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Tyrant of a Defense Game RAW novel - Chapter 554
◈ 554. [Evil Side] 난공불락 (3)
《우리가 왜 서열 13위 군단인지 아시오?》
타락기사단의 단장, 타락왕 팬드래건이 물었다.
해골옥좌에 앉은 거구의 기사에게서는 타고난 귀기가 흘렀다. 소악마 임프 로우는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모, 모름다.》
《내가 13이라는 숫자를 좋아하거든.》
엉뚱한 이유를 댄 팬드래건은 자신의 얼굴을 덮은 투구를 손으로 쓸었다.
《내가 환장하게 13이라는 숫자를 좋아해. 13 최고. 13 짱. 13 개멋있어.》
《…….》
《그래서 우리 기사단의 숫자도 딱 열셋이고. 이곳 예배당으로 올라오는 계단의 숫자도 열세 칸이고. 기사단 창설일도 13일의 금요일이고…….》
한참 동안 13 예찬론을 늘어놓던 팬드래건이 사악한 목소리를 내리깔았다.
《그래서 군단 서열도 일부러 13위로 남았소. 마음만 먹으면 더 위로도 갈 수 있었지만.》
《그, 그랬슴까…….》
《내가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는지 알겠소?》
전혀 모르겠다.
로우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팬드래건이 큭큭 웃었다.
《자칭 악몽 군단장이라 하는, 서열 10위까지의 괴수 새끼들. 저마다 스스로 왕이라며 나서던 그 버러지들.》
《…….》
《그깟 놈들 전부 내 검 한 방에 찢어발길 수 있단 말이오. 우리가 마음만 먹었으면 이곳 호수왕국 괴수 군단의 내부 질서가 모두 바뀌었을 거요.》
그럼 올라가지 왜 여기 쳐박혀서 아가리만 털고 있는가.
내심 생각했지만 로우는 그럼요 그럼요- 하고 일단 비위를 맞춰주었다. 팬드래건이 계속했다.
《우리 타락기사단은 자존(自存)할 수 있을 만큼 강하오. 그렇기에 자존심이 있소. 긍지가 있고 이상이 있소.》
《…….》
《이제 와서 출진하라 한다 해서, 아이고 그러겠습니다 하고 꼬리 살랑거리며 튀어나갈 만큼 아쉬운 입장이 아니오.》
말은 길었지만, 결국.
《이런 상황인데 왕중왕께서 직접 명하시는 것도 아니고, 사자 하나만 달랑 보내서는, 왕홀 흔들면서 출진해달라- 명령한다 해서. 좋다고 출진할 줄 알았소?》
마왕이 직접 온 게 아니라, 로우 같은 소악마 임프가 대신 와서 출진을 명령하는 이 상황이 마음에 안 든다는 뜻이었다.
《출진을 거부하겠소.》
《…….》
《우리에게 출진을 명하고 싶으면, 적어도 수호병단장 정도는 오셔야 할 거요.》
말 다 했다는 듯이 팬드래건이 손을 휘휘 저었다. 축객령이었다.
로우와 함께 온 부관은 ‘그럼 그렇지-’ 하는 표정을 짓더니 먼저 뒤돌아섰다. 하지만 로우는 숨을 후, 들이쉬더니,
《역시. 겁이 나시나 봄다, 타락왕?》
대뜸 도발을 던졌다.
기겁한 부관이 움찔하며 그런 로우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팬드래건도 그제야 로우를 제대로 노려보았다.
《……뭐? 지금 뭐라고 했소?》
《인세의 수호자- ‘애쉬’라는 그 남자가 두렵냐고 했슴다.》
로우는 건방지게 팔짱을 꼈다. 안 보이게 꼬리는 덜덜 떨고 있었지만, 목소리는 태연했다.
《그게 아니고서야, 인세 멸망이라는 모두가 바라는 목표를 마다할 이유가 없슴다.》
그리고 팬드래건은 이런 도발에……
쾅!
……무척 약했다.
아니나 다를까 팬드래건은 자리를 박차고 소리쳤다.
