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Tyrant of a Defense Game RAW novel - Chapter 224
◈ 224. [STAGE 9] 노 옵션
마법병단 총대장 레이나.
그리고 직할부대원 4인. 코드네임 폭스, 래빗, 키티, 피기.
이중 폭스와 래빗은 오랫동안 레이나를 보좌해 온 엘리트였지만, 키티와 피기는 이번 크로스로드 파견부터 레이나의 파티에 배속된 신입이었다.
물론, 신입이라고 해도 마법병단.
황실의 필요에 따라 휘둘러지는 마술지팡이답게, 눈 하나 깜짝 않고 대규모로 인명을 살상해 왔다.
그것이 공무(公務)이기에.
나라에서 이들에게 내린 명령이기에.
그렇기에 이곳 도시 시민 수만 명을 단숨에 몰살시킬 수 있는 인신공양 마법진을 설치하면서도 어떤 감정적 흔들림도 없었던 것이다.
“……엑?”
“……헉!”
하지만 지금, 키티와 피기는 당황해서 괴상한 소리를 뱉어 냈다.
작업 현장을 민간인들에게 들킨 것이다.
이곳 전선의 저격수 데미안과, 한쪽 다리를 저는 목발의 붉은 머리 청년.
둘을 확인한 키티와 피기는 재빠르게 서로 시선을 교환했다.
‘피난은 완료됐다며?! 도시 안에는 아무도 없어야 하는 거 아냐?’
‘알 게 뭐야, 어차피 작전 중에 항상 있는 일이잖아!’
돌발상황은 언제나 일어난다.
그리고 이런 류의 작업을 목격한 상대에게는, 한 가지 대응밖에 할 수 없다.
‘살인멸구(殺人滅口)!’
죽여서 입을 막아야 한다.
파앗-!
키티와 피기는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동시에 각자의 마법을 쏘아 냈다.
당연하게도, 타깃은 데미안이었다.
데미안이 뛰어난 저격수라는 사실은 파악하고 있었다.
다리가 불편해 보이는 저 붉은머리는 내버려 두고, 더 위험한 데미안부터 처리하는 게 합리적.
“미안합니다, 저격수 씨!”
“개인적인 감정은 없어-!”
두 마법사가 쏘아 낸 마법이 데미안에게 쇄도했다.
데미안은 끝까지 동그란 눈을 뜨고 네? 같은 소리만 뱉고 있었다.
***
“만약 전하께서 정확하게 판단하지 못하신다면…… 제 재량으로 결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내 앞에서 레이나는 그렇게 말하며 손에 들린 스위치에 손가락을 올렸다.
“…….”
나는 입안이 바짝바짝 말라 왔다.
정확한 판단? 정확한 판단을 하라고?
그 정확한 판단이라는 게 세계를 지키기 위해서 크로스로드를 죽이라는 이야기인가?
“마법의 준비부터 발동까지는 한 시간 정도가 소요됩니다. 이 스위치를 누르려면, 지금 눌러야 합니다.”
“…….”
“정확한 판단을 하기 어려우십니까, 전하? 그렇다면.”
레이나의 손가락에 힘이 꾹 들어갔다.
나도 모르게 소리쳤다.
“레이나, 잠깐-”
하지만 레이나는 스위치를 누르지 않았다. 대신.
휙.
내게 그 스위치를 던졌다.
“……?”
엉겁결에 스위치를 받아든 나는 황망한 얼굴로 레이나를 보았다. 뭐야?
레이나는 쓰게 웃어 보였다.
“그렇다면 억지라도 부려 주십시오, 전하.”
“뭐?”
“군인인 제게 필요한 것은 냉철한 판단력입니다. 하지만 지도자인 전하께 필요한 것은, 전하의 의지를 관철하는 억지입니다.”
“…….”
