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Tyrant of a Defense Game RAW novel - Chapter 20
◈ 020. [STAGE 1] 킬존 (2)
“으, 으으으으!”
“저렇게 큰 괴물을 어떻게 잡아……!”
보스 몬스터의 출현에 성벽 위의 병사들은 혼란에 빠졌다.
대포와 발리스타의 사격이 멎었고, 빈틈없이 유지되던 화망이 단숨에 헐거워졌다.
그아아아!
그아아아아-!
헐거워진 화망을 통과한 리빙아머들이 나무 외벽의 정면과 좌우를 통과해 쏟아져 들어왔다.
이 괴물 놈들은 가장 가까운 인간을 죽이기 위해 내달려왔다.
낙마의 충격으로 쓰러진 채 기절한 쥬피터를 향해서.
“젠장! 방진을 짜야 해!”
“마법사님을 지켜!”
쥬피터의 파티원 4인이 다급히 달려와서 쥬피터의 앞에 방진을 짰다.
하지만 이들 역시 낙마하는 바람에 적잖은 부상을 당한 상태였다. 게다가 날뛰던 말들은 모조리 뿔뿔이 도망쳐 버렸다.
기동력을 상실한 유격부대의 최후란 불 보듯 뻔한 법.
‘죽는다!’
나는 이를 악물었다.
이런 곳에서 쥬피터를, 영웅 파티를 잃을 수는 없다!
“데미안!”
데미안이 나를 보았다. 나는 다급히 쥬피터 파티 쪽을 가리켰다.
“쥬피터 파티로 오는 리빙아머들을 저격해!”
“넵!”
데미안은 가타부타 토 달지 않고 석궁의 방향을 홱 틀었다.
푸슛! 푸슛! 푸슛-!
연속해서 저격이 날아갔다.
퍽! 퍼어억!
일격일살의 화살들은 정확하게 리빙아머들을 꿰뚫었다.
다만 문제는…… 데미안은 세상 누구보다 정교한 저격수지만, 사격 속도가 빠르지는 않다는 점이었다.
그아아아-!
헐거워진 킬존을 지나 쏟아져 들어오는 리빙아머들의 숫자가 너무 많았다, 데미안의 저격으로 모두 저지하는 것은 어림도 없었다.
루카스가 나를 향해 소리쳤다.
“전하! 대포의 화망을 돌려서 쥬피터 파티를 지원해야 합니다!”
“안 돼!”
나는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화망은 기존대로 유지해야 한다! 킬존이 사라지면 빠져나오는 놈들의 숫자가 더 불어나!”
“하지만!”
“화망의 복구부터 신경 써! 병사들이 죄다 얼이 빠졌잖아!”
나는 성벽 앞의 대포에서 어버버거리는 병사에게 달려가 등짝을 쫙 쳤다.
“정신 차려, 멍청이들아! 저깟 괴물 놈의 덩치가 좀 크다고 쫄지 마란 말이다!”
그러자 병사가 바로 정신을 차렸다.
“헉?! 죄, 죄송합니다, 전하!”
“엥?”
오히려 내가 얼떨떨해졌다. 뭐야? 내 등짝스매시가 그렇게 따끔한가?
손바닥을 내려다보던 나는 퍼뜩 그 이유를 깨달았다.
나의 패시브 스킬, [불굴의 지휘관]!
‘내 주위 10m의 병사들은 정신 상태이상에서 회복된다.’
나는 성벽 위에서 공포에 질려 덜덜 떠는 병사들을 살폈다.
설마 정신 상태이상 회복이라는 게, 디버프 마법뿐만 아니라 그냥 흔들린 멘탈도 잡아 주는 건가?
‘그럼 내가 겁나게 전장을 뛰어다니면, 병사들의 멘탈을 멀쩡하게 회복시킬 수 있다는 뜻?’
생각이 미치자 판단은 빨랐다. 나는 루카스를 홱 돌아보았다.
“루카스!”
“하명하십시오.”
“병사들을 진정시키고 킬존을 복구하는 건 내가 맡겠다! 루카스, 너는!”