《웃기지 마라! 나는 타락왕이다! 나는 세상 무엇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변명하지 마시지 말임다. 타락왕께서도 사실은 저 인세의 수호자가…… 그 수호자가 지키는 요새도시가 두려우신 거잖슴까?》
로우는 한껏 빈정대며 도발을 이었다.
《그동안 수많은 괴수와 그 왕들이 덤볐다가 부서진, 저 높고 강대한 성벽에 대한 소문을 듣고 쫄아 버리신 거잖슴까. 그래서 괜히 핑계대며 거절하시는 거잖슴까.》
챙-!
팬드래건의 대검이 단번에 칼집 밖으로 빠져나왔다. 사악한 기운이 넘실거리는 마검이 로우의 목을 향해 겨눠졌다.
《진짜 죽고 싶은 게냐, 임프?》
《인세를 향해 덤빌 용기는 없으면서, 왕중왕의 대행자인 저를 죽일 용기는 있슴까? 명색이 타락왕이라는 분의 검이 강약약강의 분노조절장애를 가진 줄은 몰랐슴다.》
타락왕이 집어던진 대검이 로우를 향해 날아들었다.
츠카아악!
날아든 대검은 로우의 뺨을 스친 뒤, 그 뒤의 벽에 틀어박혔다. 로우는 눈도 깜짝 안 하고 제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씨발, 오줌 쌀 뻔했슴다.’
물론 그냥 굳어서 못 움직인 것뿐이었지만.
도발은 성공적이었다. 팬드래건이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기 때문이었다.
《오오냐! 좋다! 출진시켜다오. 내가 직접 보여주지! 이 타락왕께서! 우리 13 타락기사가! 그 누구보다도 강하다는 것을 증명하겠다!》
그러자 로우는 고개를 저어버렸다.
《싫슴다.》
《뭐……?!》
《싫다고 했슴다. 이미 이 왕홀의 명령을 거부했으니, 두 번의 기회는 없슴다.》
로우는 뒤로 홱 돌아섰다.
《바라시는 대로 출진은 없던 일로 하겠슴다. 그리고 앞으로도 없을 검다. 그럼 이만.》
로우가 짧은 걸음으로 총총 예배당을 빠져나가려는데.
쿵! 쿠구궁……!
육중한 몸으로 번개처럼 움직인 타락기사들이 로우의 앞을 막아섰다.
로우가 마뜩찮아하며 다시 뒤를 돌아보자, 팬드래건이 천천히 옥좌에 앉으며 정돈된 목소리를 냈다.
《쬐끄만하다고 내가 그쪽을 너무 얕봤군. 권한대행. 보기보다 강단이 있어.》
《…….》
《내 사과하지. 그러니 부디 출진을 허가해주시오. 그리고, 이 이상 나를 굽히게 하려고 노력하지 마시오.》
철컥!
대검을 칼집에 밀어넣은 팬드래건이 으르렁댔다.
《이 다음엔 진짜 권한대행이고 뭐고 썰어버릴 테니까.》
이 정도면 주도권 줄다리기에서는 자신이 판정승을 거둔 것 같다.
로우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출진을 허가하겠슴다, 타락왕. 대신 조건이 있슴다.》
《조건? 뭐요?》
《앞으로 제 지시를 따라주셔야 함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출진에 앞서서…….》
로우는 자연스럽게 팬드래건에게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이곳 호수왕국의 어둠을 제집 드나들듯 탐사하고 있는, 인세 측의 정찰대. 그놈들을 생포해주시지 말임다.》
《이 타락왕이, 적의 본진에 바로 쳐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날파리처럼 돌아다니는 인간 정찰대를 직접 찾아 죽이라?》
《보다 큰 대어를 낚기 위해섬다.》
로우는 찬찬히 설명했다.
《인세의 수호자와 그 요새는 강함다. 어떻게든 빈틈을 만들기 위해 흔들 수단을 갖춰야 함다. 정찰대를 생포하는 것은 그 일환임다.》
《그딴 건 나와 내 기사들에게는 전혀 필요없다고 말하고 싶지만……. 좋소. 지시대로 하지.》
팬드래건이 이를 갈았다.