“전하의 앞에 놓인 길이 좁고 가파른 낭떠러지라 해도, 모두가 건널 수 없는 길이라고 만류해도, 그곳에 기어코 가도(假道)를 놓고 사람을 이끄는 것이 전하께서 하셔야 할 일입니다.”
나는 이 노마법사를 잘 이해할 수 없었지만.
“전하. 전하께서는 어떻게 하고 싶으십니까?”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는, 잘 알겠다.
홱!
나는 스위치를 요르문간드의 몸 밖으로 던져 버렸다.
멀리 날아간 스위치는 지표면에 떨어져 산산조각 났다.
“이게 내 결론이다. 레이나 경.”
“…….”
“작전을 속행한다. 크로스로드도, 세계도, 포기하지 않는다. 둘 다 지켜 낸다.”
나는 씹어 뱉었다.
“처음부터 내 길은 이것뿐이었어.”
이 세계에 온 그 순간부터, 내 앞의 길은 외길이었다.
다른 옵션은 존재하지 않는다.
“감사합니다. 전하. 덕분에 제 머릿속 미혹도 없어졌군요.”
레이나는 텅 빈 손을 쥐었다 펴더니, 씩 웃으며 내게 턱짓했다.
“그럼 얼른 남은 힘을 쥐어짜서 저 마지막 신경 중추를 박살 내러 가죠!”
마주 고개를 끄덕인 나는 신경 중추를 향해 돌아서 걷기 시작했다. 내 뒤로 따라붙는 레이나에게 나는 물었다.
“왜 이렇게 한 거지, 레이나 경?”
레이나가 마음만 먹었다면, 안전하게 셧다운 프로토콜을 발동시키고 요르문간드를 퇴치할 수 있었다.
혹은 발동하지 않기로 마음을 먹었다 해도, 내게 굳이 이 마법의 존재를 알릴 필요는 없었다.
계속해서 비밀로 둬도 상관없었다.
하지만 레이나는 마법의 존재를 내게 알리고, 내게 결정권을 이양했고, 내가 그것을 폐기하도록 내버려두었다.
고맙긴 하지만, 어째서?
“……글쎄요. 아무래도 저도 늙은 건지.”
레이나는 흐릿하게 대답했다.
“아무 죄 없는 사람들을 불태워서…… 그 화력(火力)으로 제국을 데우는 데에 지쳤나 봅니다.”
레이나의 시선은 신경 중추 옆에 쓰러져 쉬고 있는 쥬니어에게 닿아 있었다.
에반젤린의 무릎에 고개를 벤 채 잠든 쥬니어는 창백한 얼굴로 쌕쌕 숨을 내뱉고 있었다.
레이나는 무표정하게 그 어린 마법사를, 자신의 과거가 저지른 과오(過誤)를 내려다보았다.
“다른 방법으로도 제국을 지킬 수 있다고, 증명하고 싶습니다.”
“…….”
“가시지요, 전하. 시간이 없습니다. 이제 휴식도 사치입니다.”
레이나의 말이 백 번 옳았다.
츠카카칵-!
부위파괴 게이지 마지막 10퍼센트.
경화 버프를 받은 신경 중추가 드릴의 날을 모조리 튕겨 내고 있었다.
형벌부대가 고함과 비명을 질러 댔고, 켈리베이가 바로 옆에서 피투성이가 된 손으로 드릴을 고치고 있었다.
“루카스, 에반젤린, 현장에 합류해.”
기다렸다는 듯이 루카스와 에반젤린이 몸을 일으켰다.
힘겹게 두 눈을 깜빡이는 쥬니어를 번쩍 들어 자리에 세운 레이나가 히죽 웃었다.
“자, 일어나, 쥬피터 딸. 저 머리 뿔은 처음부터 우리 담당이었잖아? 우리 마법사 팀이 마지막으로 한 건 해야겠어.”
“……지금 설마 저더러, [원소 해체]를 한 번 더 쓰라든가, 그런 말은 아니겠죠? 그러면 저 죽어요……?”