일순 망설였지만, 나는 기어코 내뱉었다.
“구조대를 맡아라.”
“……!”
“성문을 열고 나가서, 쥬피터 파티를 구출해 와라.”
여기서 SR등급 마법사를 잃을 순 없다. 절대로!
그리고 몬스터들이 우글거리는 저 지옥에 들어가서 쥬피터를 구해 올 수 있는 이는, 어쩔 수 없이 주인공인 루카스뿐이었다.
루카스는 재빨리 전장을 훑었다.
지금도 킬존을 빠져나온 리빙아머들이 무서운 기세로 들이닥치고 있었다.
갑옷괴물들은 끔찍한 포효를 내지르며 쥬피터 파티를 향해 내달려들었다.
사지로 들어가서, 동료까지 구출해 오라.
무모하기 짝이 없는 명령이다.
“예, 전하!”
하지만 루카스는 한 치도 흔들리지 않는 얼굴로 나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즉시 다녀오겠습니다.”
“……부탁한다. 루카스.”
자칫하면 SR등급 마법사에 SSR등급 기사까지 모조리 잃어버릴지도 모르는 판단이다.
하지만 나는 루카스를 믿기로 했다. 이 녀석이 주인공으로서 타고난 강운에 걸어 보기로 했다.
루카스는 날듯이 계단을 타고 성벽을 내려갔다. 부탁한다, 주인공!
나는 서둘러 성벽 외곽을 내달리며 병사들의 등짝을 후려쳤다.
“정신 차려, 정신 차리라고, 등신들아! 이대로 다 뒤질 셈이냐!”
짜악! 짜악!
내 통렬한 등짝스매시를 맞은 병사들은 다들 펄쩍 뛰며 정신을 차렸다.
“끄악?!”
“따가웟!”
“저, 전하? 무슨…….”
“정신 차리고 대포나 쏴! 똑바로 킬존 유지 못 해?!”
전력으로 성벽 위를 내달리며, 병사들의 등이고 뺨이고 어깨고 모조리 두들기면서 나는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
“저 괴물이 무서워? 정말로?!”
병사들은 상공에 떠 있는 거대한 유령을 살폈다. 다들 여전히 겁에 질린 얼굴이었다.
그래서 나도 솔직하게 말해 주었다.
“나도 무서워, 씨발!”
“예?”
“무섭지 그럼 안 무섭냐? 저런 게 안 무서우면 사람도 아니지!”
괴물은 인간보다 거대하다.
괴물은 인간보다 강력하다.
원초적으로 공포를 느낄 수밖에 없다. 두려워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하지만 훈련받은 우리보다, 평범한 사람들이 저 괴물들에게 더 공포를 느낄 거다!”
나는 성벽을 한 번 쭉 달리면서 모든 병사들의 등짝을 한 번씩 후려쳐 주었다. 모두가 정신을 차렸다.
하지만 정신을 차린 것을 알면서도 나는 반대방향으로 한 번 더 달리면서 일일이 등을 한 번 씩 더 후려쳤다.
“너희 어머니가! 아내가! 동생이! 자식이! 저 괴물을 보면서 느낄 공포를 생각해라!”
내 등짝스매시를 맞는 병사들의 얼굴에 당혹과 함께 새로운 공포가 들어섰다.
“이곳이 뚫려서 저 괴물들이 도시 안으로 들어왔을 때를 생각하라고!”
“……!”
“힘없는 일반 시민들이 저 괴물들에게 학살당하는 모습을 생각해! 너희가 쫄아서 얼타는 바람에 희생될 수많은 어린아이들을 떠올려!”
허억, 허억, 아이고. 성벽 위를 한 번 왕복 달리기 했더니 겁나 숨차다. 토할 것 같아.
“여기서 막아 내야 한다.”
나는 가쁘게 헐떡거리면서도 계속해서 소리쳤다.
“바로 우리가 괴물들을 막아 내고 사람들을 지키는! 최종저지선이다!”
