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Tyrant of a Defense Game RAW novel - Chapter 341
◈ 341. [STAGE 14] King & Knight (3)
삶이란 후회의 연속이다.
적어도 루카스에게는 그랬다.
애쉬를 배신한 것.
더스티아를 죽게 한 것.
꽃처럼 아름다웠으나, 자신의 실수로 산산조각 나 버린, 아름다운 어린 날들을.
돌이킬 수 없는 결정들을, 돌이킬 수 없는 잘못들을, 곱씹고 반추하며 매일 밤을 후회로 지새웠다.
그때 그러지 말걸.
그때 그러지 말걸.
그때, 그러지 말걸…….
루카스의 삶은 후회로 점철되어 있다.
그는 언제나 과거의 잔영을 바라보는 남자였다.
***
챙! 채앵! 츠카앙-!
빛으로 이뤄진 루카스의 검이 선명한 궤적을 흘리며 연속해서 참격을 날렸다.
“큭!”
메이슨은 이를 악물고 신음하며 마주 대검을 후려쳤다.
새 검을 얻고 루카스의 전투력은 비약적으로 상승해 있었다. 검격은 가벼워졌고, 위력은 증폭했다.
칼날과 칼날이 맞닿는 검합을 나눌 때마다 메이슨의 대검은 칼날이 마모되고 내구도가 소모되는 데에 반해, 루카스의 빛의 검은 끄떡도 않는 것처럼 보였다.
투학-!
아니…… 아니다.
끄떡도 않는 정도가 아니라, 점점 더 강해지고 있었다.
루카스의 검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과 열이 거세어졌다. 루카스가 가볍게 뿌린 횡베기를 가까스로 막아 낸 메이슨의 몸이 뒤로 붕 나가떨어졌다.
‘어떻게 이렇게까지 강해진 거지? 고작 칼 한 자루 바꿨다고 해서?’
아니면, 뭐야.
정말로 심득(心得)이라도 얻은 건가?
메이슨은 이를 갈며 품에서 야수화 혈청을 하나 꺼냈다.
하루에 두 번 쓰는 건 자살행위라는 주의사항을 잘 알고 있었지만, 지금은 별 수가 없었다.
“그만두는 게 좋을걸.”
목에 혈청 주사기 끝을 갖다 대는 메이슨을 항해 루카스가 나지막이 말렸다.
“나도 야수화를 꽤 써 봤어. 그리고 ‘선’의 바로 직전까지 갔던 적도 있고.”
“…….”
“장담하는데, 그러다가 그 ‘선’을 넘어 버리면, 좋은 꼴은 못 볼 거다.”
“흐흐. 지금 걱정해 주는 건가?”
헛웃음을 흘린 메이슨은 단숨에 주사기 끝을 목에 밀어 넣었다.
“어차피 이리 죽으나 저리 죽으나, 이판사판인데-!”
혈청이 남김없이 메이슨의 목으로 파고들었다.
우둑, 우두둑……!
안 그래도 불어나 있던 메이슨의 덩치가 더욱 거대해졌다.
부리부리하던 두 눈이 붉게 충혈되고, 손톱이 자라나고, 송곳니가 육식짐승의 그것처럼 도드라졌다. 골격과 근육이 두텁게 불어났다.
“하아아아……!”
거센 호흡을 뱉어 내는 메이슨의 모습은 이미 사람의 그것에서 벗어나 있었다. 이형(異形)의 짐승에 가까웠다.
“……그래, 이렇게 되는군. 주군이 말리신 것도 이해가 가.”
침착한 얼굴로 그런 메이슨의 앞에 선 루카스는 작게 중얼거렸다.
“광견병 걸린 들개 같은 몰골이잖아, 메이슨?”
“나는 마음에 드는데?”
자리를 박찬 메이슨이 무시무시한 속도로 루카스에게 달려들었다.
“이게 우리의 본질이니까-!”
투쾅!
