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Tyrant of a Defense Game RAW novel - Chapter 61
◈ 061. [STAGE 3] 단 둘만의 전쟁 (2)
이 게임의 몬스터는 크게 세 종류로 나뉜다.
첫째, 일반 몬스터.
전체 몬스터의 9할 이상. 거의 대부분의 몬스터들이 이 카테고리에 속한다.
별다를 것 없이 사람 죽이기에 환장한 괴물새끼들이다.
둘째, 정예 몬스터.
엘리트(Elite)라고도 불리는 이놈들은 일반 몬스터 중에서 선별된다.
설정상 오랫동안 생존해 경험이 쌓인 개체로, 같은 종이라도 훨씬 강하다.
고레벨로 보정되고, 여러 스탯 보너스를 받는다.
개중에는 네임드(Named)라고도 불리는 준보스급 개체로 성장하는 녀석도 있다.
보스 몬스터가 출현하지 않을 경우, 이 녀석들이 해당 스테이지의 보스 역할을 맡기도 한다.
그리고 마지막 셋째, 보스 몬스터.
앞의 두 카테고리와는 격을 달리하는, 진짜 괴물들.
해당 몬스터 군단을 이끄는 군단장급 괴수로, 지휘 능력을 갖춘 고지능 개체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지능이 높은 것보다 더 큰 문제는 역시나 압도적 무력.
한 군단의 정점이 되는 존재답게, 도저히 단일개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막대한 힘을 갖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구오오오오오-!
보스 몬스터를 부리는 소환 마법은, 1회용이긴 하지만 치트키 취급을 받는 것이다.
내가 소환한 보스 몬스터- 거대 증기 골렘이 흉악한 구동음을 내질렀다.
쿵-! 쿵-! 쿵-!
뒤이어 이쪽으로 몰려오는 골렘 50여 기를 향해 홀로 돌진을 시작.
골렘 50기의 전진은 높은 벽이 다가오는 것처럼 느껴진다면, 이 녀석의 돌진은 섬 하나가 격랑을 가르고 나아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본래 괴물들은 인간을 죽이는 것이 최우선 행동원칙이지만.
유독 ‘배신자’에게는 민감하다. 골렘 군단의 시선이 일제히 보스 골렘에게로 홱 돌아갔다.
구오오오!
구오오오오오-!
서로를 향해 내달려드는 거대한 골렘들의 모습은 비현실적이기 짝이 없었다. 슈퍼골렘대전인가, 이거?
순식간에 서로 충돌 직전의 거리까지 접근.
쾅-!
단숨에 부딪혔다.
장갑 파편과 부서진 부품들이 허공으로 비산했다.
보스 골렘은 하이에나 무리 사이에 파고든 사자처럼 날뛰었다.
고대 신전의 기둥처럼 길고 두꺼운 팔다리가 허공을 가를 때마다, 적 골렘 군단은 하나씩 대파되어 흉하게 바닥을 굴렀다.
하지만, 사자가 아무리 날뛰어도 하이에나는 물러서지 않는다.
골렘 군단은 50기나 된다.
아무리 개체 전투력에서 밀린다고는 해도 숫자가 이쯤 되면 전투력의 총량은 한참 넘어선다.
구오오! 구오오오!
보스 골렘의 주먹에 짓이겨지면서도, 바위 골렘과 증기 골렘들은 필사적으로 손을 내뻗어 조금이라도 보스 골렘에게 손상을 주려고 했다.
그 노력은 곧 실효를 거두었다.
콰득! 우드드득!
보스 골렘의 손가락이 기괴한 방향으로 꺾인 채 너덜거렸다.
주먹이 닿는 순간, 피격당한 골렘들이 마주 공격을 한 결과였다.
일순 멈칫거린 보스 골렘의 몸 위로 다른 골렘들이 일제히 우르르 올라탔다.
골렘 군단은 보스 골렘의 온몸을 타고 올라서, 장갑을 뜯어내기 위해 힘을 주기 시작했다.
“…….”
나는 그 모습을 지켜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흡사 개미떼에게 잡아먹히는 사마귀 같다.
‘처음부터 보스 몬스터가 저 놈들을 모두 물리쳐 줄 거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
제아무리 거대 증기 골렘이 강력한 보스 개체라고 해도, 적 골렘 군단 역시 대형 몬스터. 게다가 50기나 된다.
단신으로 다 해치울 수는 없다.
저 친구가 최대한 많은 적을 쓰러뜨리고, 시선을 끌어 주는 동안-
“우리는 이 틈에 도망치자.”
36계가 최선이지.
“네?”
입을 헤 벌리고 괴물들이 서로 싸우는 모습을 지켜보던 에반젤린이 반문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 녀석은 어차피 1회용이야. 시간을 벌어 주는 동안, 도망쳐야 해.”
나는 여기 이기려고 온 게 아니다. 얘랑 같이 살아남으려고 온 거지.
에반젤린의 다리를 향해 나는 턱짓했다.
“다리는 좀 어때?”
“걸을 만해요. 전력질주는 아직 무리지만…….”
