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Tyrant of a Defense Game RAW novel - Chapter 116
◈ 116. [자유탐사] 패자(霸者)의 길 (2)
우리는 통로 입구에서 한 시간 정도 휴식을 취했다.
저런 저주가 가득한 어둠 속을 막 돌파한 상태였다. 무리하게 움직일 이유가 없었다.
휴식을 취하며 물도 마시고, 간단한 간식도 먹고.
다들 안정된 상태가 되자, 나는 푸른 불꽃 횃불을 들고 몸을 일으켰다.
“좋아, 여기서 야영할 수는 없으니까. 슬슬 움직여 볼까?”
파티원들 모두 우르르 몸을 일으켰다.
루카스가 선두, 데미안이 두 번째, 내가 가운데, 그 뒤로 쥬니어와 에반젤린.
진형을 이루어 선 우리는 통로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그렇게 걷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우, 우으…….”
고개를 푹 숙인 데미안이 이상한 소리를 냈다. 나는 걱정스레 물었다.
“괜찮냐, 데미안? 어디 아파?”
“아뇨, 아픈 게 아니라…….”
데미안은 두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리고 우아아아- 소리를 냈다.
“부, 부끄러워서요…….”
“에이. 부끄럽긴 뭐가.”
“아까 제가 대체 왜 그랬는지 도저히 모르겠어요, 우으…….”
“괜찮다니까. 우리도 다들 저기서 무서운 거 겪고 왔어. 다 너 이해해.”
나는 해맑게 웃으며 주먹을 쥐고 파이팅! 자세를 취했다.
“힘내, 데미안!”
“힘내!”
“힘내요!”
“힘냅시다~!”
아까와 똑같은 순서로 나머지 파티원들이 연달아 구호를 외쳤다.
“그 레퍼토리…… 제발 그만둬 주세요…… 우으윽…….”
데미안은 쪽팔려서 죽으려고 했다. 나머지 파티원들은 킬킬킬 사악하게 웃었다. 아이 재밌어.
통로는 길었고 문양 하나 없이 반복적이었다. 제대로 전진하고 있는지 살짝살짝 헷갈릴 정도.
지루한 시간이었기에, 나는 아까 말한 대로 콜로세움의 기믹과 꼼수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콜로세움은 일반 던전과는 진행 방식이 달라.”
이곳 호수왕국의 던전은 기본적으로 방(Room)과 복도로 이루어져 있다.
여러 이벤트가 일어나는 방을 클리어하고, 복도를 타고 다음 방으로 가는 방식.
“콜로세움의 룸은 하나고, 이곳에 적이 계속 나타나는 방식이다. 웨이브는 총 일곱 번이고.”
여기까지만 들으면 가끔 있는 웨이브 방어형 던전과 비슷한 방식 같다.
하지만 콜로세움은 특이한 점이 있다.
“콜로세움에는 판돈이라는 시스템이 있어.”
“판돈이요?”
“콜로세움에서는 누가 이길지 내기를 하거든. 예를 들어서, 나랑 루카스가 투기장에서 한 판 붙는다 쳐 보자.”
내 말에 선두에서 걷던 루카스가 펄쩍 뛰어올랐다.
“그럼 바로 제 목을 잘라 바치겠습니다, 주군!”
“아니…… 그냥 예시 들고 있는 거야…… 죽지 마…….”
뭔 말을 못 하겠다, 야.
“아무튼 다시. 나랑 루카스가 투기장에서 붙는다 쳐 보자. 누가 이길 거라고 생각해?”
“음…….”
데미안은 내 눈치를 보더니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루카스 경……이요?”
“다른 사람들의 의견은?”
“루카스 아저씨요.”
“저도 루카스 경이 이기실 것 같네요.”
에반젤린과 쥬니어도 루카스가 이길 것이라 예측했다. 루카스만 고개를 거세게 저었다.
“주군께서 이기실 겁니다, 틀림없이!”
“그래. 그래. 아무튼 자, 이러면 승리예측 비율이 어떻게 되냐? 3대1이지?”
나는 씩 웃으며 설명을 이었다.
“그러면 승리 배당 비율은? 다 같이 100 아델씩 걸었다고 치자. 루카스가 이기면, 너희 셋은 얼마씩 받아 가겠니?”
에반젤린이 음- 하며 암산했다.
“판돈 총합이 400아델이니까…… 셋이서 나누면 133아델이겠네요.”
“그렇지. 100아델을 걸었는데 133아델을 벌었어. 즉 루카스한테 건 쪽의 승리 배당 비율은 1.33배인 거야. 이해했지?”
나는 스스로를 가리켰다.
“반대로 내가 이기면, 루카스는 얼마를 받아 갈까?”
“400아델 전부입니다, 주군!”
“그래. 배당 비율은? 4배지.”
