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Tyrant of a Defense Game RAW novel - Chapter 291
◈ 291. [Side Story] 정리와 계획
“흐응.”
광장의 구석에서, 남들의 시선을 피해 춤을 추는 애쉬와 세레나데를 곁눈질하며.
턱을 괴고 쀼루퉁하게 있던 에반젤린이 쫑알거렸다.
“잘 어울리는 선남선녀네요.”
“…….”
루카스는 어째 불만스러워 보이는 그런 에반젤린을 흘긋 살핀 뒤, 술잔을 삼켰다.
“왜 화가 나 있냐. 아가씨?”
“화난 거 아니거든요, 아저씨?”
에반젤린의 입술이 비죽 튀어나왔다.
“그냥 부러워서요.”
“부러워?”
“세레나데 님 좀 보세요. 엄청 미인에, 능력 있고, 똑똑하고, 이~따만한 상단까지 가진 분이잖아요.”
짤막한 팔을 크게 휘저은 에반젤린은 에휴~ 소리를 냈다.
“지금은 아예 게임이 안 되고…… 끄응. 저도 저런 어른이 되고 싶은데. 가능하려나 모르겠네.”
“……혹시 그 말 아냐, 에반젤린?”
“네? 어떤 말이요?”
“뱁새가 황새 따라가다간 가랑이가 찢어진…….”
“아 쫌! 응원은 못해줄망정! 쳇, 어디 두고 보셔!”
자리에서 폴짝 일어선 에반젤린이 주먹을 꼭 움켜쥐었다.
“몇 년 뒤면 깜짝 놀랄걸요! 이 에반젤린 크로스! 세레나데 님 못지않게 엄청 멋있는 어른이 될 거라고요. 그때 다시 승부야!”
“…….”
루카스는 그렇게 외치는 에반젤린의 젖살이 남은 앳된 얼굴을 살핀 뒤, 쿨하게 대답했다.
“뭐, 힘내라.”
“아이 참, 반응이 왜 그렇게 건조해요!”
“나이 먹어도 너는 계속 어린애일 것 같아서…….”
루카스에게 달려든 에반젤린이 루카스를 물어뜯으려 했다. 가까스로 그런 에반젤린을 떼어 낸 루카스가 중얼거렸다.
“그나저나, 세레나데 아가씨께서도 많이 변하셨군.”
“네? 변하셨다고요?”
“그래, 예전에는 좀 더…….”
과거를 회상하던 루카스는 말끝을 흐렸다. 축제의 마지막 폭죽이 솟아올랐기 때문이었다.
펑! 퍼벙……!
마무리를 알리듯 화려하게 터져나가는 불꽃을 올려다보며, 광장에 모인 사람들이 일제히 박수와 환호를 쏟아 냈다.
광장 구석에서도 춤을 멈춘 애쉬와 세레나데가 서로 인사하는 모습이 보였다.
에반젤린은 ‘썸 타서 좋겠다~’ 같은 소리를 내며 칭얼거렸고, 루카스는 피식 웃으며 남은 술을 입에 털어 넣었다.
***
축제는 끝났다.
어수선하게 축제가 마무리되는 시내를 벗어나서, 나는 내 저택의 집무실에 앉아 있다.
아직 축제의 열기가 몸에 남아 있지만, 머리를 차갑게 식히려 노력하며.
‘스테이지10까지 공략이 완료된 지금. 현재 상황을 정리해 보자.’
펜을 쥐고 종이 위를 톡톡 찍으며 나는 지금까지 쌓아 온 전황과, 앞으로 펼쳐질 일들에 대해 써내려갔다.
‘우선, 보유한 병력 상황.’
영웅부터.
메인 파티. 형벌부대. 그림자부대. 릴리. 마르헤리타. 그리고 던전 저등급 지역에서 레벨링 중인 예비대 서브파티가 3개.
‘생각보다 영웅 파티의 수가 부족하다.’
즉시전력이 되는 완성된 파티의 수는 단 둘 뿐.
그림자부대는 3인 뿐이고, 릴리와 마르헤리타는 현장직이 아니다. 그 외에는 예비대 파티 뿐.
‘보강해야 한다.’
