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Necromanc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30)
Chapter 29 – 29. 메이드 핀덴아이
입학식이 끝나고, 일주일 지난 로베른 아카데미.
일주일이란 시간에 비해 아카데미에서는 수많은 소문이 떠돌아다니고 있었고, 그 중 대부분은 좋지 않은 것들이었다.
특히나 3층 우측 계단에서 나타나는 몸이 뒤틀린 기이한 남자 이야기가 최근 가장 뜨거운 이슈.
교수진이 직접적으로 언급해서 접근을 막아놨음에도 호기심 왕성한 학생들은 가서는 다치고 오고는 했다.
뿐만 아니라 전신이 젖은 채로 걸어 다니는 여인, 사탕을 준다는 할머니, 전신의 피부가 뜯겨진 괴인, 다리 없이 팔로만 기어 다니는 남자 등.
수많은 악령에 대한 이야기가 떠돌고 있었고, 실제로 본 사람들도 넘치도록 많았다.
여자 기숙사 2층 같은 경우는 아예 출입 자체를 통제해뒀는데, 그 이유가 방학 동안 악령에 당해서 혼수상태에 빠진 학생들 때문이라는 건 드문드문 들려오는 소문이었다.
학생들의 로베른 아카데미를 향한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져가며 벌써부터 그만두겠다거나 휴학을 요청하는 학생들이 나날이 늘어가는 와중.
아카데미에 좋지 않은 소문이 또 하나 더 터져 나왔다.
“아니, 진짜로?”
“어. 내가 봤다니까? 메이드였어.”
그건 바로, 노출이 심한 메이드가 아카데미에 등장했다는 것.
“음?”
가뜩이나 머리가 답답하고 아픈 에리카 브라이트였는데 이번엔 또 무슨 소리인가 했다.
단순히 헛소문이거나 아니면 이번에도 괴이한 악령이 나타났다고 생각하며 에리카 브라이트는 무시했으나.
“키야, 좋은 곳에서 일하시네.”
무례하게도 에리카의 연구실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온 하얀 머리의 적안을 가진 메이드를 보는 순간, 아무리 에리카라도 입을 벌리고 볼 수밖에 없었다.
짧은 치마는 조금만 들춰도 속옷이 바로 보일 것만 같았고, 가슴팍도 훤히 보여서 일하기엔 전혀 적합한 복장이 아니었다.
핀덴아이의 뒤를 우르르 쫓아온 학생들은 연구실 문 밖에서 고개를 빼꼼 내밀고 구경하고 있었는데, 에리카가 손을 휘두르자 문이 쾅! 소리를 내며 닫혔다.
“누구십니까.”
갑작스런 불청객에 에리카는 불쾌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고, 그녀와 함께 있던 조교수들도 벌떡 일어나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으나.
“내 주인놈. 그러니까 데이우스가 보냈수다.”
심드렁하니 입에 담은 그 이름에 연구실 전체가 얼어붙은 듯 굳어 버렸다.
데이우스라는 이름은 에리카 앞에서 금기나 다름없었으니까.
에리카 역시 방금까지의 불쾌함은 사라지고 당혹스러움에 슬쩍 조교수들을 보며 말했다.
“바, 밖에 있는 학생들 해산시키세요.”
“알겠습니다!”
“바로 나가겠습니다!”
이 자리에 있어서는 안 된다는 걸 알아차린 조교수들은 빠르게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간다.
아직 핀덴아이를 보겠다고 몰려들었던 학생들이 있었던지라 자연스럽게 그들을 해산시키기 시작했다.
탕.
문이 닫히고.
심드렁하니 반응 없는 핀덴아이는 말을 이어나갔다.
“뭐, 당신을 찾아가라고 말한 건 아니고. 교수 중 아무한테도 도움을 받으라고 하더라고?”
“도움? 데이… 그 사람이 교수 복직을 받아들인 겁니까?”
“그럴 거라고 들었어. 나한테 미리 와서 준비 좀 해놓으라고 했으니까.”
“…….”
착잡하기 그지없는 에리카의 마음이었다. 결국 데이우스를 죽이려는 악령에 대해서는 실마리조차 잡지 못한 채로 흘러가 버렸다.
어차피 엎질러진 물.
에리카는 차분하게 숨을 고르며 핀덴아이에게 물었다.
“그래서 저는 뭘 어떻게 해드리면 되는 겁니까.”
“아, 그것보다는 일단. 지금 가장 골치 아픈 악령이 나타나는 장소가 어디지?”
“……악령 말입니까?”
“응, 가서 확인 좀 해볼 게 있어.”
