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Tyrant of a Defense Game RAW novel - Chapter 340
◈ 340. [STAGE 14] King & Knight (2)
화아아아악!
내가 깃발을 꽂으며 [제국령선포]를 사용하자, 눈부신 빛이 일대를 뒤덮었다.
“뭐야?!”
“이게 무슨……!”
특무대원들의 당황한 비명을 들으며 나는 씩 웃었다.
내가 놈들을 유인한 곳은 베이스캠프.
적대지역이 아니므로 [점령전] 상태에 돌입하지 않는다. 다만 영토 효과를 생성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영토 안에서는,
쿠르르릉!
나만의 요새를 형성할 수 있다!
잿빛 마력으로 이뤄진 성벽이 일대 곳곳에서 솟아올랐다.
성벽 생성에 휩쓸린 특무대원들이 고함을 지르며 성벽을 피해 몸을 굴려 댔다.
“이거 안 됐네. 이 동네도 좋은 가이드 분 많은데.”
무명 같은 좋은 가이드 만났으면 즐거운 관광 시간 되셨을 텐데 말이야.
“하필이면 나 같은 악덕 사기꾼에게 걸려서!”
너네 여기서 다 죽게 생겼잖냐!
“애쉬 황자아아-!”
이 사태의 원인이 나임을 깨달은 메이슨이 내게 홱 달려들었지만,
콰직!
내 바로 앞에 회색 성벽이 형성되며, 메이슨과 나 사이를 갈라놓았다.
미안하지만 이 요새는 내 의지대로 변형이 가능하거든! 그것도 실시간으로!
‘그 말은, 다시 말해서!’
굳이 통상적인 요새의 형태일 필요도! 요새의 기능일 필요도 없다는 뜻이지!
촤르륵! 촤르르륵!
가장 처음에 디폴트 값으로 지정되어 있던 원형 형태의 마력 요새가, 나의 의지를 따라 실시간으로 블록처럼 재조립된다.
요새는 줄어들고 압축되며, 원에서 사각으로 형태를 바꾸고-
쿠구궁!
이윽고 직육면체의 구조물로 변형되었다.
본래는 밖에서의 공격을 막아 내기 위한 요새지만.
이번만은 안에 든 놈들을 가두기 위한…… 감옥의 역할을 맡게 되었다.
‘룰은 뒤집으라고 있는 거라고!’
요새는 뒤집으면 감옥이 된다.
요컨대, 내가 어떻게 갖고 노느냐의 문제다……!
마음 같아서는 벽을 밀어붙여 압사시켜 버리고 싶었지만, 안에서 저항하고 있는지 감옥의 크기가 더는 줄어들지 않았다.
“이 물건 다 사기 전에는 못 내립니다~”
회색 마력으로 이뤄진 벽을 발로 쿵쿵 차며 중얼거린 뒤, 나는 돌아섰다.
“전하!”
“괜찮으십니까, 전하?!”
베이스캠프에서 대기하고 있던 부하들이 내게 달려왔다.
윈터실버 상단 측에 파견해 두었던 예비대 파티와 함께 엘리제가 왔고, 신전에서 마르헤리타도 왔다.
“애쉬님!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으나, 명령만 주세요!”
그리고 베이스캠프에 대기 중이던 베르단디의 성배탐사대까지. 이 정도면 급한 대로 모을 만큼 모았다고 봐야겠군.
부상을 입은 몸으로도 도시 곳곳을 다니며 시민들을 대피시키고 병력을 모아온 그림자부대가 보였다.
나는 그 셋에게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성녀님, 나는 됐으니 루카스와 그림자부대의 치료부터.”
“아, 알겠습니다……!”
마르헤리타는 우선 루카스에게 회복마법을 쏟아 부었다.
피투성이였던 루카스의 몸 곳곳이 아무는 모습을 살피는데, 저쪽에서 드워프 대장장이가 헐레벌떡 달려왔다.
“애쉬!”
“예, 켈리베이. 접니다.”
“아니 이게 대체 무슨 일이냐? 먼저 온 갓핸드 녀석에게 대충 설명을 듣기는 했다만…….”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그보다.”
나는 켈리베이에게 손을 내밀고 까딱였다.
“주문한 장비는 제조가 끝났겠죠?”
“아직 마지막 조정 중이었지만…….”
켈리베이는 풍성한 수염을 뒤틀며 씩 웃더니, 내게 천에 덮인 물건을 내밀었다.
“뭐, 원래 무기는 전장에서 최종 조율하는 법이지. 급해 보이는데 바로 실전 투입해 봐.”
“감사합니다.”
홱-
천을 벗기자, 그곳에는 검집에 들어간 장검이 있었다.
깨끗하게 다듬어진, 하지만 단출한 디자인의 손잡이는 꽤 눈에 익은 것이었다.
[하사받은 검].루카스의 전용장비가, 완성되었다.
나는 그것을 들고 루카스에게 다가갔다. 긴급 치유가 끝난 루카스는 휘청이며 자리에 바로 섰다.
“주군.”
“루카스.”
나는 [하사받은 검]을 앞으로 내밀었다.