현재 괴수전선과 인연이 생긴 파티는 두 개. 성배탐사대, 그리고 더스크 브링어의 친위대.
하지만 이들은 영입 시기나 조건이 확정되지 않았다.
이들의 영입을 전제하지 말고, 다른 영웅들을 지속적으로 얻고 훈련시켜야 한다.
‘다음, 일반 병사.’
꾸준한 보충으로 1천에 가까운 숫자의 병사를 확보하는 데에 성공했었지만, 지난 방어전에서 이백여 명이 전사했다.
일반 병사들은 영웅들처럼 단기간에 레벨업으로 스펙을 올리는 것이 불가능하다.
착실하게 시간을 들여 현장에서의 경험을 쌓게 해야 비로소 베테랑이 된다.
‘지난 스테이지 같은 참사를 되풀이해선 안 된다.’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다행이라면, 영웅과 병사들의 수급이 점점 원활해지고 있다. 확실히 초반에 비해서 크로스로드에 방문하는 용병들의 숫자가 늘고 있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 쥬피터가 소문을 퍼뜨려 준다고 했었던가.’
문득 죽은 노병의 말을 떠올렸다.
이곳 괴수전선이 얼마나 좋은 조건으로 용병들을 대우해 주는지 각지에 소문을 퍼뜨려 주겠다고 했었지.
정말 그 소문이 점점 대륙 곳곳에 퍼지고 있는 것일까?
알 수 없는 노릇이었으나 용병 수급이 원활해지는 것은 사실이었다.
클리어한 던전의 숫자가 늘어난 만큼, 파밍과 레벨링이 가능한 던전의 수도 늘어난다.
체계적으로 영웅과 병사들을 훈련시키고, 장비를 지급하자.
앞으로의 영웅 및 병사 훈련 계획을 간략하게 짠 뒤, 다음으로 넘어갔다.
‘도시의 내정 및 운영.’
윈터실버 상단이 마석 유통을 위해 도착해 주었고 도로까지 닦아 줬으니, 그동안 재고로 남아 있던 마석들을 처분할 수 있을 것이다.
황실에 절반 정도 진상하고도 상당한 양이 남는다.
윈터실버 상단이 이것을 대륙 곳곳에 판매해 준다면, 상당한 자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조금씩 예산이 간당간당해지던 차였는데, 좋은 타이밍이군.’
하나의 도시, 그것도 군사목적의 요새도시가 빨아먹는 돈은 천문학적인 것이었다. 거의 물 먹는 하마 급이다.
내가 용병들 복지를 빡세게 챙겨 주다 보니 더더욱 돈이 갈려 들어갔다.
하지만 마석 재고를 윈터실버 상단이 처리해 준다면 숨통이 확 트일 것이다.
앞으로 괴수들이 더 많이 출몰하고 마석 수입도 비례해서 늘어날 예정이니, 자금 걱정은 좀 덜어도 되겠지.
‘확보한 예산으로 대규모 건설사업에 박차를 가한다.’
전진기지 건설.
관광도시 계획.
두 사업 모두 이제 시작단계다. 앞으로 돈 무지 깨질 것이다.
하지만 전진기지는 도시의 안전을 위해, 관광도시 계획은 고등급 영웅 낚시(영입)를 위해 필요하다. 진행하도록 하자.
그 외에도 곧 닥쳐올 겨울을 대비한 월동계획이라든가, 수확철이니 인근 도시에서 식량을 수입해올 예산이라든가…… 이래저래 숫자를 더 어림해보았다.
이건 이따가 에이더 놈이랑 같이 더 정확하게 뽑아 봐야겠군.
좋아. 영웅과 도시 같은, 아군 쪽 정리는 이쯤하면 되었고.
다음은 적이다.
‘괴수와 던전.’
현재 던전의 공략 상황.
5구역까지는 모든 던전의 클리어가 끝났다. 6구역은 일부만 클리어했으며, 7구역은 초입의 [늑대굴]만 클리어한 상태.
‘먼저 6구역 올클리어를 목표로 하자.’
6구역부터는 던전의 심부. 심층마계라 불리는 곳이다.
앞의 구역들보다 더욱 샅샅이, 치밀하게, 착실히 훑어내며 전진해야 한다.
