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Tyrant of a Defense Game RAW novel - Chapter 62
◈ 062. [STAGE 3] 단 둘만의 전쟁 (3)
이런 종류의 게임을 공략할 때에는 하나의 철칙이 있다.
운빨 요소에 기대서는 결국 언젠가 공략이 실패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보자.
만약 명중률이 50퍼센트에 적을 일격사 시키는 마법 주문이 있다고 가정했을 때.
그 마법 주문의 성능만 믿고 게임을 진행한다면, 과연 엔딩까지 진행할 수 있을까?
한동안은 운 좋게 계속해서 마법이 적중해서 게임을 쉽게 풀어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미끄러지게 되어 있다. 그리고 그 순간, 게임은 끝장날 수 있다.
그게 1퍼센트든 99퍼센트든, 확률은 절대로 플레이어를 배신한다.
공략을 목표로 하는 자는 운빨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 공략은 확신의 영역에서 수행되어야 한다.
스스로 잘 알면서도, 계속해서 럭키 스트라이크를 휘둘렀다.
당장은 미리 오픈해 둔 카드를 한도까지 당겨쓰는 게 상책이라 생각했으므로.
그리고…… 이것이 그 결과다.
0, 0, 0!
[You Are Doomed……Rest In Peace.] [▶◀FUMBLE▶◀]언젠가 한 번은 뜰 것 같더라니, 기어코 나와 버렸다.
000.
최악의 패. 펌블.
우지끈!
슬롯이 멈춘 직후, 내 왼손이 박살 났다.
“……윽!”
이를 악물고 고통을 참아 냈다.
왼팔 전체가 말 그대로 아작이 났다. 산산조각 나서 살을 꿰뚫고 나온 뼈가 피를 뿜는다.
너무 아파서 눈앞에 불똥이 튀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이게 펌블의 대가다.
공격자인 내가 오히려 막대한 대미지를 받는 것.
뭔가 이상한 기색을 느낀 에반젤린은 막아 내던 골렘을 멀리 떨쳐 내고 내 쪽을 봤다.
이윽고 얼굴이 하얗게 질린다.
“서, 선배님! 왼손이!”
“호들갑 떨지 마. 각오한 일이니까.”
나는 오른손으로 고급 회복 포션을 꺼내고 이빨로 마개를 뜯은 뒤, 왼팔에 들이부었다.
치이익-
“크윽……!”
왼팔에서 김이 솟아올랐다. 상처가 아물고 뼈가 맞물리며 끔찍한 고통을 동반했다. 드럽게 아프네 진짜.
응급처치는 되었지만 한동안 왼팔을 쓸 수는 없다. 숨을 몰아쉰 나는 에반젤린에게 눈짓했다.
“시간 좀 벌어 줘. 10초만.”
“10초로 되겠어요?! 더 휴식을……!”
“생사가 걸렸는데 고작 이 정도 부상으로 휴식이고 나발이고 할 때가 아니잖냐. 온다!”
구오오오-!
추격해 온 다섯 기의 골렘이 우리에게 달려들었다.
“젠장! 작작 좀 해, 돌덩어리 놈들아-!”
에반젤린은 이를 악물고 내 앞에 서서 그 모든 공격들을 막아 냈다.
에반젤린도 힘에 부치겠지만 별 수 없다. 조금만 시간을 벌어 줘.
나는 오른손을 뒤로 뻗어, 등에 지고 온 기다란 짐을 붙잡았다.
운빨에 의지하면 결국 공략에 실패한다. 나는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럭키 스트라이크를 휘둘러 댄 이유는, 간단하다.
‘운빨이 실패했을 경우에 사용할 보험을 들어 두었으니까!’
펄럭-!
나는 등짐의 포장을 풀었다.
-길고 얇은, 아름다운 흑색의 장총이 드러났다.
‘오른손잡이인 내가 럭키 스트라이크를 부득불 왼손으로 쓴 데는 이유가 있지.’