“그럼 달리자.”
“에엑.”
다리야 고치면 되지만, 목숨은 잃으면 얄짤없다.
나는 잔뜩 챙겨온 일반 포션 중 하나를 더 따서 에반젤린의 다리에 들이부었다.
치이익-
자상과 삔 부위에서 뿌연 김이 뿜어져 나왔다. 에반젤린은 이를 악물고 고통을 참아 냈다.
“간다.”
“넵……!”
내가 먼저 앞장서 달려 나갔고, 에반젤린이 그 뒤를 바짝 붙어 따라왔다.
방향은 북쪽.
내가 묶어 둔 말이 있는 방향이다.
“윽?!”
하지만 몇 걸음 달리지도 못했는데, 에반젤린이 숨을 삼키며 뒤를 돌아보았다. 나도 따라서 뒤를 보았다.
지이잉-
마석 골렘.
두 마리의 마법 특화 골렘이 다시금 허공에 둥실 떠오른 채 이쪽으로 팔을 겨누고 있다.
보스 골렘에게는 마법 공격이 잘 먹히질 않으니 이쪽을 노리는 모양이다.
쿵! 쿵! 쿵!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보스 골렘을 피해서 좌우로 넓게 산개한 골렘 10여기가 우리를 쫓아 달려오고 있었다.
“쳇!”
나는 혀를 찼다.
“곱게는 안 보내 주는군.”
“마법 공격, 옵니다-!”
번쩍이는 섬광과 함께, 마석 골렘이 쏘아 낸 붉은 빛줄기들이 이쪽을 향해 쏘아졌다.
에반젤린은 내 어깨에 어깨동무를 걸더니 내 자세를 확 낮췄다.
그리고는 방패를 위로 들어 날아드는 빛줄기들을 모조리 빗겨 냈다.
쾅! 콰과과광!
방패면을 따라 사방으로 도탄된 빛줄기가 주위 땅에서 폭발했다. 나는 구시렁댔다.
“자세 낮추는 건 좋은데, 꼭 네 키에 맞춰야 하냐? 벌써 허리가 아프다.”
“아니, 누가 그렇게 키 크래요? 그럼 허리 꼿꼿이 펴시고 저거 다 맞든가!”
투닥거리는 건 즐겁지만, 마법 포격은 위협적이다. 나는 다급히 보스 골렘에게 새 명령을 내렸다.
“마석 골렘을 최우선으로 공격해!”
구오오오!
골렘 군단에게 둘러싸여 두들겨 맞고 있던 보스 골렘이 외눈을 번뜩였다.
금이 쩍쩍 간 두 팔을 위로 들어 올리더니, 허공에 뜬 마석 골렘들을 겨누고, 손끝에서 마법의 빛줄기를 쏘아 냈다.
이상을 눈치챈 두 마석 골렘도 공격 대상을 보스 골렘으로 바꾸었다.
핑! 피비비빙!
쿠과과광!
곧 저편 하늘에는 마법의 빛줄기가 소나기처럼 서로를 향해 퍼부어졌다.
나는 휘파람을 휙 불었다. 좋아, 이쪽으로는 더 이상 마법 공격이 안 온다.
하지만 아무래도 공격을 막아 내면서 뛰다 보니 속도가 많이 줄었다.
그리고 그 틈에 추격대 골렘들이 우리를 거의 다 쫓아왔다.
구오오-!
어느새 바로 뒤까지 바짝 쫓아온 바위 골렘 하나가 흉한 괴성을 지르며 달려들었다.
“칫!”
혀를 찬 에반젤린은 달리던 기세 그대로 허공에 휙 뛰어오르더니, 허공에서 몸을 반 바퀴 회전하며 창을 뒤로 내찔렀다.
푹!
하얗게 빛나는 창끝은 정확하게 바위 골렘의 가슴팍을 꿰뚫었고, 마력핵에 닿자마자 커다란 폭발을 일으켰다. 쾅!
산산조각 터져 나가는 골렘에게서 창을 뽑아내며, 창끝에서 일으킨 폭발의 반동으로 다시 반바퀴를 역회전.
정면을 보며 착지한 에반젤린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내 옆에서 다시 달려 나갔다.
몸의 궤적을 따라 흔들리는 머리칼만이 조금 전 묘기가 진짜였음을 증명해 주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박수를 짝짝 쳤다.
“와, 방금 개쩔었다.”
“가, 갑자기 칭찬하지 마요!”
칭찬에 약한 에반젤린이 뺨을 붉혔다.
마음 같아서는 계속 놀리고 싶었지만, 그럴 여유는 없었다.
쿵! 쿠구궁!
다른 골렘들이 연이어 바짝 접근해 왔다. 에반젤린의 묘기로 시간을 버는 것도 한계가 있을 터.
“말은 대체 어디에 있어요?!”
“바로 저기야!”
나는 앞으로 손을 뻗었다. 그다지 멀지 않은 나무 아래에 내가 끌고 온 말이 묶여 있었다.
히히힝!
