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Necromanc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48)
Chapter 47 – 47. 사령술사
“폐하!”
급하게 옆으로 비켜서며 더러운 감옥 바닥에 한 쪽 무릎을 꿇는 타이른 마도심판장.
사실상 그가 이 왕국에서 저자세로 나가야 하는 몇 안 되는 두 사람이 동시에 등장했다보니 타이른 입장에서도 다른 말을 더 할 수는 없었다.
그런 그를 내려 보며 대마도사 록펠리칸이 껄껄 거리며 웃어댄다.
“심판장께서도 용무가 있어서 이 남자를 찾으신 듯한데. 저희에게 양보를 한 번 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예, 알겠습니다.”
록펠리칸의 부탁이라는 이름의 압박에 덩치 큰 타이른이 꼬리를 말고 물러난다.
하지만 표정에서는 여전히 나를 향한 짙은 살기가 베어 있는지라 그가 나가자 록펠리칸은 혀를 차며 투덜거린다.
“에잉, 사람이 너무 불같은 성격이라서 문제라니까. 심판하는 입장이면 좀 진득하니 차갑게 날이 서 있어야지.”
그런 록펠리칸에게 오르페우스 국왕이 웃으며 답한다.
“저렇게 열정적인 성격으로 우리 왕국을 지키고 있으니 그만큼 더 신용할 수 있지.”
“뭐, 폐하께서 그러시다면.”
오르페우스가 타이른 심판장을 감싸고 들자 록펠리칸도 굳이 다른 말을 덧붙이진 않았다.
이제야 그들의 시선이 내게 닿는다.
“그래, 본인이 흑마법사임을 직접 자수한 미친놈이 너란 말이지.”
팔짱을 낀 채로 흥미롭게 나를 보는 오르페우스. 나를 중심으로 한 바퀴 빙 도는 행위에 마치 감정사의 손에 놓인 귀중품이 된 기분이 들었다.
“우리 왕국의 법에 대해서 모르진 않을 텐데? 흑마법사는 마도심판장의 재량으로 즉결처형이 가능하다.”
“알고 있습니다.”
흑마법사를 향한 왕국의 탄압은 상상 이상으로 엄격하다. 재판조차 거치지 않고 즉결처형이라는 건 중세에서도 흔히 보기 힘든 권리였고, 현대에서는 상상조차 못할 방식이었으나.
이곳은 중세이며 게임이다.
특히나 왕국의 과거를 보면 흑마법사 탄압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는 납득이 가는 수준이었다.
“그대는 헤랄하자드의 환생 같은 거라도 되는 건가? 혼자 왕국을 궤멸시킬 생각이라도 하고 있나?”
헤랄하자드.
그리핀 왕국민이라면 듣는 것만으로도 치를 떨 수밖에 없는 이름.
흑마법사로서 홀로 왕국을 궤멸 직전까지 몰고 갔던 괴물 같은 존재.
게임 속 메인 스토리에서도 그의 발자취를 쫓으며 왕국의 비밀을 파헤치는 내용이 있었다.
“아닙니다.”
덤덤하니 답하자 오르페우스 왕은 답답하다는 듯 길게 한숨을 내쉬며 물어온다.
“그럼 왜 자수를 했지? 본인의 악행에 자책감이라도 들었나? 로베른 아카데미에서 묘한 사건이 일어났다 듣기는 했으나, 아직 보고가 들어오진 않았으니 그게 관련이 있을 수도 있겠군.”
아카데미에서 사건이 일어난 지 아직 이틀도 채 지나지 않았다.
아무리 왕이라고 해도 초자연적인 현상이나 다름없는 사건의 정보를 당장 알 수는 없었다.
“그저, 왕국을 위함입니다.”
“흠?”
단언에 오르페우스 국왕과 그 뒤에 묵묵하니 자리를 잡고 있던 록펠리칸의 눈가가 흔들린다.
“제 편지를 보셨겠죠.”
나는 왕에게 편지를 보낸 적이 없다. 애초에 그런 핫라인이 있을 리도 없고.
내가 편지를 보낸 건 대마법사가 거주하는 마탑이였다. 단순한 편지라면 당연히 대마법사에게 도달할 수 없었겠지만.
그가 절대로 무시할 수 없는 나만의 특별한 장치를 편지에 동봉해뒀었다.
