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Tyrant of a Defense Game RAW novel - Chapter 19
◈ 019. [STAGE 1] 킬존
는 기본적으로 디펜스 게임이다.
디펜스 게임의 대원칙은 무엇인가?
괴물들에게 명확한 행동 패턴이 있다는 것이다. 그 패턴을 파악해 플레이어가 방어 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의 괴물들은 대부분 한 가지의 행동 패턴을 가진다.
‘인간을 죽여라.’
최단루트로, 가장 가까운 인간을 죽인다.
이렇게 행동 패턴이 명확하기 때문에 여러 전략을 사용할 수 있다.
가장 쉬운 작전은 유인이다. 소규모 부대를 파견해 괴물들의 시선을 끌고 원하는 지점으로 유도할 수 있다.
그리고 다음, 내가 가장 즐겨 쓰는 작전은, 바로 ‘경로 강제’다.
나무 울타리나 벽, 바리케이드 따위로 길을 틀어막아 놈들의 동선에 낭비를 주는 것이다.
길을 완전히 틀어막으면 괴물들은 장애물을 부수고 전진한다. 하지만 조금만 길을 터
주면, 그리고 소규모 부대로 유인하면, 괴물들은 그쪽 길로 유도된다.
그리고 그 유도된 경로의 끝에 십자포화를 배치하는 것이다.
좁은 곳으로 괴물들을 몰아서, 화력을 집중해 일거에 소탕한다.
이것이 바로 디펜스 게임 전략의 기본 중의 기본.
“‘킬존’이다!”
주먹을 불끈 움켜쥔 내가 외쳤다.
펑! 퍼버버벙!
괴물들은 울타리 외벽 사이 입구를 통해서 느릿느릿하게 쏟아져 들어왔다.
성벽 위의 대포들이 그런 괴물들을 향해 연이어 불을 뿜었다.
콰광! 쿠과광-!
아찔한 폭발과 함께 문을 통과해 온 리빙아머들이 녹아내렸다.
“발사해-!”
나는 연이어 팔을 휘두르며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
“발사! 발사! 간격을 두지 마! 계속 쏴! 포신이 녹아내릴 때까지 쏴-!”
내 명령을 루카스가 재차 복창하며 전달했다.
“쏘고, 장전하고, 다시 쏴라! 놈들에게 틈을 줘선 안 된다!”
대포마다 들러붙은 병사들이 땀을 뻘뻘 흘리며 포탄의 재장전과 발사를 반복했다.
까마득한 포성이 연이어 울려 퍼지며, 착탄지점에서 끊임없이 폭발을 일으켰다. 리빙아머들은 속절없이 산산조각 났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지.
“릴리!”
나는 옆을 홱 돌아보았다.
“중력장 아티팩트는?”
“준비 끝났습니다!”
어쩌다 보니 아티팩트 총괄이 되어 버린 릴리가 재빠르게 대답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발동시켜!”
“넵! 중력장 아티팩트 발동!”
대기 중이던 연금술사들이 일제히 복창하며, 회갈색 마법 기구를 작동시켰다.
“아티팩트, 발동합니다!”
우우우우웅-!
기묘한 구동음과 함께, 중력장 아티팩트가 펼쳐졌다.
수리가 끝난 몇 안 되는 R등급 아티팩트.
효과는 지극히 심플하다. 일부 지역의 중력을 강화시켜, 상대의 움직임을 느리게 만든다.
하지만 심플하기에 강력하다.
중력장이 킬존 위에 덮어지자, 가뜩이나 몸이 무거워 느린 리빙아머들은 허우적거리기 시작했다.
자연히 포격의 정확도가 올라갔다.
“……이대로만 막아 내면 되는 거 아닌가요?”
내 옆에서 함께 불지옥을 살피던 데미안이 떨떠름하게 물었다.
“괴물들, 저곳을 통과하지 못하고 있는데요?”
“…….”
나는 입을 꾹 다문 채, 십자포화에 갈려 나가는 리빙아머들을 지그시 살폈다.
이렇게 단순한 작전으로 손쉽게 막아 낼 수 있었다면, 내가 리빙아머들을 최악의 적으로 규정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절그럭, 절그럭……!
자욱한 폭연을 뚫고 괴물들이 하나 둘 킬존을 빠져나왔다.
리빙아머들은 모두가 방패를 들고 있다.
빈틈없이 방패를 앞으로 세우고, 포탄의 위력을 경감시켜 버텨 낸 것이다.
애당초 튼튼한 갑옷으로 이뤄진 괴물들이다.
포격을 집중해서 대미지를 몰아넣는다 해도, 모두를 깨끗하게 죽이는 것은 불가능했다.
“발리스타 부대!”
그래서 청소팀을 따로 준비해 둔 것이다.
“십자포화를 빠져나오는 놈들에게 사격 개시!”
즉시 루카스가 내 명령을 복창했다.
“발리스타, 사격하라!”
“예! 사격 개시-!”
발리스타를 장전한 채 대기 중이던 병사들이 일제히 사격을 개시했다.