“안 죽어, 안 죽어.”
쥬니어의 양 어깨를 틀어쥔 채, 레이나는 스스로 다짐하듯 읊조렸다.
“절대로, 내가 너 죽게 내버려두지 않을 테니까.”
***
크로스로드 중앙광장.
키티와 피기는 제압당해 있었다.
뺨과 턱에 선명하게 주먹 자국이 남은 채, 온몸에는 동아줄이 감겨서.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다.
“어디서 친구한테 마법을 날려, 마법을!”
그 앞에 서서 쿠레하가 훈계를 하고 있었다.
“서로 그렇게 마법 쏘고 죽이려 들고, 그러면 되겠어?”
“…….”
“돼? 안 돼? 대답?”
“아, 안 됩니다…….”
“잘못했습니다…….”
이 광경을 옆에서 보며 데미안은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쿠레하가 고개를 끄덕이며 계속했다.
“다 내 동생 또래 친구들 같아서 이런 말 하는 거야. 친구끼리 사이좋게 지내야지. 그렇지?”
“…….”
“…….”
두 마법사가 침묵하자 쿠레하가 주먹을 홱 치켜들었다.
“그렇지?!”
“그, 그렇습니다!”
“사이좋게! 친구니까!”
“좋아. 자, 서로 사과하고 화해해.”
“미, 미안합니다, 저격수 씨!”
“마법 날려서 죄송합니다!”
두 마법사가 연신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그렇게 안 봤는데…….’
데미안은 흐린 눈으로 쿠레하를 바라보았다.
이 남자, 그나마 멀쩡해 보였는데. 아니나 다를까 이 도시의 여느 다른 사람들과 다름없는 또라이였다…….
“이런 어린애들이 위험한 공격 날려 대는 걸 보면 마음이 안 좋단 말이지. 다 내 동생 같은데.”
“쿠레하 씨의 동생이라고 하면…… 그, 산적왕 쿠일란 씨요……?”
“응. 너희처럼 귀여운 꼬맹이지.”
아니, 당신 동생은 키만 2m에 근육도 이따만 한데…….
‘자기 동생이라고 그 덩치가 귀엽게 보이는 걸까……?’
식은땀을 쏟던 데미안은 문득 쿠레하의 오른팔을 보았다.
바짝 말라붙은 손가락이 경련하고 있었다.
조금 전, 두 마법사가 데미안에게 마법을 쏘아 낸 순간.
쿠레하가 사이에 끼어들더니, 오른쪽 주먹만을 휘둘러 두 마법을 파훼하고, 단숨에 두 마법사의 턱을 후려쳐 제압해 버렸다.
그 직후.
쩌적. 쩌저적.
쿠레하의 오른팔에 낡은 바위처럼 실금이 번지더니, 살점과 근육이 와르르 먼지처럼 무너졌다.
먼지가 떨어지고 나자, 그 안에는 말라비틀어진 오른팔만이 남았다. 마치 그의 앙상한 왼다리처럼.
“……아. 괜찮아. 신경 쓰지 마.”
데미안의 시선을 눈치 챈 쿠레하는 태연하게 옷소매를 내려 자신의 오른팔을 가렸다.
“‘저주’ 받았거든. 이 몸.”
“저주……요?”
“힘을 쓰면 몸의 부위가 하나씩 미라화 돼. 뭐 그런 시시껄렁한 저주야.”
전혀 시시껄렁하지 않았지만, 쿠레하는 웃으며 입술 위에 검지를 올렸다.
“오늘 내가 힘 쓴 거 다른 사람들한텐 비밀이야. 동생한테 혼나거든.”
“…….”
“그나저나, 이 마법사 친구들이 여기서 뭘 하려고 했는지 물어야 할 거 같은데.”
쿠레하가 살벌하게 눈을 빛내며 돌아보자, 두 마법사가 화들짝 놀랐다.