록펠리칸이 천천히 손을 뻗는다.
그러자 어항처럼 생긴 투명한 막이 떠오르고. 그 안에는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는 푸른 마나 덩어리가 있었는데 내가 편지 안에 넣은 것이었다.
“스스로 자수한다는 편지의 내용에 관해서는 일단 차치하더라도.”
오르페우스 왕이 흠 하고 흥미롭다는 듯 바라본다.
록펠리칸이 하고 싶은 말이 정말 많아 보였으나, 왕의 앞이라 함부로 입을 열지 못하고 있었다.
“어떻게 마법이 스스로 움직이고 있는 거지? 이것도 흑마법의 일종인가? 대부분의 마법을 통달했다는 대마법사가 눈이 휘둥그레져서는 나한테 이걸 들고 온 게 불과 30분 전이야.”
“크흠.”
괜히 부끄럽다는 듯 헛기침하며 시선을 넘기는 록펠리칸. 하지만 부정은 하지 않고 대마법사가 말을 받는다.
“마법이 스스로 움직인다는 건 실로 어마어마한 일이라네. 잘만 하면 자원이 들어가지 않는 반영구적인 동력을 만들어낼 수도 있는 획기적인 사안이고.”
“…….”
당연한 소리를 하냐는 듯 내가 그를 바라보자 대마법사는 헛웃음 치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그렇겠지. 하긴 직접 발명한 놈이 본인의 성과에 대한 위대함을 모를 리가 없지.”
그러고는 록펠리칸이 낮은 신음과 함께 내게 물어온다.
“그대가 왕국과 폐하를 위한다는 말이 거짓이 아니었다면, 내게 이 원리를 설명해줄 수 있겠나? 마법이 의지를 가진 이 신묘한 기적을.”
나의 마법을 보며 찬란하다 극찬하는 대마법사에게 별 감흥 없이 답했다.
“사령술입니다.”
“…….”
“옳은 말씀입니다. 마치 의지를 가진 듯 굴고 있다 하였는데 실제로 그것은 스스로 사고하며 행동하는 마법입니다.”
왜냐하면.
“망자의 영혼을 통해서 만든 것이니까요.”
대마법사와 왕의 표정이 눈에 보이게 일그러진다. 예상했을 텐데도 내 입으로 직접 들으니 여러 감정이 느껴지는 듯 했다.
대마법사가 애써 숨을 고르며 침착함을 가장하고 묻는다.
“그대가 흑마법사 중에서도 희귀한 사령술사라는 건 알겠다. 허나, 내가 아는 사령술사들은 영혼에 있는 마나를 뽑아 원한과 섞어 마법으로 다루는 걸로 알고 있다.”
“…….”
“이렇게 영혼이 스스로 자아를 가지고 움직이며 마법이 된다는 건 어디서도 들은 적 없다.”
당연하겠지.
나처럼 영혼과 직접적으로 교감할 수 있는 사령술사는 없으니까.
“그것이 제가 특별한 이유이며, 왕국에 제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흠?”
흥미롭게 우리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오르페우스 국왕이 슬며시 나를 바라본다.
“폐하, 저는 사령술사입니다. 죽음 이후의 진실을 알고 있는 대륙에 몇 없는 지혜자입니다.”
“호오?”
내가 자신을 설득하려 한다는 걸 깨달은 오르페우스가 씨익 웃으며 팔짱을 낀 채로 철창에 등을 기댄다.
“신을 믿는 자들에게는 안타까우나, 죽음 이후에는 어떠한 세상도 없습니다. 망자는 그저 눈을 감고 안식을 취하게 될 뿐입니다.”
사후에는 유스티아 여신의 품에 안기게 된다든가, 벨라스 신의 궁전에서 늘 향락과 사치의 연회를 벌인다든가.
헤르티아 여신을 찬양하는 사랑 받는 천사가 된다든가 하는 미래는 없다.
사람에겐, 죽음 이후 오롯이 안식이 찾아올 뿐이다.
“흠, 사제들이 들으면 발광할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군.”
“그것이 진실이기 때문입니다.”
“허나, 진실을 꼭 알 필요는 없다. 이 세상은 종교라는 것에 구원을 받은 자들과 생업으로 삼는 이들이 있으니까.”