“받아라. 너의 새 무기다.”
“…….”
장검을 받아든 루카스는 가만히 그 검의 손잡이를 내려다보았다.
묵묵한 응시 끝에, 천천히 루카스의 입이 열렸다.
“……이 검은 어린 시절, 주군께서 제게 처음 하사하셨던 검입니다.”
나는 가만히 들어주었다. 루카스는 계속했다.
“그리고 제가 주군을 배신하던 어느 밤, 칼날이 산산조각이 났지요.”
“…….”
“그 뒤로 저는 언제나 이 손잡이를 품에 안고 살았습니다. 그 날의 제 잘못된 선택에 대한…… 후회와, 또 경계를 되새기기 위해서.”
손잡이를 꽉 움켜쥔 루카스가 다시 검을 내게 내밀었다.
“제게는 이 검을 다시 받을 자격이 없습니다.”
“……루카스.”
“저는 주군을 배신하고, 주군께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새긴…… 스스로 번견이라고 칭하기에도 부끄러운, 한 마리 미친개일 뿐입니다. 그 사실로부터 도망치려 했지만, 이번에도 제 과거 때문에 주군이…….”
“야! 시끄러! 좀 닥쳐 봐!”
내가 꽥 소리치자, 루카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나는 한 번 더 외쳤다.
“관심 없어!”
“예?”
“남자 놈 과거 따위 궁금하지도 않다고!”
루카스가 작게 입을 벌렸다. 나는 검지를 홱 들이밀며 말을 이었다.
“네가 나한테 무슨 잘못을 했든! 나는 이미 잊었다.”
아니 진짜로. 나는 모르니까 말이지.
“그리고 앞으로 네가 나한테 또 무슨 잘못을 하든! 나는 또 잊을 거다.”
내밀어진 검을 또 밀어서 루카스의 품에 억지로 들게 하며 나는 계속했다.
“배신?! 한 번 더 해! 두 번 세 번 네 번 마음대로 해! 상관없어!”
“예?! 아니, 예?!”
“결국 내 옆으로 돌아와서, 내 기사로 있어만 준다면!”
나는 천천히 검을 밀던 손을 떼어 냈다.
“다시 나의 친구가 되어 준다면. 그거면 된다.”
나와 함께 741번 실패하고,
기어코 엔딩에 도달한 주인공 녀석에게, 나는 그렇게 말했다.
조금 우스운 이야기일지 모르나…… 고작 컴퓨터 모니터로 지켜볼 뿐이었지만, 그 742번의 여정을 함께해 준 너를, 나는 진작부터 친구라 여기고 있었다.
검을 끌어안은 채 멍하니 있던 루카스가 되뇌었다.
“친……구요?”
“그래, 루카스.”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너와 나는 주인과 개 따위가 아니라, 친구와 친구잖아?”
“…….”
“뭐 물론 사적으로 그렇다는 거고, 공적으로는 사령관과 기사라는, 군사계급적 상하관계가 있지마는…….”
주저리주저리 늘어 붙이던 나는 에라- 하며 말을 줄였다.
“우리는 친구다, 루카스. 그 사실만은, 예전에 어떤 일이 있었든, 앞으로 어떤 일이 생기든, 변하지 않아.”
“…….”
“아니면 혹시, 나 혼자서만 그렇게 생각한 건가?”
“아니요, 아닙니다…….”
입을 꾹 다문 루카스가 고개를 숙였다.
엉망으로 헝클어지고 피에 절여진 금발이 늘어뜨려져, 그의 눈을 가렸다.
“……아닙니다, 주군. 절대로.”
그런 루카스의 어깨를 두들겨 준 나는 마력 요새 쪽을 가리켰다.
“슬슬 성벽 유지가 한계다. 이제 안에 가둬 두었던 놈들이 튀어나올 거야.”
컨디션이 엉망진창인데 억지로 인벤토리에서 있는 마력 포션 다 꺼내 들이마신 뒤, 어거지로 요새를 소환했다. 덕분에 금세 한계가 찾아왔다.
마력 요새가 조금씩 허물어지는 모습이 보였다. 곧 완전히 붕괴될 터.
“놈들은 우리 전선을 무너뜨리려 획책한 악당 놈들이다.”
나는 주위의 부하들을 둘러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정의한다. 놈들은 우리 괴수전선이 상대해야 할 ‘괴물’이다…… 다 해치워 버려!”
“예-!”
부하들이 일제히 대답했다.
엘리제는 검관을 고쳐 멨고, 베르단디와 성배탐사대는 각자의 장비를 꺼내들었다.
그림자부대와 예비대 파티들 또한 전투를 준비했고, 마르헤리타는 그들의 몸 위에 실드 마법을 걸어 주었다.
갓핸드 편으로 켈리베이에게 보내 두었던 루카스의 갑옷은 급한 수리가 끝나 있었다.
켈리베이의 도움을 받으며 그 갑옷을 착용하는 루카스에게 내가 말했다.
“루카스.”
“예.”
“그 검으로 끊어 내고 와. 너의 과거를.”
이 세계의 주인공에게.
