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Tyrant of a Defense Game RAW novel - Chapter 210
◈ 210. [자유탐사] VS 데미안
마법의 문을 통과하자, 바로 이벤트 던전. 슬라임의 방이었다.
[Event Dungeon – 슬라임의 방]– 몰려오는 슬라임을 상대로 싸워 생존하라!
– 슬라임 떼가 몰려옵니다!
– Lv.15 노멀 슬라임 : 30체
탁 트인 넓은 평지로 이뤄진 던전룸이었는데, 사방에서 슬라임들이 하나 둘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다.
“…….”
“…….”
“…….”
하지만 나보다 먼저 들어온 파티원들은 누구 하나 슬라임에게 눈길을 주지 않았다.
루카스와 에반젤린, 쥬니어 모두 각자의 무기를 뽑아들고 데미안을 둘러싼 채였다.
사아아아…….
이벤트 던전룸 안의 모든 어둠들이 몰려들어, 자욱한 안개처럼 데미안의 주위를 맴돌고 있었다.
어제 아침에 몽유병처럼 난동을 부리던 상태의 데미안과 흡사했다. 하지만 몸 주위를 맴도는 어둠의 양이 비교도 안 되게 많았다.
“무슨 일이야!”
다급하게 외치는 내게 루카스가 침착하게 보고했다.
“이곳에 진입하자마자 던전 내부의 어둠들이 데미안에게 몰려들었습니다. 데미안은 현재 의식을 잃었는지 어떤 응답도 없는 상태고요.”
“이런 망할…….”
정신계 상태이상이라면 내 패시브 스킬 [불굴의 지휘관] 효과로 옆에만 있어도 회복될 텐데.
여전히 저 상태인 걸 보니 아예 판정이 다른 모양이다.
‘애 상태도 안 좋은데 던전에 데려오는 게 아니었는데!’
가능한 한 내 눈에 닿는 곳에 두려는 생각이었던 건데, 내 오판이었던 모양이다.
이곳 호수왕국 던전은 어둠과 악몽의 본거지.
데미안의 상태를 악화시켰으면 악화시켰지, 절대로 좋은 영향을 끼칠 리가 없는 것이다……!
꿀럭꿀럭…….
데미안이 등에 찬 [블랙 퀸]으로부터 평소보다 더 짙고 부피감 있는 검은 오오라가 쏟아져 나와 데미안의 온몸을 완전히 뒤덮었다.
언제나 환하게 번뜩이던 데미안의 두 눈이 의식을 잃고 흐리멍덩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데미안! 나야, 애쉬! 나 못 알아보겠어?”
다가서며 소리쳤다. 데미안이 조금이라도 의식을 차리기를 바라면서.
데구르르.
그러자 데미안의 흐리멍덩한 눈이 옆으로 홱 굴러가서 나를 바라보더니,
히죽.
데미안의 얇은 입술에, 전에 없이 사악한 조소가 걸렸다.
《데미안은 지금 행복한 꿈을 꾸고 있다.》
“……!”
《이 아이의 행복을 방해하지 마라, 인간.》
직감했다.
‘저건’ 데미안이 아니다.
“이런, 망할……!”
나도 모르게 중얼거린 것과 동시에,
철컥!
완전히 검은 오오라에 잠식당한 데미안의 두 팔이 허리춤에서 권총형 마총, [케르베로스]를 움켜쥐었다.
눈 깜짝할 새에 그 총구가 나를 향해 겨누어졌고,
탕! 타앙-!
불꽃을 뿜었다.
***
투두두둥!
다음 순간 나를 감싼 에반젤린의 방패에서 불똥이 튀었다.
쏟아진 마탄을 방패를 휘둘러 모조리 튕겨 낸 에반젤린이 이를 갈며 마상창을 앞으로 겨누었다.
“세상에, 진짜 완전히 정신줄을 놓은 모양인데요? 설마 선배님을 향해서 데미안 오빠가 총을 쏘다니?”
그러게나 말이다. 우리 파티의 정신줄 놓음 랭킹 순서를 새로 정해야겠는걸.
까득!
그때 루카스가 이를 거세게 가는 소리가 던전룸 내부를 울렸다. 얘는 어째 빡친 얼굴이다.