“저 역시 그들과의 입 아픈 토론을 통해 승리하고픈 마음은 일절 없습니다.”
“……현명하군.”
이러한 진실을 퍼트리면 왕국뿐만 아니라 대륙 전체에 혼란에 휩쓸리게 된다.
게다가 종교계와 첨예하게 대립하며 싸우게 되겠지. 그들은 절대로 진실을 인정하려 들지 않을 거다.
나 역시 인정시킬 생각도, 퍼트릴 생각도 없었다.
종교가 진실인지 거짓인지는 따질 생각은 없으나, 그것이 필요하기에 존재한다는 건 나 역시 알고 있었다.
“허나, 폐하께서는 외면하시면 안 됩니다.”
오르페우스 국왕과 시선을 맞춘다. 그가 어디로도 도망칠 수 없게 나의 눈초리는 하나의 창이 되어 찌르고 들어갔다.
“셀 수 없는 세월 동안 망자를 받아온 대륙에 포화가 찾아오고 있습니다. 망자들이 안식을 취할 장소가 점차 줄어들고 있습니다.”
“…….”
“혹 범인을 찾지 못하는 기이한 사건들이 해가 지날수록 늘어가고 있지 않습니까? 그것을 억지로 덮고 계시지 않습니까?”
전혀 상상 못한 일격을 얻어맞은 듯 오르페우스 국왕의 팔짱이 풀리며 몸을 튕기듯 앞으로 내뺀다.
“그게, 망자들의 소행이란 말이냐.”
“지금까지는 괜찮았습니다. 망자들이 눈을 붙일 수 있는 장소가 아직 대륙에는 남아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대륙의 비명이 들리십니까? 사후에도 누울 자리를 찾지 못하고 떠돌고 있는 망령들의 목소리가 들리십니까?”
“…….”
“육신의 살은 썩고, 뼈는 재가 되어, 대지의 품으로 돌아갑니다. 하지만 영혼은 아닙니다. 영겁의 세월이 지나도 그것은 썩지 않습니다.”
그저, 그 자리에 있을 뿐.
“기이한 미제 사건은 덮을 수밖에 없었겠지요. 해결치 못하는 참상은 결국 왕가를 향한 국민들의 불신으로 이어질 테니까요.”
“끄흠.”
“하지만 결국 덮는 것뿐이지 해결은 아닙니다. 최후에는 그 모든 것들이 다시 쏟아져 나와 왕국 전체를 위협하게 될 것입니다.”
흑마법사를 배척한다는 건 그들의 학문 전체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
헤랄하자드에게 너무 깊은 내상을 입은 왕국은 흑마법에서 억지로 눈을 돌리고, 적대시했으나.
무지의 대가가 찾아오고 있었다.
“곧 그리핀이라는 찬란한 신수의 발목을 수많은 망자들이 잡아 끌어내리려 할 것입니다. 그것이 공포로부터 눈을 돌린 무지의 대가입니다.”
“그렇다고.”
오르페우스가 끼어든다. 나는 뒷말을 이어가지 않고 천천히 입을 다물며 경청한다.
“그렇다고 수많은 선조들로부터 이어진 흑마법사를 향한 배척을 깨트릴 수는 없다. 자그마치 200년의 역사이다. 우리는 200년도 전부터 흑마법을 탄압해왔다.”
길고도 긴 역사였다.
헤랄하자드라는 흑마법사가 활동한 200년 전. 고작 한 사람에게 멸망 직전까지 가버렸으니.
“이제 시민들은 흑마법이란 당연히 악한 것으로 알고 있으며, 절대 악이라고 믿고 있다. 종교계에서도 그걸 이용해서 자신들의 위치를 견고히 하고 있지.”
“…….”
“이제 와서 갑자기 흑마법을 받아들인다? 신념을 지닌 자들이 각지에서 일어나 반란을 꾀할 것이다.”
그 신념이 옳은지 그른지는 중요치 않다. 그들에게는 확고 불변의 진리였으니까.
“헤랄하자드가 남기고 간 상처들이, 아직도 우리에게는 지독하리만치 아리게 남아있다.”
받아들일 수 없다는 왕의 대답.
인상을 찌푸린 채로 어쩔 수 없다 말하는 오르페우스 국왕에게 나는 다시금 입을 뗀다.
“폐하.”