망가진 왼손으로 총신을 받치고 오른손으로 마총의 손잡이를 쥐었다.
개머리판은 오른쪽 어깨에 바짝 붙이고, 가늠쇠와 시선을 정렬하고, 자세를 웅크리고, 숨을 한 번 들이쉰 뒤.
방아쇠를 당겼다.
투콰앙-!
무지막지한 격발음과 함께 나는 뒤로 튕겨 나갔다.
총구의 끝에서 폭죽처럼 화염이 터져 나왔고, 그 불꽃 속에서 쏘아진 마탄은 그대로 맨 앞에 서 있던 골렘의 몸통을 흔적도 안 남기고 날려 버렸다.
거기서 멈추지 않고 마탄은 그 뒷놈의 상반신을 관통한 다음, 그 뒤에 선 녀석의 가슴팍부터 머리까지를 터뜨렸다.
원 샷 쓰리 킬.
놈들이 운 좋게 일렬로 서 있었기 때문이지만, 덕분에 진귀한 장면이 나왔다.
“…….”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이해하지 못한 에반젤린이 입을 떡 벌렸다.
심지어 남은 골렘들마저도 현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잠시 멈춰 있을 정도였다.
“뭐, 뭐예요, 그건?!”
몇 초 뒤에야 에반젤린이 꽥 소리쳤다. 나는 대수롭지 않게 대답해 주었다.
“내가 긁은 복권. 두 장 째.”
검은 거미 여왕의 마력핵으로 주조한 SSR등급 마총.
블랙 퀸.
데미안의 것이지만, 급한 대로 내가 챙겨왔다. 현 시점에서 칠 수 있는 사기는 일단 다 써야 하니까.
‘망가져도 되는 왼손으로 최대한 럭키 스트라이크의 변수를 활용한 다음, 운빨이 떨어지면 이 총으로 확실하게 해치운다.’
이게 내 전략이었다.
마총은 다루기 어려운 무기다. 예민한 데다가 조준이 힘들어서, 적과의 거리가 멀어질수록 명중률이 급락한다.
하지만 초 근거리에서 쏜다면.
게다가 상대가 골렘 따위의 덩치라면.
나처럼 비루먹은 스탯에, 사격 적성이라고는 1도 없는 캐릭터라고 해도. 당연히 맞출 수 있다.
‘지구에서 군대 다녀온 게 이럴 땐 도움이 되네.’
총 쏘는 법 배워서 어디 써 먹나 했는데, 덕분에 연약한 황자님 몸뚱아리로도 그럭저럭 사격이 가능하다.
투콰앙-!
자세를 추스르고 한 발 더 갈겼다. 이번에는 한 놈만 맞았다.
살짝 빗나갔지만, 어차피 몸뚱아리 절반이 날아가서 상관없었다.
‘반동이 무슨 대포 수준이네.’
다친 왼팔뿐만 아니라 온몸이 삐걱거린다. 이런 무기를 쓰다간 온몸에 피멍이 들 거다.
‘새삼 미안해, 데미안……!’
마지막 골렘은 내게 달려들려고 했지만, 사이에 파고든 에반젤린이 창으로 찌르고 방패로 후려쳤다.
쿠궁!
마지막 녀석까지 쓰러지자 나는 숨을 길게 내쉬었다.
“후…….”
총의 반동을 몸으로 받아 내느라 전신이 욱신거린다.
왼팔은 이제 마비라도 된 건지 고통뿐만 아니라 아무 것도 느껴지지 않고.
“여쭙고 싶은 게 산더미지만, 하나만 물을게요.”
그런 내게 다가온 에반젤린이 기진맥진한 얼굴로 물었다.
“이제 어쩌실 거죠?”
“말했잖아. 다 죽일 거라고.”
나는 놈들의 본대 쪽으로 턱짓했다.
“별장으로 돌아간다. 저 별장에 내가 쓸 수 있는 다른 ‘보험’이 몇 개 더 있거든.”
“저 다 무너진 별장에요……?”
