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Necromanc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78)
Chapter 77 – 77. 신출귀몰
그리핀 왕국의 수도, 그레이폰드에는 전례 없는 혼란이 퍼져 나가고 있었다.
논란과 토론은 매일 밤낮으로 이어졌고, 목이 쉬지 않은 사람이 없었으며, 거리는 사람들의 침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그럼에도 폭력사태가 일어나지 않은 이유는 성녀 루치아의 중재와 더불어 침묵하고 있던 왕실의 철권제재 때문이었다.
왕실을 지키던 기사들은 거리로 나와 눈에 불을 켜고 시민들의 논쟁이 커지지 않게 중재하였다.
만약 주먹다짐으로 이어지거나, 폭동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있다면 빠르게 제압하는 모습들은 가히 일품이었다.
이렇듯 기사들이 바깥으로 나설 수 있었던 이유는 다름 아닌 왕실 내부는 어느 곳보다 빠르게 정리가 되었기 때문이다.
데이우스가 신성력을 발휘하기 전까지 왕실과 대립하던 귀족들은 하나 같이 왕실의 결정에 불만을 품던 자들이었다.
당시 일부러 침묵하며 왕실에 불만을 가지고 있는 자들을 색출해낸 오르페우스 국왕은 대토론회를 기점으로 칼을 뽑아들었고.
숙청까진 아니어도 유배를 당하거나, 비리를 파헤쳐 재산을 몰수하는 등 제대로 역풍이 불어왔다.
왕실의 힘은 천정부지로 솟아오르고 있었고, 귀족들과 주교들은 입을 꾹 다물고 고개 숙이며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것이 그들의 허리춤 아래에 숨겨져 있는 독이 묻은 단검 역시 침묵하고 있다는 뜻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것은 어느 때보다도 더욱 치열하면서도, 거세게 울어대고 있었다.
“키야!”
거리로 나선 핀덴아이는 자신의 뒤를 쫓아오는 암살자들의 발소리를 느끼며 뇌가 찌릿하니 울려오는 기분이 들었다.
굳이 따지자면 머리에 못을 박고 전류를 흘리는 느낌이라고 할까.
옛날에 공화국에서 당했던 전기고문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날이었다.
겉으로 보기엔 고풍스런 도시의 거대한 그림자 속에 숨어서 암투라니.
옛날 클락 공화국의 대도시에서 테러행위를 벌이고 도망치던 때도 비슷한 느낌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때는 살아남기 위해 발이 부르터라 뛰어다녔는데.
‘지금은 죽이기 위해 뛰고 있군.’
골목 안으로 들어가자 안에는 불량배들이 흡연을 하고 있었다.
“어? 뭐야?”
“복장 보소.”
그들은 핀덴아이의 메이드복을 보고는 입을 떡 벌렸으나, 그녀는 망설임 없이 그들에게 달려들어 소매치기처럼 연초 곽을 뺏어들고는 앞에 놓인 쓰레기통을 밟고 뛰어오른다.
“뭐야!”
“미친년이!”
하지만 그들의 외침은 핀덴아이에게 닿지 못했다. 쓰레기통을 발판 삼아 뛰어오른 후, 벽을 타고 올라가는 핀덴아이의 모습을 멍하니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팬티 봤냐?”
“시발, 빨랫감 때문에 못 봤어.”
“나돈데.”
중간에 걸려 있는 빨래 때문에 못 봤다가 투덜거리고 있자니 이번에는 골목 안으로 사람들이 쏟아져 들어온다.
사람들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차림에 평범한 외모들이었다.
과일가게 주인, 동네 백수, 전도하는 아줌마 등등.
하지만 그들의 손에 들린 건 십자가 모양의 단검이었기에 불량배들은 생존본능을 발휘해 바로 벽에 찰싹 달라붙었다.
바로 핀덴아이의 뒤를 쫓아 건물 옥상으로 향한 사람들.
한참을 도망만 치던 핀덴아이는 옥상 위에서 불량배들의 연초를 문 채로 거드럭거리고 있었다.
“쓰읍, 왕국 연초는 썩 싱겁단 말이야. 공화국에서 만드는 거는 1년만 피면 폐에 구멍 몇 개 정도는 뚫릴 것 같은데 말이지.”
심심하다며 연기를 하늘로 후 내뿜는 핀덴아이. 하늘은 먹구름이 껴서 햇볕 하나 들지 않았다.
문득, 아까 올라오면서 봤던 널린 빨래들은 얼른 거둬들이는 게 맞지 않을까 싶은 핀덴아이였다.
“데이우스 베르디의 직속하녀.”
“흐음, 아니라고 하면 어쩔 건데?”