메이슨의 대검이 루카스를 몰아붙였다. 속절없이 밀려나면서도 루카스는 태연하게 답했다.
“‘우리’라는 말은 그만 써 줬으면 좋겠군. 나는 더 이상 번견이 아니니까.”
“헛소리! 우리는 개로 태어났고, 개로 길러졌고, 개로 죽을 운명이다!”
쾅! 콰앙! 콰과광!
거대한 대검을 마치 나뭇잎처럼 가볍게 휘두르며 메이슨이 포효했다.
“높으신 분이 시키는 대로 누군가를 물어뜯어 죽이는 것! 그게 기사라는 존재잖아!”
“나는 그것을 그만두겠다.”
“뭐?”
“더 이상 아무 생각 없이, 시키는 대로만 따르지 않겠어.”
투캉!
루카스가 가볍게 위로 뿌린 빛의 칼날이 메이슨의 대검을 뒤로 홱 내팽개쳤다.
기겁하는 메이슨의 얼굴을 마주보며 루카스는 느릿하게 되뇌었다.
“내가 생각하고, 내가 판단하고, 내가 결정해서- 그 분의 뒤를 따르겠어.”
루카스는 조금 전, 뒷골목에서 소년을 구했을 때를 회상하고 있었다.
괴물을 죽이고, 사람을 구한다-
그래.
그 대의를, 이제 조금은 이해할 것 같다.
“나는 개가 아니라, 사람이다. 그러니 나는 나의 의지로, 나의 검을 들겠다.”
“……하하, 것참.”
헛웃음을 흘리던 메이슨은 대검을 고쳐 쥐고, 재차 내려찍었다.
“가장 기사가 해서는 안 될 소리를 지껄이고 계시네, 우리 도련님-!”
검투가 이어진다.
새로운 검을 가져 온 루카스와, 두번째 야수화 혈청을 맞은 메이슨은 완전히 백중세.
하지만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싸움은 느닷없이 마침표를 찍었다.
검격을 전개하던 루카스가 몸에 익은 연속 동작 그대로- 메이슨에게 찌르기를 욱여넣은 것이다.
“흐하하하! 과거에서 배우는 게 없나 보군, 도련님!”
눈을 희번덕인 메이슨은 기다렸다는 듯 루카스의 찌르기를 받아내며 광소했다.
“또 찌르기를 넣다니!”
메이슨의 대검은 한쪽 날이 톱니처럼 지그재그로 파인 형태다.
그쪽으로 루카스의 찌르기를 받아 낸 후, 루카스의 칼날을 끼우듯 낚아채며- 마력을 듬뿍 실어 대검을 나선으로 회전시켰다.
메이슨의 궁극기라고 할 수 있는 무기파괴술,
[웨폰 브레이크]!쩌적……!
멋들어지게 기술이 들어갔다.
톱날 사이에 끼인 루카스의 빛의 검이 불길한 소리를 내더니,
챙그랑-!
이윽고, 산산조각 났다.
사방으로 열과 빛을 뿜어내던 아름다운 칼날이 볼품없이 부서져 흩뿌려졌다.
메이슨은 부서진 검을 들고 가만히 선 루카스를 비웃었다.
“푸하하하!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다니! 멍청하기는! 그래 놓고 무슨…….”
“괜찮아.”
“뭐?”
“괜찮다고.”
어째서인지, 루카스는 웃고 있었다.
“실패하고, 실수하고, 망쳐 버려도…… 괜찮다고.”
“……?”
“내가 어느 곳을 헤매든, 다시 돌아오기만 하면 괜찮다고, 주군께서 가르쳐 주셨거든.”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주군이 자신을 믿어주었듯이.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부서진 칼날을 다시 벼려 낸다.
촤르륵……!
부서져 바닥에 뿌려졌던 빛의 칼날이, 천천히 허공으로 솟아오른다.