《하지만 각오해두시오, 꼬마 대행.》
《…….》
《내가 인세의 수호자를 조각내고, 그 성벽을 무너뜨린 뒤에는…… 그 건방진 소리를 지껄인 아가리부터 손수 찢어줄 테니!》
쾅!
로우와 부관은 그대로 쫓겨났고, 예배당 문이 거세게 닫혔다.
열세 칸의 계단을 얼른 달려 내려간 부관이 놀랍다는 얼굴로 로우를 돌아보았다.
《그렇게 안 보였는데, 의외로 할 땐 하네요?》
《저, 저도 놀랐슴다, 무슨 용기가 솟아서 그렇게 한 건지…….》
후덜덜 떨리는 다리로 계단을 내려온 로우는 왕홀로 바닥을 짚고, 파르르 입가를 떨었다.
《아무튼 됐슴다. 이제 타락기사들이 제대로 하는지…… 인세 쪽 정찰대를 생포하는 모습을 지켜보러 가면 됨다!》
***
호수왕국 7구역.
어둠에 잠긴 거리를 횃불을 치켜든 사람들이 조심스럽게 가로지르고 있다.
인세 측 정찰대- 5인의 영웅으로 이뤄진 1개 파티였다.
스테이지와 스테이지의 사이. 자유 탐사 기간에 파견된 정찰 분견대(分遣隊). 인세 측에서는 자율탐사라 불리는 작전을 수행 중인 이들이었다.
“…….”
“…….”
이들은 침묵에 휩싸인 호수왕국의 거리를 조심스레 거닐었다.
현재 호수왕국 던전은 1구역부터 6구역까지는 애쉬의 ‘점령’이 끝난 상황. 어둠을 몰아내는 데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것은 꼭 좋기만 한 일은 아니었다.
저심도 던전에서는 보다 약한 괴수가 출몰하기에, 미숙한 영웅들의 수련이 용이했다.
하지만 현재는 7구역이라는 고심도에서부터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던전 탐사는 다음 스테이지의 괴수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정찰의 역할도 겸하고 있다.
7구역부터 탐사를 시작해야 하는 지금은 이 정찰의 난이도 또한 껑충 뛰어오른 상태였다.
그렇기에 스테이지와 스테이지 사이에 첫 자율탐사를 나서는 이들의 역할이 막중했다.
이들은 괴수전선에서 숙달된 베테랑들로 이뤄져 있었다.
요정여왕 친위대인 요정정찰대의 엘프 궁수 1인부터, 드워프 전사 1인, 수인 전사 1인, 그리고 인간 마법사 2인.
종족도 소속도 달랐지만 함께 전장에서 고생하다 보니 어느새 그런 것 따위는 신경 쓰지 않게 된, 정찰 임무에 있어서는 이골이 난 5인이었다.
그리고, 이들 5인 파티보다 앞서 걷는 또 다른 한 명이 있었다.
동물 가면을 쓴 근육질의 사내- 쟈칼이었다.
5구역 던전 ‘불꽃 튀는 콜로세움’의 주인이자, 한때 검투왕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던 던전 보스.
그리고 지금은 독립적으로 조직된 테이밍 괴수 군단을 이끄는, 애쉬의 직속 부하였다.
쟈칼은 오랫동안 던전에서 살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크로스로드에서 파견되는 정찰대를 도와 스테이지마다 첫 정찰 임무를 보조하고 있었다.
이들 6인은 함께 몇 번이나 이 지옥을 정찰해왔기에, 이제 아주 능숙하게 던전의 어둠 속을 헤치며 걷고 있었다.
“조용하네요.”
“그러게요. 평소보다 더 조용한 느낌이에요.”
“이쯤 왔으면 괴수 한두 마리 튀어나올 법도 한데…….”
“역시 던전 안에 진입해야 하려나.”
6인은 서로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둠에 잠긴 호수왕국의 거리에는 어떤 괴수도 보이지 않았다. 이대로는 정찰이 성립하질 않으니, 가까운 던전에 진입해봐야 할 것 같았다.