퉁! 투투투퉁!
둔탁한 발사음과 함께, 커다란 화살들이 발리스타에서 쏘아졌다.
쏘아진 화살들은 방패를 세우고 킬존을 빠져나오는 리빙아머들에게 날아들었다.
콰직! 콰드득-!
방패가 찌그러지는 소리가 흉측하게 울렸다.
이미 포격을 버텨 내느라 너덜너덜해져 있던 리빙아머들은 발리스타 사격을 버티지 못하고 픽픽 쓰러졌다.
그아아아……!
풀썩, 풀썩!
허수아비처럼 픽픽 쓰러지는 리빙아머들을 내려다보던 나는 적 정보창을 켜보았다.
[적 정보 – STAGE 1]– Lv.? ??? : 1체
– Lv.5 리빙아머 돌격병 : 810체 (Kill Counts : 242)
킬카운트가 무섭게 올라가고 있었다.
‘좋아, 정석대로다.’
킬존을 형성하고, 가능한 오랫동안 적들을 그곳에 붙들면서, 일거에 소탕한다.
의 정석 디펜스 전술대로였다. 첫 스테이지인데도 나름대로 훌륭하게 싸우고 있었다.
이대로만 전선을 유지할 수 있다면…….
“전하!”
하지만,
“벽을 우회해 오는 놈들이 있습니다!”
“……!”
그렇게 쉬운 게임이 아니지.
나는 루카스가 손으로 가리키는 곳으로 재빨리 망원경을 들었다.
일부 리빙아머 병력이 나무 울타리 벽을 좌우로 길게 우회해서 돌아오고 있었다.
완전히 막았다간 그냥 파괴해 버리기 때문에, 가운데와 양끝에는 길을 뚫어 두었다.
가운데길이 막혀서 정체되자, 후열의 리빙아머들이 좌우로 우회해 오기 시작한 것이다.
우회해 오는 놈들의 수는 많지 않았다. 하지만 막아야 했다.
“쥬피터!”
나는 즉시 쥬피터를 불렀다. 쥬피터와 그 파티는 성벽 가까이까지 후퇴해서 대기하고 있었다.
“울타리 오른쪽으로 오는 리빙아머 부대를 맡긴다! 히트 앤 런으로 요격해 막아 내도록!”
“말씀대로 합지요.”
내게 고개를 끄덕여 보인 쥬피터가 말의 배를 가볍게 찼다.
“가자! 이랴!”
쥬피터의 파티 5인이 날듯이 내달려갔다.
우회해 오는 리빙아머들에게 그대로 달려든 쥬피터가 양손을 휘저었다.
“이거나 처먹어라!”
번쩍-!
쿠과과광!
벼락이 몰아치며, 리빙아머들을 번갯불에 튀겨 버렸다.
‘좋아. 저쪽은 쥬피터가 잘 막아 주고 있고.’
남은 건 왼쪽으로 우회해 오는 놈들인데.
나는 옆을 돌아보았다. 나와 시선이 마주치자 데미안이 마른침을 꼴깍 삼켰다.
“데미안.”
“네, 넵!”
“네 차례다.”
나는 멀리서 다가오는 리빙아머들을 향해 턱짓했다.
“울타리 왼쪽으로 우회해서 오는 놈들을 저격해.”
“……넵.”
데미안은 손에 들린 석궁을 꽉 쥐더니, 성벽에 다가가 섰다.
성벽 위에 석궁을 거치하고, 가장 앞에서 달려오는 리빙아머를 조준한 뒤,
“후우…….”
두 눈을 감고 한 번 숨을 들이쉬고는, 눈을 부릅떴다.
그리고, 방아쇠를 당겼다.
철컹!
푸슛-!
바람 찢어지는 소리와 함께 석궁에서 화살이 발사되었다.
쏘아진 화살은 일반적인 석궁의 사거리를 아득히 벗어나 날아갔다.
절그럭!
저격 대상이 된 선두의 리빙아머는 방패를 위로 치켜들었지만,
츠카악-!
화살은 마치 뱀처럼 제 몸을 휘며 공중에서 괴악한 궤도를 그리더니, 방패를 피해 파고들었고.
투학!
리빙아머의 투구와 흉갑 사이의 틈에 파고들었다.
갑옷 안에서 파랗게 일렁거리던 귀불이 흩어지더니, 산산이 흩어졌다.
우르르, 쿠궁!
마치 심장이라도 꿰뚫린 것처럼 갑옷 괴물의 움직임이 순식간에 정지했다. 뒤이어 텅 빈 갑옷이 바닥에 쏟아졌다.
이쪽을 지켜보던 병사들의 입이 일제히 떡 벌어졌다. 나는 만족스럽게 씩 웃었다.
이것이 [천리안].
적의 약점을 찾아내어, 정확히 저격한다.
‘아무리 그래도 평범한 석궁에 그냥 화살로 망령의 영핵을 꿰뚫을 줄이야…….’
