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God of Magic RAW novel - Chapter 168
168
본래 도시의 성문에는 거지도 많고 행상인도 많지만, 대체로 통행의 흐름에 크게 지장을 초래하지 않게, 수비대의 눈치를 봐 가며 한다. 성문을 통과하자마자 달라붙거나 그러지 않는다.
“제법 쓸 만한데?”
“몸이 정말 좋군.”
“가까이서 보니 기가 막히네!”
그런데 여기선, 이런 말을 대놓고 하면서, 성문을 막 빠져 나온 우리를 둘러싸고 추파를 던지는 기분 나쁜 무리가 한둘이 아니었다.
우리는 앞으로 가지도 못하는데, 역시 길이 막힌 뒷사람들은 불평도 않고, 우리가 그들에게 붙들린 사이 좁은 틈새를 억지로 비집고 빠져나와 서둘러 사라져 갔다. 성의 수비대가 먼 산만 바라보며, 철저히 모른 체하는 가운데.
그들이 던지는 추파의 대상이 된 레오파라와 아타울프는 말도 없이 밀쳐 냈다. 하지만 그들은 더 좋아했다.
“오, 제법 몸싸움 좀 할 줄 아는데?”
“이만하면 충분해. 몸값 알아서 올려 줄 테니까 그만 힘자랑하고.”
그렇게 자기들끼리 말하더니, 모시는 분이 있다는 아타울프의 말에, 얼굴을 가리고 수수한 검은 로브를 걸친 나를 향했다.
“거기, 고귀하신 분, 휘하의 부하들이 퍽 쓸 만한데, 이 기회에 투자 한번 화끈하게 해 보시지 않겠습니까?”
“우리로 말씀드리자면, 마상 시합에서 무수한 우승을 하여, 큰돈을 벌었던 흑기사 에드워드와 그 친구들입니다.”
“청기사 볼프람과 그 형제들입니다. 우리는 삼백 명의 기사를 포로로 잡았죠. 우승 상금은 우리가 받았던 석방금과 견주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호위를 잠깐 빌려주시면, 후회 없게 해 드리겠습니다.”
“이 사람들은 기사가 아니라─”
보다 못한 프라비타가 나섰다. 하지만 사도라고 말할 새도 없었다.
“걱정 마라. 기사 서임식이야 오늘 밤에 당장 치러 줄 테니까. 하지만 마상 시합에서 제 몫을 해내서 대가를 치르지 않으면, 서임식에서 베풀어 준 자비를 도로 거둘 테다.”
나는 이 냄새 나는 기사 놈들에게 강제 목욕의 자비를 베풀어 주려고 했다. 한 명당 워터볼 하나면 충분하려나.
그러나 그때, 혼자 말도 안 하고 있던 레오파라는 그냥 두 팔을 앞으로 뻗더니 양옆으로 밀어냈다. 흑기산지 백기산지, 청기산지 홍기산지가 그대로 밀려 나갔다.
-우릴 둘러 싼 사람들이 물이고, 레오파라가 헤엄치는 것 같아! 멋있어!
렉스의 말 그대로였다.
레오파라에게 껄떡대던 기사들은, 비틀거렸지만 곧 몸을 바로 하고 분노하여 달려들고자 했다.
그러나 그때, 라트랑의 문장이 달린 옷을 입은 시종과 아타울프의 얼굴을 아는 메데커가의 사람이 헐레벌떡 달려왔다.
“고귀하신 분들이여, 어서 오십시오! 성주님이 기다리고 계십니다! 바로 모시겠습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부디 용서해 주십시오!”
그러자 수비대들도 달려와서, 우리를 호위했다. 기사들은 슬금슬금 멀어지며 더는 접근하지 않았다. 그러나 능글맞게 웃어 보이는 게 아직 포기한 얼굴이 아니었다.
“고귀하신 분, 수하를 빌려주지 않으셔도, 저희를 응원해 주신다면 결코 실망을 끼쳐 드리지 않겠습니다!”
“명성을 드날리고 싶으시다면, 저희를 후원해 주십시오. 고귀하신 분의 기수가 되어, 우승을 거머쥐겠습니다!”
-질척거리네, 진짜!
-내가 저놈들 얼굴에 물 뿌려 줄까, 프라비타?
-둘 다 상대하지 마라. 특히 프라비타 넌, 눈도 마주치지 마. 네가 도끼 잘 쓰는 걸 알면 너도 노린다.
프라비타가 노려보려고 했지만, 아타울프가 황급히 막았다. 레오파라는 발길만 서둘렀다.
메데커가의 사람은 내내 겁에 질려 있다가, 아타울프에게 왜 우리가 미리 기별을 주지 않았느냐고 슬쩍 물어보았다.
“고귀하신 분께서는, 신 앞에서 섰을 때뿐만이 아니라, 평소에도 어떻게 행동하는지 눈여겨보십니다.”
아타울프는 현명하게 대답했고, 메데커가의 사람과 시종은 입을 다물고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그렇게 안내받아 간 성내에서 메데커 노부인이 성주처럼 우리를 맞이했다.
