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Tyrant of a Defense Game RAW novel - Chapter 30
◈ 030. [자유탐사] 말라붙은 배수로 (3)
상자에서 나온 것은 톱날처럼 비죽비죽한 칼날의 장검.
무기를 꺼내어 들고, 나는 자세한 스펙을 살폈다.
[쥐 절단기(R) Lv.15]– 분류 : 장검
– 공격력 : 20-25
– 내구도 : 25/25
– 쥐 계열 몬스터를 공격할 때 25퍼센트의 추가 대미지를 가합니다.
《“쥐를 잡자 쥐를 잡자 찍 찍 찍!” – 어느 하수도 관리자》
시궁쥐 놈들 나오는 던전을 깨서 그런가, 장비도 쥐 관련이다.
‘이건 쓸 만하겠군.’
나는 바로 장검을 루카스에게 건넸다. 여기서 검을 사용하는 유일한 캐릭터니 당연한 선택이었다.
“루카스, 받아.”
“감사합니다. 전하.”
냉큼 받은 루카스가 머쓱해했다.
“하지만 저는 본래 쓰던 검이 있습니다만…….”
루카스가 원래 쓰던 검도 R등급 장비였다. 굳이 원래 쓰던 애검과 교체할 만큼 이 무기가 좋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챙겨만 둬. 쓸 일이 있을 테니까.”
이 장비에 붙은 특수 옵션은 유용하다.
내 말에 루카스는 잠자코 허리에 새 검을 찼다. 기존의 검까지 두 자루를 찬 모양새다.
그 모습을 흐뭇하게 보던 나는 상자 아래로 손을 뻗었다. 하나 더 있을 텐데?
“여기 있군.”
손에 뭔가가 잡혔다. 꺼내들어 보자,
[소환 스크롤 : 자동 방어 포탑 ]마법적인 푸른색으로 빛나는 스크롤이 하나.
“그렇지!”
나는 쾌재를 불렀다.
이건 탐사 1구역 확정 드롭 아이템이다. 사실 이거 먹으러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
“전하, 그것은? 마법 스크롤입니까?”
내 손에 들린 도면을 보며 루카스가 고개를 갸웃했다. 나는 잠자코 도면을 품에 쏙 넣었다.
“이게 뭔지는 곧 알게 될 거야.”
보상도 전부 챙겼고, 더 이상 여기 있을 이유가 없다.
“좋아, 나가자!
나는 상자의 뒤편을 가리켰다. 보스룸을 나가는 문이 활짝 열려 있었다.
“만세~!”
두 팔을 벌려 반긴 릴리가 가장 먼저 휠체어를 끌고 호다닥 나갔다.
“잠시만요, 릴리! 위험하니 혼자 가지 마십시오!”
루카스와 나머지 파티원들이 급히 그 뒤를 따라 나갔고, 내가 마지막으로 보스룸을 나섰다.
[제1구역 : 말라붙은 배수로]– 클리어 진척도 : 노멀룸 3/3 보스룸 1/1
– 획득 보물상자 : 2/2
올 클리어.
모든 방을 답파하고, 모든 보물상자를 찾았다.
‘첫번째 탐사구역 달성률 100퍼센트!’
기분 좋은 스타트다.
가벼운 걸음을 옮겨 이어진 복도를 따라 걷다 보니, 하수도가 끝이 났다.
좁고 음습하던 길이 탁 트인 공터로 이어졌다.
[제2구역 : 숨겨진 뒷골목]던전의 두 번째 탐사구역. 숨겨진 뒷골목에 도착했다.
이곳부터는 본격적으로 ‘호수왕국’의 내부다.
먼저 하수도 밖으로 나온 파티원들은 모두 멈춰서 있었다.
파티원들은 손에 들린 횃불을 들고 주위를 살피는 중이었다.
“뭐야, 이게…….”
떨떠름한 데미안의 중얼거림을 들으며, 나도 주위를 살폈다.
‘번화하다.’
엄청나게 번화한 도시의 거리였다.
거의 지구, 서울의 그것에 비견할 만큼 높은 건물이 즐비했다.
까마득한 마천루 아래로 도로는 완벽하게 정비되어 있고, 아름다운 문양과 장식이 빼곡하게 수놓아져 있었다.
대로도 아니고 뒷골목인데도 이 정도였다.
초고도의 마법문명이 이룩한 도시.
그것이 이곳 좌초한 호수왕국의 정체.
그러나, 이 번화한 도시에는 불빛 한 점 없다. 살아 있는 존재는 보이지 않는다.
한없이 어둠에 잠긴 채, 미동도 않고 죽어 있을 뿐.