에리카는 잠시 머뭇거리다가도 우측 3층 복도에 관해서 설명해주었다.
“온몸이 뒤틀린 남자가 있는 장소가 있습니다. 거기에 학생들이 몰려가서 다치는 경우도 많습니다.”
“뒤틀린 남자? 딱 좋군! 바로 가자.”
몸을 돌려 문을 벌컥 열어 재낀 핀덴아이. 조교수들의 노력 덕분에 이미 학생들은 전부 물러간 상태였다.
옷걸이에 걸어둔 코트를 걸치며 에리카도 뒤를 따랐다.
“잠깐 다녀오겠습니다. 하던 일마저 하세요.”
“알겠습니다.”
본인이 떠나면 조교수들이 얼마나 쑥덕거릴지 벌써부터 머리가 아파오는 에리카였다.
자그마치 전 약혼자의 하녀가 굉장한 차림을 한 상태로 찾아왔으니까.
그러니 조금 심통이 났다.
“저기, 옷은 왜 그런 걸 입고 있는 겁니까?”
에리카가 슬쩍 떠보듯 말하자 핀덴아이는 별 거 아니라며 답한다.
“이게 주인 취향이라던데?”
“……예?”
요번 년도에 들어와서.
아니, 어쩌면 이 삶을 살아가면서 거의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충격적인 정보에 에리카는 잠시 머리가 굳은 듯 했다.
“그, 그, 그 사람이 그런 걸 좋아한다고요? 아니, 제, 제가 아는 데이우스 맞죠?”
“그래. 노스웨든 백작의 남동생, 베르디의 차남 데이우스 베르디. 난봉꾼이라고 노스웨든에서는 아주 유명하던데? 여동생한테 성희롱도 했고.”
“아, 아, 아!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그 사람이 얼마나 신사답고 멋있는 줄 알고는 하는 말이에요?! 당신 정말로 그 사람의 하녀가 맞나요? 거짓말 아니에요?”
“그건 나중이 되면 알거고. 나는 사실만 전하는 것뿐이야. 물론, 나도 주인놈이 그럴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데. 반년 전만해도 그랬다는데?”
“아니, 아니 그럴 리가…….”
두통과 더불어 어지럼증까지 호소하는 에리카. 그런 그녀를 슬쩍 보며 핀덴아이는 장난스럽게 웃어보였다.
“근데 파혼했다며. 그것도 네가 직접 내쫓았다고 들었는데. 멋있다니 그런 말해도 되는 건가?”
“……비, 비밀로 해주세요.”
그에게 자신은 배신자일 뿐이다.
목숨을 함부로 여기는 약혼자에게 질릴 대로 질려서 아예 배신하고 다른 남자한테 붙어버린 쓰레기.
괜히 데이우스에게 실은 나도 피해자였어요 같은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어쨌든 자신은 그에게 상처를 줬을 테니까.
“그래, 그럼 나도 비밀 하나 알려줄까?”
“……뭔데요.”
지금 말해준 것 말고도 더 놀랄 일이 있을까 싶었는데.
핀덴아이가 입에 담은 말은 가히 충격 그 자체였다.
“우리 하녀들 중에 주인놈이랑 엉덩이까지 서로 핥았던 사람이 있어. 큭큭, 대박이지.”
“이! 이! 이! 이! 거짓말 마세요! 당신 그냥 거짓말만 하는군요? 그런 건 절대로 믿지 않아요!”
자신이 알고 있는 데이우스는 어느 순간에도 고결하고, 침착하며, 냉정한 사내였다.
그런 남자가 노출도 높은 복장을 입은 하녀랑 침대에서 나뒹굴며 그렇고 그런 짓을?
에리카의 얼굴이 화악 붉어지며 어디 차가운 물로 머리를 씻고 싶어졌다.
자신 역시 아카데미 내에서는 냉정하고, 철두철미한 여성으로 정평이 나있는데 지금 들어오는 정보량에는 두 손 다 들고 호들갑을 떨 수밖에 없었다.
“뭐, 믿기 싫으면 말고.”
킥킥 거리면서 에리카의 반응을 즐긴 핀덴아이.
어느새 3층 복도에 도착해서 아카데미 측에서 세워둔 바리게이트를 치워 안으로 들어간다.
“오.”
그 순간 공기 자체가 변하는 기분이 들었다. 끈적하고, 눅진하며, 불길한.
[끼, 끼긱! 끼기긱!]그리고 어딘가 고장난 것처럼 목소리를 내고 있는 뒤틀린 몸의 남자가 이쪽으로 괴이한 발걸음으로 걸어오기 시작했다.