루카스가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다.
“역시 믿고 있었습니다, 주군!”
“나는 가끔 네 충심이 두려워, 루카스…….”
충성심이란 어쩌면 일종의 뒤틀린 또라이력 발산이 아닐까? 가끔 네가 무섭단다.
“뭐 이건 단순하게 본 거고, 현실의 콜로세움에서는 가져가는 수수료도 있고, 사람마다 거는 돈도 다르니까. 좀 더 복잡다단한 숫자와 식이 나오겠지만 이해는 다들 한 것 같고.”
지금은 현실 콜로세움 운영에 대해 설명하는 게 아니고, 이번 던전의 특이 기믹에 대해 설명하는 거니까. 적당히 넘어가자.
“아무튼, 각자 승리 배당 비율이 1.33과 4였지?”
“네.”
“지금 향하는 콜로세움 던전에서는, 이 배당 비율만큼 공격력을 올려줘.”
“네?”
“루카스는 1.33배 공격력이 오르고, 나는 4배 공격력이 오른다고. 그 상태에서 싸우는 거야.”
다들 어처구니없다는 눈으로 나를 봤다. 나는 씩 웃었다.
“매치가 나한테 꽤 할 만해졌지? 즉, 사람들이 예상하기에 질 것 같은 약자일수록 유리해지는 거야. 일종의 밸런싱이지. 게임 재밌게 보라고.”
“하지만, 그래서는…….”
쥬니어가 고개를 갸웃했다.
“약자 쪽이 무조건 유리한 거 아닌가요? 그것도 지켜보기에 재미없을 거 같은데요.”
“그렇지. 그러면 강자 쪽에 너무 불리하지. 그래서 계속 공격력을 올려 주는 게 아니야.”
나는 검지를 치켜들었다.
“첫 회에 한해서. 각자 첫 공격에 한해서만 이 계수가 적용돼.”
첫 공격에 한해서, 루카스는 평소보다 1.3배 강하게 나를 때리고, 나는 4배 강하게 루카스를 때리는 것이다.
“다소 복잡했습니다만,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고개를 주억거리던 루카스가 정리했다.
“더 약하고 인기 없는 쪽이, 첫 한 방에 한해서는 이점을 안고 싸울 수 있는 거군요.”
“그렇지. 언더독의 반란은 언제나 재밌으니까, 시스템적으로 보정을 넣어 준 거야.”
강자 쪽에서도 사실 그리 큰 손해는 아니다.
어쨌든 첫 방 공격력은 양측 모두 강해지니까. 더 빠르고 강하게 쳐서 끝장내면 되니까.
“자, 그럼.”
박수를 짝 친 나는 파티원들을 앞뒤로 돌아보았다.
“이 룰을 악용하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첫 한 방을…….”
에반젤린이 주먹을 빙글빙글 돌려 보였다.
“무진장 세게 치면 되겠네요?”
“그렇지. 진짜 완전 겁나 쎄게 명치를 쾅! 쳐 주는 거야. 한 방에 뻗도록.”
나는 데미안이 짊어지고 있는 기다란 마총을 뿌듯하게 바라보았다.
“그래서 가져왔어.”
블랙 퀸.
우리가 가진 최강의 죽창.
안 그래도 더럽게 깡대미지 높은 무기인데, 콜로세움 특유의 첫타 보너스까지 받으면.
상대가 뭐든 어지간하면 원샷원킬이다.
“콜로세움은 5구역의 던전. 정공법으로는 지금 우리 레벨로 비벼 볼 수 있는 곳이 아니야.”
나는 히죽, 사악하게 미소했다.
“달리 말해서, 다들 우리가 질 거라고 예측하겠지. 승리 배당 비율이 엄청나게 높아질 거야.”
기믹을 이해한 파티원들의 얼굴에도 미소가 번져 나갔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보여주자고, 언더독의 업셋(Upset) 죽창을.”
나는 콜로세움에 등장하는 보스 몬스터들의 목록을 간략하게 읊어 주었다.
지금 우리 수준으로는 벅찬 놈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이 기믹을 이용하면 다들 해치울 만하다.
문제는 마지막, 웨이브7의 보스.
“그리고 마지막에는…… 콜로세움의 지배자인 검투왕, 쟈칼이 나선다.”
NPC 보스, 쟈칼.
이곳 호수왕국을 통틀어도 몇 없는 인간형 보스다.
“이놈이 진짜야. 무지막지하게 세거든. 지금 우리 다섯으로는 아마 죽었다 깨도 못 이길걸.”
“승리 배당 비율 계수의 적용을 받아도요?”
“응. 못 이겨.”
그도 그럴 것이, 치사하게도, 쟈칼의 특수능력은 ‘첫 공격 무조건 회피’다.