에반젤린은 나를 따라서 별장 쪽을 보았다. 그리 멀지 않다. 문제는 저쪽에 우글거리는 남은 골렘들이겠지.
이미 내가 소환한 보스 골렘은 무력화된 상태다.
바닥에 쓰러진 보스 골렘 위에 올라탄 적측 골렘들이 보였다.
놈들은 보스 골렘의 남은 장갑을 뜯어내고, 마력핵을 하나하나 파괴하는 중이었다.
“살아서 돌아가려면, 여기서 저놈들을 다 죽여야 해.”
어차피 저놈들이 추격해 오면 크로스로드에 도착하기 전에 우리는 죽는다.
여기서 끝장을 봐야 한다.
그때 우리 시선을 느끼기라도 한 듯, 골렘들이 하나씩 이쪽을 돌아보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에반젤린이 소름이라도 돋았는지 어깨를 파르르 떨었다.
나는 블랙 퀸의 잔탄을 살폈다. 일곱 발짜리 마총이고 두 발을 썼으니, 남은 탄환은 다섯 발.
‘충분해.’
고개를 끄덕인 나는 앞으로 저벅 저벅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놈들이 우글거리는 변경백의 별장을 향해.
“으, 으아, 으아아아! 이제 나도 몰라!”
울상을 지은 에반젤린이 그런 내 옆에 바짝 붙었다.
이제 골렘 군단은 우리를 향해 천천히 다가오기 시작했다. 무력화가 끝난 보스 골렘을 뒤에 내버려두고.
나는 시스템 창을 켜서, 소환된 보스 몬스터의 스킬목록을 띄웠다.
그중 가장 마지막에 있는 스킬.
처음 소환했을 때부터 가장 주목했던 기능.
“수고했다, 소환수.”
나는 덤덤하게 명령을 내렸다.
“……이제 자폭해라.”
내 말이 떨어지는 것과 동시에, 바닥에 쓰러져 있던 보스 골렘의 외눈이 붉게 물들었다.
고오오오……!
골렘 군단 놈들은 뭔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꼈는지 그런 보스 골렘을 홱 돌아보았지만, 이미 늦었다.
콰과광-!
펑! 퍼버벙……!
귀가 먹먹해지는 폭음과 함께 성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솟아오르는 어마어마한 불기둥을 나는 여유롭게 지켜보았고, 에반젤린은 이제 놀랄 힘도 없는지 눈만 퀭했다.
‘훌륭하다, 거대 증기 골렘. 너는 네 역할을 완수했다.’
괜히 속으로 보스 몬스터의 공을 치하해 주었다. 굿바이.
“이걸로 다 죽었으면 좋겠지만…….”
나는 특성 [지도 작성]을 활성화했다.
일대가 스캔되는 듯한 감각과 함께 시야 한켠에 도트로 찍힌 맵이 나타났다. 남은 적의 숫자는, 어디 보자.
“열넷 남았군.”
폭연에 가려서 보이지 않지만, 지도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남은 놈들을 재빠르게 헤아린 나는 에반젤린을 잡아 이끌었다.
“가자, 저 놈들이 정신 차리기 전에 별장 안으로 들어가야 해.”
우리는 별장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나도 에반젤린도 한계에 가까웠지만, 별장은 금세 가까워졌다.
그때였다.
지이잉-
번쩍!
자욱한 폭연을 헤치고 붉은 빛줄기가 날아들었다. 나를 감싼 에반젤린이 방패로 그 공격을 흘려냈다. 핑!
“제일 골치 아픈 놈이 아직 살아 있네요!”
“뭐 언제나 그렇지. 엿같은 놈들이 꼭 무병장수해요.”
뭉게뭉게 솟아오르는 폭연 속에서 마석 골렘이 모습을 드러냈다.
보스 골렘의 자폭에 휩쓸렸는지 온몸이 검댕투성이지만, 멀쩡히 기능하고 있다. 과연 준 보스다운 강함이다.
“그래도 쟤 친구는 죽었나 본데요.”