그동안처럼 쾌속 전진은 힘들어지겠지만, 어려워지는 만큼 보상도 커진다.
조급해하지 말고, 한 걸음씩 들어간다. 나는 남은 6구역의 지도를 간략히 그리고 공략 순서를 짜 맞추었다.
‘그리고…… 악몽 군단장들.’
네임드 괴수들을 떠올리며 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쓰러뜨린 악몽 군단장 3기. 올롭. 셀렌디온. 루나레드.
조우한 악몽 군단장 2기. 살로메. 레이븐.
‘여기에 아직 얼굴도 못 마주친 놈들도 더 있을 테고…….’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악몽 군단장들이 어떤 놈들일지 어렵잖게 짐작이 갔다.
게임에서 이 정도 최상위급의 네임드 괴수는 몇 없었으니.
나는 게임에서 만났던 네임드 괴수들의 공략법을 빠르게 써내려갔다.
앞으로는 방어전에서뿐만 아니라, 던전에서도 놈들과 부대껴야 할 터.
언제 어디서 어느 놈과 마주칠지 모르니, 미리 파티원들에게 숙지시켜야 한다.
던전과 괴수들에 대한 정리까지 끝내고 나서. 길게 한숨을 뱉으며 나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앞으로 일어날 일.’
2년차 최대의 이벤트, 페르난데스의 반역.
이후의 세계 역사를 모조리 뒤바꾸어 놓을 빅 이벤트다.
나는 세레나데에게 당장은 상황을 관조하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황도의 상황을 파악하라 지시했다.
반역은 앞으로 수개월 내에 일어난다. 이것은 확정사항이다. 애당초 막을 방법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황제는 동면중이고. 1황자 라르크는 서부전선에 있다.
2황자 페르난데스는 행정대신으로서 제국의 내각 실권을 틀어쥔 데다가 암부의 사령관이기까지 해.’
반역 자체는 최소 몇 년 전부터 준비되었다.
황도에 방문했을 때 한 번 막아 볼까 생각을 않은 것은 아니었으나, 이미 황도 전체가 페르난데스의 손아귀에 들어가 있는 상황.
천덕꾸러기 망나니인 내가 고발한다고 해 봤자, 사람들은 행정대신으로서 모두의 신뢰를 얻어 온 페르난데스를 더 믿고 지지할 게 뻔했다.
괜히 설치다가 페르난데스 손에 쥐도 새도 모르게 제거 당했겠지.
무엇보다, 나는 괴수전선의 사령관일 따름이다.
내가 막고자 하는 것은 괴물 놈들이다. 제국 안에서 황위를 두고 진흙탕 아귀다툼을 벌이는 것은 내가 신경 쓸 일이 아닌 것이다.
‘페르난데스의 반역으로 제국은 둘로 쪼개진다.’
게임에서는 라르크와 페르난데스, 갈라진 양 진영 사이에서 협상하며 최대한의 이득을 뽑아내야 했다.
나도 처음에는 이렇게 하려고 했다. 양쪽에서 가능한 한 많은 지원군을 뽑아내고, 뼛속까지 우려내 이용해 먹으려 했다.
황실의 지원군은 강력하다.
고작 레이나의 1개 파티가 지난 다섯 번의 방어전 동안 얼마나 큰 활약을 해 줬는지를 생각해 보면, 그보다 더 많은 정예병 파티가 파견된다면 앞으로 남은 기간 공략에 커다란 도움이 됐겠지.
‘하지만 그쪽 진영에 정치적으로 예속된다.’
그리고 이들 지원군은 점차 이곳 전선을 야금야금 자신들의 지배하에 두려고 수작을 부릴 것이다.
그래서 황도에 방문했을 때, 생각을 바꾸었다. 그리고 나는 독자노선을 천명했다.
이제 더 이상 황실에서의 지원군은 받지 않는다. 동시에 그들의 정쟁과 황위다툼에서 나는 한 발 물러선다.
황실로부터 얻을 수 있는 이득을 모두 포기하는 대신, 무엇을 얻을 수 있는가?
‘더스크 브링어를 필두로…… ‘몰락한 왕’들을 불러 모은다.’
몰락한 왕들.