능글맞게 핀덴아이가 허리에 손을 얹으며 묻자, 암살자들은 십자가 단검을 겨누며 답했다.
“이미 다 알고 왔다.”
“그럴 거면 왜 물어보냐고 이 새끼들아.”
이미 자기들끼리 정답을 정해뒀으면서 쓸데없이 입만 아프게 만든다.
“후우, 이것만 다 태우고 시작하자.”
“…….”
그들은 놀랍게도 핀덴아이의 그러한 행동을 기다려주었다.
쓰읍.
후.
쓰읍.
후.
규칙적으로 내뿜는 연기에 맞춰 연초의 끝이 타들어갈수록 암살자들은 침을 꿀꺽 삼키며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모든 연초가 다 타들어가고.
휙.
핀덴아이는 하나 더 물면서 성냥으로 불을 붙였다.
“…….”
너무 당연하게 한 개비 추가한 핀덴아이의 모습에 벙찐 암살자들.
“흐음, 약한데 또 묘하게 중독적인 맛이 있네. 순해서 부드럽기도 하고.”
연초 품평회를 하기 시작한 핀덴아이를 보며 결국 암살자들은 참지 못하고 달려들었다.
어차피 건물 옥상.
도망칠 곳 없는 장소였기에 그들은 자연스레 포위망을 형성하며 단검을 찌르고 들어갔으나.
키기이이잉!
핀덴아이의 허리춤에 달려있던 팔뚝만한 곤봉이 길게 뻗어나간다.
철컥 소리와 함께 툭 튀어나온 날카로운 도끼날.
“새끼들.”
가소롭다는 듯 한손으로는 연초를 쥔 핀덴아이의 도끼가 거칠게 반원을 그린다.
고작 일격에 뒤로 밀려 넘어지며 옥상 바닥을 구르는 암살자들.
그들의 십자가 단검은 바스러져서는 유리파편처럼 바닥에 퍼져있었다.
“쓰읍.”
다시금 연초를 입에 문 핀덴아이는 도끼를 어깨에 걸치며 말했다.
“나 기다려줬으니까 나도 너희 유언 정도는 들어줄게.”
살려 보낼 생각이 없는 핀덴아이였기에 어깨를 으쓱이며 물었고.
암살자들은 입술을 꽉 깨물면서도 조금의 망설임이나 두려움도 없이 외쳤다.
“헤르티아 여신의 연회가 코앞이다!”
“그분과 함께 춤을 추고 노래하는 삶이 우리를 기다린다!”
“우린 순교자다! 여신께서 우리의 시작과 끝을 함께하신다.”
아주 우렁차게도 자신들이 어디 소속인지 말해주는 모습을 보며 핀덴아이는 피식 웃었다.
“오케이, 헤르티아 쪽은 아니고.”
고개를 끄덕이면서 자신의 안에서 여신 하나를 지운 핀덴아이가 슬며시 웃어 보인다.
“그런데 죽기 직전에 다른 신의 이름을 불러도 들어주려나?”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리는 핀덴아이. 암살자들은 무릎을 꿇은 채로 두 손을 모으고는 신을 향해 읊조리듯 기도를 드리고 있었다.
하여간 삶을 포기하는 게 빨라도 너무 빨랐다.
자유를 위해 투쟁해왔고, 살아남기 위해 진흙탕을 굴러왔던 핀덴아이는 혀를 찰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이래서 신을 좋아하지 않았다.
사후세계라니.
하나 뿐인 귀한 목숨이 헤퍼지는 느낌이지 않은가.
그렇기에 핀덴아이는 조금 짓궂은 질문을 했다.
“야, 내가 거리만 나서면 암살자들이 찾아오거든? 그래서 일부러 나오는 것도 있어.”
“…….”
“근데 다들 실패해. 신의 뜻 아래에서 행동한다면서 다 나한테 뒤졌어.”
“…….”
“그 정도면 다른 신을 찾아봐야 하는 거 아니냐? 졸라 무능한데.”
“네년!”
아무 말도 안 하고 고개만 숙이고 있던 놈들이 값싼 도발 한번 하자 바로 핏발을 세우며 달려든다.
놈의 머리를 도끼로 쪼개버린 핀덴아이는 혀를 찬다.
“쯧, 너희는 이제 뒤지니까 비밀 하나 알려줄게.”
나머지 암살자들에게로 시선을 돌린 핀덴아이는 웃으면서 비밀을 알려준다.
“실은, 주인놈은 그레이폰드에 없어. 이미 멀리 떠났어.”
“……!”
데이우스 베르디가 어느새 그레이폰드를 떠났다?
이만큼이나 고급정보가 있을 수 없었다. 왕실을 떠났다는 건 그가 높은 담장 밖에 있다는 소리니까.