손잡이 위로 텅 비어 있던 허공에 새로운 빛의 칼날이 형성되며, 바닥에 뿌려져 있던 빛의 입자까지 합쳐져 더욱 강맹한 불길을 일으켰다.
“이게…… 무슨…….”
삽시간에 복구된 빛의 칼날을 보며 메이슨이 입을 쩍 벌렸다.
불꽃처럼 일렁이는 자신의 검을 내려다보며 루카스는 쓰게 웃었다.
“……이 간단한 해답을, 왜 이제야 알았을까.”
부서지면 다시 붙이면 된다.
모든 것이 이전과 같을 수는 없을지라도.
어쩌면 영영 돌이킬 수 없는 일들이 더 많다고 해도.
그래도, 노력하고, 애쓰고, 발버둥 치다 보면-
누덕누덕 기워진 몰골이라 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것을.
자신은 어째서, 모든 것을 포기하고서, 조각난 풍경들을 멀리서 바라보기만 했나.
“……아니, 후회는 이제 됐어.”
두 손으로 빛의 장검을 움켜쥐고 루카스는 앞으로 걷기 시작했다.
“나는 너라는 과거를 넘어서서 앞으로 나아가겠다, 메이슨.”
삶이란 후회의 연속이다.
“이 검이 몇 번을 부러져도 다시 벼려내고, 세상 어느 곳을 헤매든 이 전선의 깃발 아래로 다시 돌아오겠다.”
그리고 삶이란,
그 후회를 극복해 나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내가 그렇게 하기로 결정했으니까.”
루카스의 파란 시선이…… 처음으로 과거의 잔영에서 완전히 떨어졌다.
메이슨은 알아챘다. 자신을 노려보는 루카스의 두 눈이, 사실은 자신을 보고 있지 않음을.
자신을 넘어서- 그 뒤를 보고 있음을.
“어디를 보는 거냐……?”
까득, 이를 간 메이슨이 몸을 한껏 웅크렸다.
“나는 네놈의 과거 따위가 아니야…….”
투학-!
땅을 박찬 메이슨이 무시무시한 박력과 함께 루카스의 몸 위로 떨어졌다.
“나는 네놈의 미래고! 네놈의 말로(末路)다-!”
그러자 루카스는 싱긋 웃더니,
“그럴 리가 있겠어?”
빛의 칼날을 아래에서 위로 올려쳤다.
집념의 일보와, 의지의 일격이 합쳐진, 완벽한 카운터였다.
쩌억-!
폭발하는 빛의 검격을 이겨 내지 못한 메이슨의 대검이 두 동강 났다.
그리고 메이슨의 야수화된 거대한 몸 또한, 위아래로 갈라졌다.
***
나는 뜻밖에 금방 정신을 차렸다.
궁극기를 사용했으니 또 마력 고갈 상태에 빠져서 난리를 치지 않을까 싶었는데, 그런 일은 없었다.
온몸의 혈관이 전기온열매트에 올라간 것마냥 뜨끈뜨끈해지더니 마력을 공급해 주었기 때문이었다.
‘이게 드래곤 하트의 위력인가……?’
무명이 내게 먹였다는 드래곤 하트의 효능일 것으로 짐작된다.
나는 내 몸 속에 퍼진 것으로 추정되는 드래곤 하트의 이미지를 대충 전기옥장판 비스무리한 것으로 잡았다. 따땃하니 좋구먼.
내가 일어나자 이미 사태는 정리 중이었다. 다행히도 아군 측 사상자는 없었고, 특무대는 모두 죽거나 사로잡혔다.
“깨셨군요, 전하. 보고 올리겠습니다.”
갓핸드가 파리한 안색으로 내게 와서 상황을 알려 주었다.
오늘 칼도 맞고 화살도 맞고 종일 뛰어 다니고, 이 친구도 보통 고생이 아니다.