제국에게 나라를 잃고 변변한 영토도 없이 떠도는 난민과 패잔병, 그들의 왕족, 그들의 기사단. 제국에게 강제로 복속당한 이종족 노예들.
각자의 은원을 속에 품은 채 방랑하는 그들을, 나의 용병으로 이곳 전선에 받아들인다.
‘게임에서는 이론상으로만 존재하는 공략법이었지.’
이른바 ‘공포의 외인구단’ 공략법.
방랑용병 중에서도 ‘왕’이나 ‘족장’, ‘군주’ 태그 가진 친구들을 위주로 영입해서 사용하는, 로망의 드림팀 영입 전략이다.
저 ‘몰락한 왕’들을 하나의 조직으로 융화시킬 수만 있다면, 황실에서 얻어낼 수 있는 모든 지원군의 총합보다 훨씬 더 강력한 군대가 된다. 이론상으로는 그렇다.
그야 몰락한 왕들의 개별 파티가 데이터상으로 강력한 것은 당연하지. 어쨌든 한 나라의 왕들이 최후까지 이끌던 부대니까.
하지만 이들을 한 곳에 모아서 하나의 군대로 만드는 것은 어려움의 차원이 다른 이야기다.
이들 모두가 성질 더럽고, 누구의 밑에 있으려 하지 않는데다가, 결정적으로 대부분 제국이랑 원한관계이기 때문이다.
나도 게임에서 몇 번 시도해 본 적은 있었다. 하지만 전부 실패했다.
어렵게 모셔놔도 툭하면 몽니를 드러내고, 반란 일으켜서 깽판 치고, 왕들끼리 또 은원이 있다 보니 자기들끼리 싸워 댔다.
‘하지만, 해내 보이겠다.’
이 공략법이 어려울지언정 이론상 가장 강력한 궁극의 육성법이니까.
진엔딩으로 향하기 위해서는, 평범한 공략으로는 결국 벽에 부딪힐 테니까.
그러니 곡예비행을 하며 날아 보이겠다.
개성 강하고 고개 숙일 줄 모르는 그들을 회유하고 협상하고 굴복시켜서 내 휘하에 결집시키겠다.
‘드래곤 레이디 영입은 그 시작이다.’
드래곤 레이디- 더스크 브링어.
모든 몰락한 왕들 중에서도 가장 무력이 강력한, 이번 계획의 핵심 열쇠.
이번 축제 때 놀러왔던 그 쪼끄마한 여왕님을 생각하며 나는 속으로 혀를 찼다.
‘5대5 PVP? 웃기지도 않아. 반드시 콧대를 꺾어 주마.’
원래는 황실의 눈치를 봐가며 몰래 끌어들일 생각이었지만 이제 그럴 필요가 없다.
곧 황실은 둘로 쪼개져 싸우느라 이쪽에 신경 쓸 여력도 없어질 테니.
다른 몰락한 왕들 또한 마찬가지. 페르난데스의 반역이 앞당겨지는 만큼, 나도 ‘공포의 외인구단’ 구축을 가속화한다.
“후.”
지금까지의 상황 정리와 앞으로의 계획 점검이 끝나자, 어느새 멀리서 동이 터오고 있었다.
나는 미간을 찌푸리며 떠오는 해를 바라보았다.
“이런, 애들 장비 아이템 맞춰 주는 계획은 아직 체크 덜 했는데…….”
구시렁대다 말고 새 종이를 꺼내서 장비 아이템 플랜도 새로 짜기 시작했다.
날밤 새우지 뭐. 스트리머 시절에도 ‘켠김에 왕까지’ 한답시고 24시간 방송도 흔하게 했던 나다.
정신없이 보유 마력핵 숫자와 장비 견적, 파밍 계획 등을 써내려가다가, 문득 생각했다.
축제는 분명히 즐거웠지만.
공략에 몰두하는 지금이 더 마음이 편하다.
결국 나는 전선에 있어야 하는 인간인 것일까.
“…….”
고개를 털어 잡생각을 지우고, 계속해서 장비 플랜을 써내려갔다. 우선은…….
‘루카스와 에반젤린의 전용 장비!’
SSR등급 영웅 캐릭터를 완성시켜 주는 전용 장비.
마침내 우리 두 기사님에게 이것을 입혀 줄 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