“그동안의 공로는 인정하지만, 감히 주군께 총부리를 겨누다니…… 참교육이 필요하겠군, 데미안.”
“지금 데미안은 저 마총의 영향 때문에 의식을 잃은 상태야.”
나는 이를 갈며 품에서 지팡이를 꺼내들었다.
“다치지 않게 제압해야 해.”
나는 마법을 캐스팅 중인 쥬니어에게 소리쳤다.
“쥬니어! 너는 혼자서 슬라임 웨이브를 막아 내. 할 수 있겠어?”
“물론이죠. 전하.”
쥬니어의 마법은 강력하지만, 너무 강력해서 문제다. 자칫하다간 데미안이 크게 다칠 수도 있다.
몰려드는 슬라임들을 쥬니어의 광역 마법으로 저지하는 사이, 루카스와 에반젤린 그리고 내가 육탄전으로 데미안을 제압한다. 이게 내가 세운 작전이었다.
“다치지 않게 제압이라…… 그런 게 가능할지 모르겠네요, 선배님.”
에반젤린은 방금 마탄을 걷어내느라 푹푹 파인 자신의 방패를 내려다보며 쓰게 웃었다.
“데미안 오빠는 우리 파티가 보유한 최강의 창이라고요?”
“그리고 너는 내가 보유한 최강의 방패지.”
내 말에 에반젤린은 으히힛? 하는 이상한 웃음을 흘렸다.
그러자 루카스가 사나운 시선을 부라렸다.
“저는요, 주군?”
“……내가 보유한 최강의 검.”
만족했는지 루카스도 으음~ 소리를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지금 이런 만담 주고받을 때가 아니에요.
“데미안의 등에 있는 마총을 빼앗으면 돼…… 가자!”
타앗!
내 말이 떨어지는 것과 동시에 에반젤린과 루카스가 땅을 박차고 달려들었다.
“대(對) 저격수 전술은 아카데미에서 진이 빠지도록 배웠거든요-!”
방패를 앞세우고 내달리는 에반젤린을 향해 데미안이 양손의 케르베로스를 연속으로 쏴갈겼다. 탕! 탕! 탕! 탕-!
핑! 피잉! 핑-!
하지만 에반젤린은 방패술의 스페셜리스트.
대미지가 약한 케르베로스의 마탄은 모두 어렵잖게 흘려내며 단숨에 데미안의 앞으로 쇄도했다.
데미안은 탄창이 빈 케르베로스 두 정을 바닥에 휙 던지더니, 세번째 케르베로스와 기관단총 형태의 마총 [딱따구리]를 양손에 하나씩 뽑아들었다.
그리고는 에반젤린이 아닌, 에반젤린이 디딘 땅을 향해 쏴갈겼다.
두두두두!
바닥에 빗발친 마탄세례가 도탄되어 마구 튀어 올랐다.
직사(直射)만 경계하고 있던 에반젤린은 막거나 피하지 못했고, 튕겨 오른 마탄들은 에반젤린의 종아리와 허벅지에 모조리 명중했다.
‘땅바닥의 도탄 각도를 모두 계산하고 쐈다고?!’
이 미친 천리안! 개사기 특성! 사랑하긴 하는데 적이 되니까 좀 많이 뭣하네!
“우와아아악?!”
다리에도 갑옷이 있어서 치명상은 아니었지만 대미지는 확실했다.
다리에서 핏물을 뿜어내며 에반젤린은 바닥에 나동그라졌다. 이런 맙소사, 에반젤린!
“흐읍!”
그 바로 뒤에서 내달리던 루카스가 날듯이 달려서 데미안의 정면으로 짓쳐들었다.
“이 파티의 서열을 확실하게 정해 볼까, 데미안!”
2스킬 [집념의 일보]를 발동한 루카스는 한 번 땅을 박찰 때마다 몇 미터씩 거리를 좁히고 있었다.
두두두두!
데미안은 딱따구리에 남은 마탄을 모조리 쏟아부었지만, 루카스는 터프하게 몸으로 받아 내며 데미안의 코앞에 도달했다. 이미 검이 닿는 범위였다.
부웅-!
루카스는 검집에 넣은 채로 강맹하게 장검을 휘둘렀다.