대체 보정을 얼마나 받는 거냐고, 이 개사기 특성!
푸슛! 푸슛! 푸슛!
데미안은 숨도 쉬지 않고 계속해서 화살을 쏟아 냈다.
그아…….
그아악!
그리고 그 화살들은 모조리 리빙아머들을 꿰어 냈다.
원 샷 원 킬.
그야말로 신들린 듯한 솜씨였다. 주위의 병사들이 입을 떡 벌리고 그런 데미안을 바라보았다.
데미안은 그런 주위의 시선은 신경도 쓰지 않고 계속해서 화살을 장전하고 쏘아 내길 반복했다.
정면은 킬존. 오른쪽은 쥬피터. 왼쪽은 데미안.
방어전은 지극히 순조롭게 진행되어,
[적 정보 – STAGE 1]– Lv.? ??? : 1체
– Lv.5 리빙아머 돌격병 : 560체 (Kill Counts : 492)
어느새 500킬이 코앞!
나는 안정화된 전선을 살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대로라면 보스몹 등장 전까지는 순조롭겠는데?’
그때였다.
전장 곳곳에 너부러져 죽은 리빙아머들의 갑옷에서 허여멀건 안개 같은 것이 스멀스멀 뿜어져 나왔다.
“……?”
나는 멍하게 눈을 끔뻑였다.
저건 또 뭐야?
게임에서는 저런 거 없었는데?
안개들은 상공으로 느릿느릿하게 모이고, 뭉쳐서, 하나의 덩어리가 되었다.
희끄무레했던 그것은 점점 더 선명해졌다. 리빙아머들이 죽으면 죽을수록 더욱 더…….
이윽고 킬카운트가 정확히 500이 된 순간,
띠링!
적 정보창에 변화가 일어났다.
[적 정보 – STAGE 1]– Lv.25 망령기사 : 1체
– Lv.5 리빙아머 돌격병 : 552체 (Kill Counts : 500)
가려져 있던 보스 몬스터의 이름이 드러났다.
리빙아머 군단의 보스 몬스터, ‘망령기사’.
여기까지는 내가 아는 정보대로다.
그런데 이름이 드러나는 동시에,
사아아아아!
공중에 모인 안개 덩어리가 형체를 갖춰 가기 시작했다.
기괴하게 꺾인 창백한 팔다리에, 너덜너덜한 거적때기를 두른…… 거대한 유령, 이라고 해야 할까.
‘리빙아머 군단의 보스 몬스터, 망령기사다!’
이 녀석은 본래 리빙아머 군단의 일반 몬스터들을 모두 물리치면, 갑옷 속 망령들이 모두 합쳐져서 나타난다.
리빙아머 군단의 괴랄한 강함의 원인이 여기에 있다.
군단 자체도 억세지만, 모두 물리쳐도 마치 2페이즈처럼 보스 몬스터가 나타나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 리빙아머들을 다 물리치지도 않았는데?’
왜 벌써 나타난 거지?
모습을 드러낸 망령기사는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다. 광역 디버프를 걸지도, 강력한 공격 스킬을 날리지도 않았다.
그저 허공에 우두커니 떠 있을 뿐.
“우, 으으아……?!”
“저, 저, 저게 뭐야?!”
하지만 이곳은 게임이 아니다. 엄연한 현실이다.
상공에 갑작스럽게 거대한 괴이(怪異)가 출현한 것만으로도, 병사들은 일제히 패닉에 빠졌다.
‘젠장!’
나는 이를 악물었다.
이것이 인간 대 인간의 전쟁과 인간 대 괴물의 전쟁이 갖는 차이점이다.
거대한 이형(異形)의 존재가 주는 원초적 공포.
보스 몬스터의 등장만으로도 병사들은 겁에 질리고, 전선의 효율은 곤두박질친다.
그리고, 겁에 질리는 것은 인간만이 아니다.
히히히힝-!
말들이 공포를 이기지 못하고 발광하기 시작했다. 보스급 괴물이 뿜어내는 사기(邪氣)를 견디지 못한 것이다.
성벽 밖에서 유격 작전 중이던 쥬피터 파티의 군마들도 예외는 없었다.
말들이 미쳐 날뛰었고, 막 다음 번개 마법을 준비하던 쥬피터는 그만 균형을 잡지 못하고 안장 밖으로 나가떨어졌다.
“이런, 망할……?!”
쿠당탕!
낙마한 쥬피터가 바닥에 나동그라졌다.
“으악?!”
“크헉!”
쥬피터의 나머지 파티원들도 마찬가지였다. 미친 듯이 날뛰는 말 위에서 떨어진 모두가 신음을 흘렸다.
“크으, 윽……?”
낙마하면서 머리부터 지면에 부딪히는 바람에 쥬피터는 제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쓰러진 채 일어나려고 안간힘을 쓰다가, 이윽고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그아아아아!
그 사이 헐거워진 킬존을 빠져나온 리빙아머들이 미친 듯이 내달려왔다.
코앞의 살아 있는 인간들을 죽이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