던전의 기믹을 카운터치는 존재가 던전의 보스라니. 어떤 의미로는 제대로 된 설계라고 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역시 꼼수가 있다.”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이건 나한테 맡겨 달라는 말 말고는 해 줄 수 있는 게 없네. 설명하기 어려워서.”
그러자 파티원들이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주군을 믿습니다.”
“애초에 선배님 믿고 이 지하까지 온 거잖아요.”
“헤헤. 황자님만 믿고 맡길 거예요.”
다른 파티원들의 반응을 듣고 있던 쥬니어가 내게 작게 속삭였다.
“신뢰받고 계시는군요.”
“뭐어, 지금까지 다 함께 사선을 굴러왔으니까.”
“보기 좋네요.”
“너도 몇 번 방어전 같이 뒹굴고 나면 싫어도 이렇게 될걸?”
“하하.”
가느다랗게 미소한 쥬니어는 작게 중얼거렸다.
“그렇네요…… 그럴 수 있으면, 좋겠어요.”
***
몇 시간이나 이 긴 통로를 걸었을까.
변하지 않을 것 같던 통로의 풍경이 일변했다.
맞은편 벽이 점점 가까워졌고, 사다리가 설치된 수직 통로가 보이기 시작했다.
“다 온 것 같습니다.”
“얼마나 걸은 거죠?”
“세 시간은 넘은 것 같은데.”
이런 곳에 있으면 시간 감각이 무뎌진다. 나는 회중시계를 꺼내어 살폈다.
“와, 총 다섯 시간쯤 걸었네.”
중간중간에 잠깐씩 휴식을 취하긴 했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쉬지 않고 걸어왔다.
“정말입니까, 주군? 다리는 괜찮으십니까?”
“나는 멀쩡해. 걱정 마.”
“저는 안 멀쩡해요. 어쩐지 다리가 아프더라니……아트트트.”
“저는 허리가…… 치유마법 필요한 분 계세요?”
다들 한 마디씩 하는데, 쥬니어가 한 박자 늦게 입을 열었다.
“쿨러억!”
“일단 각혈하고 보는 거 아니지?!”
어디가 아프든 일단 피부터 토하고 보는 거 아냐? 어?
아무튼 복도 끝에 도달한 김에 한 번 더 휴식.
정작 걸을 때는 느끼지 못했던 피로가 뒤늦게 몰려왔다.
우리는 퍼질러 앉은 채 긴 행군으로 혹사당한 다리를 쉬어 주었다.
하지만 천년만년 쉬려고 여기까지 온 게 아니니까.
피로가 적당히 풀린 시점에서 나는 전진을 명령했다.
“이번엔 아까 같은 저주는 없을 거야.”
위로 통하는 수직 통로를 올려다보며 내가 말했다.
저 위쪽에 환한 빛이 보인다.
아까처럼 어둠 속으로 들어가는 것보다는, 이렇게 환한 밖으로 나가는 게 훨씬 마음이 편하다.
나는 어깨를 풀며 크게 목소리를 냈다.
“자, 올라가볼까!”
***
아까 어두운 수직 통로를 내려올 때에는 체감상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렸었는데.
이번에 밝은 수직 통로를 오르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생각보다 높이가 얼마 안 되는 모양이다.
“으랏차! 다 올라왔다.”
선두의 루카스에 이어 사다리를 다 올라온 내가 그런 소리를 냈다.
“…….”
먼저 올라온 루카스는 조용했다. 나는 약간 의아해졌다.
“루카스? 왜 그러냐?”
“주군.”
루카스는 긴장한 눈으로 나를 돌아보았다.
“이곳…….”
“이곳?”
“……적진입니다.”
잉? 그게 무슨 소리?
나는 고개를 들어 주위를 살피려 했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팟!
파앗!
사방에서 눈부신 조명이 쏟아졌다. 으악! 뭐야!
잠시 뒤, 겨우 빛에 적응한 눈을 들어서 보자.
[제5구역 : 불꽃 튀는 콜로세움]눈앞에 시스템 창이 떠올라 있었다.
그리고 우리가 서 있는 곳은 바로- 콜로세움 경기장 한 복판.
경기장 바닥의 맨홀 뚜껑을 열고 여기에 올라선 것이다.
“홀리 쉿.”
아니, 왜 경기장 복판에 맨홀 뚜껑이 있는 건데?!
내 뒤를 따라 경기장에 입장한 에반젤린이 어처구니가 없다는 얼굴로 내게 물었다.
“아니, 선배님? 바로 경기장 입장이라는 말씀은 안 하셨잖아요!”
“그야…….”
얼떨떨하게 있다가 나도 마주 버럭 소리쳤다.
“나도 몰랐으니까, 쉬발!”
게임에서도 로딩 없이 바로 전투기는 했는데, 아니 당연히 게임적 허용인줄 알았지! 설마 고증이었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