맞아도 죽지는 않겠지만, 뼈 몇 개는 우습게 부러질 듯한 무시무시한 스윙이었다.
하지만.
탕!
휘둘러지는 검끝을, 데미안은 케르베로스를 발사해 정확하게 적중시켰다.
마탄에 맞은 검로(劍路)는 옆으로 홱 휠 수밖에 없었고, 루카스의 검격은 아슬아슬하게 데미안의 몸을 스쳐 허공을 베었다.
“뭐…….”
어처구니없어하며 루카스는 다시금 검집 째로 장검을 내리쳤지만,
탕! 탕! 탕!
연속 세 번 더.
데미안은 정확하게 루카스의 검끝을 맞춰서 검로를 휘게 했고, 그때마다 루카스의 검격은 허공을 갈랐다. 그야말로 정신 나간 묘기였다.
하지만 케르베로스의 탄창이 바닥났다.
데미안은 미련 없이 양손의 마총을 바닥에 던져 버린 후, 매끄러운 동작으로 등에서 장총 형태의 마총- [사냥꾼의 응보]를 꺼냈다.
데미안은 냅다 그 마총을 루카스를 향해 갈겼다. 총구는 정확하게 루카스의 심장을 겨누고 있었다.
타앙-!
펑!
그때 달려든 에반젤린이 방패를 내뻗어 마탄을 튕겨 냈다.
바로 뒤이어 루카스가 재차 장검을 내리그었다. 데미안은 눈 하나 깜짝 않고 다시 사냥꾼의 응보를 쏘아서 루카스의 검끝을 맞췄다.
탕! 탕! 타앙-!
챙! 츠캉! 핑!
공격과 수비가 연속으로 오간다.
두 기사와 한 저격수가 벌이는 이 비현실적인 근접 결투를 보면서 나는 이를 악물었다.
나도 놀고 있지 않았다. 내가 가진 1스킬 [지휘의 마안]을 데미안에게 걸어서 정신지배로 제압하려고 계속해서 시도하고 있었다.
문제는, [지휘의 마안]은 서로 눈이 마주쳐야 발동하는 스킬이다.
하지만 데미안의 눈- [천리안]은 그런 내 의도를 파악하고 있다는 듯이, 절대로 나와 마주보지 않고 계속해서 시선을 피해 냈다.
찰나지간이라도 나와 눈이 마주친다면 스킬이 발동할 텐데, 저놈의 천리안은 시선 회피에도 일가견이 있는 것인지 기가 막히게 내 눈길을 피해 냈다. 망할!
어제 엘리제에게 받은 스턴 단검 [스피릿 크래셔]라도 던져 볼까 싶었지만, 루카스의 검격도 빗겨내는데 내 단검 투척이라고 맞을 것 같지도 않고.
‘이대로는 진짜 누구 하나 크게 다칠 거 같은데……!’
[사냥꾼의 응보]의 장탄량은 12발. 곧 끝난다.그러면 데미안은 마지막 마총 [블랙 퀸]을 꺼낼 테고…… 그 막대한 위력으로 반드시 누군가는 피를 볼 것이다.
‘어떻게 좀, 원활하게 이 사태를 끝낼 방법이 없나……?!’
주위를 둘러보는 내 눈에, 문득 무언가가 보였다.
슬라임.
쥬니어가 마법으로 싹싹 청소 중인, 이 젤리 덩어리 같은 몬스터 녀석들.
“……!”
그 순간 벼락처럼 아이디어가 스쳤다. 나도 모르게 손가락을 튕기며 소리쳤다.
“이거다!”
나는 즉시 저쪽에서 슬라임 대청소 중인 쥬니어에게 소리쳤다.
“쥬니어! 슬라임 그만 해치우고!”
“네?”
의아하게 나를 보는 쥬니어에게 나는 다급하게 명령했다.
“한 곳에 전부 모아!”
***
타앙-!
“아으악!”
방패로 막았지만, 계속된 충격을 버티지 못한 에반젤린의 건틀릿이 산산조각 났다. 에반젤린은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렀다.
“큭, 젠장…….”
루카스도 이를 갈며 신음을 흘렸다.
루카스와 에반젤린은 제압을 위한 공격이 한계인데, 데미안은 이쪽을 죽이려는 공격을 쏘아 대니.