병사들은 여전히 겁에 질린 채였지만, 떨리는 손으로 다시 대포와 발리스타를 붙잡았다.
“정신 차렸으면 빨리 쏴! 새끼들아! 가진 탄 전부 쏟아 부어!”
“예, 옙!”
“발사하라! 발사-!”
펑! 펑! 퍼벙-!
다시 대포가 불을 뿜고 발리스타가 발사되기 시작했다. 나도 고래고래 악을 질렀다.
“쏴라, 쏴! 괴물들을 싸그리 태워 버려-!”
가까스로 킬존이 복구되었다.
목재 외벽의 중앙이 다시 십자포화로 틀어 막혔고, 리빙아머들은 속절없이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 킬존이 무력화된 동안 외벽 안으로 쏟아져 들어온 괴물들의 숫자는 상당했다.
“성문을 열어라!”
그리고 그 괴물들의 밭으로, 루카스는 단기필마로 달려 나갔다.
“이랴, 이랴-!”
말에 탄 루카스의 모습이 쏜살처럼 멀어졌다. 나는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부탁한다, 루카스!’
이번 스테이지의, 아니…….
이 게임 전체의 명운이. 루카스의 손에 달려 있다.
***
“헉?!”
쥬피터는 외눈을 부릅떴다.
‘여기는?’
쥬피터는 다급하게 주위를 훑었다.
크로스로드 남쪽 성벽 앞의 벌판- 이었다. 그곳에 자신은 쓰러져 있었다.
‘갑자기 말이 미쳐 날뛰어서 낙마한 것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그 뒤에는?
어떻게 된 거지?
“쥬피터 경! 정신을 차리셨습니까?!”
다급한 고함이 날아들었다. 쥬피터는 힘겹게 바닥을 짚고 상반신을 일으켰다.
이마가 축축해서 손을 대어 보자 피가 배어나왔다. 낙마하면서 머리에 상처를 입은 모양이었다.
허리도 삐었는지 움직일 때마다 격통이 일었다.
“아이고, 이 나이 처먹고 이게 무슨 고생이야…….”
“쥬피터 경! 한시가 급합니다! 쥬피터 경!”
목소리가 들린 쪽을 보자, 자신의 파티원들이 주위를 둘러싸 지키고 있었다.
그아아아아-!
그리고 그런 파티원들을 향해 리빙아머들이 괴성을 내지르며 달려들고 있었다.
“……?!”
빙글빙글 돌던 머릿속이 대번에 차가워졌다. 쥬피터는 정신을 차리고 현재 상황을 파악했다.
쥬피터의 파티는 고립되어 있었다.
낙마하면서 벌판에 쓰러지는 바람에 모두 부상을 입었고, 쥬피터는 기절했다.
도시로 돌아갈 시도를 하기도 전에 리빙아머들의 습격을 받았다.
“구조대가 곧 올 겁니다! 그때까지 버텨야……!”
쥬피터에게 현황을 말해 주던 용병이 다급하게 손에 들린 철퇴를 휘둘렀다.
퍼억!
어느새 달려든 리빙아머 하나의 투구가 그 철퇴에 맞고 움푹 찌그러졌다.
그아, 악-!
하지만 리빙아머는 잠시 멈칫거렸을 뿐, 재차 손에 들린 창을 거칠게 찔렀다.
“미친! 이걸 쳐맞고도 버티는 거냐?!”
용병이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다른 파티원들도 마찬가지였다.
물밀듯이 밀고 오는 리빙아머들을 맞아 공격을 퍼부었지만, 리빙아머들은 어지간한 공격으로는 쓰러지지 않았다.
마법 공격으로는 픽픽 쓰러져도, 물리 공격으로는 갑옷 전체를 박살 내지 않는 이상은 계속해서 움직인다.
이것이 리빙아머가 상대하기 어려운 이유였다.
쥬피터의 파티원들 모두가 N등급이라고는 해도 영웅 캐릭터.
그동안 적지 않은 괴물들을 상대해 본 실력자들이었지만, 숫자도 많고 개체 하나하나가 억센 리빙아머는 보통 어려운 상대가 아니었다.