“……말하라.”
“상처에 언제까지고 붕대를 두르고 있으면 그것이 흉이 졌는지, 썩어문드러졌는지 아니면 말끔히 나았는지 모를 수밖에 없습니다.”
“…….”
“그리핀이라는 왕국은 언제까지 흑마법이 만든 상처를 가지고 신음 흘릴 것입니까? 도대체 얼마나 시간이 흐르면 그날의 상처가 무뎌지는 것입니까?”
“그들의 죽음은 언제까지고 기억 될 것이다!”
이를 악물고 순간적으로 나를 향해 핏발을 세우며 화를 쏟아내는 오르페우스.
“간악한 흑마법사에게 죽어나간 셀 수 없이 많은 국민들은 영원토록 내 안에서, 우리의 땅에서 기억될 것이다! 함부로 모욕하지 마라.”
그래.
망자를 기억해야함은 옳다.
그들의 죽음은 안타까우면서도, 비극적이었고, 애통했으니까.
하지만.
“폐하.”
망자는 망자다.
“살아있는 자를 보십쇼.”
죽은 사람은.
이미 죽은 사람일 뿐이다.
“저 밖에서 구슬땀 흘리며 일하고, 하루의 피로를 풀며 한 잔 마시고, 다시 내일을 기약하며 잠에 드는 당신의 시민들을 보십쇼.”
오르페우스 국왕은 200년 전의 왕이 아니다. 헤랄하자드에게 죽어나간 국민들을 통치하던 제왕이 아니다.
그는 지금, 이 현실에 살아가는 자들을 봐야한다.
“과거를 기억하는 건 좋습니다. 망자들을 기리는 것 역시 훌륭합니다. 허나, 우선순위를 착각하지 마시죠.”
사령술사인 나이기에 할 수 있는 말이다.
“신 데이우스 베르디. 사령술의 이치를 깨달은 자로서, 생과 사의 경계의 가장 가까운 곳에 서 있는 자로서 확고부동하게 단언하겠습니다.”
망자와 산 자를 함께 눈에 담을 수 있는 나이기에 선을 분명하게 그을 수 있는 것이다.
“망자는, 산 자의 위에 설 수 없습니다.”
입을 꾹 다문 오르페우스 국왕은 눈을 아래로 떨어트린다. 여러 고민이 머릿속에서 오가는 듯 보였다.
“폐하.”
마력의 검이 하나 만들어져 내 손에 들린다.
뒤에 있던 록펠리칸 대마법사가 깜짝 놀라며 대응하려 했으나. 오르페우스 국왕이 손짓으로 말린다.
“이 검을 보십시오.”
그의 시선이 푸른 마나의 검 끝에 닿는다.
“지금은 당신을 위협하고 있는 무기입니다. 조금만 움직여도, 폐하의 옥체를 상하게 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천천히 그의 손에 검 자루를 쥐어준다. 그는 무언가에 떠밀리듯 나의 검을 받아들었고.
이제는 검이 나를 향해 겨눠지고 있었다.
“고작 방향을 살짝 비튼 것만으로, 쥐고 있는 사람이 달라진 것만으로, 폐하의 옥체를 지키는 가장 가까운 무기가 되었습니다.”
검을 사이에 두고 나는 그의 황금빛 눈동자와 다시금 눈을 맞춘다.
“검에 한 번 크게 베였다고 검을 악으로 규정하고 다시는 검을 쥐지 않으실 겁니까?”
세상 대부분의 것들은 이분법으로 딱 규정하기에는 모호한 것들 투성이다.
“이독제독. 독으로서 독을 제어하며, 악을 멸하기 위해 또 다른 악을 사용한다하였습니다.”
헤랄하자드를 통해 만들어진 수많은 상처와 원한들.
“흑마법이 만들고 지나간 여물지 않은 상처들을, 제가 어루만져 치유하겠습니다.”
“네가, 무엇이기에.”
천천히 입을 뗀 왕의 목소리에는 묵직한 무게감이 실려 있었다.
요구하는 대답에 나는 자연히 지어지는 너그러운 미소와 함께 답했다.
“신의 힘을 빌려와 사람들을 구원하는 여인을 성녀라 부릅니다.”
그리고 나는.
“사자(死者)의 힘을 빌린 저는, 한낱 사령술사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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