오색(五色)의 돌 타일이 깔린 도시의 뒷골목 역시 캄캄한 어둠에 잠식당해 있었다.
구석 한 켠에 덩그러니 켜진 가로등 불빛만이 유일한 조명이었다.
사그락, 사그락…….
예의 벌레가 무언가를 갉아먹는 소리가 희미하게 사방에서 울려왔다.
어둠이 몰려오는 소리다.
“…….”
“…….”
파티원들 모두 어둠의 존재를 느꼈는지, 다급하게 각자의 무기를 치켜들었다.
“거점은 안전 구역이야. 다들 너무 긴장 안 해도 돼.”
파티원들을 진정시킨 나는 가로등으로 다가갔다.
이제 눈에 익숙한 돌무더기가 가로등 옆에 설치되어 있었다.
내가 돌무더기에 손을 올리자 돌들이 빙글빙글 돌며 솟아올랐고, 이윽고 텔레포트 게이트를 형성했다.
띠링!
[‘제2구역 : 숨겨진 뒷골목’의 거점이 연결되었습니다!]텔레포트 게이트가 연결되었다.
그리고 동시에,
[이후의 지역은 아직 진행할 수 없습니다.]다음 지역은 아직 진행 불가라는 안내가 떠올랐다.
나는 어둠이 휘몰아치는 골목 저편을 흘깃 보았다. 어차피 오늘은 더 갈 생각도 없었다.
갔다간, 잡아먹힐 테니.
“다들 수고했어. 오늘은 여기까지!”
박수를 짝 친 나는 텔레포트 게이트를 활성화시켰다.
– 목적지를 선택해 주십시오.
> 영주 저택 뒤뜰
> 호숫가 나루터
> 말라붙은 배수로
> …….
나는 영주 저택 뒤뜰을 선택했다.
텔레포트 게이트가 활성화되며 마법의 문이 빛났다.
훤하게 열린 집으로 가는 길 앞에서, 나는 파티원들에게 싱긋 웃어 보였다.
“퇴근합시다!”
***
– 애쉬(EX) Lv.9 (↑1)
– 릴리(R) Lv.20 (↑1) (1차 전직이 가능합니다!)
– 데미안(N) Lv.21 (↑1)
[획득 장비]– 쥐 절단기(R)
[획득 아이템]– 소환 스크롤 : 자동 방어 포탑
– 던전 탈출 텔레포트 스크롤
***
애쉬와 파티가 떠난 그 자리.
‘숨겨진 뒷골목’의 거점을 둘러싼 어둠 속에서, 한 남자가 천천히 걸어 나왔다.
검은 고깔모자를 눌러쓰고 음유시인 복장을 한 남자였다.
“……최후의 플레이어, 인가.”
손에 들린 잿빛 피리를 치켜들고, 남자는 작게 중얼거렸다.
“결국 여기까지 와 버렸구나.”
삐익-
남자가 가볍게 피리를 불자, 어둠이 물결쳤다.
키릭, 키릭…….
뒤이어 남자의 좌우로 셀 수도 없이 많은 새빨간 안광이 도미노처럼 번져나갔다.
마치 붉은 은하수처럼, 어둠 속에서 수천의 안광이 번뜩였다.
“우리의 죄를 용서해다오.”
수천 마리의 시궁쥐들에게 둘러싸인 채 남자는 고개를 숙였다.
“모든 것은 호수왕국을 위하여…….”
***
크로스로드로 귀환하자 어느새 늦은 밤이었다.
“와…….”
진이 풀린 릴리가 휠체어 위에서 주르륵 미끄러졌다.
“살아서…… 돌아왔드아…….”
“고생 많았어, 릴리.”
그런 릴리의 어깨를 두들겨준 나는 다른 파티원들도 쭉 둘러보았다.
“다들 오늘 힘들고 많이 피곤하지? 푹 쉬도록.”
“……쉴 수 있을지 모르겠군요.”
쥬피터가 입에 담배를 물었다.
“호수 아래에 그런 도시가 잠겨 있다니. 그 엄청난 수준의 마법 문명이, 그런 어둠에 삼켜져 있다니.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짐작도 가지 않습니다.”
“…….”
“무엇보다, 그 어둠.”
노인의 손끝이 가늘게 떨렸다.
“그 어둠은…… 명백하게 ‘비정상적인’ 무언가였습니다.”
“…….”
“저희에게 더 알려 주실 건 없으십니까, 전하?”
모두의 시선이 내게 쏠렸다.
나는 잠시 망설였지만,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없다.”
게임을 끝까지 클리어한 나지만, 게임 스토리에서도 호수왕국이 왜 저렇게 되었는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곳곳에 흩어진 파편 같은 단서를 수집하며 어림짐작만 시도해 볼 뿐.