“어떻게 할 생각입니까?”
긴장으로 다시 원래의 분위기를 되찾은 에리카가 묻자, 핀덴아이는 메이드복 앞주머니에서 한 뼘 정도 길이의 봉을 꺼내들었다.
철컥!
그것은 곧이어 길게 펴지더니 도끼의 형상을 취하게 되었고, 핀덴아이는 어깨에 얹으며 답했다.
“퇴마지. 나름대로 나도 어깨 너머로 배웠거든.”
“퇴……마?”
씨익 웃은 핀덴아이가 입을 연다.
“자아, 주인놈이 그랬거든? 모든 악령들은 자신의 원망과 한을 꽁꽁 숨겨둔다고.”
[끼긱! 끼기긱!]“그런데 막상 누군가는 그걸 알아주길 바란다고. 특히나 몸이 과장되게 뒤틀리거나 망가진 놈들은 관심을 바라는 편이라고 했어.”
진짜로 데이우스에게 뭔가를 들어왔는지 핀덴아이는 악령에게 부드럽게 손을 내민다.
“어때? 나한테 네가 하고 싶은 말을 해봐. 다 들어줄 테니까.”
데이우스가 에밀리에게 하던 행동을 뒤에서 봐왔던 핀덴아이였기에 자신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끼기긱! 끼긱! 끼기기긱!]“그래, 그렇구나.”
[끼기기기긱!]“음.”
[끼그기긱! 끼가각!]“개새끼야! 말을 하라고!”
뻐억!
몸이 뒤틀린 악령이 그대로 도끼에 맞고 날아가 벽에 부딪친다. 바닥에 널브러진 녀석은 벌레처럼 꿈틀꿈틀 거리며 괴로워했다.
“이 새끼가 말을 하라고 사람이 곱게 대해주는데도.”
어깨에 도끼를 얹고는 콧바람을 흥 하고 뿜는 핀덴아이.
뒤에서 그걸 보던 에리카는 떠억 입을 벌린 채로 황당하니 묻는다.
“아, 아니. 뭐 이해하는 거 아니었어요?”
“아앙? 너는 저걸 이해하냐? 칼 가는 소리 같은 거 내는 놈이랑 내가 뭔 대화를 하겠다고. 저런 애들은 좀 맞아야 돼.”
아니, 그것보다도.
“어떻게 때릴 수 있죠? 저희는 아무리 시도해도 공격이 먹히지 않던데요.”
그 말에 핀덴아이는 본인 도끼를 가리키며 자신감 넘치게 답했다.
“내 도끼에 주인놈이 뭔 짓을 해줬거든. 나도 자세히는 몰라. 다른 사람한테 말하지도 말라고 했어.”
도끼에 은은하게 깃든 서슬 퍼런 기운.
마법사인 에리카는 그것을 보는 순간, 흑마법의 일종임을 바로 알아차렸으나 입을 꾹 다물었다.
‘저걸 그 사람이.’
데이우스가 사령술사가 아닐 수도 있다는 희망이 물거품처럼 터져 가는 에리카.
하지만 그녀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핀덴아이는 몸을 풀면서 악령의 반대편으로 시선을 둔다.
쿵!
“그리고 이거 해주면서 그렇게 말했거든. 정말 최후의 상황에만 사용하라고. 악령들 함부로 건드리면 안 된다고.”
“……잠시만. 당신 나한테 바로 찾아와서.”
쿵!
쿵!
“어, 나는 주인놈 말 안 듣는 깜찍이 메이드거든.”
쿵!
쿵!
에리카는 이미 한 번 들어본 적 있는 소리였기에 알고 있었다.
이건 발걸음 소리였다.
밑에 층에서부터 울려오는 발걸음 소리가 학생들의 비명소리와 어우러져 3층에 닿는다.
“왜, 건드리면 안 된다고 했는지 말해줘요.”
이유를 알 것 같은 에리카였음에도 굳이 한 번 묻는다. 핀덴아이는 어깨를 으쓱하며 전투 자세를 잡았다.
“악령들을 지키는 아주 무시무시한 검사가 찾아올 거라던데?”
쿵!
3층 중앙 계단에서 튀어 오르듯 복도에 나타난 외팔이 검사.
[크아아아아!]그는 흉흉한 소리치며 그대로 핀덴아이를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고.
“오.”
핀덴아이는 그대로 도끼를 치켜 올리며 멋들어지게 웃으며 자세를 취했다.
“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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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의 사령술사가 되었다-29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