“거 참 기쁜 소식이군……!”
다른 마석 골렘 하나는 박살 나서 바닥을 구르는 중이다.
아까 우리 말을 죽인 녀석이다. 제대로 자폭에 당한 모양이네. 꼴좋다!
핑! 피비비빙!
콰과과광!
마석 골렘이 쏟아 내는 마법 폭격을 받아 내며 우리는 별장을 향해 뛰었다. 이제 정말 코앞이다!
쩍-
그때, 유리 깨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에반젤린의 방패에 커다란 금이 갔다.
너무 많은 공격을 받아 낸 탓에 내구도가 다 닳아 버렸고, 그 상태에서도 계속 방어를 하다 보니…… 부서져 버린 것이다.
“이런……!”
뒤이어 날아드는 한 줄기 붉은 빛.
에반젤린은 금이 간 방패로 어쩔 수 없이 막아 냈고, 직후 황금색 입자와 파편을 흩뿌리며 방패가 산산조각 났다.
챙그랑-!
“큭-?!”
신음을 흘린 에반젤린은 왼팔의 파편을 털어내는 것과 동시에, 오른손의 기병창을 양손으로 잡고 머리 위로 들어올렸다.
붉은 빛줄기들이 그 위로 쏟아졌다.
핑! 피비빙!
콰과광!
방패가 없으면 무기로 막는다.
타당한 판단이었다. 막지 못하면 죽으니까.
쏟아지는 마법 공격을 기병창은 훌륭하게 흘려 냈다.
하지만, 기병창은 무기다. 방어 용도의 장비가 아니다.
이렇게 계속 공격을 받아 내다가는-
쩌적.
어쩔 수 없이 손상이 간다.
챙그랑-!
이윽고 기병창마저 산산조각 났다.
그 뒤로 쏟아지는 빛줄기들은, 에반젤린이 나를 감싸고 모두 몸으로 막아 냈다.
“아아악……!”
“에반젤린!”
“됐으니까, 빨리, 별장으로……!”
별장 건물은 바로 눈앞이었다.
공격을 받아 내고 쓰러지려는 에반젤린을 거의 안아들다시피 부축하면서, 나는 날듯이 달려서 별장의 뒷문에 몸을 내던졌다. 쾅!
건물 안으로 굴러 들어온 우리는 바로 벽으로 몸을 붙였다.
와장창-!
핑! 피비비빙!
유리창을 산산조각 내고 계속해서 빛줄기가 쏟아졌다.
그나마 벽이 임시 엄폐물 역할을 해 주고는 있지만, 이대로는 오래 못 버틴다.
“이제…… 말씀하신 대로, 별장에 왔는데요…….”
부상당한 부위를 손으로 눌러 지혈하며, 파리해진 안색의 에반젤린이 힘겹게 물었다.
“이 상황을 타개할…… 좋은 방법이, 있는 거죠, 선배님……?”
“나만 믿어. 후배.”
씩 웃어 보인 나는 품에 손을 집어넣었다.
“내가 백마 탄 황자님은 아니지만…….”
안주머니가 인벤토리와 연결되었고, 나는 내용물 중에서 내가 찾던 것을 꺼내어 손에 쥐었다.
“나쁘지 않은 사기꾼이거든.”
내 손에 들려 나온 것은 마력핵이었다.
지난 자유탐사에서 얻어온 표준형 최고급 마력핵(SR)이다.
나는 그것을 별장 건물 안쪽을 향해 휙 내던졌다.
그리고, 외쳤다.
“소환!”
[소환 마법 : 자동 방어 포탑]– 필요한 재료가 모두 준비되었습니다.
– 소환수의 레벨은 소환한 캐릭터의 레벨과 같습니다. 또한 한 번에 하나의 소환수만 유지할 수 있습니다.
– 소환할 위치를 지정해 주십시오.
쓸 수 있는 건 다 쓴다.
나는 입가를 말아 올리며 썩소를 머금었다.
내가 여기서 쓰러질 거 같냐, 괴물새끼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