하지만, 이번에는 예감이 들었다.
내가 직접 저 도시의 중심에 들어가서, 그 모든 진상을 밝혀내야 할 것이라는 예감이.
그래서 파티원들에게는 이렇게밖에 말해 줄 수 없었다.
“앞으로 차차 함께 알아 가도록 하지.”
쥬피터는 히죽 웃으며 담배에 불을 붙였다.
“오늘밤엔 맨정신으로는 못 잘 거 같군요, 한 잔 걸쳐야겠습니다.”
“저도요!”
릴리가 손을 번쩍 들었다.
“같이 가요, 쥬피터 경! 저도 취하지 않고는 못 잘 거 같아요.”
“나야 좋지, 아가씨. 내가 좋은 가게로 안내하겠네.”
두 여자는 의기투합해서 시내로 으쌰으쌰 가 버렸다. 사이좋네.
“저는 신전으로 돌아갈게요.”
데미안이 내게 부스스하게 미소해 보였다.
“저도 그 어둠만 생각하면 좀 무섭지만, 신전에서 기도를 올리면 좀 괜찮아질 것 같아요.”
“그래. 고생했다, 데미안. 가서 푹 쉬렴.”
파티는 해산했다.
한 일이라고는 황자 펀치 한 번 뿐이지만, 나도 온몸이 노곤했다.
던전은 다녀오는 것만으로도 정신력을 갉아먹고 체력을 방전시키는 곳이었다. 에고고.
“우리도 들어가자. 좀 쉬어야지.”
“예, 전하.”
나와 함께 저택으로 돌아가던 루카스가 내게 물었다.
“그런데 전하. 던전에는 또 가지 않습니까?”
“응? 다음 수비전까지는 안 갈 거야. 왜?”
저 무서운 곳에 자주 가고 싶냐? 뭐 여유가 있으면 이미 깬 지역도 레벨링하고 파밍하러 파티 보낼 수는 있다만.
“다음에 쳐들어올 몬스터가 무엇인지 알아보아야 하지 않습니까? 저번처럼 정찰을 갈 필요는 없습니까?”
“아아, 그 이야기구나.”
루카스는 저번 스테이지처럼, 호수 밖으로 나오는 몬스터 군단을 살필 필요가 없는지 묻고 있었다.
그때는 미리 가서 상대가 리빙 아머인 걸 확인했지.
하지만.
“이미 정찰했잖아.”
이번에는 이미 정찰을 끝냈다.
의아해하는 루카스에게 나는 싱긋 웃어 주었다.
“이번에 쳐들어올 몬스터 군단은 바로 시궁쥐 군단이야.”
“네? 아……!”
루카스의 입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몬스터 군단은 호수왕국의 근원에서부터 ‘흘러넘치는’ 존재들이다.
넘쳐 나온 이 괴물들은 호수 아래의 자유 탐사 구역을 먼저 채우고 우글거리다가, 임계점을 넘으면 호수 바깥으로 범람.
호수 밖으로 기어 나와 도시까지 쳐들어오는 것이다.
“자유탐사에서 만나는 몬스터가 바로 다음 방어전 때 상대해야 할 군단인 거지.”
“과연, 그렇군요.”
매번 랜덤하게 정해지기는 하지만. 어쨌든 미리 던전에 방문해 보면 다음 적을 알 수 있다.
“이번 방어전은 쥐 괴물 놈들을 상대할 준비를 하면 돼. 물론 쉽지 않겠지만…….”
그래도 이번에는 비교적 시간 여유가 있다.
쥐떼 놈들이 끔찍하긴 해도 리빙 아머보다야 쉬운 놈들이고.
‘할 만할 거야.’
낙관적으로 생각하려 애쓰며 나는 저택 입구를 뻥 열었다.
“우리 왔다! 밥하고 목욕물은 준비해 뒀냐, 에이더!”
“아이고 아이고, 영주니임!”
즉시 에이더가 저택 안쪽에서 쪼르르 튀어나왔다.
“큰일 났습니다요, 아이고오!”
에이더 녀석, 얼굴이 사색이다.
놀라서 나는 눈을 끔뻑였다.
따뜻한 식사와 목욕물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디렉터 녀석이 비명을 질러 대니 놀랐다.
“무슨 일인데 그래? 진정하고 말해 봐.”
“지원군이 없습니다!”
“……엥?”
이게 무슨 소리야?
뜨악해서 굳어 버린 내 귀에, 에이더의 뒷말이 날카롭게 꽂혔다.
“중앙에서는 물론이고, 인근 도시에서까지! 지원군을 일체 못 보내 준다고 합니다아!”
아니 그러니까 대체 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