“저, 저희는 만에 하나의 사태를 대비하고 있었을 뿐이에요……!”
“어디까지나 제국과 황실의 안녕을 위해서 움직였을 뿐이라고요!”
데미안이 눈살을 찌푸렸다.
“만에 하나의 사태라뇨?”
“지금 출정한 공격대원들이 요르문간드를 멈추지 못할 경우요……!”
“그래서 텔레포트 게이트를 타고 복귀해서, 플랜B를 준비중이었는데…… 두, 두 분이 막아 버린 거고요! 이제 플랜B가 없어!”
그때였다.
쿠구구구…….
땅이 흐릿하게 울리기 시작했다.
데미안과 쿠레하가 어깨를 움찔 떨었고, 키티와 피기는 자리에서 방방 뛰기 시작했다.
“우와아아, 요르문간드가 왔다!”
“땅이 울릴 정도라니! 엄청 가까이까지 온 모양인데?!”
“작전 실패하면 어떡해?! 작전 실패하면 어떡하냐고!”
“우린 싹 다 모가지야-!”
시끄럽게 떠드는 키티와 피기를 무시하고 데미안이 쿠레하를 돌아보았다.
“성벽 위로 가요. 상황을 확인해야겠어요.”
***
네 사람이 성벽 위로 가자, 최종저지선을 형성한 병사들이 보였다.
대포와 발리스타, 각종 아티팩트들이 장전을 마친 채 쏘아질 준비를 끝마친 채였다.
하지만 병사들의 표정은 밝지 못했다.
저 멀리서 접근해 오는 저 거대한 괴물에게는 이 모든 것이 별다른 타격을 줄 수 없음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쿠구구구……!
남쪽 평야 끝에서부터 거대한 뱀이 진격해 오고 있었다. 사방으로 먼지와 굉음이 일었다.
“가, 가까워…….”
저도 모르게 데미안이 중얼거렸다. 키티와 피기는 서로를 끌어안고 비명을 질렀다.
“저거 보세요! 저 거대한 뱀이 아직도 안 멈추고 있잖아요! 역시 우리 마법이 필요했다니까!”
“이제 다 끝장이야, 끝장! 우린 다 죽었어!”
시끄럽게 쫑알대는 둘에게 쿠레하가 주먹을 치켜 올렸다. 두 마법사는 즉시 입을 닥쳤다.
“데미안!”
그때 아티팩트 발사대 쪽에서 릴리가 허겁지겁 휠체어를 끌고 왔다.
“성녀님이 얼마나 너를 찾았는지 알아? 여기서 뭐해!”
“릴리.”
데미안이 굳은 얼굴로 릴리를 마주보았다.
“……제 총을 가져다주세요.”
“뭐?”
“[블랙 퀸]이 있으면, 저 뱀을 막을 수 있어요!”
릴리는 당황하며 더듬거렸다.
“아직 황자 전하와 공격대원들이 작전 수행 중이야. 충분히 멈출 수 있어. 사거리에 들어오면 우리도 대포를 쏠 거고…….”
“그걸로는 부족하다는 걸 알잖아요, 릴리!”
“…….”
“제가 총을 잡으면 충분한 보험이 될 거예요. 제 실력 알잖아요!”
“…….”
“릴리!”
데미안에게 [블랙 퀸]을 주었다간, 아군을 향해 쏠 수 있다.
최악의 경우 성벽 위를 혼자서 초토화시킬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절대 돌려주지 마라는 명령을 받았지만.
쿠구구구구구-!
코앞까지 들이닥친 거대한 요르문간드의 위압감은, 아군 오사에 대한 위협보다 더 컸다.
릴리는 연금술사 팀에게 소리쳤다.
“데미안의 마총을 가져오세요! 당장!”
그리고-
새카만 오오라가 넘실거리는 검은 마총이, 데미안의 앞으로 전달되었다.
“…….”
데미안은 천천히 두 손을 [블랙 퀸]을 향해 뻗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