐!”
“테오파노 님이 저와 가만히 타고 계셔야지, 자꾸 움직이시니 드라콘도 같이 움직이고, 날지도 못하는 저는 떨어질 것 같아 두렵습니다.”
“미안하구나, 레오파라. 날 더 꽉 붙들어라.”
“네, 테오파노님.”
그렇게 어쩔 수 없이, 어린 것에게 업혀 가는데, 누나의 목소리가 들렸다.
-마리우스 왕자와 그 기사들이 오크들에게 협공을 당하고 있다!
-그래, 큰아버지가 간다!
그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매와 왕자가 동시에 나를 발견했다. 왕자는 또 고개를 저었다. 미친놈이!
-테오파노! 이 무모한 놈을 막아라!
엘라디안 누나도 질린 기색이었다. 이런 놈 처음 보지? 내 조카야. 나도 믿기지 않아.
-그놈이 내 말을 들을 것 같으면 여기서 저러고 있지도 않았겠지.
“또 테오파노 님의 도움을 거절하는군요. 마리우스 왕자는 대체 무슨 속셈일까요.”
레오파라가 말했을 때였다.
왕자가 말 위에서 창을 한 바퀴 돌렸다. 쿵쿵쿵쿵, 빠른 속도로 오크들을 내려찍으면서 한 바퀴 돌렸다는 소리다. 창이 무슨 빗자루도 아니고 그렇게 자기 주변을 청소하더니, 말고삐를 세게 잡아당겼다.
“히히히힝!”
마리우스의 애마인 새까만 종마가, 뒷다리로 일어서며 울부짖었다. 다음 순간, 발치의 오크 시체를 디딤돌 삼아 뛰어올랐다. 마리우스 왕자의 어깨에 앉아 있던 매도 날아올랐고.
왕자는 그렇게 비약하더니, 질풍처럼 앞으로 뛰어나갔다. 그 앞을 가로막으려 하던 오크들은 창으로 찌르고 말굽으로 짓밟아 버리면서.
“혼자서 대체 뭘 어쩌려는 걸까요.”
레오파라의 말 그대로였다. 왕자는 기사들도 오크들도 다 버리고 혼자 앞으로 뛰쳐나갔다. 서로 싸우던 두 세력 모두, 얼어붙은 듯이 그 자리에 서서 왕자를 같이 지켜볼 정도였다.
하지만, 왕자가 혼자 떨어졌다는 사실을 깨닫자, 오크들은 함성을 올리며 그를 쫓아갔다. 포위하고 있었기 때문에, 포위망을 다시 뚫은 왕자를 그들이 제일 먼저 뒤따를 수 있었다. 기사들도 미친 듯이 말을 달려 뒤쫓았지만, 오크들보다 뒤처졌다.
그리고 그렇게 달려 나간 왕자는, 적의 본거지를 향해 갔다. 그 본거지는, 거대하고 굳건한 진지였다.
우리는 드라콘과 펜나를 탄 채 조용히 상공 위에서 그 진지를 한 바퀴 돌며 정찰했다.
한쪽에 있는 절벽을 활용한 천혜의 요새였다.
울타리를 두르고 벽을 쌓아 올렸으며, 망루까지 세웠다. 나무와 돌로 만든 견고한 진지는 성을 축소시켜 놓은 듯했다. 아니, 성으로 발전해 가는 단계였다. 여기서 더 세력을 모은 뒤, 주변의 마을을 또 습격해서 사람 노예를 더 끌고 와 성을 짓게 할 터였다. 그런 다음에는 사람의 성을 습격하고.
그런 식으로 사람의 영토를 잠식해 들어가면, 사람들이 괴물에게 공격당해도 도망치거나 힘을 모아 맞설 수 없다. 설 자리를 점점 잃어 가니까.
“오크들이 사람의 문명을 따라 하고 있군요.”
레오파라가 충격받은 목소리로 말했다.
“괴물들이 신을 따라 하고 있기 때문이지.”
마치 괴물들을 신으로 숭배할 새로운 종족으로 사람을 대치하려는 듯이.
결국, 신들도 이제는 사람 없이는 지금만 한 세력을 유지할 수 없다. 괴물들이 사람을 신의 힘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존재로 본 것도 놀랍지 않다.
-놈들이 왕자에게 화살을 쏜다!
엘라디안 누나는 나한테 말했는데, 마리우스 왕자도 바로 방패를 들어 막았다. 예지의 꿈에서도 전사의 본능이 뛰어난 영웅다웠다.
하지만 그는 몰라도 그의 말이 다칠 수 있었다. 내가 바로 화살을 되돌려 보냈다. 크아아악! 진지 뒤에서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화살의 비가 멎자, 마리우스 왕자가 소리쳤다.
“오크의 왕이여, 사람의 왕자가 도전한다. 나와라!”
…아버지가 괴물을 처치했으니까, 자기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겠지. 이해한다. 이해하고말고.
“크크크크, 사람의 왕자가 여기까지 오다니!”
오크의 왕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오크들의 두 배로 키와 체격이 컸지만,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그는 오크보다 더 괴물에 가까웠다. 그냥 두 발로 서서, 말할 줄 아는 괴물이었다.
“네 감히 내게 도전하느냐?”
“혼자 온 내가 무서워서 성문을 못 여느냐? 그 안에 숨은 놈이 말이 많구나!”
아비 잃은 조카 놈이 되받아 소리쳤다. 저걸 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