우리 뒤에 몰려오는 골렘 떼를 보고 기겁한 말이 소리를 질렀다. 혼자 도망이라도 가려는 건지 버둥거리기 시작한다.
그러지 말고 잠깐만 가만히 있어 봐, 친구. 같이 도망가자고……!
그때였다.
핑! 피비비빙!
붉은 빛줄기가 날아들더니, 말이 묶인 나무 일대에 내리꽂혔다.
콰과과광!
직후 끔찍한 폭발과 연기가 눈앞을 가렸다.
“뭣-”
다급히 뒤를 돌아보자, 마석 골렘 중 하나가 이쪽을 향해 손을 들고 있는 게 보였다.
놈은 보스 골렘에게 마법 공격을 두들겨 맞으면서도 이쪽을 견제한 것이었다. 이 지독한 새끼가……!
“이런 젠장!”
나는 다시 앞을 보았다. 한차례 치솟은 불기둥이 꺼지자, 나무도 말도 흔적조차 안 남은 상태였다.
우리는 멈춰 섰다. 안색이 창백해진 에반젤린이 천천히 나를 올려다보았다.
“도망칠 수단, 남아 있어요?”
“……플랜B는 있지.”
사실, 무사히 도망칠 수 있으리라고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그래서 플랜B가 내 본래 계획이었다.
“플랜B는 뭔데요?”
“뭐겠냐?”
나는 뒤돌아섰다. 추격해 온 골렘들이 코앞까지 와 있었다.
손에 차인 럭키 스트라이크를 고쳐 끼우며, 나는 씩 웃었다.
“다 해치우는 거.”
“네?! 이 골렘 군단 전체를요?! 우리 둘이서?! 선배님 제정신이에요?!”
“살려면 이 방법뿐이야.”
여기서 크로스로드까지는 말로 30분. 사람의 다리로 2시간 정도 걸린다.
그리고 2시간이면 저 괴물 새끼들이 우리를 쫓아와 죽이기에 충분하고도 남는다.
나는 에반젤린을 흘긋 내려다보았다.
“어차피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잖아. 할 거야, 말 거야?”
“……으아아아, 진짜아!”
나를 따라 뒤돌아선 에반젤린이 방패를 고쳐 세웠다. 나는 그런 에반젤린의 등을 두들겼다.
“좋아. 에반젤린. 앞으로 우리가 취할 전술을 지시해 주마.”
쾅-!
직후 달려든 증기 골렘의 주먹이 에반젤린의 방패에 닿았다. 에반젤린은 신음을 참으며 방패를 잡고 버텼다.
“너는 기본적으로 방어에 전념한다. [대미지 세이브]가 꽉 찼을 경우에만 창을 써. 알겠냐?”
“그러면 공격은 누가 하는데요?!”
“내가.”
나는 왼손을 뚜둑거리며 푼 다음, 앞으로 내질렀다. 주먹 끝이 골렘의 가슴팍에 닿았다.
띠링!
럭키 스트라이크가 발동되며, 시야 한쪽 구석에서 슬롯이 빙그르르 돌아가기 시작했다. 몇이냐!
띠링! 띠링! 띠링!
0, 7, 2!
72대미지!
우지끈!
골렘의 흉부 장갑이 터져 나갔고, 나는 기세를 몰아 주먹을 안에 꽂아 넣은 뒤, 마력핵을 잡아 뜯어냈다.
쿠당탕!
가슴팍이 뻥 뚫린 골렘이 힘없이 바닥으로 나자빠졌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식으로.”
“대체 그 주먹, 원리가 뭐예요?!”
원리?
주사위 신의 보우(保佑) 말고는 아무 것도 없단다.
우지끈! 까드득!
뒤이어 달려든 바위 골렘 둘도 같은 방식으로 처리했다.
에반젤린이 막고, 내가 럭키 스트라이크로 단숨에 끝장 냈다.
문제는 그 뒤였다.
그오오오!
좌우에 한 마리씩, 두 마리의 증기 골렘이 동시에 덮쳐 왔다. 나는 다급히 지시했다.
“오른쪽 놈은 [대미지 페이백]으로 해치우고, 왼쪽 공격은 막아!”
“넵!”
에반젤린은 내 명령대로 충실하게 행동했다.
하얗게 빛나는 창이 오른쪽 골렘을 단숨에 꿰뚫었다. 동시에 방패는 왼쪽에서 오는 놈의 공격을 받아 냈다.
나는 공격이 막힌 왼쪽 놈의 가슴팍을 향해 내 왼주먹을 날렸다. 그러자 슬롯이 돌아가기 시작했는데.
띠링!
0.
1의 자리, 0.
이 순간, 뭔가 쌔한 느낌이 들었다.
띠링!
0.
십의 자리도 0.
777펀치 때와 마찬가지 감각이었다.
게이머 특유의 감이 소리쳤다. 이건 뭔가 아니라고. 뒤도 보지 말고 도망치라고.
하지만 이미 슬롯은 돌아가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 백의 자리 숫자는.
띠링!
0.
“…….”
000.
“아.”
기어코.
마침내.
이게 떠 버리는구나.
망할.