얼른 전해야 한다고 생각했으나, 앞에 있는 하녀의 압박감과 더불어 핏빛 눈동자는 그들이 함부로 움직이지 못하는 살기를 풀풀 풍겨댔다.
“내가 지금까지 암살자만 대략 마흔 명을 쪼겠거든? 그놈들한테 다 이거 말해줬어.”
새로 물었던 연초를 다 태운 핀덴아이가 바닥에 꽁초를 버리며 말했다.
“너희는 신이랑 소통한다며. 뒤진 애들이 신을 만났으면, 주인놈이 이제 그레이폰드에 없다는 걸 말해줬을 거 아니야.”
“…….”
“그리고 그 신이라는 놈은 살아있는 신자들한테 말해줬을 거고. 그럼 너희는 알아야 하는 거 아니냐?”
식은땀이 삐질삐질 흐른다.
왜인지 죽음이 코앞까지 닿은 이 순간에서야 믿음이 조금씩 흔들리는 기분이 들었다.
“멀어서 아직 도착을 못 한 건가?”
허나, 이미 핀덴아이의 도끼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저들의 목을 찍어 넘겼다.
* * *
로베른 아카데미 1학년 중간고사 수석, 엘레노아 루덴 그리핀.
미녀는 잠이 많다는 속설처럼 그녀는 점심시간만 되면 대충 밥을 우겨넣은 후, 잠에 빠지는 습관이 있었다.
사람들은 공주로서의 무게감을 내려놓고, 편히 낮잠을 자는 그녀를 보며 털털하고 자유분방한 공주라고 칭찬했으나.
실은 엘레노아가 자는 이유는 딱 하나였다.
가끔, 그의 꿈을 꾼다.
현실에서는 절대로 볼 수 없는 존재. 데이우스 베르디의 안에 숨어 있는 김신우라는 존재를.
당시 꿈에서 그를 만났기 때문일까?
꿈 내용 자체는 그녀가 바라는 풋풋하고 알콩달콩한 상황은 없으나 어쨌든 만나는 빈도수는 비교적 잦았다.
“하암.”
기지개를 켜며 일어난 엘레노아는 몸을 이리저리 뒤튼다. 지금 계절에는 옥상에서 잠들면 딱 좋았다.
일부러 겨울용 마이를 챙겨들고 다니는 것도 이불로 사용하기 위함이었다.
시녀들이 본다면 공주로서의 위엄이 없다고 하겠으나.
지금 자신은 그리핀의 공주가 아니라, 엘레노아라는 학생일 뿐이니까.
손목의 시계를 확인하니 아직 점심시간은 10분 정도가 남았다.
평소보다 일찍 일어났음에 천천히 난간 쪽으로 향해서는 바람을 쐰다.
그리곤 그냥 본능처럼 휙 하고 고개를 내렸다. 정말 아무 생각 없이.
허나 그곳에는 놀랍게도, 꿈에서도 쫓고 있던 남자가 마도심판관들의 호위를 받으며 아카데미 밖으로 나오고 있었다.
“데, 이우스?”
깜짝 놀란 엘레노아는 자신이 지금 잘못 본 게 아닌가 싶어서 눈을 비볐다.
진짜 데이우스였다.
뺨을 꼬집어보고, 마나를 일으키거나, 코끼리 코를 잡고 몇 바퀴 제자리에서 돌아본다.
뺨은 알알하니 쓰라렸고.
마나는 늘 그렇듯 뽀얗게 떠올랐으며.
어지러움에 난간을 잡을 수밖에 없었다.
진짜 데이우스가 돌아왔다!
“왔으면 말을 해야지!”
콧바람을 흥 하고 불며 바로 계단으로 향한 엘레노아. 껑충껑충 뛰어서는 순식간에 1층에 도착한 그녀는 주위 학생이나 교수들의 시선은 신경도 쓰지 않았으나.
쿠르르르릉!
땅과 하늘이 진동한다.
엘레노아도 몇 번인가 느꼈던 현상.
“서, 설마?”
워프마법?
설마 이렇게 떠났다고?
아카데미에 왔으면서 공주인 나를 보러오지도 않고 그냥 갔다고?
엘레노아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더욱 걸음을 빠르게 했고.
데이우스 베르디와 마도심판관들이 방금 전까지 있던 장소에는 워프의 부작용으로 바닥에 생긴 그을음만이 남아있었다.
“아.”
그리고 마찬가지로 엘레노아의 뒤에서 들려온 탄식과 애처로움이 섞인 한 마디.
슬쩍 뒤를 돌아보니, 데이우스의 약혼녀인 에리카 역시 자신과 똑같은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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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의 사령술사가 되었다-77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