쟈칼이 앞장서 횃불을 치켜올렸다.
“이번 방어전의 괴수가 소수 군단이라 던전이 텅 비어 있을 수도 있지만…… 아무튼 확인하러 갑시다.”
6인은 좁은 골목길로 들어섰다. 가장 가까운 던전으로 향하기 위해서였다.
절그럭.
그리고 골목길에 들어서서 몇 걸음 걷지 않아, 쟈칼은 발끝에 무언가가 걸린 것을 느꼈다.
“음?”
의아하게 내려다보자, 웬 쇠붙이가 발아래 굴러다니고 있었다.
아니, 그냥 쇠붙이가 아니었다.
“……?!”
그것은 시퍼렇게 날이 서 있는 낫이었다.
그리고 바로 앞의 어둠 속에, 거대한 덩치의 무언가가.
바닥에 납작 엎드린 채, 더듬이처럼 낫을 앞으로 내밀고서…… 먹이가 접근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츠카악!
거대한 낫이 바닥을 갉아내며 휘둘러졌다.
“모두 피해-!”
소리치며 쟈칼은 동물적인 감각으로 제자리에서 뛰어올랐다.
하지만 불행히도, 다른 영웅들은 그만큼 기민하지 못했다.
뎅겅-!
괴력을 담아 휘둘러진 대낫에 다섯 영웅의 발목이 절단되었다.
“……?!”
“윽?!”
“크-”
“이게 무슨-”
“아아아악!”
다섯 영웅이 제각각 비명을 채 내뱉기도 전에,
촤르르륵!
철컹! 철컹!
꿈틀거리는 촉수와 피가시가 돋은 쇠사슬이 날아들어 영웅들을 속박했고,
쏴아아아!
철퍽! 철퍽-!
자욱한 피안개,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끔찍한 점액질 액체가 영웅들의 머리 위로 쏟아졌다.
각자의 수단에 포박당하고 무력화된 다섯 영웅은 벽이며 바닥에 둘둘 묶여 속박되었다. 발목에서는 피를 철철 쏟아내며.
《키히. 키히히히히.》
첫 공격을 날린, 바닥에 엎드려 있던 타락기사는 허겁지겁 앞으로 기어오더니, 바닥에 놓인 영웅들의 잘린 발을 들어 한 입에 꿀꺽 삼켰다.
《맛있다. 맛있어. 냠냠냠냠냠냠냠.》
아주 당연하다는 듯 자신들의 잘린 발을 꿀꺽꿀꺽 삼키는 이 기사를 보며, 제압된 영웅 5인은 직감했다.
잘못 걸렸다. 잘못 걸려도 아주 단단히 잘못 걸렸다.
이 자식들은, 평범한 괴수가 아니다……!
그때였다.
뻐어억!
허겁지겁 삼키는 타락기사의 뒤통수를 새로 나타난 다른 타락기사가 후려쳤다.
《이놈! 기사도를 모두 잃은 게냐!》
타락기사들의 왕- 타락왕 팬드래건이었다. 부하의 머리를 후려친 팬드래건이 호통을 내질렀다.
《내가 언제나 말했지 않느냐! 맛있는 건 13등분 하라고!》
《키히, 키히히, 죄송. 죄송합니. 냠냠냠냠냠.》
머리를 맞은 타락기사는 연신 고개를 굽신거리면서도 게걸스레 삼키는 것은 멈추지 않았다.
팬드래건은 한숨을 내쉬더니, 손수 대검을 뽑아들었다. 그리고 외쳤다.
《공평하게 나눠먹어야 한단 말이다, 공평하게! 우리 기사단은 모두 평등하니까!》
그리고는 자신의 대검을 잘린 발 위에 올렸다. 마치 대검이 고기를 써는 식칼이라도 되는 것처럼.
요리사 같은 자세를 취하고서, 기사였던 것들의 왕은 오염된 목소리로 일장 연설했다.
《알겠나, 제군? 나는 13이 좋다. 인간을 먹기 전에는 꼭 13등분을 하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