“이곳 베이스캠프에 침투해 온 아이기스 특무대원 10인 중 일곱을 죽였고 셋을 생포했습니다. 크로스로드에 남은 사상자들까지 합치면 특무대원 총 20인 중 열여섯을 죽였고 넷을 생포했습니다.”
“다들 고생 많았군.”
“현재 다른 첩자가 더 있는지 생포한 이들을 신문하고 있습니다. 곧 결과가 나올 겁니다.”
갓핸드가 씩 웃어 보였다.
“전하의 그 마력 성벽 활용이 대단하셨습니다. 놈들을 단숨에 일망타진할 수 있었어요.”
“무리한 작전을 강요해서 미안하다. 나 때문에 너희 모두 위험했구나.”
“아닙니다. 결과적으로 다 잘 됐지 않습니까? 루카스 경도 무사하시고요.”
그렇게 갓핸드가 보고를 끝낼 즈음, 베이스캠프의 게이트가 번쩍! 하더니 휠체어에 탄 릴리가 나타났다.
릴리는 이번 방어전에 아티팩트 관리 때문에 전진기지에 파견 나가 있다. 폭설이 내리는 날씨라 아티팩트가 잔고장을 일으킬지 몰라서.
그런데 돌아온 걸 보니 전진기지의 방어전도 얼추 끝난 모양이다.
“갓핸드!”
비명처럼 내뱉은 릴리가 다급하게 휠체어를 끌어 갓핸드에게로 왔다. 갓핸드의 부상 입은 몸을 살피며 릴리가 떨리는 목소리로 외쳤다.
“이렇게 다치다니……! 누구에요? 어떤 놈이 이런 짓을!”
“아, 그러니까 그게…….”
“당신한테 손 댄 놈들은 내가 모조리 구워 버릴 거라고요! 알겠어요? 어서 말해! 누가 너 괴롭혔어!”
……어째 학교에서 맞고 온 동생 다그치는 말투 같냐.
식은땀을 흘리며 쩔쩔 매는 갓핸드를 두고 나는 슬쩍 자리를 빠져나왔다.
애들 막 굴린 사령관으로서 내 책임도 좀 느껴지니까, 얼른 도망가야지…….
나는 이번 작전을 도와준 이들을 하나 하나 찾아서 치하했다.
바디백과 번아웃은 탈진이 와서 뻗어 있다.
특히 번아웃은 불도 뿜고 그러느라 입이랑 식도가 전부 화상을 입었다는 모양이다. 고생 많았어. 가서 쉬렴.
베르단디와 성배탐사대 파티. 느닷없이 도움을 요청했는데도 군말 없이 참전해 주었다. 해바라기씨 듬뿍 갖다주기로 했다.
마르헤리타와 예비대 파티. 급하게 동원했는데 제 역할을 해 주었다.
마르헤리타는 지금도 부상자들한테 힐 돌리느라 정신이 없다. 나중에 신전에 헌금 좀 넉넉하게 넣어 줄게요.
그리고 엘리제는 뭘 하나 봤더니.
“흠, 이 무기는 됐고, 이 무기도…….”
“…….”
장의검사라는 이명에 걸맞게 죽은 특무대원들의 무기를 살피고 있다. 한두 점 노획해 가도 그러려니 눈감아 주자…….
마지막으로, 루카스.
얘는 어디 있나 싶어서 고개를 들어 휘휘 살피는데, 저쪽에 선 켈리베이가 나를 향해 손짓했다.
“어이, 애송이 황자. 이쪽.”
우리 마법 대장장이님께서 제때 무기를 완성해 주셨지. 내가 환하게 웃으며 켈리베이의 옆으로 가자, 켈리베이는 베이스캠프 구석 쪽을 가리켰다.
“내가 만든 걸작품에 대한 후기를 좀 듣고 싶은데, 대신 좀 물어주겠나?”
그쪽을 보자, 루카스가 혼자 묵묵히 서 있었다.
피바다 속에 쓰러진 메이슨의 시체 앞에서. 조용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