이사벨 메데커도 우리가 신으로서 입성하지 않은 일에 당황한 듯했으나 내색하지 않았다. 익숙해져. 그게 우리 교니까.
“테오파노 님, 발라흐와 나르본의 수호자시여, 그럼에도 저처럼 한 떨기 들꽃처럼 보잘것없는 이의 부름에마저 응해 주시어, 실로 하늘이 열리는 영광입니다. 언제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
백 살까지 거뜬히 살 듯한 메데커가 겸손의 수사법을 뽐냈다.
이어서 내게 절한 라트랑의 성주는 메데커의 딸과 결혼했으며, 그녀에게 빚도 지고 있었다.
우리를 맞이하는 연회 자리에서도, 그는 장모에게, 마상시합에서 이길 가능성은 적지만 스무 살 연하라는 제 팔촌과 결혼해 달라고 연신 청하였다. 팔촌에게도 빚을 진 게 틀림없었다.
심지어 내 사도들에게도 장모를 설득해 달라고 부탁했다. 특히 장모와 친하다고 생각하는 아타울프와 파비안에게.
-말만 잘해 주면, 돈을 주겠다는 거예요.
-그래서 뭐라고 했어요, 파비안?
-기가 막혀서 말도 안 나오는데 무슨 말을 해요? 메데커 부인에게 말해야 할까요? 아타울프는 어떻게 생각해요?
-부인은 이미 나한테, 사위가 얼마나 준다고 했는지 금액을 물어봤어. 금액을 듣고는, 역시 투자 안목이 없다고 화내더군.
-우린 마상 시합에 참석만 하면 그만이야. 어차피 그 부인은 본인이 바라는 자와 결혼할 테고, 테오파노 님은 축복만 내려 주시면 돼.
레오파라가 단호하게 말했다. 성주는 내게도, 장모가 행여라도 놈팡이와 결혼할까 고민이라고 호소해 왔다.
만에 하나, 장모의 사후에 상속권 분쟁이 일면 어쩌느냐고. 그리되면 장모의 손주에게도 불이익이 갈지 모른다면서.
고민의 신이 되는 걸 다시 생각해 봐야겠다. 너무 한꺼번에 영역을 확장하면, 잘 해내지 못할지도 모르니까.
그러나 메데커는 그날 밤, 우리에게 그녀 자신의 고민을 말해 왔다.
“테오파노 님께 특별히 소개 드리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다.”
노부인이 데려온 사람은, 이제 갓 성년에 도달한 듯 새파랗게 젊은 여자였다.
아름답고 신분도 귀족이 분명했으나, 상복을 입고 있었다. 안 그래도 가냘픈데, 얼굴이 하도 창백해서 아파 보이기까지 했다.
-프라비타, 저 여자라면 테오파노 신의 나무 연인이 될 수 있겠어! 버드나무로 변하면 완전 어울릴 테니까.
-언제 적 얘기냐, 렉스?
-네 생각나서 말했는데, 왜 화내? 난 솔직히 나무 연인한테 사랑 고백하는 테오파노 신이 좀 궁금했었는데.
다들 아직 헤르첼로이데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그들의 잘못이 아니니, 화내지 말자.
“처음 뵙겠습니다. 몬테레프 공국의 여백작 비앙카입니다. 테오파노 신이시여, 제발 저를 도와주십시오.”
여백작이라고 하면, 백작 부인이 아니라 부모에게 백작위를 물려받았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왕녀가 상속자라도, 왕들은 사위에게 왕위를 물려주는 경우가 많았다. 어린 아들을 내세운 섭정이거나, 왕녀로서 작은 영지를 다스리는 경우가 아닌 그녀로서는 힘들 터였다.
몬테레프의 비앙카는 메데커 노부인의 증손녀로, 그녀의 후손 중 가장 지위가 높은 귀족이었다. 다들 일찍 결혼하니까, 노부인의 나이에 증손녀가 있는 건 드물지 않았다.
“제 아버지인 선대 몬테레프 백작은 영지전에서 돌아가셨습니다. 그러자, 아버지의 신하들이 저를 핍박했습니다.”
백작령에 속한 소영주들이 힘을 모아 그녀에게 반항하고 있었다.
그들은 죽은 백작이 부과한 여러 세금의 철폐와 더 많은 자치권을 요구했고, 그녀가 거절하자, 그녀의 보좌관들을 죽였다.
“그들은 아버지가 제게 붙여 준 제 사람들이었어요. 제가 어렸을 때 저를 가르쳤고, 제가 커서는 저를 보좌해왔죠. 하지만 영주들이 횡령죄를 뒤집어씌워 죽였습니다. 그들은 결코 그런 자들이 아니었습니다.”
비앙카는 보좌관들의 처형식 날, 그들의 죽음을 구경하러 온 유력자들에게 애원하다 울음을 터뜨렸다고 고백했다.