결국,
“크헉?!”
사상자가 나왔다.
쥬피터에게 상황을 알려 주던 용병이었다.
그는 철퇴로 네 번째 리빙아머를 짓이기는 데에 성공했지만, 상반신만 남은 리빙아머가 기어와서 휘두른 창에 종아리를 찔렸다.
고통에 휘청거리는 사이 몇 마리의 리빙아머들이 더 달려들었다.
힘껏 철퇴를 휘둘러 선두의 리빙아머를 박살 냈지만,
푹! 푸푸푹!
다른 리빙아머들이 내지른 창에 가슴과 복부가 꿰뚫렸다.
“크아…… 악…….”
고통에 몸부림치며 철퇴를 다시 휘두르려 했지만, 괴물들이 더 빨랐다.
푹! 푸욱-!
기계적인 동작으로 창을 뽑아낸 뒤, 다시 찌른다.
괴물들의 움직임에는 일말의 감정도 없었다. 그저 효율적으로 인간을 죽이기 위해, 최적의 동선을 그릴 뿐.
파티원 하나가 처참하게 살해당하는 과정을 지켜본 쥬피터의 눈이 홱 뒤집혔다.
“이 튀겨먹을 괴물 새끼들이……!”
쥬피터는 얼른 마법을 써서 일대의 리빙아머들을 쓸어버리려고 했지만, 손에 제대로 마력이 모이지 않았다.
낙마하면서 머리부터 바닥에 떨어진 탓인지 마력의 컨트롤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쥬피터는 이마를 짚고 마력을 모으기 위해 애를 썼다.
“큭, 젠장……! 빨리……!”
푸욱! 푸확-!
“으아, 아아악!”
그 사이 두번째 파티원도 쓰러졌다.
어떻게든 방패를 들고 공격을 흘려 내던 용병이었다.
그러나 리빙아머들의 거센 공격에 방패가 쪼개지면서 동시에 온몸이 난자당했다.
“으으, 으으으아! 씨발, 씨발!”
그 옆에서 싸우던 세 번째 파티원은 뒤돌아 도망쳤다. 아니, 도망치려고 했다.
하지만 그가 몸을 뒤로 돌리자마자, 텅 빈 그의 등을 향해 리빙아머들이 창을 내던졌다.
휙! 휘익-!
푸푸푹!
순식간에 투창에 꿰뚫린 세 번째 파티원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바닥에 엎어졌다.
그는 자신이 쏟아낸 피의 진창 속에서 몸을 떨다 이윽고 절명했다.
고작 몇 명으로 유지되던 작은 방어선이 순식간에 궤멸했다.
쥬피터는 바로 앞에서 리빙아머들이 풍기는 냄새를 맡았다.
녹슨 갑옷과 썩은 물의 냄새.
익사(溺死)의 냄새다.
“얌전히 호수 아래에 좀 처박혀 있을 것이지…….”
가까스로 한 줌의 마력이 손끝에 모였다. 쥬피터는 고함을 내지르며 손을 앞으로 뻗었다.
“이 할미가 편안히 연봉 받아먹는 게 그리 고깝더냐?!”
번쩍-!
새파란 벼락이 튀며 일대를 휩쓸었다.
맨 앞에 서 있던 리빙아머들이 일제히 새카맣게 타 버리며 쓰러졌다.
효과적이었지만, 평소 출력의 반의반도 안 되었다. 몇 줄기씩 떨어지던 벼락이 고작 한 줄기 떨어졌다.
‘글렀군, 이건.’
새카맣게 탄 갑옷들의 뒤로 또 우르르 몰려오는 리빙아머들을 보며 쥬피터는 혀를 찼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남은 파티원에게 소리쳤다.
“너라도 도망가!”
“예, 예?!”
마지막 파티원은 아직 앳된 티가 나는 어린 용병이었다. 쥬피터는 재차 버럭 고함을 질렀다.
“다 죽느니 한 명이라도 살아야지! 얼른 튀어, 애송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