전투력 차이가 날 수밖에 없었다. 루카스는 이를 갈며 장검의 손잡이를 움켜쥐었다.
정녕 피를 봐야만 이 사태가 끝난다는 말인가?
투둑!
탄창이 빈 [사냥꾼의 응보]를 망설임 없이 바닥에 던져 버린 데미안이 등에 마지막으로 차여 있던 장총을 꺼내어 쥐었다.
나이트메어 슬레이어이자, 남부전선에서 가장 강력한 장비이며, 이번 사태의 주범.
화아아악-!
데미안이 블랙 퀸을 꺼내어 손에 쥐자, 온몸에 넘실거리던 검은 오오라가 더욱 짙어졌다.
고오오오오오……!
마총에서부터 숨쉬기도 힘들 정도로 사악한 기운이 내뿜어져 나왔다.
스릉!
루카스는 이를 악물고 검집에서 장검을 뽑아 들었다.
저 총을 쏜다면 이쪽도 더 이상 제압만을 위해 검을 휘두를 수가 없다. 누구 하나는 죽는다는 각오로 싸우는 수밖에.
데미안은 매끄러운 동작으로 블랙 퀸을 들어 루카스의 미간을 정조준했다.
루카스는 두 눈을 부릅뜨고 앞으로 마주 쏘아질 준비를 마쳤다.
저격수와 기사가 서로를 노려보며, 마탄과 검격을 장전하는 그 순간.
그때였다.
우르르르르!
느닷없이 데미안의 뒤쪽으로 슬라임 수십 마리가 굴러와 쏟아졌다. 몽실거리는 형형색색의 슬라임들은 마치 산사태 같았다.
《……?!》
당황한 데미안은 즉시 뒤로 돌아서며 블랙 퀸을 쏘았다. 투쾅-!
한 발에 여섯 마리나 되는 슬라임의 영핵이 일거에 꿰뚫리며 소멸했다. 하지만 슬라임들은 아직 잔뜩 남아 있었다.
철퍽! 철퍽!
젤리 덩어리 같은 슬라임 떼가 서로 엉겨 붙으며 데미안의 위로 우수수 쏟아졌다.
“가라, 나의 슬라임들아-!”
그 슬라임 떼의 뒤에는 애쉬가 서 있었다.
1스킬 [지배의 마안]으로 수십 마리의 슬라임에게 동시에 정신 지배를 걸어서 데미안을 공격하게 한 것이다.
과도한 마력 사용으로 쌍코피가 터져서 휴지로 코를 틀어막은 몰골이었지만, 제국의 3황자는 오히려 신이 난 듯한 얼굴이었다.
“살아남아서 데미안을 제압하는 한 마리는, 내가 특별히 영구히 우리 편으로 삼아 주도록 하마!”
철퍽! 철퍽-!
우르르르르!
애쉬의 말을 알아들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슬라임 떼는 파도처럼 몰아닥쳤다.
투쾅! 투쾅! 투쾅-!
데미안은 정신없이 블랙 퀸을 연사해서 수십 마리의 슬라임을 영핵 째로 소멸시켰지만, 기어코 살아남은 슬라임 떼에게 결국 덮쳐져서…….
철퍽-!
《커헉……?!》
몽글몽글한 젤리 속에 갇혀 버렸다.
《이 아이의 행복한 꿈을, 억지로 앗아갈 셈이냐……?!》
데미안이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소리쳤다.
《지옥 같은 현실보다, 과거의 꿈에서 사는 게 이 아이에게 더 행복할 거다……!》
“자면 안 될 시간에 자고 있으면 당연히 깨워야지, 뭔 소리야?”
제압당해 버둥거리는 데미안에게 다가간 애쉬는 그 손에서 블랙 퀸을 홱 빼앗아 들었다.
“이건 선생님이 압수할 테니까, 이따 수업 끝나면 찾아가고.”
애쉬가 움켜쥐자 마총에서 넘실거리던 어둠이 거짓말처럼 사그라들었다.
애쉬는 엄한 얼굴로 말을 맺었다.
“그때까지 벌 좀 서자. 데미안…… 그 안에서 무릎 꿇고 손 들고 있어!”
발버둥치는 데미안의 몸 위로, 남은 슬라임들이 마저 우르르 쏟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