“울지 마시라고, 저놈들에게 빌지 마시라고, 제 보좌관들이 외치면서 죽어 갔어요. 저는 그들의 최후에마저, 좋은 모습을 보여 주지 못했습니다.”
“아버지를 잃은 것도 모자라, 믿고 의지할 사람들을 잃고 홀로 남았으니, 얼마나 막막했겠는가. 그때 슬픔을 드러내지 않았다면, 마음의 병이 됐을지도 모르니, 자책하지 말라.”
내가 위로하니, 비앙카의 눈에 눈물이 어렸다.
“아버지는 저더러 강해지지 않으면, 아버지의 뒤를 이어 백작이 될 수 없다고 말했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아버지의 걱정이 실현됐습니다.”
라비크의 생각이 났다. 그는 왜 자신의 친부가 헬라네스 주신이라고 믿게 되었던가.
당시 홀어머니 슬하에서 아버지를 모르고 자란 아이들에겐 흔한 믿음이었다. 아버지를 찾는 아이들의 물음에 시달리던 어머니들의 흔한 대답이기도 했고.
비록 지금은 이렇게 보잘것없지만, 난 사실 최고로 강한 주신의 자식이야. 크면 위대해져서 아버지의 인정을 받을 거야.
그렇게 생각하며, 행복도 포기하고 모든 걸 거는 아이들.
이해한다. 친자식으로 아버지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라 온 내가 그렇게 말할 자격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러나 그런 나도 아버지처럼 강해지고 싶다고 생각하니까.
“마음을 억누르는 것만이 강함이라고 생각하지 말라.”
나는 부드럽게 말했다.
“강함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어떤 이의 약점은 다른 이에겐 강점이 될 수도 있다. 그대가 강해지기 위해, 그대의 아버지처럼 될 필요는 없다.”
나는 비앙카의 이름을 오늘 처음 들었다. 하지만 선대 몬테레프 변경백은 용맹스럽기로 이름이 높은 기사로, 스카텔란 형의 신도였다.
또한 그는 호전성이 강하고 인정사정없다는 평판을 들었다. 휘하 영주들이 그의 세금에 불만을 품었어도 그의 생전에는 감히 말도 못 꺼냈다가, 사후에 들고 일어났을 법도 했다.
“제가 제 아버지처럼 될 수 없다고 생각하십니까?”
비앙카가 조용히 물었다. 이번에는 냉철하니, 감정을 드러내지 않은 목소리로.
“그대는 그대 자신으로서도 강할 수 있다. 그러니 그대 아닌 그 누구도 될 필요가 없다.”
비앙카의 눈에 혼란이 어렸다. 그러나 곧 표정을 갈무리한 후, 격려에 감사드린다며 절했다.
메데커가 나와 증손녀를 번갈아 바라보다, 이야기를 이었다.
보좌관들의 처형 이후, 유력자들은 비앙카를 감금하다시피 했다. 그러고는 그들을 지지하는 인접국 라프레아의 귀족과 결혼하기를 바랐다.
“그가 배후입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자마자 휘하 영주들이 제게 반항하도록 선동한 자와 제가 어찌 결혼하겠습니까?”
하지만, 그녀와의 결혼이야말로 그가 노린 바가 분명했다. 젊고 아름다우며 부유한 상속녀.
그는 이 훌륭한 신붓감이 아버지의 사후에 통치권을 굳건히 하기 전, 백작령을 뒤흔들어 궁지에 몰리게 함으로써 차지하려는 속셈이었다.
“몬테레프 백작령의 영주들이 그대의 상속권을 인정했는가?”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그대가 그 귀족과 결혼해야 한다는 단서가 붙었는가?”
비앙카의 푸른 혈관이 비칠 정도로 창백한 피부에 붉은 기가 어렸다.
“제가 그것을 끝끝내 거절했기 때문에, 그들이 저를 가두었던 겁니다. 그러나 제 상속권은 피오르델리케 여신과 일디케 여신이 보호하십니다.”
내 어머니가?
“그대의 아버지에게 사생아가 있는가?”
“…있습니다. 그가 만일 분수를 넘어선 욕심을 부려, 가문의 적들과 동맹을 맺는다면, 제가 반드시 응징할 겁니다.”
가녀리게만 보였던 비앙카의 눈에 불꽃이 일었다.
내 어머니 피오르델리케 모신은 결혼과 가정의 수호신으로, 일디케 여신과 힘을 합해 상속법을 확립해 가고 있었다.
-사람들은 결혼 제도의 가치를 제대로 지키지 않으니, 상속 때마다 피가 흐른다. 왕실에선 왕위 계승전이 온 나라를 뒤흔들고, 각 가문에선 형제끼리 죽고 죽인다. 가정은 질서의 시초고, 결혼은 그 근간이다. 결혼의 권리가 결혼 제도 밖의 간통에 침해당한다면, 사회를 지탱할 영속성 또한 침해당하리라.
“그대는 감금당했다고 말하였는데, 내 어머니의 신관들이 그대를 도왔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