빙의한 플레이어인 나는 씩 웃었다.
“다녀와.”
루카스는 손에 들린 깡통 투구를 쓰지 않고 옆에 얌전히 내려놓더니, 마주 흐릿하게 웃어 보였다.
“……예. 다녀오겠습니다. 주군.”
멀리서 마력 성벽이 사라졌다.
뒤늦게 내 온몸에서 잔여 마력이 잔금 치르듯 빠져나갔고, 그리고-
나는 기절했다.
***
아이기스 특무대 제1팀은 암부에서도 전투에 능한 이들만을 선별한 부대다.
실제로 이들의 전투력은 상당히 높아서, 제국군 기사들과도 모의전을 치르면 비슷한 점수가 나오곤 했다.
암습, 기습, 각종 도구의 사용까지 허용된다면, 그 기사들을 압도할 때도 있었다.
이들 개개인의 전투력은 크로스로드의 정예 영웅들에게도 결코 밀리지 않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번은, 상황이 너무 안 좋았다.
후두둑- 쿠과과광!
텔레포트하자마자 회색 성벽 안에 갇혔다가, 풀려나니 바로 사방에서 공격이 쏟아졌다.
미리 준비하고 있던 번아웃이 작정하고 폭발화살을 무더기로 쏟아 냈고, 갓핸드가 생성한 철창을 바디백이 투척했다.
베르단디가 이끄는 성배탐사대 또한 단궁을 쏘고 단검을 던졌다.
엄폐물 없이 이 원거리 화력 투사에 휘말린 특무대원들은 단숨에 큰 피해를 입었다.
“이런 젠장! 이쪽 방향으로 단숨에 돌파한다!”
대검을 휘둘러 화살들을 걷어낸 메이슨이 거칠게 호령하며 부하들을 돌아보았을 때,
그곳에는 감청색 단발을 휘날리는, 거대한 관을 짊어진 웬 하녀복장의 여자가 난입해 있었다.
그녀의 정체를 알아챈 몇몇 요원들이 기함했다.
“너는……?!”
“설마, 장의검사 엘리자베스-”
다급하게 그녀에게 무기를 휘두르는 특무대원들 사이에서, 엘리제는 조용히 검관 안의 칼들을 뽑아내어-
촤악! 츠캉! 카가가각!
팽이처럼 회전하며, 단숨에 특무대원들을 도륙해 버렸다.
하나 둘 쓰러져가는 부하들을 보며 메이슨은 이를 악물었다.
‘이대로는……!’
저벅. 저벅.
그때 다가오는 발소리가 울렸다. 메이슨은 그쪽을 홱 노려보았다.
“메이슨. 너에게는 암부도, 이런 기밀임무도 어울리지 않아.”
루카스였다.
아직 제 컨디션이 아닌지 발걸음이 불안정했지만, 빛나는 새파란 두 눈만은 굳건했다.
“차라리 기사단에 들어가지 그랬어? 그러면 그 무식한 검술은 써먹을 수 있었을 텐데.”
메이슨은 피식 웃으며 자신의 거대한 대검을 고쳐 쥐었다.
“페르난데스 전하께서 나를 아주 고평가해주시는 부분이 있거든. 그래서 내게 이 임무를 맡기신 거야.”
“고평가하는 부분? 그게 뭔데?”
“살아남는 것.”
메이슨이 흉포하게 웃었다.
“아무리 강한 상대 앞에서도, 아무리 끔찍한 상황 아래에서도, 어떻게든 빌어먹으며 연명해서 임무에 성공하는 것……! 그것 하나는 자신 있거든!”
“그 구차한 삶도 여기서 끝이다.”
루카스는 천천히 자신의 장검 손잡이에 손을 올렸다.
“우리의 악연에 종지부를 찍자, 메이슨.”
“악연이라니 섭섭하네, 루카스 도련님.”
타앗-!
땅을 박차고 루카스를 향해 날아들며, 메이슨이 대검을 내려찍었다.
“우리 좋았던 때도 있었잖아-!”
그에 맞서 루카스는 자신의 검을 뽑아들었다.
촤르륵……!
단출한 손잡이가 검집을 빠져나오자, 그 아래로 은은하게 빛나는 검신(劍身)이 모습을 드러냈다.
메이슨은 눈살을 찌푸렸다.
‘뭐야, 저 검은?’
마치…… 빛으로 이뤄진 칼날 같다.
채애앵!
루카스의 빛으로 이뤄진 장검과 메이슨의 대검이 서로 거칠게 부딪혔다.
칼날을 맞댄 채 힘싸움을 하던 메이슨이 커다란 입가를 벌리며 흐흐 웃었다.
“때깔 좋은데? 새로 맞춘 거야? 반짝반짝 예쁜데, 그 검은 대체 뭐야?”
루카스는 간결하게 답했다.
“나의 후회. 그리고…….”
꽈악, 두 손을 그러모아 검자루를 강하게 움켜쥔 뒤,
루카스는 힘을 실어 말을 맺었다.
“……나의 용서.”
투학-!
루카스의 장검이 눈부시게 백열하며, 사방으로 빛을 뿜어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